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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밤의 검사
작가 : Dr러다이트
작품등록일 : 2017.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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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요동치는 메이트라 02
작성일 : 17-06-22     조회 : 39     추천 : 0     분량 : 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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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열마켓 안쪽은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내부를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신분에 관계없이 호화스러운 의상을 두르고 있었는데 오직 그녀만이 마수의 가죽으로 이루어진 야만적인 가죽갑옷을 입고 있어서 홀로 따로 떨어진 느낌을 들었다.

 단순히 기분 탓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보며 불쾌하다는 듯이 수군수군 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내게 필요한건 없어 보이는 군.’

 로열마켓은 거창한 이름답게 파는 물건은 많았지만 쓸데없이 비싸거나 귀족들을 허영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사치품들뿐이었다. 아티펙트도 있긴 했지만 마법에 문외한 그녀가 보아도 마탑에서 파는 것보다 오래되고 성능도 떨어지는 물건들뿐이었다.

 중간 중간에 노예를 파는 상인도 있기는 했지만 그녀가 찾는 강한 노예는 아니고 주로 외형이 아름다운 노예나 남대륙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이종족 노예를 팔고 있었다.

 ‘여기도 아니야.’

 “이봐 곳 경매장이 시작된다고”

 “이번엔 뭐가 왔는데?”

 “에시디아 신전의 노예들하고 남대륙에서 건너온 유물일걸?”

 ‘저쪽인가보군.’

 니케는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경매장을 찾아갔다. 경매장을 지키는 기사들이 있었지만 10골드의 입장료를 내고 들여보내주었다.

 

 경매장은 굉장히 소란스러웠다. 진행자가 한참 떠들고 있는 게 벌써 경매가 진행중이였다.

 “자 이천삼백골드 나왔습니다. 남대륙에서 여러분을 찾아온 전설의 아티펙트입니다!”

 진행자의 소란스러운 외침과 달리 그가 소개하고 있는 물건은 녹이 잔뜩 슬어있는 녹슨 청동방울이었다. 하지만 그런 물건도 나름 그럴싸한 설명을 붙이니 경매장의 열기는 점점 과열되어 갔다.

 저런 물건이 뭐라고 저렇게 사가는 지......니케는 자신이 찾는 물건이 나올 때까지 진행자의 말을 흘려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필요로 하는 물건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 남대륙의 유물은 조금 있다가 다시 시작하고 이번에는 많은 분들이 기다려 온 노예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경매가 진행되자 건장한 체구의 전사가 단상위로 올라왔다. 노예라는 이름과 달리 가죽갑옷과 제 몸만큼 거대한 대검으로 완벽하게 무장을 갖춘 상태였다.

 “첫 상품부터 어마어마한 거물이 나왔군요! 북부에서 온 용맹한 전사! 데크 오베넘경입니다! 계약기간은 평생 동안! 시작은 천 골드부터입니다.”

 “이천골드!”

 “이천오백!”

 ‘생각보다 비싸군.’

 데크 오베넘이라는 기사의 가격은 점점 올라가 팔천골드에 낙찰되었다. 니케는 경매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녀가 보유한 자금은 마야가 남긴 재화와 용병생활을 통해 벌어들인 돈, 멜빈이 운송 중이던 마수의 가죽을 판매한 돈, 모두 합쳐서 약 십사만골드정도였다.

 모든 돈을 털어서 저 정도의 검사를 구입한다면 끽해야 20여명 정도, 그녀에게 필요한 병력에 한참이나 부족한 인원이다. 무엇보다 검사의 실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평생고용이고 저 정도의 검사를 어디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8천골드면 제법 규모가 있는 용병대 하나를 고용할 수도 있는 돈이다. 낭비가 심했다.

 ‘좋은 방법이......’

 “자 이번 소개드릴 분도 만만치 않군요! 지나친 실험으로 큰 빛을 진체 도망쳤던 마법사 마레타입니다. 계약기간은 20년 뛰어난 아티펙트 제작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금방 본전을 뽑을 수 있을 겁니다! 시작금액은 만 골드부터!”

 “만 오천골드”

 “만 팔천!

 마법사는 평생계약이 아님에도 전사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매각되었다. 한참을 기다려보아도 처음 거래된 남자보다 저렴한 사람은 없었다.

 ‘이건......안되겠군.’

 노예를 구입하는 것으로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이번에 소개드릴 사람은......그 칼리덴 공업지대에서 온 소년 메튜입니다. 특기는......뭐 젊고 튼튼한 소년입니다. 계약기간은 평생 가격은......3골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진행자의 설명과 달리 메튜라는 소년은 며칠을 굶은 것처럼 삐쩍 말라있고 입고 있는 옷도 허름하기 그지없었다. 다만 앞서 나왔던 이들보다 몇 배는 저렴했다.

