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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작가 : 홍hong
작품등록일 : 2017.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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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작성일 : 17-06-16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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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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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를 끊고 멍하니 핸드폰을 보고 있던 연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과의 약속은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흉흉한 세상에 여자 혼자 나가는 것은 범죄 현장에 제발로 걸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지만 기계음만 이어질 뿐이었다.

 

 

 

 침대에 누워 창 밖으로 눈을 돌렸다.

 창 밖엔 유난히 별이 반짝였다.

 아니 최근에 창 밖에 별을 본적이 있었는지도 미지수다.

 

 

 

 연주는 침대에 누워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했다.

 

 

 

 

 

 

 

 

 

 

 

 

 

 

 

 결국 잠을 설친 연주는 피곤한 듯 눈을 비비며 시간을 확인했다.

 

 

 

 오늘 따라 날씨는 너무 화창했으며 차가웠던 겨울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는 봄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띵동

 

 

 

 

 좀처럼 울리지 않는 집 초인종이 눌리자 연주는 올것이 왔구나 생각했다.

 

 

 

 

 

 

 

 "웬일이야?"

 

 

 

 "동생 집에 언니가 오는데 꼭 뭔일이 있어야 오니?"

 

 

 

 "애는 어쩌고?"

 

 

 

 "시어머니한테 잠깐 맡기고 왔어"

 

 

 

 

 

 언니는 굳어져가는 내 얼굴을 눈치채지 못하고 말을 이어갔다.

 

 

 

 

 

 "그나저나 너 요즘 벌이가 시원치 않나봐? 엄마한테 아직 용돈도 안줬다면서"

 

 

 

 "애들 성적 산출하느라 바빴어 엄마가 뭐라셔?"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우리 삼남매 중에 그나마 너가 결혼도 안했고 벌이도 제일 많으니까 당연히 엄마한테 용돈은 더 많이 드려야지"

 

 

 

 "............"

 

 

 

 "나는 애까지 있고 시어머니 눈치도 봐야되고 그러니까"

 

 

 

 

 

 연주는 속으로 분을 삭혔다.

 달 마다 꼬박꼬박 몇백씩 통장으로 넣어드리고 있고 혼자사시는 분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도 않을 텐데 항상 부족하다고 하는 이유를 언니가 무엇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돈 보고 결혼한 남자가 사업이 잘 되지 않아 부도에 빚까지 덮었으니 엎친데 덮친격으로 언니의 사치행위는 집안 사정을 더욱더 악화시켰다.

 

 그 뒷감당을 나보고 하라는 건지

 

 엄마는 내가 준 용돈을 언니에게 헌납하고 있는 격인데 그 사실을 내가 알았다는 건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 알겠어 좀 이따 엄마한테 돈 보낼테니까 그만 가봐"

 

 

 

 "아휴 동생 좋다는게 뭐니 나 조금만 여기서 쉬다가자 니 조카 보느라 힘들어 죽겠어 누굴 닮아서 그렇게 울어재끼는지"

 

 

 

 

 아예 쇼파에 벌러덩 누워 자기 집인 양 편하게 있는 언니를 보니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

 

 

 

 

 "너 닮았나봐 너 어렸을 때도 그렇게 울었는데 조금만 건들여도 빽 울고 진짜 까탈스러웠다니까"

 

 

 "이제"

 

 

 "하여튼 피는 못 속여 그런 의미에서 조카 좀 자주 보러오고 그래 올때는 빈 손으로 오는 건 예의 아닌거 알지?"

 

 

 "제발"

 

 

 "교수 이모 뒀는데 그 덕 좀 봐야지 나중에 대학 갈 때 도움 같은 거 줄 수도 있나? 너네 학교 명문대니까 꽂아 주고 그런거 있잖아 왜"

 

 

 "그만해!"

 

 

 

 

 

 언니는 항상 스스로 노력하는게 하나도 없어

 난 뭐든지 혼자 아등바등 살아왔는데

 엄마 아빠의 사랑도 언니한테는 무조건적인 사랑이었는데 왜 나만 대가를 치뤄야 돌아오는거야..너무 억울해

 억울해

 

 

 속으로만 외치는 나의 소리가 언니한텐 들릴 턱이 없다.

 

 

 

 

 "피곤하니까 그만 가줘"

 

 

 "알겠어 진짜 정없는 기지배 어렸을 때 부터 싸가지 없는 건 지금도 여전하네"

 

 

 

 나간다 라는 말만 하고 언니는 돌아갔다.

 

 열두시 알람이 울리자 연주는 습관적으로 식탁 위의 하얀 약통을 들어 약을 삼켰다.

 

 

 

 

 

 

 

 6시가 다가오자 연주는 서서히 촉박해져왔다.

 어제 분명히 나가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지만 막상 시간이 다가오니 어쩔 줄 몰라 방안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결국 연주는 옷을 차려 입고 약속 장소에 나갔다.

 

 

 헐레벌떡 뛰어갔지만 약속 시간을 30분이나 늦은 터라 그가 있을리가 없었다.

 얼굴도 모를 뿐더러 사정해야 하는 측에서 늦은 격이니 갔다고 해도 무방했다.

