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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소녀
작가 : 오크족장
작품등록일 : 2017.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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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작성일 : 17-07-03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5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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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틀림없이 나무꾼이라 생각했는데, 꼬마아가씨였군요.”

 낯선 남자의 목소리. 그곳에는 온화한 풍모의 청년이 서있었다.

 짧은 적갈색 머리와 따스한 눈동자.

 뚜렷한 이목구비는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외모였다.

 반대로 그의 복장은 온화하지 않았다.

 가벼운 가죽갑옷. 등에는 활을, 허리에는 짧은 검을 차고 있었다.

 그의 복장은 노련한 사냥꾼을 연상시켰다

 소녀는 직감했다.

 저기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짓는 남자는 강하다. 그렇기에 소녀는 경계했다.

 소녀는 고블린에게서 얻은 검에 손을 가져갔다.

 “뭐야, 너?”

 무기를 쥐고, 경계하는 소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사냥꾼은 두 손을 들었다.

 “아, 저는 그냥 지나가는 사냥꾼입니다.”

 “그럼 마저 지나가.”

 상당히 경계가 심한 소녀였다.

 “하하.... 괜찮다면 마을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길을 잃어서요.”

 “....저쪽.”

 소녀는 손으로 마을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런 숲에서 뭐하는 건가요?”

 “내가 뭘 하든, 너랑 상관없잖아.”

 소녀의 건방진 말투에도 그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유감스럽게도 상관이 있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뭐?”

 “일단 마을에 고용된 몸이라..... 마을 사람들을 지켜야 하거든요.”

 소녀는 사냥꾼의 말에 저 남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저 남자가, 마을 사람들이 고용했다는 모험가?’

 그렇다면 적은 아니다. 그렇기에 반 정도 경계를 풀었다.“그럼 신경 쓸 필요 없어. 난 마을 사람이 아니니까.”

 자신은 누군가에게 지켜질 정도로 약하지 않다. 무엇보다 지켜지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음? 마을 사람이 아니라고요?”

 “어. 아니야.”

 소녀의 아버지가 말했었다. 이제 마을 거주민은 안 한다고. 그럼 아닌 거겠지.

 “하하.... 곤란하네요.”

 이런 숲에 여자아이를 혼자 두고, 떠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힘으로 해결하는 건, 사냥꾼의 방식이 아니다.

 상대는 자존심이 강하고, 경계가 심한 소녀.

 그렇다면 좀 더 시간을 두고, 그녀가 뭘 원하는지 알아야 했다.

 사냥꾼은 근처의 나무에 등을 기댔다. 떠나지 않겠다는 의사였다.

 “뭐야, 너? 어디로든 가버리라고.”

 “꼬마 아가씨의 말을 빌리자면...... 제가 뭘 하든, 당신과는 상관없잖습니까?”

 사냥꾼은 소녀가 했던 말 그대로 돌려줬다.

 “하하, 생각보다 재밌는 아저씨네. 방금 건 좀 웃겼어.”

 “아, 아저씨?”

 사냥꾼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만큼 아저씨란 말이 그에게는 충격적이었다.

 “설마 그런 호칭으로 불릴 줄은....”

 얼마 전까지는 오빠나 형으로 불렸었다.

 사냥꾼은 조금 시무룩해졌다.

 “뭐, 됐어.”

 소녀는 이 이상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여기에 있는 건 상관 안 하겠지만, 내 방해는 하지 마.”

 “알겠습니다.”

 소녀는 마저 나무에 도끼질을 하기 시작했다.

 “하압! 부서져! 죽어! 쳐 날아가라아!!”

 퍼억! 퍼억! 퍼억! 퍼억!!

 묘한 기합을 지르며 나무에 도끼질을 하는 소녀.

 “.....”

 그런 소녀의 모습에 사냥꾼은 얼빠진 얼굴이 되었다.

 ‘요란하게도 도끼질을 하는군요....’

 한편으로는 소녀에게 감탄했다.

 ‘자세는 안정적. 흐트러짐은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진척이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여자아이니 근력이 부족한 거겠죠.’

 소녀가 도끼를 수십 번을 휘두르고, 잠시 숨을 돌리고 있을 때, 사냥꾼이 물었다.

 “그 나무를 패고 싶은 겁니까?”

 “하아.... 하아....”

 소녀는 전력을 다해 도끼질을 했기에 대답할 힘이 없었다.

 “아무리 봐도 무리라고 생각됩니다만.....”

