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
아내는 연애중
작가 : rain
작품등록일 : 2017.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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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작성일 : 17-06-25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8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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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눈을 뜨는 이수가 눈앞에 보이는 하얀 천장이 낯설다.

 그리고 어딘가 다급하고 시끄러운 말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익숙한 병원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자신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무혁이

 보인다.

 집앞에서 무혁과 마주치고 정신을 잃었던게 기억이났다.

 

 "정신이 좀 들어?"

 

 이수가 무혁의 말에 대답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앉는다.

 

 "의사선생님이 너 잠든 동안에 다녀갔어, 급체한거 같다고

 하던데."

 

 이수가 자리에서 일어서려하자 말리는 무혁.

 

 "기다려 내가 간호사 불러올게."

 

 무혁이 데려온 간호사가 이수의 팔에서 링거를 빼주고

  친절하게 설명을해준다.

 

 "처방약 있으시니까 수납하시면서 약 받아가시구요,

  그래도 불편하시면 내일 낮에 꼭 진료받으러 오세요."

 "네, 감사합니다."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하고 침대에서 내려서자 신발을

 챙겨주는 무혁의 친절함이 불쾌하다.

 

 "약받아올게 기다려,"

 "내가 할테니까 가요."

 

 무혁이 이수의 팔을 붙잡아 세운다.

 

 "기다려."

 

 단호한 목소리에 멈칫하고 그대로 서있는 이수.

 가버리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그것도 병원응급실에 진상을 떨수는 없어 무혁에 말대로

 기다려본다.

 약을 처방받고 이수가 있는 응급실 안으로 들어오는 무혁.

 이수는 창피하고 민망하고 숨고만싶었다.

 저 사람앞에 쓰러지다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걸을수있겠어?"

 

 이수가 무혁의 말을 무시하고 앞서 걸으며 응급실을 나선다.

 싸늘한 바람에 저절로 몸이 움츠러드는 이수의 어깨에

 자신의 외투를벗어 걸쳐주는 무혁.

 

 "던지지마, 비싼거야."

 

 '뭐야..지금 웃자고 하는소리야..어이가없어' 라고

 생각하는 사이 무혁이 차를 끌고 이수앞에 세운다.

 그리고는 드라마에 나오는 장면처럼 차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열어준다.

 

 "타."

 

 뚱한 표정으로 서있는 이수를 보고 무혁이 웃으며

 다정하게 얘기한다.

 

 "안잡아먹어, 집에데려다줄게"

 

 돈도없고 집까지 혼자 갈수있는 방법이 없는 이수는

 무혁의 말에 대꾸도 하지않고 조수석에 올라탄다.

 집에 가는내내 창문밖만 쳐다보고 있던 이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귀를 기울인다.

 이수가 대학생일때 유행했던 전람회에 취중진담.

 

 "이노래 기억해?"

 

 대답하진 않았지만 이수는 기억속에서 지울수 없었다.

 무혁이 이수에게 고백하며 불러주었던 노래였다.

 무려15년이나 지났다. 과거의 빠지지말자 이성적으로

 생각하자고 머리속에서 수없이 외쳐보지만

 무혁과 한공간에 있으니 미친가슴이 자꾸만 두근거리는것

 같아 두주먹을 불끈 쥐어본다.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고 차를 세우는 무혁이 이수를

 쳐다보며 말을 꺼낸다.

 

 "내려서 너 들어가는거 보고싶은데 그로면 너 도망갈것

 같아서,안내릴게."

 

 자꾸만 불쑥불쑥 들어오는 무혁이 이해할수 없다.

 

 "..오늘은 고마워요."

 

 정면만 응시한채 무혁에게 고맙다 말하는 이수.

 

 "저번에도 그렇게 말했던거 같은데."

 

 괜히 짖궂게 말을 하는 무혁이 얄미워 이수가 고개를 돌려

 무혁을 바라본다.

 

 "한가지만 물어볼게요."

 

 무혁이 뭐든 물어보라는듯이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무슨생각으로 이러는거에요?"

 "뭘, 말이야."

 "미란이네 가게에서 그랬죠, 나 만나러 온거라구. 왜요?

 이제와서 왜, 왜 만나러 온건데요?"

