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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라이트
작가 : 빛나라
작품등록일 : 2017.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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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귀환 (2)
작성일 : 17-07-31     조회 : 414     추천 : 0     분량 : 3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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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었다.

 총괄수사 책임자는 이 나라의 하나뿐인 왕제 데몬 퓨리어 아크나르였다.

 

 황성 수석 의원인 큐레인부터 황제의 침실을 한 번이라도 드나들었던 모든 의료진, 그리고 레노만 퓨리어 아크나르의 시중을 1초라도 들었던 적이 있는 모든 시녀와 시종까지 철저한 수사가 진행되었다.

 

 아마다스 제국의 황성 가장 살벌하고도 진실되어야 하는 곳.

 공개 심문장 판테온에 횃불이 밝혀졌다.

 돔 천장의 구멍으로 들어오는 하늘의 빛을 모아 신의 조각상을 비추는 이곳은 오로지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엄숙하고도 경건한, 그러나 벌 또한 분명한 살벌한 공개 심문장이다.

 둥근 원형의심문장 한가운데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으로 축 늘어져 있는 여인은 루나 아드레인.

 

 데몬이 황제의 침실로 들어섰을 때 물을 가져 왔다가 기절한 시녀, 루나 아드레인은 황궁 경비대 지하 감옥에 갇혀 있다가 심문장으로 끌려나와 딱딱한 의자에 앉았다.

 황족과 대법관, 재상과 수사관들이 심문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날, 그녀가 가져왔던 물에서는 아주 희미하게 독초인 비초의 냄새가 났다.

 비초는 동방제국의 끝자락 반도에서만 자라나는 야생초로 그 달인 물을 오랜 시간 소량씩 음독하게 되면 혈변, 각혈, 내장출혈, 고열, 환각 증상, 욕창 등의 신체 모든 기관이 피를 흘리며 썩어가게 된다.

 

 더욱 무서운 것은 전혀 그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

 독을 감별하는 도구에도 반응이 없으며, 혈액 샘플을 채취해 분석해도 아주 소량을 마시는 물에 섞었을 경우 확인되지 않는다.

 확인 방법은 단 한 가지.

 나트륨과 반응하여 은은하게 보랏빛으로 물색이 바뀌는데, 모두가 보는 앞에서 황제의 침실에 시녀가 놓고 간 물병에 소금을 넣고 흔들자 투명하던 물색이 보랏빛으로 바뀌었다.

 

 그 놀라운 장면에 판테온 내부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총괄수사 책임자인 데몬이 보랏빛 물이 담긴 물병을 들고 시녀 루나의 눈앞에 들이댔다.

 “비초, 흔적이 남지 않는 아주 귀한 독초지. 아마다스에는 자생하지 않는 귀하고 위험한 식물이다. 어디서 구한 것이냐?”

 

 데몬이 공포스러울 정도의 한기를 담은 저음으로 추궁하자, 루나는 달달 떨며 고개를 저었다.

 

 “저….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거짓말…….”

 

 데몬이 고갯짓을 까딱하자, 루나의 방을 샅샅이 뒤진 시녀 하나가 나무로 된 작은 상자를 가져왔다.

 그것을 본 루나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이래도 모른다고 잡아뗄 것이냐.”

 

 루나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빠른 속도로 눈동자가 불안하게 굴렀다.

 그녀의 눈동자가 애타게 누군가를 찾다가 심문장에 앉아 있는 공주 클레오의 얼굴에 머물렀다.

 클레오 공주는 루나의 얼굴을 차갑게 노려볼 뿐이었다.

 루나는 얼른 고개를 떨구었다.

 

 데몬이 손짓을 하자 시녀가 나무 상자를 열었고, 예상대로 그 안엔 말린 비초가루가 들어있었다.

 

 “일개 시녀인 네가 직접 이 독초를 구했을 리 만무하다. 배후가 누구냐.”

 

 루나는 다시 한 번 클레오 공주를 쳐다봤다가 떨리는 입술을 어렵게 열었다.

 “모…. 모함입니다. 누군가 저를 음해하려고 방에 가져다 놓은 걸 겁니다. 저는 처음 보는 물건입니다.”

 “또 거짓말.”

 “저...... 정말입니다. 모함입니다.”

 “저 상자에서 너의 지문이 천지였다. 다른 이의 지문은 없었어.”

 “하아......!”

 루나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증인 또한 있다. 네가 건낸 물을 시음하고 폐하께 전하던 기미시중 또한 폐하와 같은 증상으로 병가 중인 것을 확인했다.”

 

 루나는 계속 몰아붙이는 데몬의 압박심문에 덜덜 떨리는 이를 악무느라 입술에서 피가 났다.

 

 “어차피 너는 사형당한다. 황족 독살 시도로 연좌제도 적용되지. 너희 아드레인 남작 가문은 이 아마다스에서 영원히 증발된다.”

 “아아...... ”

 

 데몬이 집게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차갑게 덧붙였다.

 그의 마지막 공격은 끝까지 버티려던 루나를 무너뜨린 치명타였다.

