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편의공작대(便衣工作隊) 17
“꽝! 꽝! 타당! 탕탕탕!”
요란한 총소리에 벌떡 일어난 이광이 우선 발밑의 총기에서 M-1을 꺼내 쥐었다. 밤, 놀란 분대원들이 일어나고 있다.
“어디야!”
이광이 소리치자 벙커 감시근무자 백윤철이 트랜시버를 켜고 소리쳤다.
“1번! 1번! 2번! 2번!”
침상에서 뛰어 내려온 이광이 핸드세트를 귀에 붙였다. 그때 다시 총성.
“꽝! 꽝! 타타타타탕!”
핸드세트에 대고 소리치려던 이광이 눈을 치켜떴다. AR발사음이다. 그러면 2번 매복 초소다. 그때 트랜시버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허상도 상병이다.
“여긴 아냐! 2번이야!”
이광이 이어서 소리쳤다.
“모두 날 따라와!”
2번 초소에는 AR사수 조백진과 부사수 윤재동이 나가 있다. 둘은 항상 짝이다. 벙커 밖으로 뛰어나가면서 이광이 소리쳤다.
“우리가 간다고 해!”
밤 10시 반, 이곳에서 2번 매복 초소까지는 2백 미터 거리.
“꽝! 꽝! 사카카카카캉!”
다시 요란한 총성이 울렸고 이광은 맹렬하게 뛰었다. 1백 미터를 12초F으로 달렸던 실력이지만 군대 짬밥을 먹다 보니 체중이 87킬로로 늘어났고 속력은 줄었다. 다시 AR의 발사음.
“사카카카카캉.”
조백진은 20발들이 탄창을 지금 세 개째 내갈기는 것 같다. 1백 미터쯤 달렸을 때 다시 AR발사음을 들으면서 이광은 적의 대응 사격이 없다는 것이 궁금해졌다. 잡았는가? 대응해온다면 발사음이 들려야 옳다. 이광의 뒤를 양만호와 박봉기, 고장남이 따라 뛰었지만 벌써 20여 미터나 떨어졌다. 1번 매복 초소에는 허상도와 조영관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맨 먼저 달려간 이광이 소리쳤다. 암호다.
“하느!”
그때 초소에서 응답했다.
“님이!”
윤재동 목소리다. 이제 조백진의 AR발사음은 그쳤다. 초소 안으로 뛰어들어간 이광이 헐떡이며 물었다.
“뭐야?”
“지나갔어요!”
조백진이 총안으로 앞을 보면서 말했다.
“둘이요!”
“맞췄어?”
“모르겠어요.”
밤이었지만 별빛이 밝아서 전방 50미터 시야는 탁 트여졌다. 이곳은 골짜기 왼쪽 산비탈로 앞쪽 골짜기가 사각지대도 없이 펼쳐져 있다. 골짜기 양쪽은 가파른 바위로 높이가 수십 미터여서 앞쪽이 유일한 통로다. 공비가 서진령을 넘었을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이곳을 지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지나갔단 말이냐?”
이광이 눈을 치켜뜨고 묻자 조백진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돌아가지는 않았어요.”
“시발놈아, 그럼 지나간 것 아녀!”
이광이 버럭 소리쳤다. 놓친 것이다. 거리가 50미터 안이었으니 제대로 보기만 했다면 맞췄다. 공비는 무조건 사살이다. 공비들도 죽기 전에 안전핀을 뽑은 수류탄을 배에 깔고 죽는 놈들이다. 투항은 기대하지도 못한다.
“이런 시발, 그럼 B지역으로 갔는데.”
이광이 억양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B지점은 2소대 3분대 지역이다. 골짜기가 그쪽으로 뻗어 간 것이다. 어깨를 부풀린 이광이 초소에서 일어서면서 소리쳤다.
“눈깔 똑바로 뜨고 있어 시발놈들아, 디지기 전에!”
이광이 다시 벙커로 달려 돌아왔을 때는 5분쯤 후다. 초소에는 각각 분대용 PRC트랜시버 무전기가 있었지만 유효 거리는 3킬로 미만이다. 소대본부에 보고를 하려면 벙커 안에 있는 RPC-77 무전기를 써야 한다. 가쁜 숨을 허덕이며 소대장을 찾았더니 선임하사 강동수가 나왔다.
“뭐냐?”
“시발, 공비 둘이 2초소 앞을 지나 B지역으로 내려갔습니다!”
이광이 소리쳐 보고했다.
“쏘았지만 맞지 않았어요!”
“확실해?”
“예, 둘이요, 15분 전이요!”
“무장은?”
“못 보았습니다.”
“알았어!”
통신이 끊겼을 때 이광이 허리를 펴고 둘러선 분대원을 보았다. 이광은 그 표정들을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