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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소녀
작가 : 오크족장
작품등록일 : 2017.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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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작성일 : 17-06-25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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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가 새를 사냥하는 방법을 터득한 뒤부터, 생활이 많이 여유로워졌다.

 식사도 하루에 두 끼 정도 챙겨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아버지의 술도 매일 2, 3 병 정도는 사줄 수 있게 되었다.

 새를 많이 잡은 날에는 새고기도 해먹었다.

 “크으. 이제 슬슬 춥군.”

 소녀의 아버지는 담요를 두른 채, 벌벌 떨었다.

 “딸아, 난로 좀 피워봐라. 집이 춥다.”

 “불을 지필 땔감이 없는데?”

 “그럼 구해와야지.”

 “어디서 구해?”

 “어디서 구하긴, 밖에 나가면 나무 천지잖냐. 이걸로 나무를 패오면 돼. 올 때 새도 좀 잡아오고. 오랜만에 새고기에 술 한 잔하고 싶거덩.”

 남자는 딸에게 손도끼를 건네며 뻔뻔한 요구를 했다.

 “응, 알았어.”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자신의 말을 순순히 듣는 딸이 무척 대견스러웠다. 그래서 특별히, 딸이 기쁠 것 같은 얘기를 해주기로 했다.

 “좋은 걸 알려주마.”

 “좋은 거?”

 “마왕의 기술 같은 거지.”

 “오오!”

 소녀는 눈을 빤짝였다.

 “지금부터 이 아빠가 알려주는 건 말이다. 응? 엄청난 거다? 아무한테도 알려주면 안 된다?”

 “응응!”

 “마왕은 말이야. 힘이 강하잖아? 그게 왜 일 것 같냐?”

 “음.....”

 소녀는 생각에 빠졌다. 마왕이 강한 이유? 그런 거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검을 잘 써서?”

 “하아..... 내 딸은 아무 것도 모르구만!”

 남자는 위에서 말하는 말투로 잘난 듯이 말했다.

 “검은 말이야, 마왕님의 취미 같은 거라고?”

 “취미?”

 “무기란 건 말이야, 애초에 약한 녀석들이나 쓰는 거야. 마왕은 딱히 검을 쓰지 않아도 돼. 왜냐? 안 써도 겁나 강하거든, 마왕은.”

 “무기는 약한 녀석들이 쓰는 거다.....?”

 소녀는 소름이 돋았다.

 “멋있어.....”

 너무 멋있는 말이었다. 무기는 약한 녀석들이나 쓴다..... 그랬다! 그런 거였어! 약하니까, 무기를 쓰는 거다!

 “멋있다! 멋있어, 아빠!”

 “그러냐? 나, 멋있냐? 흐하하!”

 남자는 기분이 좋아졌다.

 “크흠. 알려주마. 마왕이 강한 이유는 말이야. 그거다, 그거. 기합이야. 기합. 그, 정신력? 의지? 뭐, 그런 거지.”

 “기합? 의지?”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해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남자는 지금 헛소리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 뭔가 할 때, 소리를 내지르는 거. 멋질 기술 같은 거에 이름을 붙여서 말이야. 기합을 지르면서 기술의 이름을 말하면 말이지, 위력이 몇 배나 강해진다고?”

 “몇 배나!?”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딸도 기합을 잘 지르면 몇 배는 강해질 거란 얘기지.”

 “전혀 몰랐어.....”

 소녀는 충격을 먹은 듯한 얼굴을 했다. 자신의 상식이 뒤엎어진 감각이다. 여태 자신은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그게 당연했다..... 그저 남자의 헛소리, 허풍이었으니까.

 기합을 지르며 몇 배나 강해진다니. 말도 안 되는 논리였다.

 소녀를 위해서라도 누군가가 저 남자의 입을 막아야 했다.

 “그럼 내가 새를 잡을 때, 기합을 지르면서 돌을 던지면 위력이 더 강해지겠네?”

 “아니, 그러면 새가 도망가잖냐.”

 남자도 자신의 말이 허풍인 걸 알기에 그건 말렸다. 새고기는 먹고 싶었으니까.

 “어? 아빠가 기합을 지르면 몇 배나 강해진다며?”

 “바보냐? 위력이 강해지는 거지. 속도가 빨라지는 건 아니잖아?”

 “어려워.”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소녀의 아버지가 내뱉은 말은 전제부터가 헛소리였으니까.

 "사냥이란 건, 말이야. 사냥감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공격하는 거라고?"

 "알아차리지 못하게....."

 “일단 나무라도 패면서 기합을 넣는 연습이라도 해 봐.”

 “응, 알았어!”

 “새는 그냥 평범하게 잡아야 한다?”

 “응!”

 

 소녀는 가까운 숲에 들어가 나무를 패기로 했다.

 “이게 제일 큰 나무네.”

 소녀가 고른 나무는 크고, 두꺼웠다. 어린 소녀가 나무질 하기 에는 알맞지 않는 크기였다.

 “응, 마왕에게 어울리는 장작이야!”

 소녀는 묘한 곳에서 텐션이 높았다. 소녀는 자세를 잡고 도끼를 휘둘렀다. 꽤 재능이 있는지, 같은 곳만 때렸다

 “하아.... 하아....”

 문제는 소녀의 체력과 근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제법이잖아, 너? 이 마왕님의 도끼질을 버티다니 말이야.”

 소녀는 좀 이른 나이에 중2병이 오고 말았다.

 “그럼 계속 간다!”

 퍼억! 퍼억! 퍼억!

 몇 십번을 휘둘렀을까.

 “아얏!”

 소녀의 손에 물집이 잡히고야 말았다. 여린 손바닥이 강한 마찰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아파....”

