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순간 류의 질문을 들은 하늘은 휘청했다. 사실 류는 잘못한게 하나 없었다, 그저 하늘이 예민할뿐 이었으니까.
그러니 류는 자신에게 되묻는 하늘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드도 주워주고, 이름도 같은건 인연이라면 인연이니까.."
"아.."
"같이 하시는 거죠?"
하늘은 고민을 하더니'네' 라고 답변하였다. 하늘의 답변에 현정의 얼굴을 밝아졌다. 사실 하늘은 류와 되도록이면 하기 싫었지만, 아무리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일본인이라도 류는 자신에게 잘못한거 하나없고 오히려 고마운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런 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아니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아, 감사합니다. 제번호는 친구분을 통하여 전달해드릴께요."
"나와 하늘은 이만 가보겠어요, 나중에 보아요."
류는 '아, 그럼 안녕히계세요'라며 떠나는 동자에게 '동자, 그럴땐 나가아니라 저야.'라고 틀린부분을 지적해주며 같이 떠났다.한편 하늘은 카드를 떨어트린 자신을 매우 원망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놀랐어, 괜찮은거야?"
"뭐, 카드도 주어주셨고..특히 더이상 너에게 민폐끼치기 싫어서.."
하늘의 말에 현정은 낯간지러운지 '헤헤, 니가 그러니까 왠지 쑥쓰럽다.'라며 허리까지오는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열심히 꼬아됐다. 그런 현정을 보며 하늘은 다른 가슴 한편에서 올라오는 안좋은 기억을 꾸역꾸역 집어넣으며 그 기억을 생각하기를 거부하였다.
두번의 밤이 지나고 난뒤, 하늘의 핸드폰에서는 문자를 알리는 음이 울려대었다. 하늘은 몇분간격으로 자꾸만 울려대는 핸드폰의 문자메세지를 확인하였다. 처음엔 모르는 번호라 무시할까 싶었지만, 문자내용을 본뒤 하늘은 정체를 알수 없는 번호의 주인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안녕하ㅅㅓㅣ요,오ㅋ시 상아늘 씨 맛으ㅆ ㅣㅂ 니까?]11:40
[안녕하세요 혹시 장하늘씨 맞으십니까?]11:42
[죄송해요, 한국에 온지 꽤 됬는데 아직도 문자는 힘이드네요.]11:44
[아, 저는 그때 카드를 주어드렸던 사람입니다.]11:45
처음엔 의도를 알 수 없는 문자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시간차가 많이나는 나머지 문자에서 그의 세심한 배려를 하늘은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세번째 문자는 기호까지 있었던 탓에 쓰는데 어려워 했을 류가 생각나니 피식, 하고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네, 그나저나 저희 빨리 과제를 시작해야할건데 언제가 좋을까요?]11:37
[아무래도 한 1시쯤에 학교근처에 있는 커피빈에서 만나는게 좋겠네요.나중에 뵈요.]11:38
띵동- 자신이 문자를 보낸지 1분 조차 안됬는데 문자가 연달아 왔다는 사실에 류는 놀라었고, 심지어 그 문자가 길다는 것을 보고 또한번 놀라었다.만약 이 문자를 보낸사람이 자신이었다면 분명 2분넘게 걸렸을꺼라고 장담하는 류 였다.
"그나저나 과제라..주제가 뭐였지?"
"뭐, 밥부터 먹고 생각해 보지."
자신의 기억속에서 잊혀져버린 과제주제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당장 배고픈 자신의 배부터 해결하고자 하는 류 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시하고도 20분이 더지난 카페빈 안에는 그림자 코빼기도 안빚치는 류를 기다리는 하늘이 카페 구석에서 홀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었다.분명 전화, 문자 둘다 해봤지만, 단 한통도 받지않는 류에 하늘은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차있었다.
그렇게 차가운 커피로 열받은 머리를 식히고 있을때 쯤, 저 멀리 카페 입구에서 여유롭게 걸어 들어오는 류에 하늘은 더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다.
"하늘씨!!"
늦었으면 뛰어와야지 저렇게 세월아 네월아 걸어온단 말이야?! 하늘은 그만 자신의 화를 지체하지 못하고 그만 소리를 질러 버렸다. 그 덕에 류도 놀라고, 그 카페안에 있던 인파들에게 이목을 집중당할수 밖에 없었다.
금방 정신을 차린 하늘은 자신이 사람들의 이목을 받자, 얼굴이 빨게져 다시 자리에 않고 말았다.그러고는 자신에게 오는 류를 기다렸다.
"깜짝놀랐어요, 하늘씨 성량 꽤 큰데요?"
"이게다 당신이 늦께와..!!!"
얼굴에 철판을 깔았나, 늦게왔으면서 저렇게 뻔뻔하게 있을수 있는 류를 보며 하늘은 류가 다른 면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하였다. 하늘은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이게다 하늘씨 늦게와서 그런거잖아요."
"예? 전 일찍왔다고 생각했는데.."
