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무협물
풍운제일보
작가 : 송진용
작품등록일 :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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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 화
작성일 : 16-07-22     조회 : 677     추천 : 0     분량 : 7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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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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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너는 누구냐!”

 그가 버럭 외치며 몸을 날려 덮쳐 갔다.

 “무례한 놈!”

 동시에 초막 안으로 뛰어드는 두 개의 그림자가 있었다.

 씨이잉!

 막 휘장을 잡아채려는 두위의 등으로 날카로운 검기가 파고들었다. 뒷덜미가 서늘해지는 느낌이 심상치 않았다.

 “치잇!”

 분한 숨을 내뱉은 두위가 몸을 기울여 옆으로 뛰며 돌아보지도 않고 그대로 칼을 뽑아 후려쳤다.

 쨍!

 한차례 맑고 낭랑한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슴 앞에 칼을 세우고 재빨리 돌아선 두위의 눈에 초막 입구를 가로막고 서 있는 두 명의 사내가 들어왔다.

 밖에서 번을 서고 있던 자들이었다. 눈빛이 심상치 않다고 여겼는데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자들이었다.

 두위의 동정을 은밀히 감시하고 있다가 그가 움직이자 질풍처럼 뛰어들어 일검을 날리고는 다시 기척없이 물러나 있었던 것이다.

 이만한 자들이라면 언제 어떤 상황에서 부딪치든 결코 무시할 수가 없었다.

 잠시 번쩍이는 그들의 눈길을 마주 대하던 두위가 칼을 거두며 피식 웃었다.

 “당신이 직접 해도 될 것 같은데 왜 하필 나를 고른 건지 모르겠군.”

 “그들은 나의 호위이지 낭객이 아니에요.”

 휘장 안에서 싸늘한 대답이 들려왔다.

 “흥!”

 두위가 코웃음을 쳤다. 여인의 말이 그의 자존심을 몹시 상하게 한 것이다. 동시에 그의 신형이 다시 앞으로 퉁겨지듯 쏘아져 나갔다.

 세게 떠밀리기라도 한 듯 갑작스런 움직임이었다.

 발가락의 힘만으로 움직였을 뿐, 무릎을 굽히지도 않았으므로 뒤에 서 있던 두 명의 사내들도 미처 눈치 채지 못했다.

 “엇?”

 그들이 당황한 외침을 터뜨렸을 때 두위는 벌써 휘장을 붙잡고 있었다.

 “괘씸한 놈!”

 다시 등 뒤에서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한 가닥 서늘한 검기가 쇄도해 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단히 준비하고 있던 두위였다. 그가 휘장을 잡은 손을 떼지 않으며 뒤꿈치를 번쩍 들어 등 뒤를 맹렬하게 걷어찼다.

 땅!

 그의 발이 등을 찔러오던 사내의 검신을 정확하게 때렸다.

 그자가 부르르 떠는 검을 흔들어 털었을 때 두위는 벌써 휘장을 젖히고 그 안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앞서 검을 쳐낸 자보다 한발 늦게 도착한 자가 발을 동동 굴렀다.

 휘장은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그들을 가로막은 채 쳐져 있었고, 여인의 앞에 우뚝 서 있는 두위의 검은 그림자가 어슴푸레하게 비쳤다.

 “아, 당신은 채 소저가 아니었군?”

 휘장 안에서 놀람의 소리가 들려왔다.

 두위는 그녀가 채 소저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흑룡방이 폐허가 될 때 그녀는 멀리 귀주(貴州)로 떠났다. 옥수궁(玉樹宮)의 소궁주(小宮主)와 혼약하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떠나고 일 년 뒤 흑룡보는 이 땅에서 사라져 버렸다.

 개미새끼 하나 살아남지 않은 처참한 살육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살아 있듯이 채 소저 또한 살아 있을 것이라고 두위는 믿고 있었다. 그때 흑룡보에 없었던 사람은 오직 자신과 채 소저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두위의 짐작은 틀리고 말았다. 앞에서 영롱한 눈빛을 들어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여인은 그가 한시도 잊은 적이 없는 채영경(菜玲璥)이 아니었다.

 여인은 스물을 조금 넘긴 듯한 나이였는데 화장을 하지 않은 맨 살결이 창백하도록 희어서 처연해 보이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의 서늘한 눈이 두위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에서 조금의 표정도 읽을 수 없었다.

 두위는 휘장 안으로 뛰어든 직후 세 번 놀라야 했다.

