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두 번째 랭커
작가 : GOON
작품등록일 : 2017.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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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작성일 : 17-07-23     조회 : 331     추천 : 0     분량 : 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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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쾅!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32/100]

 확실히 이 사람들은 초보다. 하지만 초보 치고는 그럴듯한 센스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먼저 샤먼은 자신의 마나를 고려하여 싸우는 사람들 중 제일 위험할 것 같은 사람에게 ‘치유의 손길’을 걸었고 내가 기를 과감하게 싣자마자 나에게 ‘마나의 축복’을 연달아 걸어주었다. 그리고 기사는 샤먼을 지킴과 동시에 검을 휘둘러 고블린을 꾸준히 전투불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치유가 끝나 일어난 광전사는 체력이 무한이라면 아무도 못 막는다고 평가할만한 직업답게 체력이 회복되자 무서운 속도로 고블린들을 도륙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내가 처음에만 조금 도와주자 곧잘 알아서 전투를 수행했다. 이 정도라면 처음 하는 플레이어 치고는 상위권이라고 할 만 하였다.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40/100]

 [레벨이 올랐습니다.]

 고블린들이 전부 다 없어졌다. 처음 왔을 때는 한 50마리 정도 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우리에게 다 사냥당한 것이다. 물론 고블린의 특성상 도망간 녀석들도 몇 명 있을 것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샤먼인 여자가 말했다. 꼼짝없이 죽을 상황에서 나타난 나는 그들에게 튼튼한 동아줄 같았을 것이다. 일단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으니 받아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말했다.

 “아니요, 그냥 퀘스트 깨다가 보이기에 도왔을 뿐인 걸요. 덕분에 고블린도 한 20마리 정도 잡은 것 같네요.”

 “근데 무슨 직업인데 그렇게 강해요? 막 손발이 푸르게 빛나자마자 날라 다니시던데.”

 “아 저는 무인인데, 원래는 이렇게 못해요. 샤먼 분이 버프를 계속 걸어주셔서 이렇게 하는 거죠.”

 “아 무인이셨구나. 엄청 강하시네요, 저도 무인 할 껄 그랬나봐요.”

 광전사인 남자의 말이었다. 나는 광전사에게 말했다.

 “광전사는 체력소모가 심한 직업이니까 나중에 기회 되시면 회복기 같은 거 익히시면 좋아요. 아니면 상대 체력을 뺏어오는 스킬 같은 것도 좋고요.”

 “아 정말 감사합니다. 나중에 돈 모아서 스킬 상점이라도 가봐야 될 것 같아요.”

 “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네 수고하세요!”

 대화를 마치고 나는 다시 뒤돌아서 아까 사냥터로 가기 시작했다. 광전사를 보자 예전 생각이 떠올랐다. 광전사는 패시브 스킬이 스킬이나 기본 공격 시 체력을 사용해서 데미지를 더 주는 스킬이다. 그래서 회복이 수시로 필요한 직업이나 만약에 체력이 10%이하로 떨어지게 된다면 상태이상 : 탈진에 걸려 자리에 주저앉게 된다. 나도 그 문제를 해결하려 체력 회복 물약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아니었고, 샤먼인 신이를 만나서 문제를 해결했다. 신이는 썩 뛰어난 샤먼 이였기에 내 체력소모를 완벽히 보완해 주었다. 그 때는 착한 동생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복수의 대상일 뿐이다. 그렇게 즐겁지만 씁쓸한 옛 생각을 끝내가자 눈앞에 기묘한 장면이 보였다. 누가 봐도 루칸에 있을 레벨이 아닌, 그렇다고 대륙으로 배를 탈 레벨도 아닌 애매한 레벨. 한 30~40정도 되어 보이는 레벨의 플레이어 한 명이 고블린들을 그야말로 학살하고 있었다. 흡사 양떼 무리에 들어간 늑대 한 마리와도 비슷했다. 그런 늑대 플레이어 뒤에서는 한 명의 여자가 나무 그늘에 앉아 응원하고 있었다.

 “자기야 파이팅! 너무 세다!”

 대충 보아하니 사이즈가 나오는 파티이다. 남자는 루칸에 있을 레벨이 아니었지만 여자는 루칸에 있을 정도의 레벨로 보였다. 이건 남자가 여자의 퀘스트를 대신 깨주는. 소위 말하는 시팅이라고 볼 수 있었다. 파티를 맺어서 사냥하면 내가 잡지 않고 동료가 잡아도 내가 잡은 걸로 쳐주니까. 여자는 격투가이고 남자는 암살자로 보였다. 단검을 유연하게 쓰며 적들의 급소만 공격하는 것을 보아하니 급소를 정확히 맞추는 실력이 있거나 ‘약점노출’스킬을 익힌 암살자가 분명했다. 나는 그저 연애도 좋지만 저렇게 퀘스트를 깨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으로 여자를 보았다. 저렇게 사냥을 한다면 남자는 남자대로 자기 레벨 대의 몬스터를 잡지 못해 실력이 녹슬 것이고, 여자는 여자대로 솔로사냥을 못하기 때문에 결국 레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남들과 수준차이가 엄청나게 날 것이다. 허나 그건 그들 사정이지 내 사정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여자 앞을 가로질러 가려고 했다. 그러나 여자가 갑자기 나를 불러 세웠다.

 “잠깐만요.”

 “저 말씀이신가요?”

 “그럼 여기 당신 말고 또 있어요?”

 “왜 그러시죠?”

 왜 나한테 그러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그 여자는 소리를 빽 지르며 말했다.

 “왜 사람을 빤히 쳐다봐요 기분 나쁘게?”