 

 무혁이 쉽게 입을 열지 못한다.

 

 "대답하지 않아도 되요, 어차피 안보면 그만이니까."

 

 이수가 거칠게 문을열고 차에서 내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파트 안으로 걸어들어간다.

 쉽게 대답할수 없는 무혁은 그저 이수의 뒷모습만

 바라보고있다.

 .

 .

 

 

 

 

 

 오늘도 혼자일어나 밥을 먹고 혼자 출근준비를 하고

 배웅해주는 사람없이 집을 나서는 태웅

 이수가 떠나고 혼자있게되면 사색에 빠지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옆자리에 잠이 덜깬채 누워있는 이수가

 없어서 허전하고,

 마주앉아 오늘의 날씨나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며 같이

 밥을 먹는 이수가 없어서 외롭다.

 출근준비를 할때면 늘 넥타이를 골라 매주던 이수의 손길이 그립고..

 집에 돌아왔을땐 세상 제일 기쁜 표정으로 반겨주는 이수가

 보고싶은건 참을수없다.

 그래도 이 시간을 잘 견뎌보려고 한다.그렇게 기다리면

 다시 이수가 돌아올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랜만에 대학친구놈에게 연락이왔다.

 이수가 있을땐 친구들과도 자주 만나지 않았다.

 그시간엔 늘 이수와 영화를 보거나 산책을 하거나 둘이서

 보내는 시간에 치중했다.

 자꾸만 튕기면 모임에서 제명시키겠다는 친구의 협박에

 퇴근을하고 약속장소로 향하는 태웅이다.

 청담동이나 압구정에 있는 고급바가 아닌 고기굽는 냄새가

 가득한 허름한 식당.

 문이열리고 들어서는 친구를 보고 욕이 먼저 나가는

 중년아저씨들.

 태웅도 오랜만에 그 시절로 돌아가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인다.

 배도 불룩 나오고 딱봐도 아저씨냄새가 풍기는 경섭과

 탈모가 시작되면서 이마가 훤히보이는 윤식.

 그리고 이번에 늦둥이를 낳았다는 다둥이아빠 진태까지

 모두 태웅의 의리있는 친구들이다.

 

 "참 늦둥이 아빠된거 축하한다!"

 

 태웅의 축하에 대놓고 좋아할수가 없는 진태.

 

 "큰놈들 다키워놨는데 갓난쟁이 키울려니 와이프가

  고생이지뭐."

 

 태웅이 아이를 갖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건 모두가

 알고있다.

 

 "아직 소식없는거지?"

 

 조심스럽게 묻는 윤식과 눈치를 보는 경섭.

 

 "어, 아직없네, 난 상관없는데 와이프가 원하니까"

 "그래, 너무 걱정하지마~생길거야~내가 뉴스에서 봤는데

  20년만에 아이갖은 부부도 있더라"

 

 경섭의 말을 거들어 보태는 윤식

 

 "그래~맘편하게 먹어~사람뜻대로 되냐 하늘이

  내리는거 라잖아."

 "자자, 그런의미에서 건배~"

 

 경섭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위해 건배를 제안한다.

 자신을 위해 일부러 이런저런 말들을 해주는 친구놈들이

 고맙다가도 씁쓸한 마음은 지울수가없다.

 .

 .

 

 

 

 어제의 체기가 조금은 남아있는지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먹고 저녁이되어서야 허기가 지는 이수가 냉장고 문을

 열어보지만 먹을것도 없고물도 거의 떨어져간다.

 한 동네에 그것도 같은 아파트에 산다고 매일 마주치는건

 어렵겠지,생각하다가도 '내가 왜 그딴인간을 신경써야하지' 라고

 생각하며 옷을챙겨입고 집을 나선다.

 그래도 밖으로 나오며 이쪽 저쪽을 살피는 이수.

 낯익은 모습이 보이지 않자 안심하고 걸어나온다.

 마트로 가는길이 이렇게 길었었나 싶을 정도로 조바심

 나는 이수의 걸음이 점점 더 빨라진다.

 마트에 들어가서 필요한 물건만 쏙쏙 골라담아 계산대에

 올려놓는다.

