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편의공작대(便衣工作隊) 2
핸드세트를 귀에 붙인 이광이 이제는 목소리를 낮췄다.
“예, 선임하사님.”
“야, 놈들이 C-3지점 위를 지나갔어! 바로 너희들 쪽이야!”
강동수가 소리쳤다. 긴장한 이광이 숨을 들이켰다.
“에이, 썅.”
“응? 뭐라고?”
“하필 왜 우리한테 옵니까? 그 시발놈들이 말입니다.”
“어?”
하더니 강동수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여졌다.
“이 새끼, 정말 웃긴다니까? 그래서 내가 널 좋아한다구.”
“C-3지점을 지났다면 능선을 타거나 그 밑 골짜기를 타거나 직빵 여기로 오겠네요.”
“내 말이 그 말이다.”
“에이, 씨발.”
“야 이 새꺄, 정신 차려.”
“시발놈들 잡으면 포상 갑니까?”
“응, 전원 1주일, 내가 보장한다.”
“그놈들 무기는요?”
“AK는 쥐고 있겠지.”
“수류탄은요?”
“있을 거다.”
“C-3지났다면 한 시간이네요.”
“네 뒤에서 2분대가 받쳐 주겠지만 너희들이 처리해야 돼, 몇 명이냐?”
“한 명 감시 남고 7명이요.”
“잡아라, 오바.”
“알았습니다, 오바.”
무선통신의 규칙이 있지만 제대로 통화만 하면 된다. 더구나 이광은 36개월 군복무 중 33개월째인 말년 병장이다. 소대 최고참 일반병 중 하나로 제1소대 3분대장인 것이다. 핸드세트를 던져준 이광이 소리쳤다.
“야! 놈들이 이쪽으로 온다! C-3을 지났으니까 한 시간 후에는 골짜기를 내려올 확률이 99퍼센트!”
세 군데의 시선이 모두 이광에게 모여졌다. 개울 좌우로 2군데씩 바위틈에 엎드려있는 것이다. 모두 엄폐에는 귀신들이어서 이광이 봐도 얼른 눈에 띄지 않는다. 이광이 앞쪽을 가리켰다.
“사각(死角)을 만들지 말고 좌우 경계! 발견하면 즉시 보고!”
그때 취사병 박봉기가 배낭을 지고 다가왔다. 아침 식사를 가져온 것이다. 뒤에서 다 들었으므로 박봉기도 서두르고 있다. 박봉기한테서 주먹밥을 받은 이광이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왼쪽 개울가는 소총수 백윤철 일병, 그 위쪽에 이광과 통신병 고장남이다. 오른쪽 개울 끝에 경기관총 사수 조백진 상병과 부사수 윤재동 일병, 그 위쪽에 부분대장 양만호 병장이다. 식사를 갖다 주고 오던 박봉기가 바위에 발이 미끄러져 물에 빠졌다.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하반신이 흠뻑 젖었다.
“병신.”
백윤철이 낄낄 웃었으므로 화가 난 박봉기가 투덜거리며 다가와 아래쪽에 자리 잡았다. 이제 왼쪽에 넷, 오른쪽에 셋이 은폐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고장남이 주먹밥을 씹다가 수통을 가지고 개울로 내려가 물을 받아왔다.
“분대장님, 잡으면 포상 갑니까?”
“보내주겠지.”
통신 내용을 들은 터라 고장남이 투덜거렸다.
“그놈들이 수류탄 던지면 골치 아파요. 3소대 1분대도 수류탄 때문에 당했지 않습니까?”
“이 새끼야, 그 전에 잡아야지.”
“지난번에 놓친 게 아까워요.”
고장남이 자꾸 말을 거는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무장공비가 동해안을 타고 내려온 것은 두 달쯤 전으로 그동안 27명이 사살, 2명이 생포되었다. 한국군은 2개 사단이 동원되어서 수색작전을 벌이는 중이었는데 주력부대는 동해안에서 서쪽으로 훑어가는 중이고 편의공작대는 그중에서 빠져나간 공비를 사냥하는 역할이다. 군 당국은 아직도 동해안 산악지대에 남아있는 공비를 20여 명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광이 M-1소총의 노리쇠를 당겨 실탄을 확인하고는 옆에 놓았다. 제2차 세계대전부터 한국전쟁 때까지 써온 M-1은 무겁고 길어서 산악전에는 불편하다. 그래서 편의공작대 주력 무기는 M-2 카빈 소총이다. 가볍고 탄창에 20발이 들어가는 데다 자동이어서 한꺼번에 20발이 발사되지만 이광에게는 마음에 안 들었다. M-1의 발사음은 굉장하다. 반동도 커서 어깨가 아프다. 그러나 정확했고 사거리가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