"허, 저희 1시에 만나기로 했거든요?"
'예? 한시간뒤 아니었어요?' 얼빠진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자, 하늘이 자신의 문자를 보여주며 '1시에 만낙로 했잖아요.게다가 1시간뒤여도 12시50분쯤이거든요?' 라며 류를 구박했다.하늘은 정말이지 이 남자는 자신과 안맞는다고 생각하였다.
"죄송해요, 제가 그때 12시로 봤나봐요."
"하..됬어요.그럼 저희 과제 시작해요."
하늘은 류를 보며 '다음에는 문자를 꼭 잘 확인하세요'라고 간단한 충고를 해 주었다.그리고는 자신의 노트북을 키고 과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과제 파트너는 류, 류는 하늘이 하는 것을 멀뚱멀뚱 지켜만 보고있었다.
"뭐해요, 과제 안해요?"
"그..저희 과제가 뭐..에요?"
이럴수가! 늦게와서 적어도 과제는 알줄 알았더니 머리속이 아예 백지상태다! 충격을 받은 하늘은 정말 과제를 모르냐고 재차 확인했지만, 류는 수업시간에 조느라 못들었다고 머적히 웃을 뿐이었다.
"과제조차 모르다니..도대체 하늘씨 머리에 든건 뭐에요?"
"음..글쎄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일려나..?"
하늘은 신경질적으로 물었지만, 눈치가 있는건지 없는건지 류는 해맑게 하늘의 질문에 답을 하였다. 웃는 얼굴에 침 못밷는다는 말이 사실인지, 해맑게 웃는 류에게 하늘은 쓴소리를 해 줄수가 없었다.
"한국사에요.파트는 저희가 정해서 교수님께 매일로 보내드리면 되고요."
"아..그렇구나. 하늘씨는 어디하고싶어요? 고조선?삼국?아님 조선? 그것도 아니면..음.."
류는 고민을 하는가 싶더니 '제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일제강점..기?'라고 말하였다. 하긴, 일제강점기 시대는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 어색함을 가져다 주겠지만, 또 다른면에선 각기 다른 관점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하늘은 곰곰히 생각하다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다.
"류씨, 류씨는 왜 한국으로 왔어요? 일본도 교육이 나쁜편이 아닌데.."
"음...이유가 엉청 간단한데."
류가 들으면 실망할 수 도 있다고 머적히 웃어보였지만, 하늘은 궁금했다. 교육이라면 우리나라에게도 밀리지 않을법한 일본인데, 구지 우리나라에 왔어야 했을까? 어째서?하늘이 계속 궁금해 하던 그때, 류가 대답하였다.
"저희 형이 옛날에 한국을 2개월동안 잠깐 방문했었었거든요. 근데 그때 형이 보내준 한국 사진이 너무 이뻐서, 한국에 대해서 더 알고싶었어요.그리고, 저희와 다른관점에서 배우는 역사가 무지 궁금하기도 했었고."
"아..하늘씨 형이 있어요?"
"네, 아 지금 하늘씨랑 동갑이겠네요."
동갑이라..예전에 그녀석도 나랑 동갑이였는데..꾸욱- 기억하기 싫은 사람이 머리속에 떠올려지자 하늘은 손을 꽉 지었다.
"하늘씨는 뭐 형제나 자매 없어요?"
"있어요. 근데, 친하진 않아요."
"예?가족인데 안친해요?"
놀라는 류를 보며 하늘은 자신의 동생 혜성을 생각했다. 하늘의 집은 예전부터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집이라 여자인 하늘은 항상 동생인 혜성에게 밀렸다.솔직히 말해서 하늘은 동생인 혜성에게 밀리는것이 하나도 없었다.물론 체력적인 쪽에선 밀렸지만, 그래도 동생인 혜성보단 못하는 것이 거의 없었단 말이다!
그리고 귀하게 자한 동생은 성격조차 좋지 않았다. 집에서 워낙 왕자님 대하듯이 모시다 보니, 이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잘난 줄 알고, 자신의 말을 무조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자신의 동생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가족들은 상관을 쓰지않았고, 집에서 없는듯이 자라다보니 당연히 친하지 않은게 정상이었다.
자신이 살아온 환경을 생각하다 정말 초라하다고 느낀 하늘은 힘이빠진체 피식, 웃고 말았다.그 모습을 지켜보고있던 류는 말을 꺼내었다.
"그나저나 저희 과제 진짜 뭐로하죠 하늘씨?"
"흠..글쎄요, 조선시대는 이미 현정이네가 한다고 들었는데.."
"주제가 겹치면 별로 좋진 않겠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자, 하늘과 류가 동시에 한숨을 내밷었다. 머리가 둘인데도 주제하나 정하기 이렇게 힘이들다니. 한참 고민을 하고 있던 그때, 하늘에 머리에는 번뜩, 좋은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저..혹시 우리 일제강점기때를 주제로 해서 써보는게 어떨까요?"
그건 바로,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예민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일제강점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