 뭐마려운 강아지마냥 발을 동동거리는 이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마트직원의 눈빛따윈 상관없는듯

 계산이 끝나자 급하게 검은 봉지를 들고 마트에서 나온다.

 누가보면 나쁜짓하고 도망다니는 여자로 보기 딱 좋다.

 아파트입구에 다다랐을즈음..

 

 "한이수!"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낯익은 목소리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모른척 앞만 보고 걷는 이수의 옆에 어느새 무혁이 다가와

 발을 맞춰걷고있다.

 

 "뭐좀 먹었어?"

 

 무혁이 떠들던 말던 무시하고 빠르게 걷는 이수.

 

 "너랑 더 놀고싶었는데, 이제 바빠질것같아."

 

 무혁의 말에 기가막힌 이수가 제자리에 서서 무혁을

 노려본다.

 그리고는 '말을말자.' 하고 생각하며 다시 걷기시작한다.

 

 "나 다음주부터 강의 나가, 내가 말안했나? 교수로 스카웃

  되서 한국온거."

 

 이수는 무혁이 주저리 주저리 자신의 옆에서 떠드는데

 짜증이치민다.

 

 "내가 한국에온 첫번째 이유는 아니지만."

 

 106동 코너로 들어서려는 이수의 손목을 붙잡아 세우는

  무혁.

 

 "이거놔요~!!"

 "첫번째 이유가 뭔지 듣고싶지 않아?"

 "내가 그걸 왜 들어야하는데요."

 

 무혁에게 잡힌 팔을 빼려고 안간힘 써보지만 역부족이다.

 

 "소리 지를꺼에요!"

 

 이수가 무혁을 매섭게 노려본다.

 

 "첫번째 이유..너야."

 

 이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미x놈.'

 

 "..어제 그랬지, 왜 널 만나러 온거냐고.."

 

 이수는 괜히 뜸들이는 무혁에 모습에 덩달아 긴장한다.

 

 "..사랑하니까"

 

 눈빛이 싸늘하게 변한 이수가 무혁의 팔을 뿌리치고

 뒤돌아걸어간다.

 다시금 쫓아가 이수의 팔을 붙잡아 세우는 무혁의 눈앞에

 번개가 번쩍였다.

 

 "그럼,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지!!"

 

 자신도 이렇게 얼얼한데 이수의 손은 얼마나 아플까

 생각하고 고개를 돌려 이수의 얼굴을 들여다보는데

 금방이라도 흘러내릴듯 눈물이 고여있다.

 

 "내가 그렇게 매달렸는데!! 가지말라고 매달리는데도..

  나버리고 갔잖아, 나한테 어떻게 그래!!"

 

 이수가 검은봉지도 내팽개 치고 주먹으로 무혁의 가슴을

 있는 힘껏 내려친다.

 무혁이 흥분한 이수를 끌어안아 품에 가둔다.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이수가 무혁을 세게 밀치고 멀찌감치 떨어진다.

 

 "..다시는..아는척하지마요."

 

 이수가 흩어져있던 봉지를 챙겨들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간다.

 .

 .

 

 

 

 친구들과 한잔 두잔 주고 받다보니 취기가 제법오른 태웅.

 일찍 집에 들어가야한다는 태식과 다음날 와이프

 생일이라며 두손드는 경섭 덕분에 술자리는 생각보다

 빨리 끝이났다.

 기러기아빠인 윤식은 배신자 놈들이라고 주접을 부리

 태웅에게 미안하다면서

 태웅이 잡아준 택시를 타고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혼자남은 태웅도 택시를 기다리고 서있다.

 현석을 부를만도 하지만 내일은 오랜만에 쉬는 주말이라

 가족들과 보내고 있을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않았다.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않는 택시에 지쳐갈때즈음

 택시가 아닌 앳된 소녀가 다가왔다.

 

 "아저씨, 돈있어요?"

 

 이 시간에 길거리에서 다짜고짜 돈이 있냐고 물어오다니

 황당한 태웅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되묻는다.

 

 "뭐라고?"

 "돈 없어요?"

 

 짧은 단발머리에 앳되보이는얼굴,태웅의 눈에는 고등학생

 으로 보인다.