 “......”

 “......”

 “자~ 3골드 아무도 없습니까? 야 뭐라도 해봐”

 경매장 내부의 반응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가라앉자 진행자는 소년에게 눈총을 주며 독촉했다. 소년은 주의를 끌기 위해 필사적으로 외쳤다.

 “저, 저는 어떤 일이든 할 자신이 있습니다!”

 “뭘 할 수 있는데?”

 “그, 그건......저, 저는 눈이 좋습니다.”

 “으흠 흠 입찰하시는 분이 없다면 노예경매는 여기로 마치고 다시 유물 경매 2부를 시작하겠습니다.”

 “제, 제발 절 사주십시오! 뭐든지 하겠습니다. 집에 아픈 어머니와 동생이......”

 “우우 때려 쳐라!”

 “10실버는 될까 말까 한 놈이! 너 같은 놈들은 일반 노예상이나 찾아가라고!”

 “3골드 입찰하겠다.”

 니케는 필사적인 소년의 눈동자를 보고 생각했다. 그래 처음부터 완성되어 있는 검사를 구입하는 것은 너무 비싸다. 하지만 노예를 사서 ‘투자’하는 것은 어떨까? 끽해야 3골드, 평범한 노예상에서 산다면 10실버나 20실버 내로 살 수 있는 노예들, 10만 명도 넘게 살 수 있다. 뭐 그만큼의 노예가 메이트라에 있지는 않을 테고 그들을 먹이고 키워줄 때 드는 비용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앞선 계획보다는 훨씬 실현가능성이 높았다.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그건 상관없다. 어차피 당장 네메시스 용병단의 전력이라고 해봐야 검술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외팔이나 전성기가 지나버린 노인뿐이니까

 ‘몇 년이 걸려도 상관없어 복수만 이룰 수 있다면......’

 “자 그럼 이 소년은 3골드에 이분께 낙찰되었습니다. 그럼 다시 유물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이 물건으로 말하자면......”

 

 “여기 있습니다. 이 계약서에 지장을 찍으면 계약이 성립됩니다.”

 노예를 인도해온 신관이 칼로 손바닥을 긋는 시늉을 하며 말하자 니케는 손가락에 피를 내서 지장을 찍었다.

 “......된 것 같군. 이 계약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거지?”

 “에시디아님이 주관하는 영혼의 계약은 절대 다른 방법으로 파기할 수 없습니다. 오직 당사자의 동의, 쌍방 동등계약의 경우 두 사람 모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영혼이 귀속되기에 죽더라도 계약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괜찮군. 이놈 같은 노예는 더 없나?”

 소년을 인도한 신관은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저희는 노예상이 아닙니다. 다만 영혼을 건 계약을 주관할 뿐이지요. 이런 소년이 신전까지 찾아오는 건 굉장히 드문 경우라......”

 “사람을 데려오면 계약해 줄 수는 있다는 건가? 얼마나 들지?”

 “영혼의 계약을 맺을 때 따로 신전에서 돈을 받지는 않습니다. 기부금이라면 받겠지만요.”

 영혼의 계약을 맺은 영혼은 죽고 나서 신전으로 환원되고 그 영혼은 새로운 신관들을 만드는 신성력이 되기에 계약을 주관하는 것만으로도 신전의 이득이 된다.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10살은 되었을까? 가까이에서 보니 메튜라는 소년은 훨씬 더 볼품없어보였다.

 “넌 다른 이들과 다른 것 같군. 스스로 노예가 된 건가?”

 “그, 그렇습니다.”

 메튜도 니케의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분명 용병이라고 생각했는데 목소리만큼은 귀족가의 아가씨를 연상시킬 만큼 고운 편이였다.

 “넌 왜 노예가 된 거지?”

 “그건......”

 

 메튜의 부모는 원래 칼리덴성의 마법공학 물품을 판매하는 공업지대에서 일하는 노동자였다. 공업지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주로 하는 일은 실험의 자재의 운반이나 실험이 끝나고 나서 그 폐기물을 정리하는 일을 한다. 메튜의 부모님은 재료를 운송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어느날 값비싼 마법재료를 탐낸 강도에 당해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가 크게 다쳤다.

 “왕실마탑에서는 짐꾼에 불과한 저의 부모님께 재료의 대금을 지불하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 때 어머니가 크게 다치는 바람에 치료비가 부족했습니다. 같이 공업지대에서 일하시는 분이 에시디아의 신전에 몸을 팔면 돈을 많이 쳐준다고 하셔서......”