 손바닥과 엄지손가락의 일부분의 피부가 붕 떠있다. 그 부분이 너무 따끔했다.

 “하루 자면 나으려나?”

 소녀는 고통을 애써 무시하고 도끼질을 마저 했다.

 하지만 나무는 도저히 넘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아.... 하아.... 너, 혹시 나무 중에서 최강 아니야?”

 “.....”

 대답이 없었다. 당연하지만 나무는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를 만난 게 운이 안 좋았네. 나는 마왕이 될 여자니까!”

 또래의 아이들이 서로 인형놀이나 용사놀이를 할 때. 소녀는 나무 상대로 마왕 놀이를 했다.

 “간다, 최강! 내 도끼는 좀 아플 거다아!”

 소녀는 소년만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나무를 공격(?) 했다.

 얼마나 휘둘렀을까.

 “윽....”

 결국 손에 잡힌 물집이 터지고야 말았다. 손에서는 진물이 나왔다.

 손도끼를 잡는 것만으로도 아파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으. 이거 어떡하지?”

 소녀는 처음 생긴 물집에 걱정이 앞섰다.

 일단 이걸 치료해야 장작이든 뭐든 팰 수 있을 것 같다.

 “집으로 갈까?”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집에 가도 치료할 약이 없다. 그렇다면 잡화점이다. 그곳에는 없는 거 빼고 다 있으니까.

 “나무,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반드시 널 쓰러트려줄 테니까!”

 소녀는 검지로 가리키며 멋있게 말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

 

 잡화점 주인이 소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오늘은 일찍 왔구나? 아, 괜찮다면 이거 먹거라.”

 삶은 감자였다. 식었지만. 소녀에게는 일용할 양식이었다.

 “고마워, 아저씨.”

 가게 주인은 감자를 건네면서 소녀의 손을 보게 되었다.

 “뭐, 뭐야. 너, 손이 엉망이잖냐!?”

 “아, 이거? 나무 패다가, 이렇게 됐어. 그래서 여기서 약 좀 구하려고.”

 잡화점 주인은 할 말을 잃었다.

 나무를 팬다고? 이 어린 소녀가?

 “그 자식.....”

 가게 주인은 소녀의 아버지에게 살의를 느꼈다. 이제는 이런 어린 소녀에게 나무까지 패오라 시키는 건가.

 가혹했다. 문제는 눈앞의 소녀가 이 일이 가혹하다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쯧.”

 이렇게 좋은 딸을 두고 있는데, 그 놈은 그걸 전혀 모르고 있다. 가게 주인은 그게 열이 받았다.

 “잠시 기다리 거라. 약초랑 붕대 좀 갖고 오마.”

 가게 주인은 불로 달군 칼로 물집이 생긴 살점을 도려내고, 약초를 바른 뒤, 붕대를 감아주었다.

 “읏.”

 “이걸로 됐다. 나을 때까지 무리하면 안 된다?”

 “어? 나무 하면 안 돼?”

 “안 돼. 무리하면 더 늦게 아물 거다.”

 “음....”

 소녀는 늦게 아물더라도 나무를 할 생각이었다. 어떻게든 하는 게 마왕이다. 거기에 자신은 아빠를 위해서 나무를 패고 싶었다. 그러니까, 아파도 할 거다.

 “아저씨, 얼마야?”

 “아니, 됐다. 단골한테는 서비스다.”

 “정말이야?”

 “그래, 다치거나 무슨 일 있으면 또 와라.”

 그것이 소녀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응! 그럼 나중에 봐!”

 소녀는 손을 흔들고, 잡화점을 떠났다.

 떠나가는 소녀를 보며, 가게 주인은 중얼거린다.

 “가여운 것.... 부모 잘못 만나 고생하는구나.”

 

 소녀는 나무를 하던 장소로 돌아왔다.

 잡화점 주인은 무리를 하면 안 된다고 말했지만, 소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생각이었다. 그게 마왕이니까!

 “윽. 아프네.....”

 손도끼를 쥐는 것만으로도 손이 아팠다.

 “그래도, 할 거지만.”

 이 상태에서 수십 번이나 휘두르면 살가죽이 다 벗겨질 거다. 그러니까, 최소한의 도끼질로 나무를 쓰러트려야 한다.

 “아빠가 강해지는 방법이 기합을 지르는 거라고 했지?”

 소녀는 시원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좋아, 기합을 넣고 팍팍 해주겠어!”

 소녀는 자세를 잡았다. 땅에 고정하는 느낌으로. 그리고 몸을 틀어 이 한 방으로 나무를 쓰러트리겠다는 전력으로!

 “으랴아아앗!!”

 기합을 지르며 도끼를 휘둘렀다.

 퍼억!!

 좋은 소리가 났다. 방금 전의 도끼질은 정말 괜찮았다. 손맛이 꽤 좋았다. 소녀는 흥이 돋아버렸다.

 “하압! 파악! 으랴아!! 죽어버려!!”

 소녀는 살벌한 기합을 지르며 도끼질을 해댔다. 도끼질을 할수록 소녀의 자세는 안정되어 갔다.

 “허억.... 허억....”

 허나, 나무는 건재했다.

 “뭐야, 왜 안 쓰러지는 거야.....”

 나무에 상처가 생기긴 했으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도끼가 그 이상 박히지가 않았다.

 “윽.”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고통이 느껴진다.

 팔이 안 올라간다, 무언가를 메달은 듯 팔이 무거웠다. 거기에 양 손은 엉망진창이다.

 붕대는 피로 물들어, 핏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소녀는 인정해야만 했다.

 지금의 자신은 저 나무를 쓰러트릴 수 없다.

 하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언젠가 반드시 쓰러트려 줄 테니까!”

 “.....”

 나무에게 의사가 있다면, 그는 곤란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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