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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소녀
작가 : 오크족장
작품등록일 : 2017.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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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작성일 : 17-06-29     조회 : 283     추천 : 0     분량 : 4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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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가 집으로 돌아오자, 아버지가 반겼다. 물론 술을 말이다.

 그는 술을 마시며 육포를 뜯고. 소녀는 저녁준비를 했다.

 오늘 잡은 새들을 손질하고, 깨끗이 씻어서 향신료로 간을 해, 난로에 굽는다.

 작은 새들은 감자 스프에 넣어 요리했다.

 요리가 완성되자, 소녀의 아버지가 비틀거리며 식탁으로 왔다.

 “오. 맛있는 냄새가 나는 걸?”

 “응. 향신료를 좀 뿌려봤어.”

 몇 주 전이라면 향신료는커녕 고기조차 꿈도 못 꿨겠지만. 소녀의 뛰어난 사냥실력 덕분에 생활에 여유가 생겼다.

 이미 이 집의 가장은 소녀라고 할 수 있었다.

 “역시, 내 딸이다. 나중에 멋진 마왕님이 되겠어.”

 남자의 칭찬에 소녀는 기분이 좋아졌다.

 “아, 맞다! 아빠, 이것 좀 봐봐!”

 “엉? 웬 검이냐?”

 “오늘 숲에서 고블린을 만났어! 이건 그 전리품이야!”

 소녀는 나, 잘했어? 같은 얼굴로 아버지의 칭찬을 바라고 있었다.

 “너..... 고블린이랑 싸운 거냐?”

 남자는 조금 놀란 얼굴이 되었다.

 “응. 별 거 아니었어.”

 별 게 아닌 게 아니었다. 정말 위험했던 것이다. 운이 나쁘면 소녀는 죽을 뻔 했다.

 보통 가정이라면 이런 자식의 행동에 혼을 내며 주의를 줬을 것이다. 다시는 위험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오. 대단한데?”

 하지만 이 가정은 보통이 아니었다.

 “뭐, 이 아빠라면 그 고블린을 놓아줬겠지만.”

 “어? 왜?”

 소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남자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허풍을 치기 시작했다.

 “놓아준 고블린을 몰래 따라가는 거지. 그리고 녀석들의 거점을 알아내서 전부 박살낸다!”

 “오오.”

 딸의 감탄에 그는 기분이 좋아졌다.

 벌컥벌컥.

 “크으~”

 “고블린은 말이야. 사람의 물건을 엄청 좋아하거든? 그래서 상단 같은 걸 자주 노린다 말이지. 그러니까 녀석들 거점에는 상단 물품들이 엄청 쌓여있을 거라고? 녀석들을 다 죽여 버리면, 녀석들이 모아 놓은 보물들을 전부 차지할 수 있다는, 뭐 그런 거다.”

 남자는 술집 어디선가 들은 얘기를 각색해서 자신의 얘기인 것처럼 말했다.

 “대단해....”

 소녀는 존경의 시선으로 남자를 바라봤다.

 “하하하! 하지만 딸도 잘했다고? 좋아, 기분이다! 이번에는 오크군단과 맞선 얘기를 해볼까!”

 “응! 꼭 듣고 싶어!”

 남자의 허풍이 들어간 모험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누군가가 집 문을 두들겼다. 그 소리에 소녀의 아버지는 인상을 찌푸렸다.

 “어떤 녀석이야? 이 늦은 시간에?”

 “내가 나가볼게.”

 소녀가 방문자를 확인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어? 아저씨?”

 이 늦은 시간의 손님은 잡화점 주인이었다.

 “아버지는 계시냐?”

 “그야 있는데.”

 마침 소녀의 아버지가 다가온다.

 “으으. 빨리 문 닫아. 춥다고.”

 담요를 두른 채, 한 손에는 술병을 쥔 남자가 나왔다. 그 모습을 보고, 잡화점 주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소녀의 아버지는 폐인의 꼴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지독한 술 냄새까지.

 “음? 아아, 당신은 분명.... 잡화점 주인이었던가?”

 예전에 술 사러 갔을 때 본 것 같네. 라고, 중얼거렸다.