 

 "쪼끄만게 어디서, 너 어느학교 다녀!"

 "없음 말지, 왜 신경질이야"

 

 되려 태웅에게 신경질을 내고 쿨하게 뒤돌아 가버린다.

 가는줄 알았던 여자가 다시 뒤돌아서 태웅에게 소리친다.

 

 "나 고등학교 졸업했고, 어린애 아니거든요!!"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이고는 뒤돌아 뛰어가버린다.

 

 "..요즘애들 무섭다니까.."

 

 5분정도 더 기다려 택시를 타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텅빈집에 아무도 반겨주는 사람 없이 고요하다.

 핸드폰을 들어 이수에게 전화를 걸어볼까 고민해보지만

 이미 밤 12시가 지나가고있는 시간.

 전화를 포기하고 그대로 쇼파에 누워 잠이들었다.

 .

 .

 

 

 

 

 거의 밤을 지새우고 동이 트기도전에 발코니에 나가

 커피를 마시고 있는이수.

 어젯밤 무혁의 말이 자꾸만 머리에서 떠나질않는다.

 어이가 없었다.

 사랑한다니..무려 15년이나 지났다.

 먼저 이별을 원한 사람도 무혁이였다.

 애원하고 매달리는 이수에 마음을 짓밟아놓고 사랑한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

 .

 .

 15년전..

 이수와 무혁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캠퍼스 커플이였다.

 함께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동아리방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수업이 날이나 특별한 날에는 명동이나 신촌같은곳에서

 데이트를 하는 평범한 여느 연인들과 다르지않았다.

 비극은 소리없이 찾아왔고, 둘 사이를 갈라놨다.

 

 어느날부턴가 차갑게 변한 무혁은

 동아리 모임이 있던날 같은과 동기였던 부잣집 외동딸

 유미와 다정한모습으로 이수와 친구들 앞에 나타났다.

 어리고 순수했던 이수는 마음에 크게 상처를 받았다.

 무혁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화도내고 달래도 보았다.

 하지만 이수에게 돌아오는건 무심한듯 뱉어내던 말들.

 '지겹다', '착한척그만해라' 차라리 욕을 하라며 이수에게

 소리치는 모습은 이수가 알던 무혁이 아니였다.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날..

 동아리방에 모여서 심각한 얘기를 주고받던

 미란과 영철 그리고 또 다른 선배들과 동기들은

 이수의 등장에 모두가 입을 닫아버렸다.

 

 "왜그래?무슨일있어?"

 

 아무것도 모르고 묻는 이수가 가여운 미란이 차마 말을

 하지못한다.

 옆에서 보다못한 영철이 입을 연다.

 

 "..무혁이 유학간댄다.유미랑같이.."

 

 이수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것같았다.

 친구의 슬픔에 울먹이는 미란이 이수에게 다가선다.

 

 "지금 장난하는거지, 미란아?"

 "이수야.."

 

 미란이 아무말도 하지못한다.

 

 "짐정리 한다고 갔어,내일당장 떠난데, 빨리가봐."

 

 이수가 영철의 말에 동아리방을 뛰어나간다.

 그리고 학교 근처에 자취를 하는 무혁의 집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쉬지않고 뛰어가면서도 이수는 생각했다.

 날보면서 항상 웃어주던 그 미소로 장난이라고

 거짓말이라고 말해주길..

 하숙집앞에 도착하고 허름한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무혁이 방에서 필요없는 짐들을 꺼내고있었다.

 자신을 보고도 못본척하는 무혁에게 다가가는 이수

 

 "지금..뭐하는거야?"

 "보면몰라, 짐정리하잖아."

 

 이수를 쳐다보지도 않고 무심하게 말을 하는 무혁.

 이수가 무혁의 팔을 잡아 자신을 보라고 당긴다.

 

 "왜 이러는건데, 갑자기 유학은 무슨소리야?"

 "들은 그대로야, 내일 떠나."

 "왜 이러는지 얘기를 해줘야 할거아니야!! 그냥 이렇게

  가면 끝나는거야?"

 "그만하자 이수야, 나 그냥 보내줘.."

 "제발..그러지마.."

 "왜이렇게 못알아들어!! 이제 너 필요없다고!!"

