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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엔 두 사람이 있었다. 정확히는 두 종류의 생명이었다. 자세하게는 한 여자와 한 남자였으며, 세밀하게 파고들자면, 그들은 특별한 능력을 타고난 자들이었다.
“지금 보시는 홀로그램 속 두 인물은 ‘궁극의 M’ 관계에 있던 펜들럼과 에이블입니다.”
대열을 맞추어 서 있다고 보기엔 다소 뿔뿔이 흩어져 있던 열댓 명의 학생들이 일제히 한곳에 모여든 순간이었다. 손목에 찬 단단한 출입증 팔찌를 흔들며 장난을 치던 아벨도, 얼마 전 새로 사들인 신경 인식기기를 관자놀이 부근에 붙였다 떼며 기능을 확인하던 서연도, 휴대폰 삼매경에 빠져있던 지공까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가이드가 설명하는 홀로그램 영상 하나에 시선을 빼앗겨버린 것이다.
홀로그램만 떴다 하면 그 사이로 손을 뻗어 넣으려 안달을 쓰던 장난기 많은 수도 이번만큼은 아무런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시관을 둘러보는 내내 가장 앞에서 무엇이든 먼저 보고 먼저 체험하려던 적극적인 그마저 뒷걸음질 치기 급급할 만큼, 수의 앞에 있는 홀로그램 속 두 형상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수는 시야를 가릴 정도로 길게 자란 샛노란 머리칼을 쉽사리 넘기지 못한다. 차라리 빗장 같은 그것들이 제 방어막이 되어주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통을 뒤덮은 짧고 검은 머리칼을 제외하고 딱 앞머리 부분만 금빛으로 빛나는 것이 퍽 우스꽝스럽게 짝이 없었다.
두 생명체가 뿜어 대는 위엄은 범상치 않았다. 가상의 형체만으로도 보는 이에게 말로 다 표현 못 할 공포를 심어주는 데에 일체의 부족함이 없었다. 바닥에 위치한 기계에서 반사되어 나타난 남자와 여자의 형상은 나란히 마주 선 채 아주 미세한 움직임을 보인다. 홀로그램의 크기는 스치듯 보아도 센터 안에 있는 그 어떤 자들보다 두 배는 더 되어 보였다. 언뜻 보면 세련된 옷이라 착각할 법한 얇은 방탄복이 그들의 몸을 둘러싸고 있었으며, 목 위로 칭칭 감긴 얇고 어두운 천은 무릎 언저리까지 길게 내려와 바람에 휘날리듯 조금씩 흔들렸다. 누가 보아도 심상치 않은 차림이다. 두 사람은 말없이 입을 다문 채 눈만 깜빡이고 있었지만, 어쩐지 그 시선이 서로를 향한 것만 같았다.
“다들 알고 계시다시피 펜들럼과 에이블은 서로 짝을 이루어 살아가는 상호 의존 관계입니다. 짧은 수명과 신체적 능력의 발달이 없는 일반 노만(Noman)과 다르게 펜들럼과 에이블은 그들의 역량에 따라 더욱 발달한 신체구조와 재생력을 가지게 됩니다. 여러분의 손바닥에 나타나는 문양과 손목에 새겨진 숫자가 바로 종족의 상징이 되는 거죠. 해와 달은 에이블에게, 그리고 나침반 문양은 펜들럼에게 생겨납니다."
가이드의 설명을 따라 학생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홀로그램 속 두 사람의 손바닥으로 향했다. 남자의 손바닥에는 빛과 어둠이 절묘하게 뒤섞인 해와 달 문양이 있었으며, 여자의 손바닥 또한 패턴을 맞춘 것처럼 흑백이 철저히 나뉜 나침반 문양이 자리하고 있었다.
"손목으로 연결되어 나타나는 숫자 또한 각기 다릅니다. 에이블은 14, 그리고 펜들럼은 1이죠. 숫자의 의미는 다들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파장이 들어맞는 에이블과 펜들럼의 관계를 통칭‘M(Magnetic Relation)’이라고 하며, 각성한 자들의 접촉이 이루어졌을 때 문양이 완전한 모양을 갖추게 됩니다."
건장한 체격에서 흘러나오는 미성에 가까운 가이드의 목소리가 정적을 이루는 학생들의 귓가에 들어앉았다.