 한 번은 자신의 짐작이 틀렸다는 것 때문이었고, 다음으로는 눈앞에 오연하게 앉아 있는 낯선 여인의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녀가 천천히 뻗어내고 있는 손가락 때문에 가장 크게 놀라고 있었다.

 상아를 조각해 놓은 듯한 손가락이 두위의 가슴 앞을 가리키며 천천히 뻗어 나왔다. 처음에 두위는 그녀의 의도를 알 수 없어서 어리둥절했지만 곧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알았다.

 팔을 거의 다 뻗었을 때 그녀는 곧게 폈던 손가락을 살짝 구부려 엄지손가락으로 눌렀다.

 그 둘째 손가락이 더욱 창백하게 변해가더니 그때쯤에는 얼음이 된 듯 투명하게 변하고 있었는데, 살 속의 핏줄과 뼈가 다 드러나 보일 정도였다.

 “빙옥지(氷玉指)!”

 놀란 두위가 외쳤다. 그것이 무엇인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에 대해서 귀역의 풍 노인으로부터 귀가 따갑게 들어왔다.

 풍 노인은 그것이 천하에서 가장 강한 지력(指力)이고, 오직 여인만이 익힐 수 있는 음한지공(陰寒之功)이기에 달리 옥녀지(玉女指)로 불린다고도 했었다.

 

 이십 년 전, 무존(武尊) 대무광(戴武光)이 일백 영웅들을 거느리고 무림 정기를 내세워 사마도(邪魔道)의 척결(剔抉)에 나서서 종횡사해(縱橫天下)를 시작했다.

 십년출사(十年出師)로 불리는 그 대장정이 시작된 뒤부터 대무광에게 반대한 자들은 모두 사마외도의 무리로 낙인 찍혀 척살되거나 강호에서 모습을 감추어 버리고 말았다.

 십 년 동안 수많은 거마(巨魔) 효웅(梟雄)들이 패하여 죽었고, 그들의 절기가 사라졌다.

 그들 중에는 강호를 어지럽히던 마두들도 있었지만 은원에서 떠나 유유자적하던 은거 고인들도 섞여 있었다.

 

 ―흑이 아니면 백일 뿐이다!

 

 그것이 강호를 태풍처럼 휩쓸어갔던 대무광이 가한 일갈(一喝)이었다.

 사마(邪魔)를 누르는 길은 패도(覇道)일 뿐이라는 그의 뜻에 따르지 않는 자는 흑도(黑道)로 내몰려 죽거나 더욱 깊은 산중으로 영영 숨어 버리는 길밖에 없었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주어지지 않았다.

 대무광의 힘은 파천지경(破天之境)에 닿아 있었고, 그를 따르는 일백 영웅들의 질주는 대막(大漠)의 용권풍(龍卷風)처럼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휩쓸어 버렸다.

 십 년 동안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된 그 무서운 혈풍(血風)은 강호를 평정해 버리고 나서야 멈추었다.

 여태까지 그 누구도 실현시키지 못했던 일을 대무광과 일백 영웅들이 한 번 떨치고 일어나 거뜬히 해낸 것이다.

 숨죽이고 지켜보던 세상은 경악하다가 드디어 환호와 찬양으로 그들 앞에 머리를 숙였다. 이제 대무광과 일백 영웅들을 대적할 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들의 위업을 기리기 위해 강호인들이 만들어 바친 것. 그것이 바로 지금의 군웅성(群雄城)이었다.

 그때 사라진 수많은 마두와 명숙들, 그리고 함께 사장되어 버렸던 무서운 절기들. 그중 단연 돋보이던 것이 바로 눈앞에서 두위를 가리키고 있는 투명한 손가락, 빙옥지(氷玉指)였다.

 

 “당신은 이것을 알아보는군요?”

 여인이 창백한 입술을 달싹거리며 들릴 듯 말 듯 말했다.

 두위의 눈은 여인의 그 얼음처럼 변해 버린 손가락에 멎은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저것이 한 번 퉁겨지면 피하거나 막을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손을 뻗으면 닿을 지척에서 퉁겨지는 빙옥지라면 무존 대무광이라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두려운가요?”

 여인의 말속에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두위는 감히 성질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가 침묵하자 여인이 가볍게 웃었다.

 “당신의 칼이 사납고 무섭다던데 내 손가락 하나를 어쩌지 못하고 그처럼 겁에 질려 있으니 소문이 과장된 것이었군요?”

 “으음!”