 하긴 상대방도 내 얼굴을 모르니 서로 알아 볼 수 있을 리가 없다.

 전화라도 올 줄 알았는데 연락조차 없으니 상대방도 약속을 잊은게 분명했다.

 퇴근 시간이라 차도 끌고 나오지 않았는데 사람 많은 전철타기가 싫었다.

 근처 까페라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몸을 돌리려는 찰나

 

 

 누군가 연주의 앞을 가로막았다.

 

 

 

 "오랜만이에요"

 

 

 

 주변은 시끄러웠지만 그 남자의 목소리가 내 귓가를 강타해 뚜렷이 들렸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봤다.

 

 

 그는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그 미소가 너무나도 눈부셔서 눈물이 날 정도로 따뜻해서 잠시 멍해있었다.

 

 

 

 

 "우리 구면인데 그 때 서점에서 봤었죠?"

 

 

 

 ".........."

 

 

 

 

 "김윤상이라고 해요"

 

 

 

 

 

 그는 나를 향해 악수를 청하듯이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이 무안할 정도로 시간이 흐르자 나에게 내밀었던 손을 거뒀다.

 그럼에도 그는 나에게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밥 안 먹었죠? 밥 먹으러 가요 제가 맛있는 곳 알아요"

 

 

 내가 대답할 틈을 주지 않고 그는 내 팔목을 잡아 한 레스토랑으로 이끌었다.

 

 

 한 눈에 봐도 비싼 곳이었다.

 하기야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그는 한 삭생을 후원하고 있는 남성이었으며 차고 있는 시계며 옷들 모두 범상치 않았다.

 그는 내 앞에 앉아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대체 뭐를 그렇게 보는진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입가에는 미소를 여전히 띄고 있다는 것이다.

 그 눈빛이 부담스러워 눈을 굴리며 레스토랑만 흘깃거렸다.

 

 

 

 "나한테 궁금한거 없어요?"

 

 

 

 "네?"

 

 

 

 "궁금한거 엄청 많을 거 같은데"

 

 

 

 

 나를 보고 있는 강렬한 눈빛에 굴하지 않고 나역시 똑바로 쳐다봤다.

 이제서야 찬찬히 그의 얼굴을 감상했다. 높고 곧은 콧대와 쌍커풀은 없지만 큰 눈 머릿결은 조명에 반사될 정도로 찰랑찰랑 거렸으며 날카로운 턱선이 그를 더 샤프하게 보이게 했다. 어깨는 왜이렇게 넓은건지 딱 봐도 탄탄해 보였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그를 보며 건넨 첫 질문은 나이였다.

 그는 내 질문에 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몇 살일 것 같아요?"

 

 

 "글쎄요 35살?"

 

 

 "제가 생각보다 나이 많아보이나 봐요 34살이에요"

 

 

 

 시시콜콜한 질문이 이어졌고 그 사이 음식이 나왔다.

 너무 배고팠던지라 음식이 세팅 되자마자 포크를 들고 하나씩 싹쓸이해갔다. 그렇게 내가 한참 무아지경으로 자기 만족을 취해가고 있을 때 이성을 차리고 앞에 있는 그를 쳐다봤다.

 그는 팔짱을 끼며 내가 먹는 것만 보고 있었다.

 

 

 

 "안 먹어요?"

 

 

 

 

 예의상 그에게 물어봐줬다. 물론 이 음식들 모두 내가 해치울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은 첫만남이니까 하지 않았다.

 

 

 

 

 "안 먹어도 배불러요"

 

 

 

 "뭐 먹고 왔나봐요"

 

 

 

 "아뇨 연주씨 보는것만 봐도 배불러요"

 

 

 

 

 이해할 수 있다. 10년지기인 권도 내가 먹는게 쏠린다고 먹다가 숟가락을 놓을 정도니까

 그렇게 나는 혼자서 2인분을 다 헤치웠다. 딱 기분좋을 정도로 배가 차자 졸음이 몰려왔다. 졸음을 깨고자 창밖을 바라봤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내가 지금 이자리에 왜 나왔는지 문득 생각 났다.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여전히 나를 보고 있던건지 눈이 마주쳤다.

 

 

 

 

 "후원금은 이번 달 부터 다시 정상 입금될거에요"

 

 

 

 

 내 생각은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묻기도 전에 그가 대답했다. 초능력자는 아닐까라는 웃기지도 않은 상상을 하다가 혹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부터 내가 포크를 떨어트리려고 하면 바로 잡아내고 목이 말라 음료수 좀 시킬까 생각하면 그가 바로 음료수를 시켰다.

 

 

 

 "후원금은 왜 갑자기 끊긴 거에요?"

 

 

 "못 참겠더라구요"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대체 뭘 못 참겠단 건지 내가 고개만 갸웃거리는 걸 그가 봤는지 말을 이어갔다.

 

 

 

 "이걸로라도 변명거리 만들고 싶었어요"

 

 

 

 갑자기 알 수 없는 정적이 흘렀다.

 

 

 

 

 마침 핸드폰에선 8시 알람이 울렸다.

