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밤새도록 걸었다. 아공간에 여분의 야영장비가 있긴 했지만 추적자를 따돌리려면 최대한 거리를 벌려야한다.
렉스는 묵묵하게 앞서나가면서 생각을 계속했다.
어디로 가야 할까? 지금가고 있는 방향은 잘 모르겠지만 북쪽으로 가면 아벤자작령이 있을 것이다. 남쪽으로 내려간다면 수도 칼리덴, 서쪽은 ‘끝의 산맥’ 동쪽은......
‘동쪽엔 뭐가 있었지?’
분명 중간규모의 도시가 하나 있었을 텐데 그 이름이 기억나지는 않았다.
아벤자작령으로 들어가는 건 최악, 수도로 가는 것도 들킬 확률이 너무 높았다. ‘끝의 산맥’은 이리스를 데리고 넘을 수 없을 테니 아예 예외로 두었다. 하지만 지금 동쪽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하루가 지나고 밤이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렉스는 먼저 천막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고 이리스는 천막에 기대서 불침번을 섰다. 작은 모닥불을 피워놓았지만 밤의 추위는 아직 쌀쌀했다.
“렉스......듣고 있어?”
“......”
지금의 자신을 보며 이리스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녀에게 먼저 불침번을 세운 것은 새벽시간이 더 춥기 때문이지만 자신이 그녀를 미워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도시로 가면 용병을 할 거야”
“......”
용병이라 합당한 선택이다. 검을 조금 다룰 줄 아는 그녀가 할 만한 일이라고는 전문적으로 마물을 사냥하는 마물사냥꾼이나 용병일 정도인데 세력을 일구려면 아니 복수를 하려면 용병이 더 적합했다.
서걱 서걱
“?”
천막 밖에서 무언가 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뭘 하고 있는 거지?
“나 정말 강해질 테니까 렉스는 같이 있어 줄 거지?”
“네가 노스가드의 후계자로서 합당한 자격이 있다면”
말을 하면서도 너무 몰아붙였나? 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정도로 그녀가 절망한다면 그냥 그녀를 포기하고 혼자 도망치는 게 나을 것이다.
“꺄아아아악!”
천막 밖에서 갑자기 그녀의 비명소리가 들려오자 렉스는 천막을 열어 재끼고 뛰쳐나왔다. 이리스는 얼굴을 부여잡고 눈밭을 구르고 있었다.
“습격입니까? 적은?”
“으으으......”
이리스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렉스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고 그녀를 붙잡았다.
“아......”
무어라 말할 시간도 없었다. 렉스는 아공간주머니에 보관되어 있던 포션을 꺼내서 그녀의 얼굴을 치료했다.
“이리스 아가씨......도, 도대체 무슨 짓을......”
염색되어 있던 찰랑거리는 금발은 목덜미 아래로 싹둑 잘려나갔고 왼쪽 얼굴은 화상으로 흉하게 일그러졌다. 포션으로 치료를 하긴 했지만 화상에 의한 흉터는 가지고 있던 물약으로는 완치시키기 힘들어보였다.
“이리스 노스가드가 아니야 내 이름은 니케”
그녀의 눈동자는 녹슨 갑옷처럼 무뎌져있어서 어쩐지 멍한 빛까지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 그게 복수가 끝날 때까지 내 이름이야”
“알겠습니다.”
“아니잖아 복수가 끝날 때 까지는 난 당신의 제자가 되겠어. 더 이상 날 배려해주지마”
“...알겠다.”
그녀에게는 아직 다른 사람에게 적의를 담을 수 있는 독기가 부족했다. 늑대에게 쫒기는 토끼처럼 도망치고 또 도망쳐왔다. 유일하게 남은 자신이 떠날 것처럼 압박해오니 그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을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에게는 좀 더 시간이 필요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렉스도 그녀를 쫒는 추격자들도 그녀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렉스는 그녀를 먼저 재우고 불침번을 서기 시작했다.
일주일 후 그들은 어느 도시에 도착했다. 외부로 나간 경험이 적었기에 도시의 이름은 알 수 없었다.
“거기 둘 멈춰라”
“무슨 일 입니까?”
경비병이 그들을 멈춰 세우자 렉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뜨기처럼 말했다.
“이름과 도시를 방문한 목적을 말해라”
“제 이름은 렉스입니다. 이녀석은 니케, 제 제자입니다.”
“도시를 방문한 목적은?”
“아! 용병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거기 그 녀석이 두르고 있는 그거 벗겨봐”
니케의 얼굴에는 두꺼운 천이 둘러져 있었다. 아무래도 그게 수상해보였나 보다.