 두위의 입술 사이로 억눌린 한숨이 신음처럼 무겁게 흘러나왔다. 일그러지는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여인이 천천히 손가락을 거두었다.

 “이것을 보았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있지요?”

 다시 꺼질 듯 한숨을 쉰 두위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여인의 입가에 비로소 화사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러자 그 얼음같이 차갑기만 하던 얼굴이 부용꽃처럼 환하게 펴지는 것이어서 두위는 어지럼증을 느끼고 말았다.

 “나는 당신을 만났다는 것마저 잊어버릴 것이오. 그러나 그전에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소.”

 “내가 대답해 줄 수 있는 거라면 좋겠군요.”

 “낭자는 분명 나와 초면이오. 그런데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건지, 그리고 어째서 이 음산한 곳에 와 있는 건지 알고 싶소.”

 맑은 눈을 깜박이지도 않은 채 빤히 바라보던 여인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누군가로부터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답니다. 그 얘기가 하도 절절하고 인상이 깊어서 잊을 수 없었지요. 오늘 이곳에 온 당신을 보고 나는 금방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곳이 당신의 땅이 아닌데 내가 오지 못할 것도 없지요. 나는 원래 이처럼 음산하고 인적없는 곳을 좋아해요.”

 “좋소. 그건 더 따지지 않겠소. 하지만 당신에게 나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는 그 사람이 누구요?”

 한 걸음 다가서며 급하게 물었다. 그러나 여인은 도리질을 할 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채 소저요?”

 “당신은 어째서 그녀일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오늘이 바로…… 아, 그만둡시다.”

 말을 하려던 두위가 한숨을 쉬고 머리를 저었다.

 여인의 말을 들으며 두위는 채 소저가 그녀를 대신 보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확신은 없었다.

 그러므로 외인일지도 모르는 낯선 여인에게 흑룡보의 비사를 말해 줄 수는 없었다.

 두위가 말을 꺼내다 말자 의외라는 듯 여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입가에 쓴웃음을 띤 두위가 그녀에게 다시 주머니를 던져 주었다. 그녀가 의아한 눈길로 고개를 갸웃했다.

 “당신은 내 의뢰를 거절하는 건가요?”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돈을 받지는 않소.”

 “아, 당신은 이릉운(李凌雲)의 목숨을 이미 의뢰받은 일이 있었군요?”

 여인이 안타깝다는 듯 탄성을 터뜨렸다. 두위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렇소. 나는 나 자신에게 그의 목을 의뢰해 두고 있었소. 벌써 십 년 전의 일이오.”

 “그 말은……?”

 “당신의 의뢰가 너무 늦었다는 것이니, 당신 역시 오늘의 일은 잊어버리는 것이 좋겠소.”

 묘하게 반짝이는 여인의 눈길이 더 머뭇거림없이 휘장을 젖히고 나가는 두위의 등에서 떠나지 않았다.

 

 ‘대체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마석산이 두위를 가리키고 이제는 보이지 않는 초막을 가리키며 그렇게 물었다.

 새벽 이슬을 털며 묵묵히 걷기만 하는 두위의 얼굴이 무섭게 굳어 있었던 것이다.

 “아무 일도 아니다.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잊어버려.”

 그래도 마석산은 못내 아쉬운 얼굴로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어쩌면 그는 참나무 숲 머리에 서서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던 그녀, 매괴(魅怪)를 아쉬워하는 건지도 몰랐다.

 “공자님, 다시 또 뵙게 되기를 바래요.”

 매괴는 두위를 깍듯이 공자라고 불렀다. 두위는 처음 들어보는 그 말이 영 어색하기만 했다.

 “덩치만 큰 겁쟁이도 잘 가. 나를 요괴라고 놀렸으니 다시 만났을 때는 그 벌로 나를 업고 다녀야 해.”

 마석산의 험상궂은 얼굴이 조금도 무섭지 않은지 매괴가 그렇게 넉살을 떨며 손을 흔들었다.

 마석산은 얼굴만 붉힌 채 감히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했다.

 “아무래도 넌 매괴가 자꾸 생각나는 모양이구나?”

 두위가 그때를 떠올리고 넌지시 묻자 마석산이 펄쩍 뛰며 눈을 부라렸다.

 “그, 그, 그건…… 아, 아…….”

 “알았다, 알았어.”

 그가 말을 하기 위해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며 힘들어하자 두위가 손을 내저었다.

