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의뢰인(依賴人)
“천마신공(天魔神功)은 다 익혔겠지?”
한참 뒤에야 깨어난 풍해산(馮海山)이 던진 첫마디였다. 새벽녘과는 달리 음성에 생기가 돌았다.
규화는 두위의 어깨에 볼을 묻고 기대 있었고, 두위는 무표정한 얼굴로 기름 수건을 꺼내 칼을 닦는 일에만 열중해 있는 중이었다.
그가 손길을 멈추지 않은 채 노인을 돌아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따뜻한 눈길이었다.
규화에게는 부끄러워함도 쑥스러움도 없었다.
그녀는 노인의 시선을 전혀 무시한 채 여전히 두위의 어깨에 볼을 묻고 지그시 눈을 내리감은 채 취한 듯 몽롱한 기쁨에 흠뻑 빠져 있을 뿐이었다.
“비급은?”
“태워 버렸죠.”
“잘했다. 그런데 그 낯간지러운 꼴을 내가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겠느냐?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딴짓이라니! 손모가지를 꺾어놓기 전에 얼른 칼을 집어넣고 좀 점잖게 앉아 있을 수 없겠냐?”
노인이 차마 규화를 야단치지 못하고 애꿎게 두위를 욕했다. 두위가 칼을 거두며 씩, 웃었다.
몽롱하게 취해 있던 규화가 눈을 번쩍 뜨더니 잡아먹을 듯 노인을 노려보았다. 풍 노인이 찔끔하여 손을 홰홰 내저었다.
“알았다, 알았어. 내가 빨리 죽으면 될 거 아니냐. 그러면 그 눈꼴신 짓거리를 더 보지 않아도 되니 좋고, 네년은 마음 놓고 서방질을 할 수 있을 테니 더욱 좋겠지. 에휴휴, 진작 죽었어야 하는 건데 뭔 미련이 남았다고…… 이 나이가 되도록 살아 있는 게 죄지, 죄야.”
노인의 넋두리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련만 규화의 눈꼬리는 더욱 매섭게 치켜져 올라갔고, 이제는 슬며시 손톱마저 세우고 있었다.
곁눈질로 그것을 본 노인이 사색이 된 채 품 안에서 낡은 책자 하나를 꺼내 재빨리 두위에게 던졌다.
“다음에는 지옥마도(地獄魔刀)다. 서른여섯 초의 도법이니 부지런히 익혀야 할 것이다. 지금의 네 공부라면 역시 석 달 안에 끝낼 수 있을 게다. 가봐라, 가봐.”
노인이 더 보기 싫다는 듯 두 손을 마구 내저으며 재촉했다. 책을 받아 건성으로 넘겨보던 두위가 그것을 품에 쑤셔 넣고 노인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에게는 갈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그것이 노인을 더욱 불안하게 했다.
그가 이제는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엉덩이를 든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규화를 바라보았다. 여차하면 그대로 달아날 셈이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뭐냐? 빨리 말해라. 다 가르쳐 줄 테니까 어서 저 계집을 데리고 꺼져 버려. 제발 부탁이다.”
“벌써 세 권째의 비급을 내게 주셨습니다. 그리고 비급마다 천하제일 운운이라고 적혀 있던데 정말 이것들이 천하제일의 무공들인가요? 그렇다면 어째서 노야께서는 천하제일인이 되지 못하셨는지?”
“염병할 놈. 제대로만 익혀서 네 것으로 만든다면 하오문의 도둑질하는 공부라고 천하제일이 되지 못하겠느냐? 나는 그것들의 반만 겨우 익혔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대에 적수를 찾아보지 못했었다. 알아들었으면 어서 꺼져 버려!”
“하나 더 있습니다.”
“또 뭐야?”
노인이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자꾸 물고 늘어지면 그 스스로 꺼져 버리겠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이것들을 내게 주는 이유가 뭡니까?”
“주고 싶으니까 준다. 부자가 마음이 쏠리면 지나가는 거지에게 만금도 던져 줄 수 있는 거다. 이제 됐냐?”
두위가 하하, 웃었다.
“천하제일의 무공도 여자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으니 아마도 이것들은 다 쓸데없는 물건인 것 같군요. 그러니 버리는 셈 치고 내게 주는 거 아닌가요?”
