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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사랑에 빠지다
작가 : 아브
작품등록일 : 2017.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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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까페2
작성일 : 17-08-02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2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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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천의 눈가에 살짝 물기가 오르는 것을, 화영은 놓치지 않았다. 여자의 직감이랄까.

 

 아침에 있었던 기천의 행동변화를 통해,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터였다. 하지만, 무슨 말을 그에게 해야 할까. 화영은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을 꺼내기 위해, 머릿속에 있는 단어들을 애써 찾아내려 노력했다. 그녀가 아는 기천은, 위로나 동정, 연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바라는 것은...

 

 “러시안 블루야. 기품 있는 종이지. 특히 반은 이 가게의 넘버 2 이고. 우두머리만 골라서 관심 있는 걸 보면 너, 역시 금수저구나.”

 

 톡 쏘는 듯, 화영은 일부러 그가 싫어할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의 내면에 일어나는 감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처럼.

 

 “하하... 그렇구나. 러시안 블루. 정말 예쁘다.”

 

 기천은, 화영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던 것을 눈치 챘다. 그리고 그녀가 일부러 자신이 이야기 하고 싶어하지 않는, 가족사를 꺼내 지금의 이야기를 돌리고 싶어한다는 것도.

 

 지영과의 헤어짐을 굳이 얘기하지 않았지만, 화영은 이미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를 위로하고 싶겠지만 기천이 위로 받거나 위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그녀만의 방법으로 보듬어 주고 있음을 기천은 이해했다. 기천을 이런 곳에 데리고 온 것 역시 그를 생각하는 그녀만의 방식일 것이다.

 

 잠시 어색함이 이어졌다. 기천과 화영은 침묵 속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상대의 배려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그는, 또 그녀는 나에 대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어색한 침묵 속에서 화영은 왼쪽 갈비뼈 아래가, 살짝 저릿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좋은 사람들이 참 많은데, 왜 자신들이 아는 좋은 사람들은 이렇게 아파하는 걸까. 왜, 좋은 만남 속에서 행복해 하며 살아가지 못하는 걸까. 심지어 고양이들도 이렇게 보금자리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왜 사람이 주인인 도시에서, 사람의 문명에서, 슬프고 외로워야 하는 걸까.

 

 화영이 살짝 고개를 들어, 기천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아직도 반 - 파란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의 눈가에 비치는 물기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좀 전의 감정은 많이 추스른 듯 해 보였다.

 

 저 입가에, 예전과 같은 순수한 미소가 피어났으면. 화영은 진심으로, 그러길 소망했다. 그리된다면 조금 그녀가 힘들어진다 해도 괜찮으리라. 그는 좋은 사람이니까. 그는 좋은 ... 친구이니까.

 

 그러니까...나를 사랑해주지 않아도.

 

 침묵하며 주변을 보던 기천이, 입을 열었다. 감정을 꽤 추스른 듯. 하지만, 여전히 몽환적인 눈으로.

 

 “이 고양이들. 정말 행복해 보여.”

 

 화영은 이후로도 기천을 위로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현재의 그에게, 무엇이 도움이 될까. 사랑은, 천사처럼 처음 만났을 땐 행복만을 안겨 주지만, 떠나갈 때엔 그동안 느꼈던 기쁨을 넘어 모든 감정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악마와도 같은 걸.

 

 게다가 그에게 표현할 수 없는 자신의 내면이 있는 한, 그에게 내놓는 위로는 결코 진실 될 수 없다.

 그리고 그녀는 항상 지영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기천에게 잘 헤어졌다고, 너흰 안어울렸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화영은 그에게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하는 자신이 야속했지만, 그것을 그의 앞에서 내색할 수는 없다. 결국 시시덕 거리는 척하며 그의 기분을 맞춰주는 정도일 뿐.

 

 “어때 나름 괜찮았지? 이 누나만 따라오면 항상 백퍼 만족이란다.”

 

 카페를 나오며, 화영은 기천의 안색을 살폈다. 그녀는 그의 기분이 좀 나아졌길 바랬다. 조금은 그녀의 노력이 통했던 것일까. 기천은 약간이지만,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화영을 바라보고 있다. 봄날의 햇살처럼 보는 사람의 마음을 사르르 녹여버리는 저 미소.

 

 그 미소가 그녀에게 힘이 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을까.

 

 기천의 미소에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느낀 화영은 조금 무안했던지 툭 쓸데없는 소리를 내뱉는다.

 

 “갑자기 왜 웃어?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다는 어른들 말씀도 모르냐?”

 “하하하.”

 

 기천이 씨익 웃더니, 화영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고마워. 나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내 마음, 다독거려줘서.”

 

 살짝 쑥스러웠을까, 기천의 말에 다시금 장난스런 말 한마디를 던지고 싶었으나, 따뜻한 그의 이야기에 대꾸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우물쭈물하며 얼굴에 홍조를 띄고 있는 화영에게 기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

 

 “고맙다. 화영아.”

 

 

 이별을 했을 때, 그것을 떨쳐버리기 가장 좋은 방법은, 무언가에 빠지는 것이다.

 

 그것이 취미생활이거나, 일 또는 학업이라 해도, 상관없다. 무언가에 깊게 빠질수록, 눈앞에 닥친 이별을 마주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하지만, 하지만, 그것이 정말 이별을 극복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에게 나는, 나는 어떤 의미인 것일까. 많은 것을 묻고, 이야기하고, 그의 아픔에 대해 나누고 다독거리며 그를 보듬어주고 싶었지만, 화영은 서글픈 미소를 짓고 있는, 그래서 더욱 거리가 느껴지는 기천에게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에도, 그녀는 대답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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