 “전해줄 말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소.”

 “나한테? 뭔지 몰라도 빨리 끝내줘.”

 벌컥벌컥.

 그의 눈동자를 보니 이미 취한 상태였다. 그렇다고 돌아갈 수는 없었다.

 “저 아이에게 들어서 알겠지만, 마을 주변에 고블린이 나타났소.”

 “뭐야, 당신도 알고 있었어? 맞아, 내 딸이 고블린 녀석을 처치했다니까. 대단하지 않아?”

 남자의 딸 자랑에 소녀는 조금 쑥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반대로 잡화점 주인은 질렸다는 얼굴이 되었다.

 저게 부모란 사람이 할 말인가? 자신의 딸이 몬스터와 조우한 것이다. 죽을 뻔 했던 것이다. 그런데 저 남자는 주의를 주기는커녕 오히려 잘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저 남자의 행동은 소녀를 더욱 더 자만하게 만들 것이다.

 그것이 소녀를 위험하게 만든다는 걸 왜 모르는 걸까?

 “당신 딸이 몬스터를 만난 거요. 죽을 뻔 했단 말이오.”

 눈앞에 한심한 남자를 보니, 화가 나서 잡화점 주인은 언성이 조금 높아졌다.

 “앙? 뭐라는 거야? 내 딸이라고? 그렇게 간단히 죽을 리가 없잖아?”

 안 된다. 저 남자는 이미 술에 절어서 제정신이 아니다.

 자신의 말은 저 남자에게 닿지 않는다.

 그걸 알 수 있었다.

 “그것보다 빨리 용건이나 말했으면 하는데?”

 잡화점 주인은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고블린들 때문에 마을에서는 모험가를 고용하기로 했소. 그때까지 마을 사람들끼리 돌아가며 경계를 설 생각이오.”

 “거 고생이 많구만.”

 “당신도 경계근무에 들어가야 하오.”

 “앙? 내가 왜?”

 “당신도 이 마을의 거주민이잖소.”

 “아, 그럼 마을 거주민 안 할게. 그럼 됐지?”

 잡화점 주인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그게 말이 된다 생각하시오?”

 “몰라, 그딴 거. 알까 보냐.”

 소녀의 아버지는 안하무인이었다.

 벌컥벌컥.

 “끄윽. 볼일 끝났으면 돌아가라고?”

 “미치겠군.”

 저 술주정뱅이한테 세 가지 전달사항이 있어서 찾아온 것이다. 아직 두 가지나 더 남았다. 어느 하나 저 남자는 들을 것 같지 않지만 말이다.

 “모험가를 고용할 비용도 내야하오.”

 “나 보고 돈을 내라고? 없어, 없어. 어디 한 번 뒤져보라고.”

 슬슬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그쪽 딸이 고블린에 대해 알려준 덕분에 마을이 빨리 대처할 수 있었으니. 고블린 건에 대해서는 내가 잘 말해보겠소. 하지만 미궁 헌상금은 다음 달 말까지 촌장에게 내야하오.”

 “아, 벌써 그런 시기인가?”

 “설마..... 헌상금을 마련하지 못했소?”

 “뭐, 보시다시피.”

 배 째라 듯이 말하고 있다.

 이 나라에는 미궁이 있다. 고대 몬스터들이 갇혀있는 미궁. 9년 주기로 산제물을 바치지 않으면 미궁의 봉인이 풀려 미궁 안에 있는 몬스터들이 지상에 쏟아져 나오게 된다.

 그렇기에 먼 옛날부터 왕국에서는 9년마다 미궁에 산제물을 바치고 있다.

 산제물은 물론 사람이다.

 “알고 있겠지만, 미궁의 산제물이 될 생각이 아니라면 헌상금을 내야 하오.”

 “그러고 보니..... 산제물이 되면 그 가족은 마을의 헌상금을 받을 수 있었지?”

 “그렇소.....”

 ‘설마 저 남자, 자기 딸을 산제물로 바쳐서 헌상금을 받을 생각인 건.....’

 잡화점 주인은 소녀가 걱정됐다. 저 남자의 여태까지의 행동을 봐서는 충분히 그럴 만 해보였다.