반드시 노인의 목을 한 번 안마해 주고야 말겠다고 고집을 부리던 규화는 끝내 두위의 손에 끌려 나가고 말았다.
주청에는 벌써 아침 식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구수한 음식 냄새가 구미를 당겼다.
밤새 퍼마시고 떠들어대느라고 지쳤을 법도 하건만 사내들은 여전히 원기가 넘쳐 나 보였다.
“거기서 특별식을 즐기는 줄 알았다.”
두위를 본 반천수가 젓가락으로 규화의 가슴을 가리키며 느물거렸다.
세차게 콧방귀를 날린 규화가 멋쩍어하는 두위의 뒤통수를 한 번 철썩, 갈기고는 횅하니 내실로 들어가 버렸다.
사내들이 젓가락을 멈추고 일제히 웃어댔다.
“머지않아 큰일거리가 쏟아져 들어올 것 같다. 그러니 부지런히 먹고 힘을 길러둬.”
웬일로 함께 어울려 앉아 아침 식사를 하던 루주 동건유(董健留)가 두위에게 젓가락을 건네주며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큰일거리라니?”
두위가 의아하여 묻자 반천수가 입 안 가득 고깃점을 물고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많은 돈을 벌게 된다는 거지. 군웅성이 우리에게 돈을 벌게 해줄 거야.”
“진사후가 군웅성을 나온 것과 관련이 있군. 그렇지?”
두위는 동건유와 반천수의 말에서 그것을 느꼈다. 동건유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백의검대를 거느리고 점창산(點蒼山)으로 갔다.”
점창산은 운남(雲南)의 곤명(昆明)에서도 서쪽으로 일천여 리나 떨어진 대리(大理)에 있는 험산으로써 그 높이가 무려 일만 삼천 척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었는데, 그곳에는 검법으로 이름 높은 점창파(點蒼派)가 있었다.
그들은 중원의 구대문파 중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단지 변방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공동파(崆峒派)나 천산(天山), 해남파(海南派) 등과 마찬가지로 중원무림의 홀대를 면치 못했다.
그 말은 달리 그들이 중원의 형세에 별반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이기도 했다.
군웅성의 힘은 중원을 지배하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영향력도 변방의 문파에 대해서는 약할 수밖에 없었다.
군웅성의 이인자인 진사후가 백의검대를 이끌고 그곳으로 향했다는 것은 점창파 내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싹트고 있기 때문일 것이었다.
“상관없어.”
두위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는 원래 무림의 일과는 상관없이 살아왔다. 그건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야. 군웅성의 일에 관심이 없으니 그들이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신경 쓸 일도 없다.”
마치 지금의 관심은 오직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이라는 듯 두위는 더 말하지 않고 부지런히 젓가락을 놀려 채소를 담아내고 밥과 고기를 퍼먹는 일에만 열중했다.
반천수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 비록 칼바람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고, 남의 목숨을 빼앗아서 돈을 버는 짓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역시 무림에 몸담고 있는 건 아니라고 해야겠지. 하지만 말이다, 때로는 그게 더 비참하지 않냐? 우리야말로 무림의 변방에 내쫓긴 채 제대로 무인 대접도 받지 못하며 살아가는 처량한 신세거든. 나는 강호인의 존경을 받거나, 아니면 증오라도 받으며 당당하게 무림을 활보하고 싶다. 협객이거나 마두(魔頭)의 삶일지라도 그것이 결국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 아닌가? 나는 할 수만 있다면 세상의 밝은 곳으로 떳떳하게 걸어나가 멋진 삶을 살고 싶다.”
“나, 나, 나…… 나도.”
갑자기 마석산이 말을 했으므로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그가 말을 하고, 그래서 한마디라도 그의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모두에게 언제나 신기한 한 일이었다.
“네 꼴을 봐. 너는 대마두(大魔頭)의 역할이 딱 맞을 거다. 별호(別號)를 광혼마(狂魂魔)라거나 혈세천마(血世天魔)라고 해. 아주 어울리지 않겠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동안 마석산을 바라보던 반천수가 웃음을 띠고 빈정거렸다.
마석산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무안을 당한 그가 더 먹을 마음이 사라졌는지 젓가락을 놓았다.