 

 ***

 

 그 아침이 그렇게 삼우각(三佑角)을 붉게 물들이며 밝아오는 무렵에 멀리 떨어져 있는 형주산(炯珠山)에도 새벽빛이 내려앉고 있었다.

 어슬한 새벽 바람을 맞으며 형주산 남쪽 능선을 꺼덕꺼덕 오르는 세 명의 수상한 자들이 있었다.

 한쪽 얼굴을 온통 붕대로 동여매고 있는 번풍(樊風)과 두 명의 일행이었다.

 “이 길이 맞는 거야?”

 유성추를 두르고 있는 땅딸막한 사내 호두개(胡斗愷)가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을 듯한 울창한 숲을 바라보며 투덜댔다. 그는 벌써 배가 고파오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일찍 왔나보다. 하긴 이런 새벽에 어떤 미친놈이 강도가 출몰하는 산길을 가겠냐? 아무래도 헛걸음하는 거지 싶다.”

 막고성(莫高星)도 탄식하며 투덜거렸다. 자신들이 어쩌다가 이런 신세가 되었는지 그것이 한심한 모양이었다.

 그들의 투덜거림을 듣는 건지 마는 건지 번풍에게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묵묵히 바짓자락을 적시며 숲을 헤쳐 나가기만 하던 번풍이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저긴가 보다.”

 그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 호두개와 막고성이 군침부터 삼켰다. 능선에 거의 다 올라와서였다.

 잔나뭇가지들 사이로 바위 벼랑을 의지하여 세워져 있는 목책(木柵)의 일부가 바라보였다. 망루(望樓)도 있는 것이 제법 큰 산채인 것 같았다.

 세 사람의 걸음이 빨라졌다. 그들은 하나같이 저놈들이 오늘은 제대로 임자를 만났다는 생각을 했다.

 행인들을 상대로 겁을 주고 협박해서 먹고 사는 놈들이 오늘은 그보다 더 큰 두려움을 맛보며 벌벌 떠는 것을 눈앞에 그려보기만 해도 신이 났다.

 

 몸을 감출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날듯이 산을 타고 숲을 가로질러 내닫는 걸음들이 먹이를 발견한 맹수의 그것과 같았다.

 “어라?”

 앞서 달리던 호두개가 눈살을 찌푸리며 멈추어 섰다.

 “누, 누구냐!”

 십여 보 앞쪽의 풀숲에서 구레나룻이 시커먼 놈 하나가 바지춤을 붙든 채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일어서며 외쳤다.

 “너희 두령을 만나러 온 사람들이다. 가서 전해라.”

 세 사람의 기색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던지 놈이 여전히 엉덩이를 뒤로 뺀 채 당황하여 허둥대면서도 눈치를 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 이름은?”

 “알 것 없어. 가서 전하기만 하면 돼!”

 막고성의 호통 소리에 찔끔 놀란 놈이 뒤처리를 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뒤뚱거리며 목책을 향해 달려갔다.

 

 느긋하게 뒤를 따라간 번풍 일행은 망루가 바라보이는 바위에 기대거나 편히 앉아서 기다렸다.

 잠시 후 망루 위에서 작은 소란이 있더니 네 명의 험상궂은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활을 들고 있는 놈이 세 명이었고, 한 놈은 제법 무게가 나가 보이는 칼을 들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옷매무새가 흐트러져 있는 것이 이제 막 잠에서 깨어 급히 달려온 모양이었다.

 “웬 놈들이 이 새벽부터 시끄럽게 굴지? 저승 구경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놈들이구나?”

 칼을 든 자가 눈을 부라리며 호통을 쳤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호두개가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흘렸다.

 엉덩이를 털고 일어선 그가 망루 위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는 자를 가리켰다.

 “후레자식아, 높은 데서 내려다보니까 눈깔에 뵈는 게 없냐? 할아비를 보고도 절을 하지 않다니. 이리 나와봐라. 어르신께서 네놈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마.”

 “저런, 저런, 쳐 죽일 놈이 있나!”

 사내가 칼을 들어 올리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는 짓이 산채에서 제법 높은 자리에 있는 자 같았다.

 “오냐, 기다려라. 네놈이 대갈통이 두 쪽 나고도 그런 소리를 하는지 어디 보자!”

 제 성미를 이기지 못하고 칼을 휘둘러 난간을 찍어버린 자가 쿵쿵거리며 망루를 달려 내려오는 게 보였다. 호두개가 막고성을 돌아보고 씩 웃었다.

 “봤지? 저놈은 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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