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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소녀
작가 : 오크족장
작품등록일 : 2017.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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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작성일 : 17-07-29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6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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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냥꾼은 한 시간 정도 바알에게 이것저것 알려주고, 고블린 탐색에 나섰다.

 마음 같아서는 바알이 집으로 돌아갔으면 했지만.

 바알의 성격 상, 깊은 간섭은 싫어했다.

 그것이 설사 힘에 관한 것이라 해도 말이다.

 사냥꾼이 떠나고. 바알은 최강의 나무에게 도전했다.

 “하압!”

 퍼억!! 퍼억!! 퍼억!!

 도끼를 휘두를 때마다 나무가 흔들린다.

 엄청난 괴력이었다.

 현재 바알은 육체강화를 두 번 중첩한 상태였다.

 성인 남성의 몇 배에 달하는 근력.

 “두 번으로는 무리인가?”

 그럼에도 나무는 쓰러트릴 수 없었다. 그렇다면....

 “강화.”

 명령한 것만으로도 라인에 저장된 마력이 움직인다. 있을 수 없는 일. 상식에 벗어나 있다. 바알이 마법을 알고 있다면, 명령하는 것만으로 마법이 발현될 것이다. 마법사나 기사가 이 사실을 안다면, 충격을 받겠지.

 “그럼.... 쳐 날아가라!!”

 콰앙!!

 나무에서 천둥 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전에 사냥꾼이 전력을 다해 휘두른 일격과 비슷한 파괴력이다.

 “후우. 강화를 세 번 해도 쓰러트릴 수는 없는 거네.”

 이전보다 더 깊게 파였지만, 그 이상은 박히지 않을 거다.

 강화를 할 수 있는 마력은 남았으나, 그 이상의 강화는 정말로 무언가 끊어진다.

 현재 자신의 한계는 강화 세 번까지.

 바알은 무모하지만, 멍청이는 아니다.

 자신의 신체가 영구적으로 망가지는 짓은 하지 않는다.

 “오늘은 이쯤 할까?”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배웠다. 라인을 만들어냈고. 육체강화도 할 줄 알게 되었으니까.

 “....?”

 그때, 근처에서 소년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분명 모험가가 여기로 갔는데.”

 “대장. 그런데 정말로 그 사람 제자로 들어갈 거야?”

 “당연하지! 이런 마을은 나한테 시시하다고!”

 마을 골목대장과 그 패거리가 숲으로 들어온 이유는 모험가인 사냥꾼에게 제자로 받아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어? 쟤는?”

 마을 소년들은 커다란 나무 앞에 도끼를 들고 있는 소녀를 발견했다.

 “아! 매일 새 잡는 애다!”

 바알은 마을에서 유명인이었다. 아이들도 한때 바알을 따라 돌로 새를 잡으려고 했지만, 잡기는커녕 애꿎은 사람이 돌에 맞는 사고가 일어나, 크게 혼난 일이 있었다.

 “거기, 너.”

 골목대장이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 말투는 무시 및 깔봄이 깔려있었다.

 “이 주변에서 모험가 못 봤냐?”

 건방진 소년의 물음에도 의외로 바알은 순순히 대답했다.

 “봤어.”

 “진짜냐? 어디로 갔지!”

 “저쪽.”

 바알은 사냥꾼이 간 방향을 가리켰다.

 “어? 저것 봐! 검이야!”

 한 소년이 바알의 근처에 있는 검을 발견하고는 크게 말했다.

 “너, 그 검 어디서 났냐?”

 골목대장이 탐욕이 깃는 눈으로 보았다. 꼬마들한테 검이란 동경의 물건 같은 것이었다.

 “고블린을 죽이고, 얻었는데.”

 “네가 고블린을 잡았다고? 거짓말 치지 마!”

 골목대장이 반발했다.

 “이해가 안 가는데 말이야.”

 소녀가 정말로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내가 거짓말을 해야 할 정도로 너희가 대단한 녀석들이야?”

 “이 년이....!”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에 골목대장은 화가 났다. 그렇다고 여자애를 때릴 수는 없었다.

 “그거 내놔!”

 “검 말이야?”

 “여자애가 그런 걸 갖고 있어 봤자 쓸모없잖아? 내가 잘 써주지.”

 “그래! 여자는 집에 가서 인형놀이나 하라고!”

 소년들이 바알에게 한 마디씩 던졌다. 압박하고 있다. 보통 아이라면 여기서 겁먹었고, 원하는 대로 해줬겠지. 다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하아. 뭐가 그리 말이 많은 건지.”

 바알의 눈에는 그들이 같잖게 보였다. 고작 하는 게, 말로 하는 협박이라니. 여기서는 자신이 좀 도와줘야겠다.