“오래전, 에이블 국가정보국 DNIPM(Office of the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Peace Makers)의 창시자이자 …… 통합 … 피스메이커즈(Peace Makers)의 … 수장이셨던 ….”
"하아암―."
"저기 보이는 손목의 독특한 …… 누운 팔자 모양… 수학 시간에 …… 아시죠?"
하도 부드러운 통에 그가 소개하는 펜들럼과 에이블이 주는 범접 못 할 위압감이 잠시나마 사그라지는 것만 같은 착각이 일 정도였다. 그 때문인지 연신 하품을 내뱉는 아이들이 늘어간다. 그러나 착각은 찰나에 불과했다.
“히에엑…!”
수가 도축되는 돼지가 낼 법한 괴이한 소리를 내뱉으며 깡마른 어깨를 만 채로 고개를 더 깊숙이 수그린다. 거기다 이제는 냉동 창고에 갇혀 있다 나온 사람인 양 몸까지 벌벌 떨어 댄다. 얇디얇은 하복 차림에 퍽 걸맞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삐쩍 마른 그의 몸이 더욱 앙상해 보이기까지 하다. 다른 아이들이 순간순간 몸을 움찔거린 것에 비하면 대단히 과장된 몸놀림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러나 수의 주변에 있던 아이들은 그의 행동에 딱히 딴지를 건다거나 놀려먹으려 들지는 않았다. 비단 유난스러운 수의 성격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눈이 마주쳤어. 나한테 말을 걸 것만 같았다고!”
수는 홀로그램 속 펜들럼과 눈이 마주쳤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수가 지레 겁먹고 놀랄 만한 이유가 되기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다른 아이들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곧,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공수 자세를 취하고 있던 가이드가 침착하게 나서서 놀란 수를 진정시켰다.
“아, 놀라지 않으셔도 됩니다. 타 프로그램에 있는 망막 인식이나 소통 기능이 이곳엔 적용되지 않았거든요.”
거기다 따로 기록된 정보도 없고. 씁쓸함이 묻어난 가이드의 말소리가 먹혀들어 가듯 줄어들더니 이내 정적 속에 파묻혔다. 사실이었다. 센터 내 여타 홀로그램에 기본적으로 내장된 대상에 대한 정보나 신체 인식 기능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정작 반드시 있어도 모자랄 것 같은 대상에는 쏙 빠져 있었다. 덕분인지 때문인지, 그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가이드가 설명하는 것 이외에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상상에 그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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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2층 유리 난간에 팔을 걸친 채 허리를 살짝 숙인 한 남자가 센터 전시관 1층 중앙에 몰려 있는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삐딱한 자세에도 위아래로 짝을 이룬 네이비 스트라이프 정장은 구김 하나 없는 올곧은 직선을 유지하려 기를 쓰는 듯 보였다. 어두운 슈트에 대비되는 그의 밝고 샛노란 머리칼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남자가 높은 콧대 위에 안착한 검은 선글라스를 기다란 손가락 끝으로 살짝 끌어내렸다. 선한 듯 하면서도 정반대의 날카로움을 품은 남자의 눈매가 선글라스 위로 그 자태를 드러냈다.
"신기한 애가 들어왔네."
남자가 고개를 슬며시 옆으로 꺾었다. 그는 흡사 졸음이 몰려오는 사람의 것이라 보아도 무방할 법한 나른한 눈동자 속에 아이들의 얼굴을 한 명씩 담기 시작한다. 그때, 또 다른 남자가 기척 없이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남자라고 칭하기엔 조금은 앳된, 그것도 쓰고 있는 동그란 은테 안경이 꽤 잘 어울리는 귀여운 인상의 소년에 가까웠다. 그가 손에 든 작은 책 한 권을 덮으며 짝다리를 짚고 선 남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뭐하냐, 여기서?"
꽤 매혹적인 저음이었다. 목소리 하나만으로 소년에서 청년으로 순식간에 이미지가 바뀌어버린다. 그보다 더한 성숙함도 어울릴 법하다. 소년의 물음에도 남자는 미동 한번 없었다. 위아래로 도톰한 데다가 적당히 붉게 물든 소년의 입술이 살짝 뒤틀리는가 싶더니, 곧 입에 담기도 힘든 저급한 욕설을 무차별로 뱉어대기 시작했다.