 통각을 주는 마법과 신체구속마법으로 제약하는 일반노예와 달리 영혼의 계약으로 절대 배신하지 못하는 노예인 만큼 값은 조금 더 쳐주는 편이다. 하지만 그만큼 절대 벗어날 수 없다.

 “자 다음 물건은......”

 -내 목소리가 들리는가?-

 갑자기 니케의 머릿속으로 끈적거리고 불쾌한 음성이 파고들었다.

 “큭!”

 “왜 그러십니까?”

 -네게 익숙한 어둠의 기운이 느껴진다. 이 검의 주인이 되어라 너에게 사신의 힘을 주겠다. -

 “너는 들리지 않는 건가?”

 “뭐가 말입니까?”

 -이쪽이다. 연자여-

 달팽이의 체액처럼 끈적이는 음성은 길게 자취를 남겼다. 그 자취는 진행자가 한참 소리 높여 경매중인 물건으로 이어져 있었다. 거무튀튀한 혈흔으로 뒤덮여 있는 낡은 장검, 아직 칼집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음에도 흉흉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 물건으로 말하자면 남대륙에서 엄청난 혈겁을 일으켰다는 마병 ‘단월’입니다. 이 무기를 든다면 평범한 인간이라도 무려 오러를 쓸 수 있게 해줍니다.”

 남대륙에는 북대륙에 존재하지 않는 이종족들이 있다. 정확히는 ‘가장 어두운 밤’이라 불린 대재앙에 의해 엄청난 마나폭풍이 남대륙을 쓸었고 이로 강력한 힘에 의해 변질된 생명체들이 생겨났다.

 그중 도깨비라 불리는 이종족은 죽고 나면 자신과 가장 관련이 있었던 물건으로 변한다. 지금 팔려나오는 무구도 그런 물건 중 하나라는 내용을 진행자는 최대한 포장해서 길고 장황하게 이야기 했다.

 경매장 구석에서 겁에 질린 노예 하나가 끌려나왔다.

 “사, 살려줘!”

 “빨리 걸어”

 “끄아악”

 노예를 이끄는 남자가 팔찌를 매만지자 노예는 고통스러워하며 발걸음을 빠르게 했다. 진행자는 노예의 고통스러운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팔을 넓게 벌리며 시선을 모았다.

 “자 보십시오.”

 “빨리 들어라!”

 “으으”

 노예가 마지못해 검을 손에 쥐자 칼집에서 불길한 검은 안개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자 검을 뽑아라!”

 노예가 검을 뽑았다. 칼집을 벗어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장검은 요사스러운 기운을 사방으로 흘려보냈다.

 “크아악”

 노예는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검을 마구잡이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머, 멈춰라”

 “크아악!”

 진행자가 말 한대로 노예는 흉흉한 오러가 둘러진 검을 휘둘러서 자신을 끌고 온 남자를 베었다.

 “으아악”

 “크륵 다 죽인다!”

 자신의 주인을 난도질하던 노예는 진행자가 겁에 질린 체 단상에서 도망치자 미쳐버린 노예도 단상을 내려와 날뛰기 시작했다.

 “막아”

 검에 휘둘리는 것처럼 노예의 검로는 단순하기 그지없었다. 가장 가까이 있었던 상인 몇이 크게 다치긴 했지만 그 노예는 귀족들이 데리고 있던 호위기사에 의해 쉽게 제거되었다.

 

 기사 중 한명이 노예의 시체를 발로 차서 뒤집었다. 노예의 손에는 아직도 접착제로 붙여놓은 것처럼 검에 붙어있었다.

 “엄청난 무기로군.”

 “야 그거 만지지 말라고 너도 저 노예처럼 될지도 몰라”

 “난 오러나이트야 이깟 마검따위......크윽 으아아악”

 부주의하게 검을 든 기사가 갑자기 주위의 동료들을 공격하며 다시 날뛰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자격을 갖춘 자는 너 뿐이다. 연자여-

 니케의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는 아까보다 선명해졌다.

 “제어할 수 없는 힘은 필요 없다.”

 복수를 위해서 힘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멍청하게 자살할 생각은 없다.

 -지금 나를 잡은 녀석들은 자격이 없어서 사기에 휘둘리고 있는 것뿐 고대의 어둠을 이어받은 너라면 괜찮다. 나를 집어라 너에게 사신의 가르침을 가르쳐주겠다.-

 마검을 든 기사가 사방으로 오러를 날리면서 날뛰고 있었지만 마검은 그를 주인이라 인식하지 않는다는 듯이 그녀를 유혹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사신의 가르침이라......”

 “주인님 저희도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날뛰고 있는 기사가 다른 기사들을 전부 베어 넘기고 점점 위로 올라오자 메튜는 불안감을 느끼고 니케에게 말했다.

 “아니 저 검은 내 것이다.”

 니케는 검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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