 바알은 바로 앞에 있는 돌을 발로 찼다.

 “으악!”

 한 명이 이마에 돌을 맞았다.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돌에 맞은 소년은 눈에 눈물이 맺혔다.

 “피, 피!?”

 “그만 입 놀리고. 원하는 게 있으면 그냥 힘으로 뺏어가.”

 소년들은 당황했다. 설마 여자애가 저렇게 행동할 줄은 몰랐다.

 “아니면 겁이라도 먹은 거야?”

 바알은 계속해서 도발한다.

 “겁쟁이들은 집에 가서 인형놀이나 하지 그래?”

 “저 빌어먹을 년이!”

 골목대장이 소녀에게 달려들었다.

 ‘마력을 쓸 필요도 없겠어.’

 바알은 천천히 걸어 나갔다. 골목대장이 코앞까지 왔을 때, 살짝 몸을 틀어 피했다. 거기에 발까지 걸어주니. 화려하게 넘어졌다.

 “으악!”

 “다들 뭐해! 저 녀석을 덮쳐!”

 소년들은 바알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그 어느 공격도 소녀에게 닿지 않았다.

 주먹을 날리는 녀석에게는 피해서 안면에 주먹을 꽂아주었다.

 달려드는 녀석에게는 살짝 피해 다리를 걸어주었다.

 섣불리 다가오지 못하는 녀석에게는, 바알이 다가가 공격했다.

 ‘....나, 뭔가 마왕 같지 않아?’

 용사일행들은 꼭 무리로 이루어 마왕을 공격한다.

 마왕은 당연히 혼자서 멋있게 그들을 상대했고 말이다.

 지금 상황이 꽤 비슷했다, 자신은 마왕, 꼬마들은 용사일행.

 물론 상대가 영 아니었지만.

 “이, 이 녀석, 엄청 세....”

 몇 명은 코피를 흘리고. 몇 명은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다. 소녀를 공격하면 꼭 어딘가 다친다. 그렇기에 소년들은 소녀에게 쉽게 다가갈 수가 없었다.

 서서히 두려움이 피어났다.

 “뭐야, 벌써 포기야? 너무 시시한데?”

 이래서야 간에 기별도 오지 않는다. 자신은 좀 더 날카롭고. 차가운 그런 걸 원했다.

 “할 수 없네. 자아, 받아.”

 바알은 골목대장에게 검을 던져주었다. 골목대장은 의문의 눈빛으로 바알을 보았다. 이건 무슨 의미냐고.

 “그게 있으면 좀 더 재밌게 해주겠지?”

 바알은 위험한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자아. 죽일 각오로 덤벼. 날 베면 그건 네 꺼다.”

 미쳤다. 싸움에 미쳤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히익!”

 바알의 무언가에 그들은 압도당했다. 저 여자애는 정상이 아니야. 무기를 갖고 있는 건 이쪽인데. 오히려 무섭다. 거기에 소년들에게는 사람을 벨 각오 같은 건 없다.

 “도, 도망가!”

 “으아아아!”

 검을 던지고, 소년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 그런 그들을 보며.

 “나 참. 한심한 녀석들이네.”

 바알은 싸움을 즐기지 못해 불만스러웠다.

 

 **

 

 소년들은 전력을 다해 달렸다. 바알에게서 어느 정도 거리가 벌려졌다 판단한 후, 발을 멈추고, 숨을 돌렸다.

 “하아... 하아... 저 녀석 뭐였던 거야, 대체.”

 “여자주제에 엄청 강했어.”

 “대장, 나 코피 나.....”

 “시끄러. 나도 나고 있다고.”

 소년들의 꼴은 엉망이었다. 집에 가면 부모님한테 뭐라고 말해야할지 걱정이었다.

 “대장, 이제 어떻게 해? 모험가를 찾을 거야?”

 “아니, 오늘은 이만 집에 돌아가자.”

 모두가 지쳤다. 다치기도 했고.

 그렇게 마을로 돌아가려 할 때였다.

 “아아아악!”

 한 소년이 비명을 질렀다. 모두가 그 소년을 보자, 놀라고 만다.

 “흐윽. 아파아. 아파....”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소년. 어깨에 길다란 무언가가 박혀있었다. 그것의 정체는 화살이었다.

 “케륵.”

 기분 나쁜 울음소리. 한, 둘이 아니다. 주변은 어느 샌가, 녹색 난쟁이, 고블린들이 포위하고 있었다. 매우 많았다. 보이는 것만 해도 열 마리가 넘는다.

 “고, 고블린!”

 모두들 두려움에 빠졌다. 이가 딱딱 부딪치고, 다리가 떨린다.

 “사, 살려줘!”

 “싫어!”