“한참 찾았잖아, 새끼야.”부터 시작해서,
“씹냐?”, “내 말이 아주 X 같지?”, “대갈통에 이거 한번 꽂아볼래? 어때? 장식용으로 아주 딱인데, XX.”까지….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소년의 폭언에도 남자는 조금 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평정을 유지했다. 소년은 툴툴거리면서도 남자에게 딱히 해를 가하지는 않았다.
소년의 시선이 곧 남자를 따라 아래로 향했다. 표정이 여간 좋지 않다.
“이번에 시범으로 교육 과정 중에 있는 애들을 선발한다더니, 어디서 멋모르는 애새끼들을 우르르 끌고 왔네. 누가 저딴 쓰레기 같은 아이디어를 제안한 거야? 정신 사나운 거 딱 질색인데.”
"귀엽잖아."
"귀엽기는. 쟤네 뒤치다꺼리는 누가 하는데? 또 나 시킬 거잖아. 네가 맨날 판만 키워놓고 어디로 홀랑 내빼버리니까 책임이 다 나한테 날아온다고, 새끼야. 어?"
"난 바쁘잖아. 흩어진 애들 찾으러 다녀야지."
"애들은 개뿔이. 게네가 네 애냐?”
소년의 불평에도 남자의 여유로움은 여전했다. 그의 끊임없는 투정이 이어졌으나 한번 입을 다문 남자는 끝까지 침묵을 지켰다. 그는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관심 없어 보이는 듯하면서도 그들 한 명 한 명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을 하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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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씩이나 돼서 홀로그램 하나에 쫄기는.”
수의 옆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던 큰 키의 여자아이가 남자인 수보다 더욱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그를 곱씹었다. 위로 높게 묶은 머리칼 탓인지 함께 치켜 올라간 눈꼬리가 그녀의 인상을 더욱 매섭고 차가워 보이게 한다. 깡마른 체격은 수와 별다를 바가 없었지만, 어쩐지 힘에서는 백 번이고 수가 밀릴 것만 같은 분위기를 풍기던 그녀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건물 외벽에서 널따란 유리창을 뚫고 들어오는 채광이 그녀의 얼굴 위로 빛을 비춘다. 진한 고동빛을 띤 한쪽 눈동자의 색은 살짝 옅어진 반면, 다른 눈동자는 태양을 그대로 머금은 양 두드러지게 샛노란 빛을 양껏 드러내고 있다.
“발라. 나한테 너무 야박한 거 아니야? 아무리 홀로그램이라고 해도 저들은 내가 이렇게 호들갑을 떨어도 모자랄 정도로 대단하신 분들이라고."
“그래 봤자 홀로그램이지.”
건조함의 극치를 보이는 발라의 말투에도 수는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그는 냉소적인 발라의 태도에 이미 달관한 자였다.
"정확히는 에이블인 나와 펜들럼인 네가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신 분들의 홀로그램이지."
때 지난 에이블의 기세를 앞세워 발라를 얕잡아보던 수가 의외의 전개를 펼쳐 보였다. 그가 삐딱하게 서 있던 발라의 앞으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한쪽 팔로 감싸 안은 것이다.
"그래서, 뭐. 박수라도 쳐 줘?"
비아냥거러운 말투가 수를 상대하기 귀찮아하는 그녀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발라는 의외로 수의 끈적이는 스킨십을 거부하지 않는다. 한 가지 더 의외였던 점은, 그토록 왜소해 보이던 수의 모습이 발라와 밀착한 지금은 왜소해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그녀를 한쪽 팔 안에 감싸고도 남을 정도로 커 보였다는 것이다.
“난 저 무법 시대에 살았다고 해도 개의치 않고 널 사랑했을 거야, 발라.”
“꺼져.”
수의 반짝이는 머리칼이 발라의 얼굴에 가까워졌다. 그녀의 한쪽 눈동자에 담긴 것과 같은 색이다. 이쯤 되니 수가 왜 앞머리를 노랗게 물들였는지 짐짓 예상해 볼 수 있을 것도 같다.
“두 사람, 서로의 M이신가요?”
묘한 기운이 감도는 둘 사이를 파고든 자는 다름 아닌 홀로그램 속 두 인물을 열심히 설명하던 가이드였다. 그의 조심스러운 물음 뒤로 또 한 번의 정적이 감돌았다. 그때였다. 수의 눈빛이 순식간에 진득한 살기를 품고서 날카롭게 치켜 올라갔다. 그의 눈동자 속에 두려움이나 나약함 따위는 일절 없었다.
