프롤로그
나는 저녁 여섯 시부터 다음 날 새벽 두 시까지 젊은 남자들이 많이 몰린다고 알려져 있는 거리를 배회하거나, 물 좋은 클럽과 운동을 취미로 삼는 이들의 모임을 참가하는 것을 좋아한다.
친구들은 번화가를 돌아다니면 쇼핑을 즐긴다. 부킹을 건다. 요란법석을 떨다가 어느새 하나둘씩 제 갈 길을 가지만 나는 언제나 그 자리에 멈춰서 사람들을 응시하는 것을 즐긴다.
나의 타깃은 언제나 2~30대 가량의 건장한 남자들.
남자들의 외모?
그다지 따지지 않는다.
경제력?
내가 부족하지 않을 만큼 버는 사람인데 굳이 그게 필요한가?
몸매?
사실 몸매도 그다지 보진 않는다. 배가 조금 나온대도 그다지 상관하지 않는다. 걱정스러울 정도로 마르거나 뚱뚱한 것이 아니라면 별다른 문제는 없지 싶다.
패션 역시, 테러리스트 수준이라 해도 내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남자들에게서 원하는 것은 단 두 가지뿐이다.
튼튼한 혈관과 말귀를 알아먹는 수준의 두뇌.
엄청나게 특별한 남자들이 아니고서야 남자들의 조건이라는 것은 다들 거기서 거기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 돈을 평생 가져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머리가 좋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날 만족 시켜 줄만큼 지혜롭고 존경스러운 남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내게 남자를 소개시켜주려던 친구들은 이렇게 묻는다.
대체 네가 원하는 타입은 어떤 남자인데? 너무 비현실적으로 다 갖고 있는 남자를 찾는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친구들아. 나는 정말 바라는 게 없단다. 앞전에 언급한 모든 것이 부족해도 내가 원하는 두 가지만 충족 되면 다른 것은 아무리 부족해도 감사하게 생각 할 수 있다고. 그런데 말이지.
“그런 남자들이 없잖아. 아무리 찾아봐도.”
내가 바라는 남자는 혈관이 좀 튼튼하고 말귀를 좀 잘 알아먹는 남자일 뿐이다.
돈이 부족하고 머리가 좀 나빠도 상관없다. 조각 같은 몸매를 갖고 있지 않아도 괜찮고 미남이 아니라도 문제없다.
패션 테러리스트 소리 듣는 남자라도 그것 역시 용납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남자들은 여전히 내 눈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27평생 내~내~ 징그러울 정도로 말이다.
“왜 안 나타나. 응? 내가 뭐 얼마나 어려운 이상형을 갖고 있다고 안 나타나는데. 혈관 튼튼해서 맥박 일정하고 팔뚝에 혈관 좀 도드라지는 게 그렇게 힘들어? 말귀 잘 알아먹어서 싸가지 있고 눈치 있게 행동 하는 게 어렵냐고. 세상에 원나잇. 투나잇. 쓰리나잇. 잘만 하더만, 왜 첫만남에 팔뚝 잡고 ‘맥박 체크 좀 할게요.’ 하는 게 변녀 취급을 받는 거냐고. 그 정도는 병원 가서도 잘만 재잖아. 아냐?
내가 첫 만남에 혈관 잡힌 팔뚝을 핥겠다는 것도 아닌데 왜 나를 이상하게 보느냐고. 맘 같아선 맥박 체크 하면서 맘에 드는 혈관 미남들 팔뚝 한 번 핥아주고 싶지만, 그 말만은 내가 인간적으로 참아주고 있다 이거야. 어? 그럼, 당신들도 날 좀 이해해 주면 되잖아. 근데 왜······. 어째서 왜······. 그런 사람들조차 날 이상한 여자 취급하고 도망가느냐고.”
세상에서 제일 심플한 조건의 남자를 찾는 여자이면서도 나는 그런 남자를 만나지 못하고 있어서 기분이 너무 구리다.
세상에 날 이해 해 줄 남자란 없는 것일까?
세상에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 주는 내 사람이란 정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
완결과 퇴고를 위한 글입니다. 작가님들의 닦달이 필요합니다. 덜 바쁘실 때 한 번씩 매우 쳐 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예시- 철썩. 철썩. 얼른 원고 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