 “알았어, 알았어. 그때까지 마련해보지.”

 “어떻게 말이오?”

 “그건 우리가 좀 더 친해지면 얘기하자고.”

 그는 어느 하나 진지한 구석이 없었다. 사람을 질리게 하는 재주가 있다고 봐도 좋았다. 그 증거로 잡화점 주인은 그에게 질려버렸다.

 “.....마을에서 당신의 입장은 그리 좋지 않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소.”

 그렇게 말하고는 잡화점 주인은 돌아갔다.

 소녀의 아버지도 알고 있었다. 저들이 자신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한다는 것쯤은.

 “켁. 멋대로 말하라지.”

 그런 거 신경 쓸 정도로 자신은 섬세하지 않다.

 “아빠, 미궁이란 게 뭐야?”

 가게에서도 미궁에 대해 얘기한 걸 보면 아무래도 꽤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고, 소녀는 생각했다.

 “엉? 모르냐?”

 “응.”

 “미궁은 그거다, 몬스터들이 사는 탑.”

 “그럼 산제물이란 건?”

 “사람이야. 미궁 몬스터들한테 던져주는 먹이랄까? 큭. 생각해보니, 웃기는군. 마치 사람이 가축 같잖냐.”

 소녀는 놀란 얼굴이 되었다.

 “몬스터들한테 먹이로 준다고? 사람을?”

 “먹이를 안 주면, 몬스터들이 미궁을 나오려 하거든. 그것들이 나오면 이 왕국은 끝장나니까. 높으신 분들은 힘없는 백성들을 먹이로 던져주는 거지.”

 먼 옛날부터 이어져 오는 불합리함이었다.

 “군대나 왕이 있잖아? 미궁에 들어가서 몬스터를 처치하면 되는 거 아니야?”

 “옛날에 그런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성대하게 대실패 해서 말이야.”

 역사학자들은 말한다. 만약 왕국이 미궁 공략을 시도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왕국은 대륙의 제국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뭐, 미궁에서 살아 돌아온 녀석들은 힘을 얻어서 나온다는 것 같지만.”

 “힘? 그게 무슨 말이야? 나, 엄청 흥미 있는데!”

 소녀는 마왕이 되고 싶어 하기에 힘을 갈망했다.

 “뭐였더라? 공략자 말로는 미궁에 여러 시련들이 존재하는데, 그 시련을 이겨내면 강한 힘을 얻는다고 했었지, 아마?”

 9년에 한 번 미궁에 바쳐진 사람들 중에서 아주 극소수가 미궁의 시련을 이겨내고, 힘을 얻어 미궁을 나오기도 했다.

 “강한 힘.....”

 소녀는 미궁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련을 이겨내서 강한 힘을 얻고 싶었다.

 “아빠는 미궁 공략 안 해?”

 “그런 건 약한 녀석들이나 하는 거라고? 아빠는 강하니까, 할 필요 없다, 이거야.”

 “과연!”

 소녀는 남자의 허세에 납득하고 말았다.

 

 일주일이 지났다.

 소녀의 일상은 거의 똑같았다.

 눈을 뜨면 강에서 물을 길러오고.

 삶은 감자로 간단히 배를 채운 후 숲으로 향했다.

 “나, 왔어. 최강아.”

 “.....”

 “그럼 시작해볼까!”

 소녀는 매일 아침 최강의 나무를 쓰러트리기 위해 도끼질을 한다.

 하지만 이 나무는 절대 쓰러지지 않았다.

 흠집은 낼 수 있더라도 어느 깊이 이상부터는 도끼가 박히지 않았다.

 거기에 다음 날에는 꼭 나무의 상처가 나아있었다.

 보통 나무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최강의 나무라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손이 너덜너덜해지고, 근육이 비명을 질렀지만.

 매일 전력을 다해 도끼질을 하다 보니.

 손에 굳은살이 박히고, 근육도 단련돼서, 쉽게 망가지지 않게 되었다.

 소녀는 이전보다 강해졌다.

 그럼에도 이 나무만큼은 쓰러트릴 수가 없었다.

 아직 부족한 것이다, 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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