“저기 이 천은 사정이 조금 있어서......”
“수상한데 가만히 있어”
병사는 이리스에게 다가가서 천을 확 재꼈다.
“......미안하군. 반역자의 딸이 도망쳤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여행자들은 다 확인하라고 상부에서 지시가 있었다.”
그녀의 얼굴을 가까이서 바라본 병사는 불쾌함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그녀에게 사과했다. 니케는 담담하게 천을 다시 얼굴에 감았다. 다른 사내가 무어라 했지만 그는 전혀 아니라는 듯 고개를 두어 번 젓고 원래 위치로 돌아갔다.
“괜찮습니다. 그럼 이제 성으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들어가라”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고 도시로 들어간 두 사람은 곧바로 용병길드로 향했다. 지루한 표정으로 카운터에 턱을 괴고 있던 사내는 두 사람을 보고는 눈을 반짝였다.
그럴싸해 보이는 검과 마수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갑옷을 보니 또 직업 전향자가 온 듯싶었다.
“흠...신입인가?”
북부에서 용병길드를 찾는 것은 용병이 되고 싶은 사람이나 원하는 물건이 있는 상인들뿐이다. 북방을 수호하는 귀족들은 가진게 얼마 없기에 지속적인 지출을 요구하는 용병들을 고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족해진 급료에 만족하지 못하는 기사들이 용병이 되고자 찾아오는 경우도 많았다.
“용병으로 등록을 하고 싶습니다.”
“자네는 검 좀 휘둘러본 것 같은데 옆에 녀석은 뭐지?”
“일단 제 제자입니다. 한 사람 몫은 할 수 있을 겁니다.”
“......”
“얼굴도 안 보고 패를 발급해줄 수는 없는데”
니케는 천을 걷고 얼굴을 내보였다. 그동안 험한 얼굴을 많이 봐왔기에 용병길드장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거 보기 흉하군. 빨리 다시 가려. 너는 동패 그리고 저 녀석은 목패 두 개 합쳐서 25실버”
렉스가 돈을 지불하자 길드장은 서랍을 뒤적거려서 용병패를 건네주었다. 목패는 옻칠을 해놔서 그럭저럭 볼만했지만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은 동패는 녹슬어서 한구석이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여기 길드에 있는 의뢰는 저쪽에 보이는 게 다야 제대로 된 일거리를 구해보려면 동쪽의 네스트나 서부로 가보라고”
길드장은 벽 한 편을 가득 채우고 있는 종이들을 가리켰다. 대부분이 어떤 마물의 가죽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나 호위를 구한다는 내용으로 되어있었다.
“흠 뭐가 좋을까?”
“괜히 엄한 거 고르지 말고 등급에 맞는 걸로 골라라 아무리 신입이 많이 와도 함부로 죽는 건 잠자리가 사나우니까”
렉스가 꼼꼼히 용지를 살피고 있을 때 니케가 먼저 한 개의 종이를 벽에서 떼어냈다.
“스승님 이걸로 하는 게 어떻습니까?”
“그걸?”
니케가 가져온 종이는 살인범의 현상수배서였다. 등급은 동패부터 보수는 1골드, 술집에서 만취한 상태로 우발적으로 살인을 하고 도망친 제이크라는 이름의 사내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어제 도시 남쪽에 있는 숲으로 도망쳤다는 내용이었다.
“다시 사람을 죽여보고 싶어”
그녀는 길드장에게 들리지 않도록 작게 속삭였다. 렉스는 종이를 때어 내며 말했다.
“이걸로 하지”
“그 녀석 살인은 처음인가보지? 재주만 된다면 나쁘지 않겠군. 남쪽 숲은 마물은 없지만 곰이나 늑대정도는 돌아다니니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용병이 된다면, 가문의 복수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람을 죽이는 걸 피할 수 없다. 그녀도 아마 그 점을 생각하고 있으리라
두 사람은 바로 남쪽 숲으로 향했다.
폭풍이 지나가고 난 후의 숲은 고요했다. 바닥을 덮고 있는 눈은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신비하게 까지 느껴지는 아름다운 관경이지만 그녀가 이곳에서 해야 하는 일은 살인
“싸움은 너 혼자 해라 찾는 것 까지만 도와주겠다.”
“알겠습니다.”
말투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무뚝뚝했지만 마음속으로는 긴장되었는지 연신 손에 쥐고 있는 단검을 매만졌다.