 "..가지마.. 난 어떡하라고, 제발.. 가지마, 내가 잘할게..

  내가 다 잘못했어, 그러니까 나 버리지마.."

 

 이수의 얼굴이 눈물에 모두 젖었다.

 애처롭게 매달리는 이수의 모습에 무혁이 고개를

 돌려버린다.

 

 "제발..제발!!지겹다고!! 니가 나한테 뭘 해줄수있는데,

 나 유학보내주고 집사줄수있어?!"

 

 이수가 무혁의 뺨을 세게 때렸다.

 

 "그러니까 제발 좀 가라..부탁이다.."

 

 이수의 얼굴도 쳐다보지 못하면서 독한말을 뱉어내고는

 대문을 걷어차고 밖으로 나가버리는 무혁.

 눈물이 넘쳐 숨을 쉴수가 없고, 걸을수 없는 이수가 자리에

 주저앉아목놓아 울어버렸다...

 그렇게 무혁과의 인연은 끝이났다..

 ....

 

 

 

 

 

 책상앞에 앉아있는 무혁은 빛바랜 사진을 손에 들고있었다.

 예전처럼 돌아갈수 없는걸 잘 알고있다.

 하지만..

 15년동안 잊어본적없었다.

 성공해서 내힘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수있을때

 꼭 돌아와서 이수에게 다시 시작하자고 할생각으로 힘든

 타국생활을 버텼다.

 그때일은 분명 자신의 잘못이다.왜 그런 선택을 할수 밖에

 없었는지 모두 얘기해주려고 했다.

 

 그런데 너무 오래걸린걸까. 자신을 벌레보듯 바라보는

 이수에 마음을 어떻게 돌려야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미 다른 사람의 여자가 된 이수를 되돌릴수 없다.

 그런데 문득..이수가 혼자 살고 있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무혁이 외투를 챙겨들고 집을 나선다.

 

 

 

 

 

 

 

 

 커피를 마시고도 밤새 한숨도 못잔 탓에 쇼파에 누워

 쪽잠을 자는 이수를 깨우는 초인종소리.

 비몽사몽 반쯤 감은 눈으로 비디오폰 화면을 들여다보는데.

 태웅이 찾아왔다.

 이수가 현관으로 나가 문을 열어준다.

 문이열리고 이수의 얼굴을 보고 태웅이 웃으며 말한다.

 "바람쐬러가자."

 

 도심을 빠져나와 한적한 길로 들어서는 태웅의 차.

 

 "오늘 날씨좋네."

 

 출발한지 30분만에 처음을 말을 꺼내는 태웅.

 

 "바람쐬고, 당신좋아하는 파스타 먹으러 갈까?"

 

 이수가 애쓰는 태웅의 얼굴을 쳐다본다.

 혼자 지내서일까, 기분탓일까 태웅의 얼굴이 까칠해진것

 같다.

 

 "그래요."

 

 오랜만에 이수와 함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날아갈것 같은 태웅의 입이 귀에 걸려있다.

 .

 .

 

 

 

 카페로 들어오는 무혁의 모습에 마음을 굳게 먹는 미란.

 

 "선배, 이시간에 왠일이에요?"

 "어, 카피마시러"

 "이쪽으로 앉으세요,"

 

 무혁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무슨꿍꿍이로 찾아온건지 대충은 알것같은 미란이 커피를

 무혁의 앞에 내려놓는다.

 

 "영철선배 만나기로 한거에요?"

 "아니, 미란아, 너한테 물어볼게 좀 있어서"

 

 미란이 그러면 그렇지라는 속마음을 숨기고

  '아무것도 몰라요'하는 표정으로 무혁의 앞에 마주앉는다.

 

 "뭐가 궁금한데요?"

 

 무혁이 뜸을 들이다 입을 연다.

 

 

 "..이수가 혼자사는거 같아서.."

 "선배, 그전에 제가 먼저 물어볼게요. 이수 왜 만나러

  온거에요?"

 

 무혁은 되려 자신에게 물어오는 미란의 질문에 대답을

 찾지못했다.

 

 "설마 이제와서 이수 마음 돌려볼 생각인거 아니죠?"

 "글쎄.."