 사냥꾼의 말에 소녀의 기분이 다운된다.

 “....무슨 의미야?”

 사냥꾼은 소녀의 기분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여자는 신체적으로 남자보다 근력이 안 좋습니다. 더군다나 당신은 아직 어리지요.”

 사냥꾼은 소녀가 걱정되는 것이다.

 “그 이상 무리했다가는 몸을 망치게 될 겁니다.”

 바득!

 소녀는 열이 받았다. 저 남자는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 얕보고 있다.

 “그리고 이 근처에서 고블린이 나타났다고 들었습니다. 여자아이가 이런 곳에 있으면 위험해요. 장작이 필요한 거라면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그는 호인이다. 그의 상냥함과 그의 친절은, 여자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겠지.

 하지만 아쉽게도 저 소녀에게는 반대로 작용했다.

 “날 무시하지 마....”

 “.....?”

 소녀가 검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겨누었다.

 “멋대로 내 한계를 단정 짓지 마!”

 소녀의 날카로운 눈빛을 보고, 사냥꾼은 놀라고 만다.

 이 소녀는 진심이다. 이 소녀는 검을 쥐고, 자신에게 달려들 수 있다.

 보통 꼬마에게 볼 수 없는 사고방식.

 용납을 못하는 건가?

 ‘이것 참, 살벌한 꼬마아가씨군요.’

 저건 어린 아이의 투정 같은 그런 귀여운 종류가 아니었다.

 명예와 긍지를 중요시 여기는 기사가 자신이 모욕당했을 때, 결투를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는 의지에 가까웠다.

 짧은 시간이지만 사냥꾼은 눈앞에 있는 소녀의 성질을 파악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당신을 무시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사냥꾼은 솔직하게 사과했다.

 그 태도에 소녀는 표정을 풀고, 검에서 손을 뗐다.

 “.....용서해주겠어.”

 사냥꾼은 쓴웃음을 지었다. 살면서 이런 성격의 여자아이는 처음 봤다.

 “상당히 두꺼운 나무군요.”

 사냥꾼이 소녀가 도끼질 하던 나무를 보며 말했다. 노련한 사냥꾼도 하루 만에 패질 못할 두께였다.

 “최강의 나무야.”

 “최강?”

 “나무 중에서 최강이야. 그래서 최강의 나무야.”

 “최강의 나무라.....”

 “당신 강하지?”

 “강하다기 보다는..... 생존력은 뛰어난 편이죠.”

 아무래도 좋았다. 소녀는 저 남자를 통해서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다.

 “이 나무에 한 번 도전해 보겠어?”

 소녀는 자신의 힘을 타인과 비교하고 싶었다.

 “음? 도와줘도 됩니까?”

 “아니, 도움은 필요 없어. 내가 쓰러트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이해가 안 갑니다만.....”

 “도전이랑 도움은 의미가 다르잖아? 이 나무를 쓰러트리는 건 내 힘으로 할 거야. 타인의 힘은 필요 없어. 하지만 저 나무에 도전하는 건 막지 않아. 그런 거야.”

 “아, 그렇군요.....”

 사냥꾼은 소녀가 묘한 곳에 고집이 있다 생각했다.

 “그런데..... 제가 이 나무를 쓰러트리면, 아가씨가 곤란한 게 아닙니까?”

 분명 이 소녀는 이 나무를 자신의 힘으로 쓰러트리길 바랐다.

 “그때는 내가 당신을 쓰러트리면 돼.”

 “.....”

 사냥꾼은 소녀의 당돌함에 할 말을 잃었다.

 

 사냥꾼은 소녀에게 도끼를 건네받았다.

 사실 그에게 나무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이 나무를 쓰러트리고, 저 소녀를 빨리 마을로 돌려보내고 싶을 뿐이었다.

 저 소녀를 숲에 두고 가기에는 불안했다.

 만에 하나 소녀가 고블린에게 당하기라도 하면, 자신은 분명 후회할 거다.

 구할 수 있었던 목숨을 구하지 못한 것이니까.

 해서, 이 나무를 쓰러트린다.

 이 소녀의 고집을 꺾기 위해서.

 ‘대신 이 소녀의 목적이 저로 바뀌겠지만요.’

 조금 귀찮게 되더라도, 한 생명을 구했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사냥꾼은 자세를 잡고, 도끼를 휘둘렀다.

 “흐읍!”

 퍼억!

 확실히 단단한 나무다. 하지만 전혀 박히지 않는 건 아니다.

