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무협물
풍운제일보
작가 : 송진용
작품등록일 :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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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화
작성일 : 16-07-21     조회 : 1,142     추천 : 1     분량 : 7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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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장 귀역(鬼域)

 

 

 

 날이 저물고 있었다.

 먼 하늘을 가로질러 힘겹게 달려온 태양이 어느덧 서쪽 산마루에 걸터앉아 한낮의 시간을 뒤로하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 숨결에 닿은 하늘이 점점 붉은빛으로 물들어갔다.

 처음에는 맑은 물에 홍옥을 담아놓은 듯 은은하게 비치더니 갈수록 붉은 기운이 짙게 배어나 황홍색(黃紅色)으로 아름답게 물들었다.

 그 화려한 산정(山頂)에 영웅비(英雄碑)라고 불리는 석비(石碑) 하나가 우뚝 솟아 멀리서 몰려온 구름을 붙잡아두고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바윗덩어리를 통째로 깎아 만든 것으로 높이가 무려 십여 장에 달했는데, 바늘처럼 뾰족한 끝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것을 영웅비라고 부르는 것은 그것에 강호를 질타하는 절대자들 백 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달리 백인비(百人碑)로도 불리는 그것을 중심으로 하여 방원(方圓) 오천보(五千步)에 달하는 거대한 성곽(城郭)이 산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높고 낮은 전각의 지붕들이 처마를 맞대고 있었으며, 망루(望樓)와 다락이 곳곳에 솟아 있고, 고루(鼓樓)에서는 하루 두 번 웅장한 북소리가 울려 퍼져 하계(下界)의 새벽과 저물녘을 지켜주었다.

 군웅성(群雄城)이었다.

 

 안휘성(安徽省) 남단 구화산(九華山) 중 영취봉(靈鷲峯) 정상 부근에 세워져 있는 그 웅장한 성채는 무림의 성지(聖地)였다.

 일 년에 한 번, 중양절(重陽節)을 맞아 성문이 활짝 열리면 그곳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산봉우리를 에워쌌다.

 그들은 비석에 이름이 적혀 있는 일백 영웅들을 접견하고 군웅성의 웅자(雄姿)를 두루 구경하는 것을 최상의 기쁨으로 여겼다.

 재수가 좋아 멀리서나마 군웅성주이자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인 무존(武尊) 대무광(戴武光)의 모습이라도 볼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평생의 영광이었다.

 군웅성에서는 일 년에 한 번 문을 여는 그날, 새로이 입성(入城)할 청년 고수들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천하 각지에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문파와 방회에 적을 두고 있는 자들은 물론, 홀로 사승(師承)을 받아 독보강호하는 자들에게도 그 영광은 고루 주어졌다.

 한 해에 열 명의 청년 고수들이 입성하였는데, 그들에 대해서는 군웅성에서 직접 선별하고 심사하여 중양절이 시작되기 석 달 전에 미리 통지해 주었다.

 군웅성의 사자로부터 입성 통지를 받은 자는 개인의 영광은 물론 사문과 가문의 영광이 크게 빛났다.

 강호에 몸담고 있는 수많은 신진 고수들 중 단연 독보적이라는 것을 세상으로부터 인정받는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강호의 성지이면서 청년 고수들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한 그 군웅성이 지금 석양을 등지고 은은한 단풍 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멀리서도 뚜렷이 보이는 영웅비가 조금씩 어둠에 잠겨가고 있을 때 산자락을 감싸고 있는 깊은 수림(樹林)을 타고 안개처럼 낮게 깔려드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我尋平原乘雨馬 빗속에 말을 몰아 넓은 들을 헤맨다.

 驛東石田蒿塢下 역 동쪽 마을 밖은 황폐한 자갈밭일 뿐

 風長一短星蕭蕭 바람이 드세고 해는 져 별도 드문데

 黑旗雲濕懸空夜 검은 깃발인 듯 먹구름이 하늘 가득 뒤덮여

 左魂右魄啼肌瘦 처량한 혼백들의 울음소리 여기저기 흩어지누나.

 酪甁倒盡將羊炙 깨진 사기 조각에 양고기라도 구워 달래볼까나.

 蟲棲雁病蘆筍紅 벌레며 기러기 깃들어 숨죽이고 갈대 잎도 붉게 타는 밤

 廻風送客吹陰火 회오리바람이 도깨비불을 몰아와 나를 떠미네.

 

 산그늘이 더욱 빠르게 밀려 내려왔다. 울창한 송림 사이에 나 있는 소로(小路)는 적막한 기운에 싸여 조금씩 가라앉아 가고 있었다.