“겨울 산은 몸을 숨기기 좋지 않아 분명 동굴이나 별장 같은 게 있으니까 이쪽으로 도망쳤겠지”
렉스는 숲 너머로 보이는 산을 가리켰다. 니케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그 방향을 향해 이동했다.
겨울의 숲은 고요했다. 길드장 사내의 경고와 달리 늑대나 곰과 마주치는 일은 없었으며 간혹 사슴무리가 보였을 뿐이다.
“이 근처 같군.”
렉스는 토끼를 잡는 올가미 덫을 발견했다. 덫에는 토끼 한 마리가 걸린 체 버둥거리고 있었다.
“죽여 봐라.”
“알겠습니다.”
니케는 단검을 쥔 자세로 토끼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토끼는 그녀가 다가오자 불안해졌는지 더 크게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니케는 한손으로 토끼의 목덜미를 잡고 단검을 서서히 토끼에게 들이밀었다.
“망설이지마.”
“......”
손에서 토끼의 온기가 느껴졌다. 버둥거림, 피의 따뜻함, 털의 부드러운 감촉 그녀의 단검은 목덜미 앞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아얏!”
토끼는 니케의 손을 물었다. 재빨리 손을 빼냈지만 그녀의 손에서는 선홍빛을 띠는 핏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한 번만 도와주지”
렉스는 그녀의 뒤로 다가와서 그녀의 양손을 붙잡았다. 한 손으로는 토끼를 붙잡고 반대쪽 검을 들고 있는 손을 꽉 잡고는 그대로 단검을 내리찍었다.
“으으......”
“지금의 감각에 익숙해져라”
날카로운 칼날이 물렁거리고 따뜻한 살점을 파고들어가는 감촉, 렉스는 되도록 천천히 칼날을 토끼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 그만 내가 할 테니까”
그날 촛대를 내려찍을 때는 너무 순식간이라 또 마음이 급했기에 이 감각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날붙이가 고깃덩어리 속으로 꿀렁꿀렁 파고들어가는 불쾌한 감각......
니케는 단검을 뒤로 빼려고 했지만 렉스가 손을 꽉 붙들고 있었기에 단검은 점점 더 토끼 안으로 파고들었다.
끽 끽
토키의 버둥거림이 빨라졌다. 렉스는 슬슬 끝낼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단숨에 단검에 힘을 주었다. 단검은 금세 토끼를 파고들었고 등가죽을 뚫고 나왔다. 그제야 렉스는 니케의 양 손을 놔주었다.
“사람을 죽여야 할 때도 그렇게 망설일 거냐?”
“......아닙니다.”
“네가 말했지 넌 이리스가 아니야 니케다.”
“명심하겠습니다.”
잠깐 당황했다고 렉스에게 반말이 나왔다. 이젠 그래선 안됐다 그녀는 제자고 그는 스승이니까 그가 지금 가르쳐 주는 일은 분명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한 것들이다.
그녀의 손에는 붉은 피가 잔뜩 묻어서 따뜻한 김을 내뿜고 있었다.
“거기 누구요 왜 남의 사냥감을 챙기는 거요!”
저 멀리서 한 사내가 보였다. 등에는 활을 매고 있었고 그들을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내의 외모는 수배서에 있던 인상착의와 똑같았다.
“저자군. 가서 죽여라”
수배서에 있던 내용에 따르면 평범한 사냥꾼에 불과했다. 미약하지만 오러를 다룰 줄 아는 그녀라면 충분히 죽일 수 있다. 그녀가 망설이지만 않는다면
“길드에서 보낸 놈들이냐 나, 나는 아무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사내는 왔던 길로 다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니케는 그를 향해 달려갔다. 그녀가 달리는 속도가 훨씬 빨랐기에 두 사람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오, 오지마!”
제이크는 도망치는 것을 포기하고 활의 시위를 당겼다.
“더 다가오면 쏠 거야”
나름 숙련된 사냥꾼인지 그의 화살은 정확하게 니케를 겨누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망설여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녀는 겁먹지 않고 그대로 돌진했다. 제이크는 예상외의 상황에 당황했는지 잠깐 주춤 했다가 활을 쏘았다. 화살은 빗나가지 않고 니케의 어깨에 박혔지만 그녀는 달리는 기세를 잃지 않고 제이크의 복부를 내려찍는데 성공했다.
“커헉, 사, 살려줘”
“윽”
그녀의 검은 움직이지 않았다. 화살이 박힌 어께가 타는 것처럼 뜨거웠지만 그것이 그녀의 검을 멈춘 원인은 아니었다. 생명을 해친다는 죄악감 그것이 그녀의 검을 꽉 붙들고 멈춰세우고 있었다.
