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편의공작대(便衣工作隊) 3
오전 9시 10분, 오른쪽 개울 끝의 경기관총 사수 조백진이 손바닥을 들었다. 비스듬한 위쪽의 이광이 그것을 보았고 곧 잔돌을 집어 아래쪽 백윤철에게 던졌다. 돌멩이에 등을 맞은 백윤철이 흠칫하더니 이광을 보았다. 이광이 앞쪽을 가리켰을 때 골짜기 위쪽에서 어른거리는 물체가 보였다. 사람, 공비다. 거리는 150미터 정도, 둘이다. 골짜기가 휘어져 있는 데다 바위투성이여서 둘은 개울가를 내려오는 중이다. 이제 모두 둘을 주시한 채 기다린다. 수없이 연습을 한 터라 긴장은 하지만 실수는 안 한다.
이광이 M-1의 가늠쇠 위에 앞장선 놈을 올려놓았다. 놈이 앞에 총 자세로 쥔 것은 AK소총이다. 30발들이 탄창까지 보인다. 놈은 헐렁한 검정색 점퍼를 입었고 검정색 바지, 등에 배낭을 메었다. 머리가 길다. 개울가 바위 사이로 상반신이 보였다가 사라지곤 한다. 이제 거리는 1백 미터, M-1 사거리 안이지만 못 맞추면 총격전이다. 이광은 70미터쯤 떨어진 피나무 밑을 과녁으로 삼았다. 그곳은 지대가 높은 데다 5미터쯤 은폐물이 없다. 놈들이 올라왔을 때 쏜다. 심호흡을 한 이광이 M-1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이 거리면 10발 중 9발은 맞춘다. 공비가 나타나기 전에 까마귀 사냥으로 닦은 솜씨다. 1백 미터 거리의 까마귀는 10발로 8마리는 잡았다. 개울물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있다. 경기관총 사수 조백진이 이쪽을 힐끗거린다. 조백진이 쥔 AR자동소총은 20발 탄창이 끼워져 있었는데 유효사거리가 5백이다. M-1처럼 산속에 어울리지 않는 총이지만 조백진이 애지중지한다. 발사음이 날카롭고 3초면 20발이 다 나간다. 놈들은 서둘러 내려왔는데 금방 가까워졌다. 피나무 바로 밑이다. 이광이 심호흡을 하고는 피나무를 겨누었다. 앞장선 놈을 쏘면 뒤 놈은 AR와 나머지 분대원이 요절을 낼 것이다. 그때 앞장선 놈이 피나무 밑으로 다가섰다.
“꽝!”
M-1의 발사음이다.
“꽝! 꽝!”
내친김에 두 발을 더 쏘았고 앞장선 놈이 벌떡 뒤로 몸을 젖히는 것 같더니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때,
“사카카카카캉!”
AR발사음이 터지면서 뒤쪽 사내가 사지를 뒤흔들며 주저앉았다.
“타타타탕! 탕탕! 타타타탕! 사카카카카카.”
7개의 총신에서 총탄이 쏟아졌다.
“티킹!”
이광의 M-1에서 빈 클립이 위로 튕겨 나가는 소리다. 이광도 이미 쓰러진 둘을 향해 총탄을 다 쏜 것이다.
“사격중지!”
M-1에 8발 클립을 끼워놓으면서 이광이 소리쳤다. 그러자 행동이 가장 느린 백윤철이 마지막으로 한 발을 쏘고 나서 총성이 그쳤다. 피나무 밑의 둘은 이제 움직이지 않는다.
“잡았다!”
몸을 일으킨 이광이 소리쳤다.
“경기관총만 남고 나머지는 앞으로!”
앞장서 올라가면서 이광이 다시 소리쳤다.
“시발놈들아, 이럴 때 조심해! 총구는 위로! 오발사고 조심!”
흥분상태에서 오발사고가 난다. 지난주에도 개울을 건너다가 윤재동이 미끄러지면서 오발사고를 일으켰다. 다행히 누가 맞지는 않았지만 옆에 있던 양만호가 식겁을 했다. 피나무 밑으로 다가간 이광은 두 사내가 숨이 끊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공비 맞다. AK자동소총, 점퍼 주머니에 든 수류탄도 보였다. 배낭을 멘 채 죽었다.
“야, 건들지 마!”
바짝 다가선 양만호에게 주의를 준 이광이 무선병 고장남에게 소리쳤다.
“소대본부!”
고장남이 서둘러 무전기를 켜더니 소대본부와 연결시켰다. 핸드세트를 귀에 붙인 이광이 소리쳤다.
“여긴 고구마 셋!”
“아, 무슨 일이냐!”
강동수가 대뜸 묻는다.
“갔어?”
“둘 잡았습니다!”
이광이 소리치자 강동수의 환성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게 정말이냐!”
“예! 둘 다 사살! AK 2정에 배낭도 짊어지고 있습니다. 점퍼 주머니에 수류탄도 있어요!”
“가만! 내가 중대에다 보고할 테니까 건들지 마! 기다려!”
강동수가 요란하게 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