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것이 시작되던 날 혹은 끝나던 날
묻어버린 기억을 복원해내는 작업은 늘 같은 지점에서 멈춘다. 더 이상 밝혀내면 삶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그 진실을 밝혀 산산히 부서지느니 적당히 지금의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라고 무의식은 기억의 문을 한사코 열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인간이 어디 그리 무의식의 경고에 호락호락 순응하는 존재던가? 인류의 지구 역사는 이브가 금단의 사과를 깨물었을 때, 판도라가 그 빌어먹을 상자를 열어 온갖 슬픔과 불행을 풀어놓았을 때 비로소 시작되었거늘.
아무리 고통스러운 진실이라도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인 것을. 인간이란... 오오 인간이란.
다다. 다야드밤. 담야타. 샨티 샨티 샨티
(동정하라, 공감하라, 자제하라, 평화, 평화, 평화 – T.S. 엘리엇의 ‘황무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