 나뭇가지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저쪽 어둠 속에서 노래를 따라 한가롭게 따각거리는 말발굽 소리가 다가왔다.

 마지막 구절이 시작될 즈음 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갈색의 윤기가 흐르는 말 위에 한가롭게 앉아 있는 청년이었다. 남색 경장 위에 흑포(黑袍)를 둘렀고, 머리에는 죽립을 눌러써서 면목을 잘 알아볼 수 없었다.

 뻣뻣한 수염이 자라 있는 턱이 각지고 단단해 보였는데, 허리에 한 자루의 칼을 차고 있었다.

 그가 노랫가락을 따라 손가락으로 가볍게 칼집을 두드리는 소리가 단조로웠다. 음성은 낮고 무거웠으나 맑아서 듣기에 좋았다.

 흥얼거리던 그가 문득 노래를 멈추고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때 장평 너른 들에서는 사십만 명이나 죽었다지……. 그들의 처참한 비명 소리가 하늘에 닿았을 텐데 과연 하늘은 무엇으로 응답했을까…….”

 산서성(山西省) 남쪽에 있는 장평(長平)은 그 옛날 진(秦)나라의 장수 백기(白起)가 조(趙)의 병사 사십만 명을 몰살시킨 곳으로 유명했다.

 청년이 부르고 있던 노래는 뒷날 이하(李賀)라는 젊은 문사가 그 장평을 지나가며 그곳에서 있었던 처참한 살육을 생각하고 읊은 것으로, <장평전두가(長平箭頭歌)>라는 것이었다.

 수백 년의 세월이 흘러 백골들마저 다 삭아 없어졌겠지만 아직도 그때의 화살촉들은 녹슨 채 더러 흙에 묻어 나왔던 것이다.

 이하는 그 화살촉을 주워 들고 그것을 적셨을 누군가의 피와 한을 생각하다가 참을 수 없는 비애를 느꼈으리라.

 청년이 갓을 조금 들어 올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자신의 의문에 대한 대답을 들으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머리 위를 날아 둥지로 돌아가고 있는 새들의 처량한 지저귐이 있을 뿐 수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늘의 대답 같은 건 있을 리가 없었다.

 우울해진 청년이 다시 시선을 돌려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드러나 보이는 산정의 영웅비를 바라보았다.

 그의 단단한 턱이 조금 흔들린 것 같았다. 죽립 아래의 어둠 속에 박혀 반짝이는 눈 속 깊은 곳에서 싸늘한 기운이 일렁였다.

 까마귀 한 마리가 숲 너머에서 쉰 목소리로 처량하게 울며 날아갔다.

 단조로운 말발굽 소리도 점점 멀어졌고, 숲에는 다시 깊은 고요가 덧쌓였다.

 스멀스멀 모여들었던 땅거미가 어느새 짙은 재색으로 숲을 온통 가라앉히고 있었다. 무덤 속 같은 적막이었다.

 

 ***

 

 어둠 속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났다.

 낮은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물소리에 섞여 축축하게 젖어들고 있었다. 풀잎들이 이슬을 이고 가만가만히 흔들렸다.

 바람은 이제 하루가 다르게 식어갔다. 대지의 온기도 머지않아 사라지고 차가운 하늘에서는 첫눈이 준비되고 있을 것이다.

 배를 묶어둔 삼줄을 풀어 든 청년이 그것으로 주저하는 말 엉덩이를 철썩 때렸다.

 한 번 투레질을 한 말이 머리를 흔들고 나서 네 발을 차례로 겅중거리며 목판을 밟고 건너갔다. 배가 삐걱거리며 흔들렸다.

 뒤따라 오른 청년이 목판을 걷어내고 나서 한쪽에 길게 누워 있는 상앗대를 잡았다.

 차가운 강물 위를 스쳐 가는 뱃전에서 비린 냄새가 났다. 말은 젖은 나무틀에 코를 비비며 더운 김을 내뱉었고, 청년은 말없이 상앗대를 찔러 배를 나아가게 할 뿐이었다.

 철썩거리는 물결 소리가 멀어지자 잠시 숨죽이고 있던 풀벌레들이 다시 조심스럽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강안(江岸)의 흐린 불빛이 검은 물에 비쳐 일렁거렸다.

 물결에 쓸리며 일그러지고 퍼져 나가는 그것을 들여다보기라도 하는 듯 말이 물 낯바닥에 젖은 눈을 기울이고 이리저리 기웃거렸다.