 

 “너의 어린 아들이 공개 화형당한다 생각하니 나도 마음이 아프구나. 어미를 잘못 둔 죄로 그 작은 것이……. 쯧쯧.”

 

 “안 됩니다. 각하 저는 억울합니다!”

 

 루나가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아들의 이야기가 나온 순간, 그녀의 눈빛이 제정신이 아니었다.

 손발이 묶인 딱딱한 나무의자 아래로 공포로 흘린 소변 물이 누렇게 번져갔고, 처절한 몸부림으로 인해 손목과 발목을 되던 밧줄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 피가 뚝뚝 떨어졌다.

 

 “억울하겠지. 거역할 수 없는 누군가의 사주로 그리 했을 테지. 하나! 황제를 시해하려 한 그 잔혹한 시도는 처형을 피해갈 수 없다. 만약 네가 지금이라도 사죄의 뜻으로 배후를 밝힌다면 너의 가족들은 처형을 면하고 작위 박탈 후 아마다스에서 추방되는 자비를 베풀 것이다.”

 

 낮지만 차분한 음성으로 설득하는 데몬의 말에 루나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가난한 살림 탓에 제 아이를 홀시어머니인 아드레인 부인에게 맡기고, 황성으로 입궁한 그녀의 유일한 목표는 돈이었다.

 무슨 저주를 받은 것인지, 시아버지부터 남편에 이르기까지 모두 사망해버린 아드레인 남작가에 하나 남은 후계자, 자신의 아들이 떳떳하게 가문을 일으키도록 재산을 모으는 것.

 

 그녀에게 절대로 수락해서는 안 되지만 달콤한 검은 유혹이 다가왔다.

 평생을 황궁에서 일해도 모으지 못할 어마어마한 골드를 제시한 그 일은 황제께서 마실 물에 매일 조금의 약을 타는 것.

 

 처음엔 거절했다.

 성의 경비병 복장을 한 사내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제시했고, 그녀는 신고하겠다. 엄포를 놓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높으신 분이 은밀하게 자신을 찾는다는 쪽지를 받았다.

 그분은 무시무시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천천히 책을 읽듯 건조하게 말했다.

 

 - 아들이 있다지? 이 일을 맡아서 잘해낸다면 너의 아들이 가주가 된 아드레인 자작가는 앞으로 탄탄대로를 달리겠지.

 네가 거절해도 이 일은 진행될 거야. 그럼 너는 금화도 못 받고, 무시무시한 죄를 저지른 대가로 네 아들과 함께 화형 될 것이다.

 수락하든……. 거절하든……. 이 일은 네가 한 거거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

 그렇게 1년을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루약을 아주 조금씩 황제가 마실 물에 섞어 넣었다.

 황제가 점점 잔병치레하다 자리에 눕게 되고, 병세가 악화되자 루나는 매일매일 악모에 시달렸다.

 

 감옥에 갇혀 있는 지난밤, 의문의 쪽지가 감옥 안으로 날아들었다.

 모든 죄를 자백하고 혼자 처형당하라는 내용이었다.

 입을 잘못 놀린다면 역시나 아들도 죽이겠다는 협박이었다.

 

 루나는 갈팡질팡 하는 얼굴로 데몬과 클레오를 번갈아 쳐다봤다.

 

 배후를 밝히지 않으면 데몬의 말대로 연좌제를 적용, 멸문지화를 당한다.

 만약 사실대로 배후를 밝힌다면 자신을 부른 높으신 분의 지시에 따라 사랑하는 아들이 죽는다.

 

 이제 자신은 상관없었다.

 아들을 살려줄 사람은 누구인가.

 가장 어렵고 무서운 선택 앞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황성 같은 곳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었다.

 시녀 따위……. 아무리 많은 급여를 준다 해도 오지 말았어야 했다.

 

 데몬이 눈물을 흘리는 루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조용히 말했다.

 

 “시녀, 루나 아드레인. 퓨리어 아크나르 성을 걸고 약조한다. 배후를 밝힌다면 비록 아마다스에서는 추방되나, 다른 곳에 정착할 수 있도록 너의 아들은 이 나라의 대공이 후원하겠다. 이 정도의 배려를 받으려면 최소한 네가 강압에 의해 저지른 짓이란 것을 밝혀야 한다.”

 

 갈 곳 없이 흔들리던 루나의 눈에서 안도와 감사의 눈물이 폭풍처럼 흘렀다.

 데몬은 격한 그녀의 흐느낌이 잦아들도록 기다렸다.

 

 이윽고, 루나는 결심을 한 듯 결연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

 

 “각하의 말씀대로 배후를 밝힐 테니, 제 아들의 후견인이 된다는 말씀...... 꼭 지키십시오. 저에게 그 일을 시키신 분은……. 크헉!”

 

 데몬이 튕기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달빛이 떨어지는 신의 조각상을 스쳐 날카로운 화살이 루나의 가슴에 박힌 것이다.

 

 “신성한 심문장에 왠 놈이냐!”

 “죄인을 보호하라!”

 

 수사관들의 다급한 외침이 판테온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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