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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유희
작가 : 심성보
작품등록일 : 2017.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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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가족 유희
작성일 : 17-10-30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4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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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여기서 주무시면 안돼요.”

 

 

 

  높은 톤의 여자목소리가 들렸다. 조금 더, 조금만 더 자게 내버려 두지. 조금만 더 내가 꿈속에서라도 가족들을 볼 수 있도록 자게해주지. 괜히 간호사가 미웠다.

 

 

 

  “하아..”

 

 

 

  역시 꿈이 아니었다. 아무 말 없이 누워있는 딸들과 내 앞에 보이지 않는 아내와 아들. 보고 싶었다. 미치도록 누군가가 아내와 아들, 딸의 모습을. 시끄럽게 내 옆에서 떠들어주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내 전제산을 다 줘서라도 보고 싶었다.

 

 

 

  “저기.. 한 선생님?”

 

 

 

  시끄러워. 시끄럽단 말이다. 간호사인 당신이 뭘 안다고. 지금 내 불행을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하나도 모르는 주제에 나를 왜 부르냔 말이다.

 

 

 

  “한 선생님.”

 

 

 

  내가 답을 하지 않자. 간호사는 나를 다시 한 번 불렀다. 귀찮았다. 혼자 있고 싶었다. 아니. 누워있는 딸들과 지금도 힘들 딸들과 조용히 쉬고 싶었다.

 

 

 

  "왜 그러시죠?“

 

 

 

  빨리 대답하고 여기서 나가주길 바랬다.

 

 

 

  “한 선생님. 회사에 가셔야죠. 회장님인 선생님께서 자리를 비우시면 가족 분들은 물론 회사 분들도 힘들거에요.”

 

 

 

  회사? 가족들은 날 걱정하겠지만 회사 사람들이 날 걱정한다고? 오히려 좋아하겠지. 정확한 후계자가 없어지니까. 자신들에게 기회가 돌아오니까. 나에게 미친 듯이 뇌물을 줄 것이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휴가 받았습니다. 제가 없는 동안은 대리자가 알아서 일을 처리할 것입니다. 이미 끝낸 얘기입니다. 나가주세요.”

 

 

 

  불필요한 말을 하기 싫었다. 괜히 입만 피곤할 뿐이지. 나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 이야기들 아닌가? 하지만 이 간호사는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냥 그 쓸데없는 입으로 나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시끄러워...

 

 

 

  “어제부터 한 끼도 안 드셨잖아요. 그러다가 한 선생님께서 쓰러지시겠어요. 뭐라도 드셔야죠.”

 

 

 

  “됐습니다. 그만 나가주세요.”

 

 

 

  “하지만 식사를..”

 

 

 

  짜증났다. 왜 계속 내 앞에서 말을 거는 거지? 내가 듣고 싶은 목소리는 가족들 목소리인데 왜 계속해서 내 앞에서 말을 거는 거야.

 

 

 

  “나가라고! 왜 괜히 와서 참견이야! 제발.. 제발! 딸들과 조용히 함께 있게 해달란 말이야. 당신이 뭘 안다고! 당신이 뭘 아는데 나한테 참견이야! 지금 내 심정을 알아? 내가 가자고 한 여행이 우리 가족을 죽였어! 내 아내와 자식들을 죽였다고, 여행 때문에 그렇게 행복해하던 가족들을 내가 죽였단 말이야! 나가. 나가란 말이야!”

 

 

 

  빨리 나갔으면, 빨리 나가버렸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더 이상 저런 어린 간호사에게 화를 내기도 싫었다. 더 이상 말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러니. 그러니 제발 나가달란 말이야..

 

 

 

  그때 누군가가 병실로 들어왔다. 최 의사. 나와 친분이 있는 의사였다. 내 딸들의 직속 의사. 의사지만 내 딸들을 잠에서 깨우지 못한 의사.

 

 

 

  “저 간호사 빨리 대리고 나가! 최 의사. 빨리 대리고 나가란 말이야!”

 

 

 

  “.........”

 

 

 

  내가 소리를 질렀지만, 최 의사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왜 저러지? 지금 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5년간 친구처럼 만난 최 의사가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 건가?

 

 

 

  “최 의사... 제발. 제발 부탁이야. 저 간호사 대리고 나가줘. 나를 딸들과 조용히 있게 해줘..”

 

 

 

  “한 회장. 왜 그러나..? 여기에 나와 자네 말고 누가 있다고 그러는 겐가..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서 와봤더니, 자네는 허공에 소리를 지르고 있고, 뭐가 어떻게 된 것인가. 좀 쉬어야해 한 회장..”

 

 

 

  아무도 없다고? 분명 간호사가 있었는데? 나에게 계속 말을 걸던 간호사가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최 의사.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니. 여기에 자네와 나 뿐이라니..

 

 

 

  “최 의사. 저 간호사가 보이지 않는 겐가? 저 간호....”

 

 

 

  더 이상 입이 벌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너무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던 유아가 아까 그 간호사가 서 있던 자리에 서 있었다.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딱 봐도 내 딸 이였다. 내 딸 유아..

 

 

 

  “유아야.. 유아야!”

 

 

 

  “왜 그러나? 한 회장! 한 회장?”