 몇 명이 충격에 빠져 도망치려고 했으나, 쏘아지는 화살에 당했다.

 “으아아아아!”

 “아파아아아!”

 모두들 얼어붙었다. 소년들은 후회했다. 어른들 말대로 숲에 들어가는 게 아니었다.

 소년들은 저항 할 수 없었다. 그럴 의지도, 용기도 없다. 그저 공포에 떤다.

 고블린들은 소년들에게 다가간다.

 “사, 살려줘.....”

 그들은 바랬다. 자신들을 구해줄 누군가를.

 “케엑!”

 고블린 한 마리가 비명을 질렀다. 그 고블린 안면에는 돌이 박혀있었다.

 “뭐야, 이거? 완전 재밌는 상황이잖아?”

 소녀가 나타났다.

 “너, 넌?!”

 소년들은 소녀의 등장에 놀란다.

 “비명소리가 들려서 와봤는데, 오길 잘했네.”

 바알은 웃고 있었다. 그것은 너무 기대가 돼서 참을 수 없는 듯한. 위험한 웃음.

 “너희들이라면, 날 좀 재밌게 해주겠지?”

 바알은 소년들을 보고 있지 않다. 보고 있는 건, 작은 괴물들.

 고블린들은 갑자기 나타난 소녀를 경계했다. 동족이 당했다. 저건 적이다.

 고블린 한 마리가 화살을 쏜다.

 바알은 몸을 틀어 화살을 피했다.

 “눈앞에서 쏘면 훤히 보이거든?”

 보통은 눈앞에 날아오는 화살을 볼 수 없다. 피할 수도 없다. 소년들은 바알이 화살을 피한 걸 보고, 입을 벌렸다.

 “....사냥은 말이야.”

 바알은 몸을 뒤로 돌려, 쥐고 있는 도끼를 던졌다.

 “쿠엑!”

 소녀의 뒤로 접근하던 고블린의 가슴에 도끼가 꽂혔다.

 “사냥감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공격하는 거라고.”

 바알은 멍청한 얼굴로 자신을 보는 소년들에게 말했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겁쟁이들은 집에 가서 인형놀이나 하지 그래?”

 바알의 말에 소년들은 정신을 차리고, 다친 아이들을 부축한다.

 자리를 벗어나려는 아이들.

 하지만 고블린들은 사냥감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몇 마리가 소년들에게 달려든다.

 “안 돼지. 안 돼.”

 바알은 고블린 가슴에 꽂힌 도끼를 들어올린다. 도끼가 깊숙이 박혔는지 사체에서 빠지지 않는다. 해서, 도끼와 함께 죽은 고블린 채로 들어올렸다.

 원래라면 여자아이가 한 손으로 고블린을 들어 올릴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마력으로 강화된 육체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하압!”

 있는 힘껏 도끼를 휘둘렀다,

 그러자 도끼머리에 박혀있던 고블린 사체가 소년들을 쫒아가던 고블린에게 날아갔다.

 고블린은 사체에 맞고 쓰러졌다. 이어서 뒤에 있던 고블린도 바알이 던진 손도끼에 죽음을 당했다.

 “너희들 전원 나랑 놀아줘야겠어. 한 마리도 빠짐없이 말이야.”

 바알은 허리에 찬 검을 뽑는다. 그리고 순식간에 가장 가까운 고블린에게 도달하여 검을 휘둘렀다.

 “케엑!”

 일격에 고블린은 목숨을 잃었다.

 소녀의 육체는 마력으로 강화된 상태다. 살과 근육을 베는 건 어렵지 않다.

 “케르윽!!”

 동족이 당한 것에 분노하는 고블린들. 더 이상 도망치는 소년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고블린들은 일제히 바알에게 달려들었다.

 바알은 검을 휘둘러 한 마리를 바로 처치한다.

 하지만 두 마리째에서는 검을 휘두르기에는 너무 늦는다.

 씨익.

 웃음이 나온다.

 자신이 원하는 건, 이런 거였다. 간담이 서늘한, 오싹한 느낌.

 왼쪽 팔을 휘두른다.

 퍼억!

 달려든 고블린의 턱뼈가 부서졌다.

 마력에 의해 강화된 근력은 뼈를 부수기에는 충분했다.

 다만 피부의 강도까지 강해진 것은 아니어서 피부가 찢어졌다.

 저 멀리서 화살을 장전하는 고블린이 보였다. 바알은 검을 던졌다. 검은 화살처럼 일직선으로 쏘아진다. 화살을 장전하던 고블린은 꼬챙이가 되었다.

 바알은 맨손이 되었다. 적은 무기가 없다.

 고블린들은 기회라 보고, 달려들었다.

 콰직! 푸욱! 퍼억!

 바알의 전투는 난폭했다.