 "그러는거라면 이수친구로서 선배한테 충고하나 할게요"

 

 표정마저 비장한 미란이 말을 이어간다.

 

 "이수한테 그러지마요, 선배 그렇게 떠나고 이수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선배는 모르잖아요."

 "..그땐 나도 어쩔수 없었어."

 "아뇨, 그런 비겁한 변명하지마요,무슨이유에서든

  이수한테 그러면 안되는거였어요,밝은척, 괜찮은척,

  슬프지않은척, 하는거 옆에서 지켜보는게 얼마나

  마음아픈줄 알아요? 최소한 받아들일 시간은 줬어야죠.."

 

 미란의 말에 아무말도 할수없는 무혁.

 

 "저는 선배가 이수 흔들어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해드릴수 있는 말은 그게 다에요."

 

 어쩌다 이지경이 된걸까..시간을 돌린다면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수 있을까,

 그랬다면 나와 이수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자신에게 물어보지만 답을 내놓을수가 없다.

 ..

 ..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강가를 거닐고 이수가 좋아하는

 파스타를 먹으러 자주 오던 둘만의 단골 레스토랑.

 태웅이 항상오면 먹던대로 음식을 주문한다.

 야외테라스에 앉아 주변의 풍경들을 감상하기 더없이

 좋았다.

 

 "요즘은어때?"

 

 태웅의 질문에 고개를 돌려 태웅을 바라보는 이수.

 

 "마음은 좀 편해졌어?"

 "네, 좋아요."

 

 사실 무혁의 등장으로 이수는 마음이 복잡하다.

 그렇다고 태웅에게 티를 낼수는 없다.

 

 "난 언제까지고 여기서 기다릴거니까, 당신이 좋으면

  언제든 다시 와도 되. 그게 1년이든 10년이든,

  나 기다릴게."

 

 저렇게 바보같은 사람이 있을까..

 이수는 되려 태웅에게 죄책감이 든다.

 

 "네.."

 

 ..

 ..

 

 

 

 집앞에 도착하고, 고단했던걸까, 잠이들어 일어나지

 못하는 이수.

 혹시 추울까 자신의 겉옷을 벗어 이수에 몸에 덮어준다.

 30분이 더 지나서야 이수가 일어났다.

 

 "깨우지그랬어요"

 "너무 곤히 자길래 안깨웠어."

 "미안해요."

 

 이수가 벨트를 풀고 태웅의 옷을 고이접어 태웅에게

 건넨다.

 

 "피곤했나봐, 들어가서 따뜻한물에 목욕하고 자."

 "네, 조심해서가요."

 "응, 들어가."

 

 이수가 차에서 내려 태웅의 차가 아파트를 나가는걸

 확인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미란을 만나고 난뒤, 영철을 만나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무혁.

 이미 많이 마셨는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만마셔 임마 취했어~"

 "나 안취했어 임마~"

 

 무혁이 술잔을 들어 입에 털어넣는다.

 

 "이제 그만해라."

 "뭘 그만해"

 "이수 놔주라고, 네가 이래봐야 이수 너 안쳐다봐."

 

 영철의 말에 또 한잔 마시는 무혁.

 

 "언제까지 그럴거야 새X야, 내가 그랬지!!그냥 이수한테

  다 얘기하라고!!"

 "..쪽팔리게 어떻게 그러냐 새X야.."

 "그럼 이제와서 이러지는 말아야할거아니야~"

 

 무혁이 깊은 한숨을 내뱉는다.

 

 "야 영철아.. 나 이수 너무 보고싶다."

 "미XX끼.. 정신차려."

 "너무 보고싶어서~힘들어도 참고 또 참고 버텼는데.."

 

 영철이 무혁의 말을 듣고만있다.

 

 "영철아, 이수 좀 불러줘.."

 

 막무가내로 이수를 불러달라는 무혁을 보고있자니

 오래전 무혁이 자신에게만 해준 얘기가 생각난다.

 영철은 무혁의 비밀을 이수에게 모두 털어놓고 싶다.

 그렇다한들 둘 사이에 변하는건 없다. 하지만 세상에

 둘도없는 나쁜X 이라는 소리는

 듣지않을것같다는 생각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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