 

 

 

  갑자기 내가 벌떡 일어나서 딸에게 다가가자. 최 의사는 나를 말리려고 했다. 왜 말리는 거지? 저렇게 유아가 살아서 서 있는데, 최 의사를 뿌리친 나는 유아에게 다가가서 유아를 그렇게 꼭 안아주고 싶었던 유아를 안았다.

 

 

 

  “유아야.. 흑.. 우리 유아야..”

 

 

 

  유아였다. 딸이 살아있었다. 내 사랑스런 딸이 살아있었다. 유아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머리카락 때문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 머리카락을 넘겨주면 되는 거야. 넘겨서 보면 되는 거야.

 

 

 

  “이봐. 한 회장. 왜 그러나? 거기에 유아가 어디 있다고..”

 

 

 

  최 의사가 뭐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대답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유아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예전 같았으면 싫어했을 유아가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유아의 머리카락을 넘기고 유아의 얼굴이 자세히 봤다. 녀석 울고 있겠지. 엄마와 오빠는 어디 갔고, 언니는 왜 저런데 누워 있느냐. 이런 질문을 하겠지. 유아에게 모든 걸 알려주기로 결심한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유아야. 충격 받지 말고 들어. 엄마와 오빠는 그때의 사고로 하늘로 올라갔어. 유라는 곧 깨어날 거야. 봐. 이렇게 유아 너도 깨어났잖니?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아빠랑 기다리자꾸나. 알겠지?”

 

 

 

  “......어.”

 

 

 

  “응?”

 

 

 

  “당신이 우리를 죽였어.”

 

 

 

 

 

 

 

 

 

 

 

 

 

  “당신이 우리를 죽였어.”

 

 

 

  유아가 원망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며 눈물을 흘리며 얘기했다.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곤 눈을 깜박이자. 유아의 몸과 머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유..”

 

 

 

  “당신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어. 언니를 저렇게 만들었어. 엄마와 오빠를 죽인거야. 그래놓고 당신만 무사하기를 바라는 거야?”

 

 

 

  “유아야.. 흑.. 유아야. 아빠가 미안해. 아빠가..”

 

 

 

  유아가 나를 원망했다. 하지만 살아있는 게 어딘가. 내 앞에 이렇게 서 있는 것만 봐도 이렇게 행복한데.

 

 

 

  “한 회장!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유아가 어디 있다고 그러는 거야? 아까부터 왜 허공에 대고 눈물을 흘리는 거야! 자네가 찾는 유아는 저기에 누워있질 않은가?!”

 

 

 

  “최 의사.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 딸이 여기. 바로 여기 내 앞에서 서 있는데. 비록 피가 묻어있었지만, 피쯤이야 닦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한 회장.. 정신 차리게.. 정신 차리란 말일세!”

 

 

 

  최 의사가 와서 나를 흔들어 깨우려고 했다. 무슨 짓인가 이게. 내 딸이 바로 앞에 있는데 정신을 차리라니. 내 정신을 말짱하기만 한데.

 

 

 

  “닥쳐! 최 의사! 나가! 꺼지란 말일세! 자네가 그러고도 의산가? 빨리 나가란 말이야!”

 

 

 

  최 의사에게 처음으로 화를 내봤다. 친구 같은 이였는데 지금은 너무 미웠다. 싫었다. 최 의사는 내 말을 듣더니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무언가 불안한 기분이 들었지만 상관없었다. 그때 최 의사가 약간은 슬픈 목소리로 땅을 보며 말했다.

 

 

 

  “그런가? 하지만 이것만 알게 한 회장. 지금 자네 앞에는 아무도 없어. 나도 그 간호사도 사랑하는 딸인 유아도.”

 

 

 

  “무슨 말 하는 겐가.. 이렇게 내 눈앞에 유아가 있는데.”

 

 

 

  “곧 깨닫게 될 거야. 한 회장.”

 

 

 

  그 말을 남긴 체 최 의사는 사라졌다. 어라? 분명 문이 열리지 않았는데. 상관없어. 내 딸만 유아만 있으면 되는 거야.

 

 

 

  “유아야..”

 

 

 

  유아를 불렀지만 유아는 그저 웃으면서 잔인하게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큭큭.. 당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야? 지금 당신 앞에는 아무도 없어. 간호사도 그 최의사도 나도. 모두 당신이 힘든 것을 참지 못해 부른 거야. 환상이라고.”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유아야?”

 

 

 

  “안녕. 지독한 고독을 맛보길 바라.”

 

 

 

  환상?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유아야. 이 아빠가 아무리 미워도 환상이라니. 간호사와 최 의사. 그리고 유아 너까지 환상이라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 딸이 아닌 거야? 내 사랑스러운 딸이 아닌 거야?

 

 

 

  “너.. 내 딸이 아니야.”

 

 

 

  그렇다면. 내 딸이 아니라면.

 

 

 

  “꺼져. 사라져 버리라고.”

 

 

 

  지금 당장.

 

 

 

  “꺼지라고? 사라져 버리라고? 당신 아직 못 느끼고 있나본데? 원래부터 당신 앞에는 아무도 없었어.”

 

 

 

  눈을 깜박이자 주위에는 또 아무것도 없었다.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어두운 병실만 보일 뿐. 누워서 자고 있는 유라와 유아만 보였다.

 

 

 

  “으윽.. 으..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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