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편의공작대(便衣工作隊) 4
헬기로 사단 작전참모가 날아왔다. 중령이다. 중대장 임정복 대위도 따라왔는데 흥분상태다.
“잘했다!”
작전참모가 경례를 올려붙이는 이광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칭찬했다.
“넌 훈장감이다.”
“감사합니다!”
참모가 늘어선 분대원들과도 차례로 악수를 했다. 골짜기에 헬기 3대가 착륙하는 바람에 소란했다. 참모가 데려온 수사관들이 공비 시체를 검사했고 소지품을 늘어놓더니 사진을 찍었다. 이광의 3분대원도 골짜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야만 했다. 헬기가 공비 시체까지 싣고 떠났을 때는 오후 2시쯤 되었다.
점심도 못 먹고 시달렸지만 분대원 중에서 배고프다는 병사는 없다. 다시 골짜기에 적막이 찾아왔고 고구마3 벙커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2개 매복 초소에 4명이 매복을 나갔으며 나머지는 밀린 빨래를 했고 잠을 자야만 한다. 하루 12시간 교대 근무인 것이다.
“분대장, 휴가 이야기는 없습디까?”
부분대장 양만호가 물었으므로 벙커 안에서 M-1을 분해 소제하던 이광이 머리를 들었다.
“선임하사가 알려주겠지.”
“고 상병이 들었다는데 지금은 작전 중이라 어렵다고, 2소대장이 그랬답니다.”
“시발, 말년에 피를 보는구만, 휴가도 못 가고.”
하긴 그렇다. 두 달 전부터 공비 출몰로 이광은 제대 휴가도 찾아 먹지 못하고 있다. 보통 때라면 한 달 전에 15일 휴가를 다녀왔어야 한다. 그런데 공비를 두 명이나 사살했는데도 포상 휴가도 안 준단 말인가? 벙커는 산비탈을 깎아서 만들었는데 아늑하다. 옆으로 비상통로도 만들었고 입구는 굽어져서 직접 공격을 당할 염려도 없고 불빛도 새나가지 않는다. 본래 6.25 때 만들어졌던 벙커를 다시 개조한 것이다. 양만호가 옆쪽 침상에 앉더니 이광을 보았다.
“분대장, 나, 오늘 저녁때 아래에 내려갔다 오면 안될까요?”
“이 새끼가 정말.”
이광이 눈을 치켜떴다. 양만호는 24세, 지난달 병장을 달았고 입대 27개월이 되었다. 이광보다 6개월이 늦다. 고졸, 서울에서 나이트클럽 웨이터로 근무하다가 입대, 눈치가 빠르고 붙임성이 좋지만 요령을 잘 피워서 이광한테 많이 맞았다.
양만호가 아래에 간다는 것은 3킬로쯤 아래쪽 마을이다. 화전민 4가구가 살고 있었는데 그중 한 집에 서울에서 온 여자가 있다고 했다. 부식 수령 하고 오다가 그 집에 들러 물 얻어먹으면서 여자하고 이야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광의 눈치를 본 양만호가 길게 숨을 뱉었다.
“휴가도 못 가고 미치겠습니다. 정말.”
하긴 양만호도 1년간 휴가를 가지 못했다. 본래 두 달 전에 가야 했지만 공비사건이 터진 것이다.
“얀마, 공비 잡았으니까 포상휴가는 틀림없어. 그러니까 기다려, 작전 중이라도 포상은 보내, 2소대장은 좃도 모르는 거야.”
이광이 길게 이야기를 했지만 자신 없는 표정이다. 그런데 오후 6시쯤 되었을 때 무전이 왔다. 선임하사 강동수다.
“야, 포상휴가 나왔다.”
대뜸 강동수가 말했다.
“휴가 준비해라.”
“포상휴가요?”
엉겁결에 말을 받았더니 벙커 안에 있던 양만호가 다가와 섰다. 강동수의 목소리가 벙커 안에 울렸다.
“근데 작전 중이라 한 명씩 보내야 돼, 그러니까 네가 선발해, 당장 내일부터 15일간씩.”
“한 명씩요?”
“그래, 글고 너는 1계급 특진이 될 것 같다.”
“아니, 말뚝 박으라구요?”
“그냥 하사야, 일반 하사 되는 거야.”
“일반 하사면 5년인데 나한테 2년 더 좃뺑이 치라고요?”
“야 이 새꺄, 하사 달고 석 달만 근무하고 나가는 거야, 이 새끼는 정말.”
“선임하사님이나 진급하시죠, 상사되어야 결혼하신다고…….”
“나도 될 것 같다.”
“아이고.”
“다 네 덕분이다. 내가 술 한잔 살게.”
“술만 사실 거요?”
“이 자식아, 오입도 시켜줄게.”
그러더니 통신이 끊겼으므로 이광이 옆에 서 있는 양만호에게 말했다.
“얀마, 너, 내일 휴가가, 휴가 준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