 청년은 삿대를 한 번 힘껏 찔러 배를 밀고 나서 그것을 놓고 다시 삼줄을 찾아 손에 쥐었다. 버드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언덕이 눈앞이었다.

 

 장명등(長明燈)이 밝혀져 있는 주루까지는 아직도 이십여 장이 남았는데 왁자한 소리들과 함께 달착지근한 술 냄새가 바람결에 실려왔다.

 코를 벌름거려 그 냄새를 맡는 청년의 입가에 살짝 웃음이 번졌다. 말도 쉴 곳을 찾아온 게 기쁜지 연신 머리를 끄덕이며 걷는 발걸음이 경쾌해져 있었다.

 “뭐야? 이 밤중에 누군가 했더니 두위(杜偉) 아니라고?”

 어둠 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자가 바지춤을 여미며 바쁘게 다가왔다. 삼십 대의 장한이었는데 털북숭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 있었다.

 말고삐를 비틀어 매던 두위가 돌아보자 장한이 누런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었다.

 “맞군! 이게 얼마만이야?”

 “장 노대, 아직도 여기 있었소?”

 “염병할, 초선이 그년의 바람기 때문에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다네. 내가 잠시라도 안 보이면 그새를 못 참고 딴 놈들에게 추파를 던지니…… 아예 눈깔을 파버리려고 해도 마음이 모질지 못해서…….”

 너스레를 떨며 다가온 장한이 두위의 아래위를 샅샅이 훑어보더니 껄껄 웃으며 그의 어깨를 쳤다.

 “멀쩡하군. 이번 일은 쉬웠던 모양이야? 자, 자, 무사히 돌아왔으니 들어가서 신고식을 해야지. 주머니도 두둑해졌을 테니 말이야.”

 그에게 등을 떠밀려 만금루(萬金樓)로 향하는 두위의 눈에 비로소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활짝 주루의 문을 열어젖힌 장 노대(張老大)가 먼저 버럭 소리부터 질렀다.

 “잡놈들아, 여기 누가 왔는지 좀 봐라!”

 갑자기 얼굴 가득 왈칵 끼쳐 오는 후끈한 열기와 술 냄새, 음식 냄새들이 두위의 정신을 멍하게 했다.

 앵속(罌粟) 태운 연기로 뿌옇게 흐려져 있는 주청 안이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문 쪽으로 향했다.

 “두위다.”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이 곧 모두의 얼굴에 웃음으로 번져갔다.

 “살아서 돌아왔군!”

 “별일 아니었던 모양이야.”

 “이봐, 두위. 그렇게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오면 쑥스럽지 않나?”

 “설마 싸우러 가서 진탕 술만 마시다가 온 건 아닐 테지?”

 한꺼번에 왁자하게 떠들어대는 소리로 주청이 떠나갈 듯 소란스러워졌다.

 “잡놈들아!”

 장 노대가 눈을 부라리며 버럭 소리쳤다. 사람들이 모두 의아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더러는 입을 삐죽이는 것이 무어라고 한마디 비아냥거려 주고 싶어 안달이 난 듯한 자들도 있었다.

 장 노대가 한 번 더 눈을 부라리고 나서 웃으며 말했다.

 “두위가 한잔 사겠단다.”

 그 한마디에 곧 와, 하는 함성이 진동해 들보가 다 들썩거릴 지경이 되었다.

 

 “왜 이렇게 시끄럽지?”

 흐린 유등 아래 비스듬히 누워 있는 노인의 깡마른 몸이 더욱 작아 보였다. 그가 물고 있던 곰방대를 내려놓으며 웅얼거렸다.

 눈빛이 개개 풀려 있는 것이 앵속에 흠뻑 취해 있는 모습이었다. 여인이 다리를 주무르던 손을 놓고 말없이 일어섰다.

 긴 치맛자락 쓸리는 소리가 부드럽게 들렸다. 심지 타는 매캐한 냄새 속에 한줄기 청량한 향기가 섞였다.

 내실 밖으로 나갔던 여인이 곧 돌아와 다시 노인의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꽃잎 같은 입술이 살짝 들춰지더니 영롱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두위가 돌아왔어요.”

 “음…….”

 노인이 건성으로 머리를 끄덕이고 다시 곰방대를 끌어당겨 입에 물었다. 몇 모금 푸른 연기를 깊이 빨아들인 그가 더욱 몽롱해진 눈으로 여인을 돌아보았다.

 “이번 일은 비교적 쉬웠던 모양이군. 네 근심이 사라져서 좋겠다.”

