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도착한 나는 비굴하지만, 어머니 뒤로 숨었고, 찌개를 옮기시던 어머니는 내가 갑자기 숨자. 의아한 듯 물어보셨다.
“유하야 왜 그러니? 엄마가 찌개가 좀 뜨거워서 그런데 잠시 이거 놓고 숨으면 안 되겠니?”
이름 : 임세진.
나이 : 41세.
성격 : 차분.
취미 : 독서.
‘일단 여기서 나가는 거야. 최대한 힘을 모은 다음에 가족들을 찾으로 가야겠어.’
“어? 오빠는 질리지도 않아? 도대체 몇 번째야. 일부로 그러는 건지 바보인건지.. 또 언니 옷갈아입는데 들어갔어? 변태!”
이름 : 한유아.
나이 : 17세.
성격 : 너무 활발.
취미 : 수다?
‘오빠 어디 있어.... 엄마. 아빠 언니..’
어머니는 느긋한 말과 함께 정말 뜨거우신지, 찌개를 내려놓기 위해서, 식탁으로 가져가셨고, 나는 그 뒤를 졸졸 따라갔다. 유아는 역시 끝까지 나를 놀리고 있었고, 나는 유아에게 두고 보자는 눈빛을 보낸 뒤, 누나를 피해 어머니 옆에 앉았다.
어느새 내려왔는지 누나는 나를 째려보다가 아버지에게 눈을 돌려 신경질 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 역시 누나가 무섭기는 한 듯, 화재를 살짝 다른 곳으로 돌린 뒤 눈을 돌리셨고 누나는 어머니에게 도와달라는 듯 눈빛을 보냈다.
“어머니! 유하 봐요! 어머니가 오냐오냐하니까 유하가 계속 저러는 거잖아요”
누나의 말을 들은 어머니는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시더니 웃으며 아버지에게 눈을 돌리셨다. 어머니의 눈빛을 받은 아버지는 약간 움찔 하셨지만 곧 안심하게 되셨다.
“여보. 이렇게 있으니까 옛날생각 나네요. 그쵸? 그러고 보면 그당시 고아였던 저를 당신 아버지께서 양녀로 받아주셨는데, 양녀로 받아들인 아이와 자신의 아들이 서로 좋아하게 되어서 결혼을 하게 되었잖아요?”
“그렇구료. 여보. 하지만 지금 여기서 그런 소리를 할....”
어머니는 고아이셨다. 그런 어머니를 양녀로 받으신 게 할아버지이다. 그렇게 할아버지의 집으로 온 어머니는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빠져버렸으니 원.. 할아버지도 나에게 옛일을 설명해 주실 때에는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고 하시니까.
“흠흠! 뭐 얘기는 이정도 하고, 일단 밥 먹자꾸나. 찌개가 식겠어. 아 그리고 이번에 가족여행가는 거 말이다. 아빠가 생각해 봤는데 아빠 회사쪽에 캠핑카가 있으니까. 그걸 타고 여행을 다니자꾸나.”
이름 : 한유환.
나이 : 45세.
성격 : ???
취미 : 아들과 낚시.
‘왜지.. 왜 나 혼자.. 나 혼자 살아난 거야! 여보. 애들아..!’
얘기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내일 아침 9시에 기상. 각자 씻고, 옷가지와 필요한 것을 챙긴 뒤, 거실로 모이면 아침을 빠르게 먹고, 아버지가 가져오시는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뭐 어디로 갈지는 정하지 않았고, 아버지 말로는 일단 강원도로 빠진 다음에 구경 좀 하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뭐 일주일로 여행을 잡아서 시간을 넉넉하니까. 재미있게 놀고오자는 아버지의 배려일 수도 있겠다.
따르르르릉!! 일어나 임마! 학교가야...
탁
“으음..........”
이 알람 정말 시끄럽다. 방학인데 학교가라니 학교라는 말만 들어도 짜증나는 데 말이다. 아 뭐 하여튼 깨워준 건 고맙다 시계야.
시계 덕분에 일어난 나는 일단 샤워를 했고, 가서 입을 옷가지와, 씻을 도구 디카 핸드폰 충전기 같은 걸 챙긴 뒤 거실로 향했다. 거실로 간 나는 깜짝 놀랐다. 물론 난 일찍 일어났다. 시계덕분에 9시 정각에 일어나서 씻고 필요한 걸 챙기니 10시 20분쯤 되었는데, 가족들은 이미 나를 빼고 아침을 먹고 있었다. 정말 이렇게 까지 배신감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앗! 치사하게 뭐야? 나도 부르지!”
내가 빠르게 식탁에 앉아서 숟가락을 들며 말하자 아버지는 담담하게 말씀하셨다.
“늦게 일어난 자. 먹지도 말라고 했다. 밥을 주는 것도 고맙게 생각해.”
저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무슨 속담을 바꾼 것 같은데 말이야. 하여튼 나는 이미 반쯤 밥을 먹은 가족들을 째려보면서 빠르게 밥을 먹기 시작했다. 차를 가지로 가야하는 아버지는 제일 빨리 드신 뒤,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아빠는 차가지고 올 테니까. 그동안 밥 빨리 먹고 짐 옮겨 놔라. 유하야.”
“네.네.”