뒤이어 벌어진 상황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구미를 돋우게 했는지 모른다. 1층 아이들에게 흥미를 잃고 몸을 돌리려던 2층의 입 험한 소년의 발걸음까지 붙잡을 만큼, 꽤 많이.
"M이 아니면 뭐 어쩔 건데."
살기가 눈빛뿐만이 아니라 그의 목소리까지 점령했다. 느릿한 그의 말에 적의가 가득하다. 장난스러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오히려 수보다 강해 보이던 발라가 작아 보일 정도였다.
"수. 적당히 해."
무언의 긴장감이 웃도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발라가 수를 제지하려 들었다.
“내가 묻잖아, 가이드 양반. 발라가 내 M이 아니면 그쪽이 뭘 어쩔 건데. 응?”
그러나 목소리만으로 수를 붙잡기에는 그것의 힘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의 상태가 정상 범주에서 꽤 벗어나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눈앞에 있는 것이 적인지 동료인지도 구분하지 못한 채 눈이 획 뒤집혀 득달같이 달려들려는 야수의 모습이 딱 지금의 수 같았다.
“그만하라고 했어."
발라의 목소리가 조금 더 낮아졌다. 그와 동시에 가이드의 눈빛이 수와 발라의 손목으로 향했다. 단단한 출입증 팔찌에 교묘하게 가려진 둘의 손목 위로 희미하게 새겨진 무언가가 살짝 보였다가 사라지길 반복한다. 가이드가 보고자 한 것은 굳이 묻지 않더라도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어쩔 거냐고 묻잖ㅇ,"
"그만…."
세상 모든 에이블과 펜들럼이 지니고 태어난 것이자 그들의 증표가 되는 것,
"하랬지!!"
그것은 숫자, 정확히는 시간이었다.
쿵, 하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부서진 대리석 바닥의 파편이 곳곳에 튀었다. 옅게 일어나는 희뿌연 먼지가 바닥에 내쳐진 수의 주변으로 퍼져갔다. 가이드와 학생 일동은 물론이거니와 센터에 있던 모든 이의 이목까지 한 곳에 집중되었다. 수가 내동댕이쳐졌다기보다는 바닥에 꽂혀버렸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은 상황이다. 허리 아래가 이미 박살 난 바닥 아래로 모습을 감추었다.
가이드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던 수의 목을 뒤에서 붙잡은 발라가 순식간에 그를 엎어뜨린 것이다. 그녀의 엄령과도 같은 경고를 무시한 대가였다.
"제가 이렇게 안 했으면 저 머저리가 건물 전체를 훼손했을 겁니다."
긴 숨을 내쉰 발라는 이내 몸을 돌려 센터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너무해."
헤집어진 머리를 손으로 툭툭 털던 수가 메마른 기침을 내뱉으며 앉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중상을 면할 수 없었던 엄청난 충격이 그의 몸에 가해졌다. 척추가 으스러지고도 남을 정도의 강도였다. 그러나 콧구멍에 들어간 대리석 가루를 빼내기 위해 코를 킁킁대며 아무렇지 않게 온몸을 부르르 떠는 수를 보아하니 그의 몸엔 이상이 없는 것이 확실했다. 발라도 이를 알았기에 주저 없이 자리를 뜬 것이다. 더 우스운 점은, 대리석에 반쯤 파묻힌 수의 모습을 보고도 놀라는 이가 하나 없었다.
가이드는 제가 다친 사람인 양 표정을 살짝 찌푸리고, 학생 몇몇은 금세 흥미를 잃어 각자의 관심거리로 눈을 돌린다. 주변을 지나가던 직원들은 슬쩍 보더니 다시 제 할 일을 위해 걸음을 바삐 옮기며, 2층에 있던 남자는 실소를 내뱉고, 소년은 기물 파손이니 어쩌니 하며 또 질 낮은 욕설을 지껄인다.
"머저리라니. 너무하잖아, 발라!“
수는 바지를 털며 멀어져가는 발라를 멀쩡한 몸으로 따라가고, 짝 잃은 바닥은 움푹 파인 상처만 안은 채 멀뚱히 자리를 지킨다.
그것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자들의 지극히 평범하고도 평화로운 일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