 “두 달 만이에요.”

 여인이 짐짓 토라진 얼굴로 노인을 흘겨보았다. 살빛이 희고 눈매가 고왔다. 갸름한 턱에 이르는 볼의 곡선이 부드러운 것이 보기 드문 미인이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데 두 달이나 걸렸다는 것을 일깨워 줌으로써 여인은 두위가 하고 온 일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한 것이다. 노인이 흘흘 웃었다.

 “그놈에게는 한 달이면 충분한 일이었어. 나머지 한 달 동안은 아마 그곳에서 다른 계집을 품느라고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핏!”

 여인이 잔뜩 토라져 입술을 내밀고는 발딱 일어섰다.

 “이년아, 허리는 안 주무를 거냐?”

 “아예 목을 주물러 드릴까요?”

 생긴 것과는 달리 표독스런 여인의 한마디에 노인이 머리통을 움츠렸다. 다시 한 번 흥! 하고 쌀쌀맞게 코웃음을 친 여인이 찬바람을 일으키며 나가 버리자 노인이 주름으로 뒤덮인 얼굴 가득 웃음을 떠올렸다.

 “그놈이 또 한차례 피바람을 일으켰겠군. 잘됐어. 경험이라는 건 많이 쌓을수록 좋은 것이지.”

 

 두위는 이곳에서 장장 천여 리나 떨어진 강서성(江西省) 의황현(宜黃縣)까지 갔다 온 길이었다.

 그곳에는 양모춘(楊慕春)이라는 자의 양가장(楊家莊)과 서문룡(徐紋龍)의 서가장(徐家莊)이 곡성탄(谷星灘)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립하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은 오래된 호족이면서 앙숙이기도 했다.

 해마다 두 집안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는데 서로의 세력이 엇비슷하여 늘 피해가 나기만 할 뿐 좀체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심상치 않았다. 그 균형을 단번에 깨뜨려 버리겠다는 듯 서가장에서 외지의 무사들을 고용해 들였던 것이다.

 그들은 낭객(浪客)의 무리들이었다. 양가장의 장정들이 용맹하고 힘이 있다고 해도 촌구석의 무리에 지나지 않는 그들이 칼끝에 목숨을 걸고 살아온 자들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첫 번째 싸움에서 큰 피해를 입은 양가장의 장주 양모춘은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서문룡의 비겁함에 이를 갈았다. 그는 곧 집사를 내보냈다.

 장정 몇 명과 함께 죽기 살기로 서가장의 포위를 뚫고 나온 집사는 그 길로 말을 달려 이곳, 규화강(葵花江)변의 만금루(萬金樓)로 헐레벌떡 뛰어들었다.

 거기에 가면 솜씨 좋은 무사들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어디에서인가 들어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천릿길을 단숨에 달려온 집사에게 사람들은 하나같이 냉담하기만 했다. 그가 제시한 은자 이백 냥이라는 돈이 조금도 매력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황금 한 관을 요구했고, 집사는 울상을 한 채 머리를 설레설레 젓기만 했다.

 돌아가는 양을 구경만 하고 있던 두위가 선뜻 나섰다. 사람들이 모두 비웃었지만 두위는 개의치 않았다.

 “그러잖아도 답답하던 참이었거든. 가서 바람이나 좀 쐬고 오지 뭐.”

 칼 한 자루를 달랑 들고 일어서는 그를 보며 집사는 기가 막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만금루의 사내들이 일제히 두위를 손가락질하며 껄껄 웃었다.

 “일 년씩이나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더니 드디어 주머니가 궁해진 모양이다.”

 “그렇게 싸구려로 칼을 팔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개 값밖에 못 받을걸?”

 그 무렵 두위는 무얼 하는지 일 년이 넘도록 만금루에 틀어박혀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의 주머니에 가득 찼던 돈이 이제는 다 떨어져 간다는 것을 잘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곤궁해도 결코 은자 이백 냥에는 내 목숨을 맡기지 않으려는 것이 만금루에 모여 있는 떠돌이 무사들의 자존심이었다. 하루의 목숨을 장담할 수 없고, 세상의 멸시와 천대를 견디며 살아야 하는 모진 인생인 것이다. 자존심마저 내버린다면 그들에게는 삶이 너무 무의미했다.

 “저, 적어도 다섯 명은 있어야…….”

 집사가 울상을 지으며 말하자 사람들이 모두 배꼽을 쥐고 뒹굴며 웃어댔다.

조한나 19-05-13 18:14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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