왜 나냐고 말하려고 했지만 아버지가 ‘남자니까.’ 라고 하시면 할 말이 없는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밥을 먹는 것에 집중했고, 아버지는 츄리닝을 대충 입으신 뒤 차를 가지러 가셨다.
밥을 다 먹은 유아는 친구들한테 자랑하겠다고 자신의 방으로 사라졌고, 누나는 어머니를 도와서 설거지를 한다고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나 혼자 짐을 옮겨야했다.
혼자 이 많은 짐을 다 옮겨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혼자 중얼중얼 거렸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결국 짐을 다 밖으로 옮긴 나는,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다음에 담배를 꺼내서 물었다.
치익...
뭐랄까? 언제부터 어떻게 무슨 이유로 폈는지 기억도 안 나는 담배의 익숙한 맛. 솔직히 맛없다. 처음에는 그냥 호기심. 지금은 끊을라고해도 힘들다. 한심하다 정말. 담배를 다 피운 나는 입냄새를 제거하기 위해서 껌을 꺼내서 입으로 가져갔다.
“나도 껌 하나만 줄래?”
“아. 응. 응? 어?”
아버지였다. 깜짝 놀란 나는 일단 손부터 숨겼고, 재빨리 껌을 씹기 시작했다. 물론 왼손으로 아버지에게 껌을 주고 말이다. 껌을 받은 아버지는 무덤덤하게 씹으시더니 나에 한마디 말씀하셨다.
“나는 아들이 나보다 빨리 죽는 거 싫다. 조금만 펴라.”
젠장. 뭐라고 대꾸할 말이 없었다. 뭐 이정도로 넘어가는게 다행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 뒤에 가져오신 것 같은 캠핑카가 있었고, 내가 대꾸를 못하자 아버지는 묵묵히 짐을 옮기시기 시작하셨다. 물론 나도 도우기위해서 짐을 들은 건 당연한 얘기고
아버지랑 나는 짐을 다 옮긴 뒤에, 집으로 들어가서 가족들은 불렀다. 다들 준비가 끝났는지 다 같이 밖으로 나오셨고, 우리가족은 차에 하나둘씩 탔다.
“그럼 일단 강원도 쪽으로 가다가, 휴게소에 들려서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하자꾸나. 인스턴트 좋아하는 너희들이 불만은 없겠지?”
휴게소라.. 음. 나는 음식점 들려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싶었는데, 뭐 찌개나 그런 종류 말이다. 휴게소에서도 그런 건파니까. 일단 아버지의 말에 동의하기로 했다.
“응. 아버지. 아버지가 쏘는 거지? 마음껏 먹어야겠다.”
“오빠. 그건 당연한 거지. 집안에 가장이신 아버지께서 설.마 우리에게 따로따로 돈을 내고 사먹으라고 하겠어? 그치. 언니?”
설마라는 말을 강조한 유아의 말 이였다. 이런 말하기 싫다만, 우리 집은 돈에 예민한 집이였다. 자신이 필요한 물건은 자신의 돈으로 사야하는 건 물론, 용돈은 일절 없었다. 뭐 등록금 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야 하나?
“당연하지. 아무리 쪼잔 하신 아버지라도, 설마 여기까지 와서 각자 돈으로 사먹으라고 하겠어? 용돈도 주지 않아서 나이어린 우리들이 알바를 해서까지 번 돈을 설마 여기까지 와서 쓰라고 하겠어? 그렇지요. 어머니?”
은근이 말투를 강조하는 누나에 말에 아버지는 살짝 움찔하셨다. 뭐 요즘 알바는 모든 학생이 다 하니까 상관없지만 말이야. 누나 지금 누나 나이가 몇인데 나이어린이라는 말을 쓰고 싶어? 라는 말이 목구멍 까지 넘어왔지만 죽고 싶지 않은 나는 그 말을 다시 삼켜야했다.
“어머. 설마 너희 아버지에게 얻어먹으려는 거니? 물론 너희 아버지께서 쪼잔 하시기는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각자의 돈으로 사먹자고 할 사람은 아니지 않니? 물론 아직 어린 너희들이 알바 하는 것이 이 엄마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단다. 하지만 어쩌겠니? 각자 벌어서 먹고 살아야하는 우리 집인데. 그런 너희들과 엄마에게 설마 여기서 까지 각자의 돈으로 사먹으라고 하겠니? 안 그래요? 여보?”
역시 어머니는 강하다고 해야 하나? 아버지의 편을 들어주시는 거 같으시다가, 누나와 유아에게 살짝 웃음을 보이시더니, 반전을 일으키시다니. 어떻게 보면 어머니가 우리 집의 최강이라고 볼 수 있었다.
“내가 쏠게..”
저 말이 내가졌어. 라고 들린 건 나만이 아닌 거 같은데 말이다. 뭐, 하여튼 아버지가 쏘기로 했으면 나야말로 대 찬성. 오랜만에 맘껏 먹어야겠다. 뭐 예전에도 맘껏 못 먹은 건 아니지만 말이다.
이렇게 사소한 대화가 계속 이루어진 우리 가족은 어느새 휴게소에 도착했고,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정해서 아버지에게 말한 뒤 음식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 사이 유아는 언제 받았는지 만 원짜리 한 장을 들고, 호두과자를 사겠다고 나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물론 두말할 것도 없어 아버지의 표정은 뭐 씹은 표정이 되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