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편의공작대(便衣工作隊) 1
“분대장님, 선임하사님이요!”
통신병 고장남이 소리쳐 불렀으므로 이광이 허리를 폈다. 개울가에서 웃통을 벗고 씻고 있던 참이다. 오전 7시 반, 닦지도 않고 벙커 안으로 뛰어들어간 이광(李光)이 핸드세트를 집어 들었다.
“충성! 병장 이광입니다.”
“야, 그쪽으로 공비 둘이 샜다.”
선임하사 강동수 중사가 소리쳐 말했다.
“거기 부진령 아래쪽 골짜기를 막아! 네 벙커에서 5백 미터쯤 내려가 있으란 말이다! 무슨 말인지 알아?”
“압니다!”
“그놈들이 B-7 지점에서 그쪽으로 튄 것이 30분 전이야!”
“그럼 두 시간이면 닿겠는데요?”
“또 옆으로 샐지 모르지만 골짜기를 탄다면 그쪽이다!”
“쏴 죽여요?”
“놈들이 투항하겠냐? 쥑여!”
“알았습니다. 충성!”
핸드세트를 고장남에게 건네준 이광이 이미 옆에 모여선 분대원들에게 소리쳤다.
“출동! 실탄 있는 대로 다! 벙커에는 감시 허 상병만 남고 벙커 앞에 집합! 3분이다!”
이광이 버럭버럭 소리쳤다.
“시발놈들아! 공비가 이쪽으로 튀었다! 살고 싶으면 빨랑 움직여!”
벙커 안은 당장 난리가 났다. 개울가에서 아침 식사 준비를 하던 취사담당 박 일병을 소리쳐 불렀고 선반에 올려놓은 반합이 떨어져 내리는 바람에 요란한 쇳소리가 났다. 그러나 아무도 떠들지는 않는다. 그동안 이런 비상이 수도 없이 걸렸기 때문이다.
편의공작대(便衣工作隊), 이것이 이광이 지휘하는 분대(分隊)의 명칭이다. 총원 9명, 강원도 향로봉 근처의 산속에 벙커 같은 토굴을 파놓고 생활하는 부대다. 1개 분대씩 첩첩산중의 요소에 파견되어 군복 대신 사복을 입고 생활한다고 해서 불려진 이름이다.
소속은 제22사단 직할 수색중대이고 대개 3킬로 거리를 두고 16개의 편의공작대 벙커가 흩어져 있다.
정확하게 5분 후에 벙커 앞 풀밭에 7명이 집합했고 곧 아래쪽 개울가로 6명이 출발했다. 벙커 감시는 산에서 굴러 다리를 삔 허상도 상병이 되었고 취사병 박봉기 일병이 주먹밥을 만들어 가려고 남았기 때문이다. 오전 7시 40분이 되어있었다.
“분대장님, 놈들 무장은 뭡니까?”
경기관총 사수 조백진이 물었으므로 이광이 머리를 저었다. 골짜기를 내려가는 중이다.
“몰라.”
“쏴 죽이래요?”
“아, 그럼, 뵈는 대로 쏴.”
“시발놈들이 도대체 몇 놈이나 내려온 겁니까?”
“내가 알아 이 새끼야?”
이광이 투덜거렸다.
“시발, 씻다가 말았네.”
“어?”
뒤에서 부분대장 양만호가 놀란 외침을 뱉었으므로 모두 돌아보았다. 양만호가 수통을 흔들어 보이면서 웃는다.
“물통 대신 소주통을 들고왔네.”
“이런 시발놈이.”
했지만 이광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올랐다.
“야, 이새끼야, 이리 내.”
이광이 손을 내밀자 양만호가 건네주면서 다시 빈손을 내밀었다.
“분대장님 물통을 주쇼.”
물통을 빼내 건네준 이광이 서둘러 발을 떼면서 정색했다.
“넌 오른쪽 끝을 맡아.”
“경기는 얻다 둘 겁니까?”
경기는 경기관총을 줄여 부른 말이다.
“네 옆에, 내가 사격하고 나서 쏘도록.”
“이거 오늘 밤 마을 내려가 보려고 했더니 글렀네.”
“이 새끼가 정말.”
“얼굴이나 보고 오는 겁니다.”
“병신아, 밤에 뵈기나 허냐? 괜히 폐병쟁이 가깝게 갔다가 병이나 옮겨오지 말어.”
“분대장도 한번 봤어야 합니다.”
어느덧 개울가 골짜기가 눈앞에 펼쳐졌다. 폭이 30미터 정도지만 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는 제법 거칠다. 바위투성이의 개울이어서 건너편으로 옮겨갈 수가 있다. 이미 눈을 감고도 훤한 지형이라 이광이 7명을 양쪽 골짜기에 2개 팀으로 나눠 배치하고 나서 손목시계를 보았다. 오전 8시 20분이다. 그때 옆에 붙어있던 통신병 고장남이 핸드세트를 내밀어 말했다.
“선임하사님요.”
소대장이 휴가를 가서 선임하사가 지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