 뭐지 시비를 걸려는 사람인가? 예전에도 가끔 이런 사람이 있었다. 내가 딱 이 레벨, 이 사냥터를 전전할 때 쯤, 어떤 남자가 어깨로 나를 밀쳐놓고 나에게 사람을 쳤으면 사과를 해야지 왜 그냥 지나 가냐는 말로 시작해서 싸움을 걸었었다. 결국 마을 입구에서 벌어진 이 사소한 말싸움은 1대 1 결투로 까지 번지게 되었고 나는 가까스로 그 상대를 이겼다. 그리고 그 주변 무리가 선량한 사람을 죽이는 ‘레드 플레이어’가 되는 건 아랑곳 하지 않고 나를 죽이려 하자 옆에서 보던 사람이 끼어들어 막아줬던 기억이 났다. 광전사로 가까스로 싸움을 이긴다는 건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나는 죽을 뻔 한 위기를 넘겨 막아준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감사인사를 하며 닉네임을 물어보자 그는 ‘블랙선’이라고 했다. 이게 바로 이균 형과 나의 첫 만남이었다. 그 뒤로 우리는 시작의 섬을 나와 미크론 왕국에 도착하고 길드를 만들며 승승장구를 해 나가고 있었다. 지금은 그저 개새끼일 뿐이지만.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얼굴을 찡그리자 여자는 자기 때문에 그런 줄 안 듯 소리를 또다시 빽 지르기 시작했다.

 “아니 사과는 안하고 뭐하시는 거예요! 제가 지금 괜히 난리 피우는 것 같아요?”

 “아니 그게 아니라…….”

 “왜 그래 자기야?”

 그 말과 함께 내 옆에 그림자가 졌다. 아까 저 여자를 시팅하던 남자는 멀리서 봐서 그냥 보통 체격인가 싶었지만 가까이 서자 키도 크고 몸도 커서 우락부락하게 생긴 남자였다. 남자가 나를 보며 말했다.

 “잠깐 저랑 얘기 좀 하실까요?”

 “아 네 그러시죠.”

 남자는 그래도 여자가 익숙하다는 듯 나를 약간 떨어진 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러고 나서 말했다.

 “이거 죄송합니다. 제 여자 친구인데 기분이 좀 오락가락 하는 애여서 그쪽에게 화를 냈나 봅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럴 수 있죠.”

 우락부락하게 생겨서 화를 내거나 뭐라고 욕을 하려고 떨어진 곳으로 데리고 오는 줄 알았더니 의외로 신사인 면이 있었다. 역시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그는 말했다.

 “근데 제가 사냥을 하면서 보니까 그쪽이 계속 저희를 빤히 쳐다보시긴 하더라고요. 오해의 소지는 충분히 있는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소리지? 하는 눈으로 그의 얼굴을 쳐다보는 순간, 그의 시선은 내 눈이 아닌 내 손의 글러브에 가 있었다.

 “그 글러브, 저한테 파시면 안 될까요?”

 “글러브요?”

 글러브를 보자 예사 물건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당연히 이건 살쾡이를 잡다가 드물게 나오는 ‘살쾡이 발톱’과 특정 상황에서만 잡을 수 있는 보스 ‘살쾡이 왕’을 잡고 나온 물건이니, 일단 초보자 템이라도 25~30레벨의 아이템과 맞먹는 스펙을 가진 아이템이었다. 물론 팔 생각이 없어서 나는 그냥 당연한 듯이 말했다.

 “싫은데요.”

 “아니 왜요. 제가 가격은 넉넉하게 쳐 드릴게요.”

 “얼마에 사시게요?”

 “한 1000골드 정도면 되죠?”

 천 골드? 나는 그저 웃음밖에 안 나왔다. 예전에 내가 아이템 시세를 물어볼 때, 이균 형이 말해준 기억이 떠올랐다. 이균 형은 이렇게 말했다.

 “음. 무기 같은 경우에는 그냥 옵션 이런 거 없다 치면 간단하게 공격력 1당 150골드라고 생각하면 편해. 예를 들어 우리 전직하면 주는 ‘초심자의 검’은 공격력이 10이니까 만약에 판다고 치면 1500골드 정도 되는 거지. 만약에 희귀 등급이면 거기서 50골드 더 쳐줘서 공격력 1당 한 200골드는 할걸? 옵션 없어도 희귀 모으는 수집가 같은 사람들도 있으니까. 물론 꿀 옵션 달리면 더 뛰는 거고 오케이?”

 그렇게 말하던 게 대략 한 반년 전 이었으니 지금이랑 시세 차이가 없다고 가정해도 저 녀석은 반의 반값으로 후려치려고 하고 있었다. 물론 나는 제값의 두 배를 쳐준다고 해도 팔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저 여자가 멋대로 소리 지른 거에 내가 사과할 이유도 없고 아이템을 줄 일은 더더욱 없었으니까

 “이거 순 사기꾼이네, 헛소리 하지 말고 그냥 가던 길 갑시다. 서로 예?”

 그렇게 말 하고 뒤를 돌아 그냥 피하려던 순간, 내 바로 옆 나무에 퍽! 소리가 났다.

 퍽! 댕~

 옆을 보니 단검이 박혀 있었다. 아직도 부르르 떠는 걸 보니 어지간히 세게 던진 모양이다. 나는 다시 뒤돌아서 그 사기꾼을 쳐다봤다. 그러자 그가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내가 그냥 달래? 팔라잖아!!!! 적당한 값 쳐준다는 데 왜 지랄이야!”

 “반의 반 값 쳐 주는 게 제값이냐? 네 장비 홀랑 벗으면 바꿔주고.”

 “입 조심해라. 말을 뱉는다고 말이 아니다.”

 나는 녀석을 잠시 쳐다보다가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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