그의 두 눈 가득 서운하고 억울하다는 기색이 담겨 있었다.
“정말 무림인이 되어서 협객행을 하려고 한다면 여기 있는 우리들 중 마석산이가 가장 잘 해낼 것이다.”
두위가 마석산의 두터운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그를 바라보는 마석산의 눈에 기쁨이 반짝였다.
비로소 그가 굳어 있던 얼굴을 풀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당장이라도 강호로 나가 협객의 길에 오르겠다는 듯해서 두위는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동건유가 심각한 얼굴로 두위를 바라보았다. 뚱뚱한 얼굴 속에 파묻히듯 자리 잡고 있는 작은 눈 속에서 그의 눈동자가 열기를 띠고 빛났다.
“너는 정말 군웅성에 아무 감정이 없는 거냐? 생각해 보면 너희가 이처럼 강호의 무뢰한으로 낙인찍힌 채 무림에서 축출되어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아무 가치도 없는 일을 하며 들개들처럼 떠도는 것이 바로 그 군웅성 때문이다. 그들의 법과 질서 속에서 내던져졌기 때문이란 말이다.”
두위의 가슴에 뜨거운 불길이 당겨졌다. 하지만 그는 애써 그것을 내색하지 않았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그의 입을 막은 것이다. 풍 노인의 말대로라면 머지않아 통쾌하게 칼을 들어 군웅성을 가리킬 날이 찾아올 것이다.
그때까지는 누구에게도 자신의 속내를 내보이고 싶지 않았다.
“상관없소.”
두위가 다시 짧게 말했다. 동건유의 눈 깊은 곳에 실망이 가득 담겼다.
“내가 선택한 나의 삶이오. 아무 감정 없이도 누구를 죽여야 하는 것이 내 직업이라면 나는 그것에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하오. 마찬가지로 그렇게 어느 후미진 골목에서 칼에 맞아 죽어도 원망 따위는 없소.”
“완전히 망가졌군. 구제불능이야.”
반천수가 의자 등받이에 깊이 몸을 기대고 기지개를 켜며 이죽거렸다. 이제는 두위도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이런 논쟁은 가끔씩 있어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마음 한쪽에 숨길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
애써 부정하고 있지만 두위는 자신의 가슴속에도 뜨거운 피가 끓고 있다는 것을 철저하게 외면할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다만 그는 지금의 강호가 싫고 군웅성이 혐오스러웠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그것이 독패강호하고 있는 군웅성에 대한 질투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만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면서 군림하는 백 명의 영웅들. 그들의 행보가 무림에서는 그대로 정의지로(正義之路)로 받아들여졌고, 그들의 군림이 평화로 인식되었다.
당연히 그들의 존재 자체가 무림의 질서였고 법이었다. 결국 모두가 그들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불편한 줄을 몰랐다.
‘아편에 취한 것과 같다.’
두위는 애써 그들을 그렇게 비웃었다. 어느새 자신의 존재 이유가 자유라는 것을 자각할 줄 모르게 된 무리들에 대한 경멸이었다.
하지만 두위는 자신의 가슴속에도 그와 같이 만인의 우러름을 받으며 군림하고 싶다는 열망이 감추어져 있는 것을 보아야 했다.
그것이 싫었다. 자신이 혐오하고 있는 군웅성의 오만을 스스로가 동경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할 때마다 자괴감(自愧感)이 밀려들었다.
이 아침에 식탁에 앉아 다시 그들에 대한 말을 듣고 마음속의 그 욕망을 충동질하는 말을 들은 두위는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그런 자괴감에 빠져 들어갔다.
칼을 쥔 것은 스스로의 뜻에 의해서였다.
그리고 지금 그것에 의지하여 떠돌며 하루의 삶을 기약할 수 없는 험난한 길에 들어선 것도 누가 시켜서 된 것이 아니었다.
돈을 낸 자를 위해서라면 아무 거리낌 없이 그가 원하는 자를 죽여주었고, 싸움터에 뛰어들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자들의 목숨을 빼앗기도 했다.
‘내가 택한 직업일 뿐이다.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다.’
