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편의공작대(便衣工作隊) 18
다음날 오전 11시쯤 되었을 때 고구마3 벙커로 선임하사 강동수 상사가 찾아왔다. M-2 카빈에 권총, 수류탄 2발까지 찬 완전무장 차림이다. 강동수는 통신병과 호위병으로 소총수 둘까지 대동했다. 벙커 밑에서 기다리던 이광이 인사를 하고는 앞장을 섰을 때 강동수가 물었다.
“야, 어디가?”
“어디 가다니요?”
이맛살을 찌푸린 이광이 되물었다.
“2번 초소로 가 보시려는 것 아닙니까?”
“핏자국도 없다면서?”
“안보였어요.”
강동수가 통신병과 소총수들에게 말했다.
“야, 너희들은 벙커 가서 쉬고 있어.”
그들을 벙커로 올려보낸 강동수가 개울가 바위 위에 앉더니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내밀었다. ‘말보로’다.
“필래?”
담배를 받은 이광이 옆에 쪼그리고 앉자 강동수가 불까지 붙여주었다.
“아, 시발, 곧 겨울이구만.”
담배 연기를 길게 뻗으면서 강동수가 말했다. 강동수는 30세, 군 생활 10년째다. 중사 4년 만에 상사 달았으니 진급이 빠른 셈이다. 강동수가 머리를 돌려 이광을 보았다.
“너, 12월에 제대지?”
“70일 남았어요.”
12월 20일이 만 36개월이다. 그때 특명이 나와야 계산이 맞는다. 오늘이 10월 10일인 것이다. 다시 담배 연기를 뱉은 강동수가 이광을 보았다.
“조영관이를 꽉 잡았다면서?”
“어떤 시발놈이 또.”
“난 네가 잡을 줄 알았어.”
강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이광을 보았다.
“네 앞에서는 설설 긴다면서?”
“근무 잘해요.”
이광이 입맛을 다셨다. 주부식 수령하러 간 분대원들이 소문을 냈을 것이다. 그때 강동수가 반도 안 태운 담배를 버리더니 이광을 보았다.
“야, 어제 공비 지나간 것 말야.”
이광의 시선을 받은 강동수가 입술을 비틀고 웃었다.
“2소대한테 이야기 안 했다.”
눈만 치켜뜬 이광에게 강동수가 말을 이었다.
“시발, 소대장이 연락하지 말라고 하더구만, 이미 그쪽도 지나갔을지 모른다고 말이다. 물론 중대본부에도 보고 안 했어.”
“…….”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어, 2소대에서도 밤사이에 아무 일 없었잖아?”
“아, 시발, 그럼 아군 경계망 뚫고 서울 쪽으로 간 것 아뇨?”
“야, 서울이 옆 동네냐? 2백 킬로가 넘어, 이곳에서.”
“아니, 그렇다고…….”
“그놈들이 우리 소대 앞만 지나갔냐? 여기 2초소까지 오기 전에 3소대 지역, 그전에는 14사단 지역을 지나왔어.”
“…….”
“그놈들도 지나갔다고 연락 안 해주는데 우리만 놓쳤다고 보고 해봐라, 얼마나 골치 아프겠냐?”
“…….”
“당장에 헬기 타고 대대, 연대, 사단에서 날아와 왜 놓쳤냐고 지랄할 것 아냐? 너도 머리가 다 빠질 거다.”
“좃까는구만.”
“뭐라고?”
“다 좃깐다고 했습니다.”
“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이 새끼야.”
“그 말 하려고 오신 거구만요.”
“너 휴가 안 가?”
“휴가는 무슨, 돈도 없는데.”
“소대장이 곧 갈릴 거야.”
“그 시발놈이 그래서 문제 안 일으키려고 그랬구만, 좋은 데로 빠지려고.”
“얀마, 공비 그냥 보냈다고 해봐, 너도 걸려.”
“부식이나 많이 보내주쇼.”
“그러자.”
손목시계를 본 강동수가 이광의 어깨를 짚고 몸을 일으켰다.
“아이구, 이젠 돌아가야지.”
“여러 가지로 고생 많으쇼.”
따라 일어선 이광이 말하자 강동수가 입맛을 다셨다.
“애들 입단속 잘 시켜, 2소대 놈들한테 이야기 들어가면 골치 아파.”
“즈그들이 지 무덤 파겠어요?”
“2소대 놈들도 그냥 보낸 셈이 될 테니까 알아도 떠들지는 못할 거다.”
강동수가 벙커는 들르지도 않고 앞에서 얼쩡거리는 백윤철에게 소리쳤다.
“야! 소대본부 애들 내려오라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