토끼를 잡을 때와는 또 다르다. 심장의 조금 아랫부분을 찔렀는지 두근거리는 박동이 손을 타고 자신의 심장까지 흐르는 것 같았다. 끔찍한 감촉에 검을 다시 뽑아내고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제이크는 아직 살아있다.
“그, 그건 실수였어. 나...나는......난 나쁘지 않아! 살려줘”
기분 나쁜 피가 단검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손이 떨려온다. 이 사람은 정말 무고한 사람일지도 몰랐다. 그럼 난......성을 습격해서 자신을 이곳까지 몰아세운 그들과 다를 게 뭐지?
“으아아악”
니케가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자 제이크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단검을 휘두르며 괴성을 질렀다. 니케가 뒤로 물러나자 제이크는 몸을 일으키려 버둥거리다가 실패했다.
“다, 다가오지 말라고!”
두려움에 가득 찬 눈동자 그 눈동자 안에는 니케가, 그녀의 눈동자가 보이고 있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두려움에 가득 차 있는......
누워있는 자세로 마구잡이로 단검을 휘두르는 제이크.....그래 자신은 ‘그들’이 아니라 저자를 닮았다. 살기위해 발악하는 미약한 생명
망설임은 없어졌다. 그녀는 제이크의 단검을 걷어내고 이번엔 정확하게 그의 심장을 찔렀다.
두근두근......두근......
“후우~”
심장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마침내 제이크는 죽었고 니케는 그저 길게 숨을 내뱉었다.
“잘했다.”
렉스는 포션으로 그녀를 치료하고 제이크의 시체를 들었다. 도시로 돌아가고 나서 그는 용병길드에 시체를 넘겨주고 받은 보수로 그녀에게 장검을 하나 사주었다.
“이게 네가 죽인 생명으로 산 검이다. 소중하게 간직해라”
“알겠습니다.”
니케는 양손으로 검을 잡았다.
처음으로 가지게 된 자신의 검, 훈련용 장검과 무게도 비슷할 텐데 날카로운 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녀에게 이질감을 주었다. 그래 이 검에는 생명의 따스함과는 반대되는 싸늘함이 있었다. 이젠 이 감촉에 익숙해져야 했다.
그날 밤
렉스가 잠들고 니케는 홀로 방을 벗어났다.
그녀의 손에는 오늘 새로 산 장검이 아닌 마야의 방에 장식되어 있던 낡은 장도가 들려있었다.
미타, 룬, 히라 세 달이 밤을 훤하게 비추고 있었고 그녀의 금색 눈동자에도 달빛이 녹아들고 있었다.
그녀는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마야가 처음 보여주었던 것처럼 이 밤에, 저 밤의 세 눈동자에 받치는 춤을......
이 길을 걸어가면 더 많은 사람을 죽이게 될 것이다. 무고하고 자신의 복수와 관련되지 않은 이들도 분명 죽이고 또 죽이게 될 것이다. 그래도 자신은 살아갈 것이다. 지금이라면 마야가 적어주었던 그 오래된 지식의 내용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니케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그녀의 도에서는 밤의 장막과 같은 검은 오러가 조금씩 흘러나기 시작했다. 생명과 죽음에 대한 깨달음은 그녀를 조금 더 높은 경지로 이끌어주었다.
춤사위가 거의 끝나갈 무렴 그녀는 장도로 원을 그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회귀의 검-환기-”
사방으로 흩뿌려지던 오러가 그녀에게 다시 몰려들고 흘러나왔다. 그녀의 나약함과 부정한 감정을 전부 모아서 흘려보내고 달빛처럼 순수한 의지만 남았다.
그래 지금보다 강해질 것이다. 회귀의 검을 마친 그녀는 서리늑대의 검을 시연했다. 힘차고 강렬하게, 이가 빠져있는 칼날 사이로 냉기가 모여들어서 빈틈을 메우기 시작했다.
부러진 부분은 어쩔 수 없었지만 비어있던 틈은 전부 얼음으로 메워졌다. 그녀는 날을 쓰다듬었다. 손에는 검에 달라붙어 있던 서리가 묻어나왔다.
“이제 되는 구나 조금만 더 일찍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조금 만 더 일찍 이 냉기를 다룰 수 있었다면 아버지와 같이 원정에 나갈 수 있었을까? 아니 렉스가 말한 걸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결국 자신의 원정을 반대했을 것이다.
그녀는 조금씩 자신의 길을 찾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