 다행히라고 생각한 연주는 가방에서 하얀 약통을 꺼내 약을 삼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가 인상을 굳히며 나에게 물었다.

 

 

 

 "무슨 약이에요?"

 

 

 

 한참 고민하다가 말을 꺼냈다.

 

 

 

 "마음의 병이에요 항상 시간 맞춰서 먹어야해서 알람 설정해 놓거든요"

 

 

 "언제부터요?"

 

 

 "잘 모르겠어요 언제부터인지도 무엇때문인지도 정확히 모르겠어요"

 

 

 ".........."

 

 

 "도망가도 좋아요 제가 생각해도 전 이상하거든요"

 

 

 "이상하지 않아요 사람들 누구나 마음의 병 하나 쯤은 갖고 있죠 연주씨는 여려서 남들보다 크게 느끼는 거 뿐이에요"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향해 따뜻하게 미소짓는 그를 보고있자니 마음이 아려왔다.

 가슴이 이상하게 유난히도 두근대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너무나도 낯설어서 속이 울렁거렸다.

 

 내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자 그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어갔다.

 

 

 "날씨도 좋은데 좀 걸을까요?"

 

 

 

 

 

 

 그와 같이 거리를 걷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지나가는 여자들마다 흘깃대며 쳐다보는 눈길은 끊이질 안았지만 그는 태연했다.

 살랑이는 봄바람이 머리를 간질였다.

 그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제 진짜 봄인가봐요"

 

 

 

 "그러네요"

 

 

 

 "연주씨는 봄 별로 안 좋아하나봐요?"

 

 

 

 "음... 그냥 쓸쓸한 기분이 들어서요"

 

 

 

 "네? 봄이요? 왜요? 대부분 가을이 그런거 아닌가요?"

 

 

 

 

 그는 도통 알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모두가 시작하는 시기라 준비하느라 바쁜데 나만 멈춰있는 것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왜 그런거 있잖아요 사람들은 모두 새로운 시작에 들떠있는데 나만 가라앉아있고 침체된 느낌.....그런 느낌이 봄에 더 강하게 느껴지거든요"

 

 

 

 ".............."

 

 

 

 

 "이제야 세상에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봄이 오면 이질감이 느껴져서"

 

 

 

 

 아무 말 없는 그를 흘깃 쳐다보니 하늘을 쳐다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가 너무 센치하죠?"

 

 

 

 어색한 기운이 싫어서 얼른 화제를 바꿨다.

 

 

 

 

 

 

 "윤상씨는 은지 어떻게 알게 된거에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은지를 많이 아끼더라구요"

 

 

 

 

 

 좋아하는 사람? 은지를 후원하는 단체 쪽 사람인 듯 했다.

 그에게 사랑받는 여자는 정말 사랑스러운 여자일 것 이다. 그의 따뜻함을 받은 여자라면 분명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살고 있겠지

 웬지 모를 슬픔이 몰려와서 그에게 조금은 쌀쌀맞게 물었다.

 

 

 "아 그렇구나 단지 그 이유때문이에요?"

 

 

 그가 내 물음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했다.

 

 

 "저한텐 그녀가 제 전부에요 가장 큰 이유죠"

 

 

 그 말을 하면서 내 눈을 강렬하게 맞쳐오는 그의 눈을 슬며시 피했다.

 

 

 "많이 사랑하시나봐요"

 

 

 "네 그녀가 원하는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푸흡

 

 

 갑자기 웃음을 터트린 날 그가 놀랍다는 듯이 쳐다봤다.

 

 

 "갑자기 옛날 대사가 생각나서요 널 위해서 저 별도 따다줄게 라는 대사말이에요 너무 올드한거 아니에요?"

 

 

 그는 아직까지 웃음끼를 머물고 있는 나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왜 그렇게 봐요?"

 

 

 "연주씨 웃는 거 처음봐요 항상 울것같은 표정으로 세상 다 산듯이 다녔는데 이렇게 웃으니까..... "

 

 

 뒷말을 끝맽지 못하는 그를 위해서 내가 먼저 질문했다.

 

 

 

 "그 여자분은 어떤 분이에요?"

 

 "제가 첫눈에 보자마자 반했어요"

 

 

 "저는 보자마자 그녀가 얼마나 슬픈 사람인지 알았거든요 겉으로는 멀쩡한 척 괜찮은 척하지만 속은 썩어문드러지고 있다는 걸

 처음에는 그냥 불쌍해서 자꾸만 생각나나보다 했는데 온 신경이 다 쏠려 있는 걸 알았을 때 깨달았어요"

 

 

 "그런데 제가 너무 일방적이었나봐요 전 그녀의 아픔을 공유하고 같이 치료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그 상처가 깊었나봐요 저와 그 상처를 바꿀만큼"

 

 

 

 말할때마다 인상을 찡그리는 그를 보고 있자니 나까지 슬퍼졌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려구요"

 

 "저한테 마음을 천천히 열때까지 기다릴거에요"

 

 

 

 나를 바라보며 빨려들어갈 것같은 눈빛으로 말하는 그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그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는지 느껴져서 질투할 감정조차 생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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