애써 그렇게 생각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강한 최면을 걸면서 내가 칼을 휘둘러 돈을 버는 것과 백정이 돼지의 뼈와 살을 발라서 돈을 버는 것과는 다를 게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과 같은 논쟁이 있고 나면 마음속 가득 밀려드는 허망함을 뿌리치기가 힘들었다.
‘그곳에 다녀와야겠다.’
자책감으로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두위가 그런 생각으로 벌떡 일어섰다. 반천수와 동건유의 눈이 의문을 담고 그에게 향했다.
“어디로 가려고?”
“며칠 쉬고 오겠어.”
“그사이에 큰일거리가 들어올지도 모르는데? 그럼 억울하지 않겠어?”
“네가 해.”
다른 때 같으면 좋아했을 반천수가 심각해진 얼굴이 되어 두위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젠장할, 어쩐지 나도 요즘에는 일을 하기가 싫어졌단 말이다.”
“멀리 가는 거냐? 아무래도 곧 돌아오는 게 좋겠다. 노야의 상태가 좋지 않고, 또…… 나 혼자서는 규화의 성화를 견디기가 힘들다.”
동건유가 넌지시 풍 노인과 규화를 들먹이며 두위의 발목을 잡아왔다. 하지만 한 번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거리낄 것이 없는 두위였다.
아무도 그를 막거나 말릴 수 없었다.
“열흘쯤 걸릴 거요. 루주가 있고 마석산과 반천수가 있으니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칼을 쥐고 일어서자 눈치만 보고 있던 마석산이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따라 일어섰다.
“저 꿀 처먹은 곰탱이는 빼야겠다.”
반천수가 눈을 흘기며 이죽거렸다. 마석산이 벌게진 얼굴로 그를 한 번 바라보고 두위를 한 번 바라보았다.
두위는 그의 눈빛에 따라가겠다는 뜻이 가득한 걸 보았다. 그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두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규화를 부탁해.”
그가 반천수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려 주고 아무 미련 없이 만금루를 나갔다.
그 뒤를 마석산이 어깨를 구부정하게 굽힌 채 어슬렁거리며 따랐다. 그의 허리춤에 꽂혀 있는 거대한 도끼 한 자루가 한가롭게 덜렁거리고 있었다.
“내 아버지는 말이다, 꿈이 고수가 되는 거였어. 그러면 누구에게도 놀림을 당하지 않을 수 있거든. 고수가 되어서 당신을 놀려대던 자들을 오히려 조롱하고 비웃어주는 것. 그게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까지 품어왔던 꿈이었다.”
두위의 눈가에 슬픔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마석산의 커다란 눈이 연민을 가득 담아갔다.
그가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고 두위를 가리켰다.
‘나도 그래. 내 꿈도 네 아버지의 그것과 같아.’
마석산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두위가 쓴웃음을 떠올렸다.
“너는 이미 고수야. 아무도 너를 우습게 여기지 못해.”
‘그렇지 않아. 나는, 나는 모두에게서 놀림을 당하고 있어.’
마석산이 제 가슴을 가리키고 입을 가리켰다. 그의 얼굴에 참담한 슬픔과 분노가 범벅이 되어 떠올랐다.
두위가 마석산의 두터운 손을 잡아주었다. 그의 손은 언제나 따뜻했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성난 곰처럼 생긴 마석산이었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순수하고 따뜻하다는 것을 두위는 잘 알고 있었다.
“무시해 버려. 너를 놀리는 자가 있으면 너도 함께 놀리면 된다. 그래도 안 되겠거든 한 번 본때를 보여줘. 다시는 너를 놀리지 못할 거다.”
‘반천수는?’
마석산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 만금루 쪽을 가리켰다. 두위의 얼굴에 다시 쓴웃음이 떠올랐다.
웬일인지 마석산은 반천수에게만은 꼼짝을 못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놀리면 때로 눈을 부라리고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곤 했지만 반천수 앞에서만은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두위는 그가 마음속으로 반천수를 아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하나뿐인 동생이 철없이 투정을 부리고 심통을 내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것을 다 받아주듯이 마석산은 반천수의 놀림을 그렇게 받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 계집애같이 토라지기 잘하는 놈은 그대로 둬. 상대하지 마라. 제멋대로 토라졌다가 지치면 그만두겠지.”
두위가 웃자 마석산도 붉은 입을 한껏 벌리고 소리없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