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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미남 구덕 씨
작가 : 야광흑나비
작품등록일 : 2016.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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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황휘의 독백
작성일 : 16-03-28     조회 : 345     추천 : 1     분량 :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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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있는 병원은 이전에 계약직으로 돌던 병원들이랑은 확실히 분위기부터 다르다.

 그전에 돌았던 병원들은 신입 사회복지사로서의 사명감 때문에 작은 병원 위주로 돌아서 일은 더 많고 환경은 그에 비해 여러모로 열악했다면 이곳은 일이 힘든 건 대부분의 병원들과 다름없는 대신에 예의와 격의 없는 분위기가 공존하고 자유 시간을 쓰는 데 크게 눈치 볼 일이 없다는 것이 좋았다.

 물론 그건 내가 이 병원을 갖고 있는 모기업의 주식을 일부 갖고 있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혜택이었겠지만, 그 모든 것을 포함해서 사회복지사로서 능력 발휘를 제대로 하기에 꽤 좋은 환경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사적인 생활을 하기 위한 핑계 마련에도 용이하고.

 나는 일주일에 한 번쯤은 봉사활동을 핑계로 적십자 관련 행사장이나 타 병원을 돌아다니고, 주말엔 거리를 헤매며 남자들을 관찰하지만 평일 병원에서의 모습은 몹시 정적이고 고요하다.

 물 위를 흘러 다니는 나뭇잎이 된 것처럼 얼굴엔 베이스만 바른 간단한 화장으로 구색만을 갖추고 가운 속으로는 신축성 있고 편안한 티셔츠와 트레이닝 바지를 갖춰 입고 사무를 보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고 때로는 자비로 책을 들여놓기도 하면서 환자와 보호자 상담을 한다.

 다달이 한 번씩은 미용봉사 선생님들을 맞이하고, 또 다달이 한 번씩은 미용화장품과 비누 등을 제조하는 봉사자분과 공연 팀. 환자 케어를 맡는 자원봉사자들을 맞이한다.

 또 가끔은 신관에 있는 치매 어르신들의 말동무를 해드리거나 두 달에 한 번씩 있는 직원 모임에서 토할 정도로 술에 절어 기다시피 집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직원 숙소가 코앞에 있어서 다행이지. 숙소마저 멀었으면 사실상 이 일을 제정신으로 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이렇게 일이 힘들고 이 병원에 오게 된 것이 모회사 주식을 갖고 있는 이유로 차출 되어 온

 반강제적 이직이긴 해도 이 일 자체는 나름대로 즐겁고 사명감도 갖게 되는 일이라 열심히 하는 편이다.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점심시간을 쪼개어 7층 옥상에서 꽃향기를 맡으며 사색에 잠기는 것이다.

 한 낮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사회복지실 문을 닫아놓고 이곳에 올라와 찰나의 오수를 즐기거나 부유하는 수많은 기억 속을 헤맨다.

 내가 어쩌다 돈만 많고 정작 원하는 것은 결핍 되어버린 사람이 되었던가. 내가 어째서 친구들이 들으면 대번에 변태라고 비난을 쏟아놓을 수밖에 없는 취향을 가지게 됐던가. 같은 그런 것들을 끊임없이 떠올린다.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단지 아버지가 그맘때 여러 주식을 손대고 계셨다는 사실과 대여섯 번의 주식실패 이후에 느닷없는 심장마비가 오셔서 손 쓸 새도 없이 돌아가셨다는 것과

 내게 상속 된 회사 주식의 값이 갑자기 뛰었다는 사실.

 이후에 대기업에서 이 회사를 사들여서 결과적으로 한 달 배당금만 몇 억씩 들어오는 주식 부자가 되었다는 것뿐이다.

 아버지가 그토록 바라던 꿈은 아버지 생전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 몇 번인가는 기업 관계자라는 이들이 뻔질나게 드나들면서 주식을 사갈 것을 희망하였지만 주식은 아버지가 남기신 유품과 같아서 처분할 수 없었다.

 엄청나게 많은 배당금이 탐나서가 아니었음에도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삐뚤어진 시선으로 날

 지켜보고 있었다.

 진짜 친구를 사귈 수 없을 거라는, 진심으로 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들었다.

 그리고 가장 두려웠던 것은 아버지처럼 화만 쌓여가다가 지병이었던 혈관성 질환이 악화되어 내가 겨우 찾은 배필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

 차라리 내가 일찍 죽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누군가 내 곁을 지켜준 사람이 언젠가 나보다 일찍 죽을 수도 있는 가능성은 언제나 내게 피하고 싶은 두려움만을 안겼다.

 그래서였을까?

 유독 나는 남자들의 팔뚝을 유심히 지켜본다.

 진심을 다해 나에게 잘할 필요도 없고 날 돌볼 수 있을 재력도 필요 없는 건 이런 이유에서이다.

 어차피 내가 다 갖고 있으니까.

 원한 적은 없었지만 현재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이라 현재는 매달마다 일부만 남기고 여러 곳에 기부하는 것으로 이 우울감을 달래니까.

 그것 때문에 더욱 이 사회복지사 일에 뛰어들려는 마음이 강해진 것이니까.

 아버지는 끝까지 반대하셨던 일이었지만 나는 아버지처럼 돈을 쫓아가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재산은 미래가 두렵지 않을 만큼만 있으면 충분하고 내겐 당장 나와 함께 할, 휴식이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 내 눈앞에 있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완전히 진심이 아니더라도 내 곁에 있어 줄 사람.

 건강한 사람.

 그런데 이것이 너무 어려워서 슬프다.

 

  ***

happydream 16-08-02 20:39
 
* 비밀글 입니다.
  ┖
야광흑나비 16-08-03 07:10
 
아.^^; 그런가요?  안그래도 잘 모르는 부분은 어떻게 커버해야할지 걱정이었는데 잘못 된 부분 많이 지적 해 주시면 열심히 수정에 반영 하겠습니다.
  ┖
야광흑나비 16-08-03 07:13
 
그리고 소설에 설정 된 회사는 거의 재벌급 수준이 아니라....그냥 재벌 기업인데요? 상위 10~20위권 안에 드는 기업이요.  음....그리고 한국 기업만을 생각하고 설정 한 건 아니고  되게 튼튼하고 건실한 기업이지만 어느 기업이나 그렇듯이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는 그런 기업을 설정 하고 싶었어요. 근데 역시 아는 바가 없으니 참 쓰는 게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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