 이 속도로 계속 패기만 하면 쓰러트릴 수 있다.

 퍼억! 퍼억! 퍼억....

 얼마나 휘둘렀을까.

 ‘왜..... 안 쓰러지는 겁니까?’

 어느 시점부터인가, 나무에 더 이상 도끼가 들어가지 않게 되었다.

 사냥꾼은 속으로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자신이 전력으로 휘두른 도끼가 통하지 않다니..... 설마 이 나무는 강철 같은 강도란 건가?

 ‘정말로 최강의 나무라는 겁니까.....’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다.

 일단 미궁 공략자란 타이틀을 달고 있기에.

 이 정도의 시련도 이기지 못해서야, 모험가라 할 수 없다.

 사냥꾼은 체내의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했다.

 이것으로 근력과 민첩이 몇 배나 강해졌다.

 고작 나무를 베기 위해 이 힘을 쓰는 것은 어떠나 싶지만은.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이 나무는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

 “흐읍!”

 나무에 도끼가 부딪친다.

 콰앙!!

 나무에서 천둥 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 과정을 보던 소녀는 두 눈이 커졌다.

 “이런.”

 사냥꾼은 확신했다.

 “정말로 최강의 나무군요.”

 전력을 다했음에도, 나무를 쓰러트리지 못했다.

 나무가 좀 더 파였을 뿐.

 거기에 도끼 손잡이까지 부서졌다. 사냥꾼의 힘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도끼를 망가트려서 죄송합니다. 변상은 마을에서.....”

 “대단해! 뭐야, 방금 그거!”

 소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부담스러운 눈빛이었다.

 “가, 가깝습니다만...”

 소녀가 밀착될 정도로 다가와 구멍이 뚫릴 정도로 사냥꾼을 쳐다봤다. 이 꼬마, 엄청 흥분해 있다.

 “말해 봐! 방금 그거 뭐야! 뭔데! 마지막에 이상한 느낌이 들더니, 엄청 강해졌잖아!”

 “이상한 느낌이라니.... 혹시 마력을 느낀 겁니까?”

 “마력? 그게 강해진 이유야?”

 마력을 모른다? 그런데 마력을 느꼈다면.....

 아니, 말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마력을 감지하는 능력이 너무 비상식적이다.

 “나, 그거 가르쳐줘!”

 “하하.... 곤란합니다만.”

 “나는 괜찮으니까!”

 “아뇨, 제가 곤란합니다만....”

 사냥꾼은 곤란한 웃음을 지으며 거절했다.

 “할 수 없네. 알았어.”

 “음?”

 ‘생각보다 포기가 빠르군요. 좀 더 억지 부릴 줄 알았는데.’

 “그런데 이거 어떻게 해줄 거야?”

 소녀가 부서진 도끼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 마을에 가서 새 도끼로 사드리겠습니다.”

 “그래? 그거 천 골드니까. 천 골드 도끼로 사줘.”

 터무니없는 가격에 사냥꾼은 놀란 얼굴이 되었다.

 “예? 천 골드라니..... 하하, 농담이 너무 심하십니다.”

 소녀는 딱 잘라 말한다.

 “아니, 이건 천 골드의 가치를 지녔어. 그러니까 천 골드야.”

 “저한테 그만한 돈은 없습니다만.....”

 “천 골드가 없으면..... 마력에 대해 알려줘야겠어. 알고 있는 전부를 말이야.”“과연 그래서 천 골드입니까.”

 정말이지, 곤란한 꼬마 아가씨였다.

 자존심은 강하고, 고집은 세고, 엄청 건방지고, 제멋대로에, 호승심이 강하고, 끓는점은 낮다.

 귀찮은 요소는 전부 갖추고 있다.

 해서, 어쩔 수 없다. 적당히 알려줄 수밖에.

 안 가르쳐주면, 더 귀찮게 굴 테고.

 어차피 그것은 재능과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 가르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알겠습니다. 마력에 대해 알려드리죠.”

 “잘 생각했어!”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조건?”

 “당분간 숲에는 접근 하지 말아주세요. 적어도 제가 고블린 무리를 토벌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소녀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싫어, 그건.”

 “예?”

 뜻밖에도 소녀의 대답은 거절이었다.

 “그건 마치 내가 고블린이 무서워서 도망치는 것 같잖아? 그러니까 싫어.”

 “아니, 그게 무슨.....”

 “나는 마왕이 될 여자야. 그러니까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아.”

 당당하게 말하는 소녀. 정말 늠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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