 권격으로 고블린 머리를 박살내고. 고블린을 집어던지고. 고블린의 무기를 빼앗아 쓰기도 했다.

 “아하하하! 뭐해!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있잖아!”

 소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광전사였다.

 “윽.”

 바알이 드물게 고통의 신음을 내뱉었다.

 뒷목에 무언가에 쏘였다.

 바알은 목에 꽂힌 것을 뽑는다. 뭔가 했더니 독침이었다.

 “쯧. 같잖은 짓을.....”

 사각에서 오는 공격은 아무래도 반응하기 어려웠다. 독침이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화살이었다면 목에 바람구멍이 났을 것이다.

 바알은 바로 근처 나무로 달려가 나무를 등지고 고블린들과 대치한다.

 이걸로 어느 정도 사각을 커버할 수 있게 되었다.

 “뭐야, 너희들? 몬스터 주제에 겁먹은 거냐?”

 고블린들이 바알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긴장하는 게 눈에 보였다. 바알이 강자인 것을 절실히 느낀 것이다.

 “나참, 할 수 없네.”

 바닥에 있는 돌을 주워, 있는 힘껏 던진다!

 콰직!

 돌에 맞은 고블린의 머리가 박살났다.

 “빨리 날 죽이지 않으면 너희들 다 죽을 거다,”

 남아 있는 고블린은 열 마리가 조금 넘었다.

 하지만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화살과 독침만 조심한다면, 맨몸으로도 상대할 수 있다.

 “어....?”

 바알은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꼈다. 동시에 몸이 휘청거렸다.

 “뭐야, 갑자기 왜....”

 빈혈 증상처럼 몸에서 힘이 빠진다.

 ‘설마, 방금 맞은 독침 때문에?’

 바알의 생각대로 그 독침에는 강력한 마비 독이 발라져 있었다. 고블린들이 접근하지 않았던 이유는 독이 퍼지길 기다린 것이다.

 “독이란 거, 상당히 짜증나는 거였네.”

 바알이 괴로운 모습을 보이자, 고블린 한 마리가 접근한다.

 찌르는 검. 피할 수 없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

 “고마워. 덕분에 좋은 걸 배웠어.”

 바알은 팔을 들어, 찌르는 검을 막았다.

 푸욱.

 “좀 아픈데.”

 손이 검에 꿰뚫렸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바알은 꿰뚫린 손으로 검 날을 움켜잡는다. 고블린이 검을 빼려고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바알은 다른 한 손으로 고블린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강화된 악력으로 손목뼈를 아작 냈다.

 두둑!

 “케에!!”

 비명을 지르는 고블린.바알은 그대로 고블린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딱딱한 지면과 충돌하자, 고블린의 뼈가 가루가 된다.

 “....!”

 이변을 느낀다.

 “이제는 시야까지 흐릿하게 보이는 건가?”

 독의 영향으로 바알의 상태는 점점 악화되고 있었다.

 푸욱!

 “아악!!”

 바알의 어깨에 화살이 박혔다. 원래라면 피할 수 있었겠지만, 독의 영향 때문에 시야를 빼앗겨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하지만 쓰러지지는 않는다.

 “.....독침 하나 때문에 전세가 역전된다니.”

 독 때문에 머리가 어지럽고. 앞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손은 검에 꿰뚫렸고. 어깨에는 화살이 박혀있다.

 소녀가 처음 겪는 위기.

 죽음이 바로 근처에 있다.

 “그게 재밌는 거지만.”

 즐겁다. 이 망할 상황이. 죽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 즐겁고,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

 “강화.”

 바알은 돌풍이 되어 고블린 앞에 도달한다. 안 보이는 게 아니다. 흐릿하게 보일 뿐. 더러운 녹색이 고블린이다!

 퍼억!

 뼈를 부순 감각이 주먹에 남는다.

 픽!

 등이 따끔하다. 또 독침에 쏘였다.

 “하! 깔짝깔짝 공격하지 말고. 화끈하게 와라!”

 푸욱!

 “크아!!”

 화살이 바알의 다리를 꿰뚫었다. 바알은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다.

 “하아.... 하아....”

 숨은 거칠다. 열이 나고. 땀이 흐른다. 몸은 피투성이에.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진 건가....”

 어딘가 자만하고 있었다. 자신은 강하다고. 하지만 결국 잡몹 따위에게 지고 말았다.

 단순히 강한 걸로는 부족했던 것이다.

 극독에 당해도, 검에 꿰뚫려도, 심장이 파괴돼도. 머리가 부서져도.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강해야했던 것이다. 그게 마왕이란 존재다.

 “....되고 싶었는데.”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다.

 잡몹에게 당한 여자아이라는 결말로.

 “분한 걸....”

 바알은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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