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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사랑에 빠지다
작가 : 아브
작품등록일 : 2017.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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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랑
작성일 : 17-08-02     조회 : 308     추천 : 0     분량 : 2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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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야속한 존재다.

 

 기다릴 줄 모르니, 멈춰서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런 냉정한 시간이 있어 사람은 만남을 가지며, 이별을 견뎌낼 힘을 얻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천의 문제도 이제는 어느정도 회복되었으리라. 한동안 힘들어했던 그에게 있어 이 경험은 더욱 그를 단단하게 해주는 멋진 흉터가 될 것이라 화영은 생각했다.

 

 결국, 그에게 아무런 표현도 하지 못했지만 그걸로도 만족스럽다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그녀가 기천에게 감정을 느꼈던 것은 2년 전의 일이었다. 그 후로 적지 않은 기회가 있었지만 화영은 그를 조용히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에겐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도 있었고, 화영 스스로의 문제도 있었기에.

 

 그런 그가 사랑에 힘들어 할 때면 조용히 술 한잔을 하며 그의 푸념을 들어주는 것이 그녀의 사랑이었다. 가끔은 그가 여자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 내심 씁쓸했지만, 표현하지 않았다. 화영의 선택이었으니까.

 

 상처받기 싫어서, 상처주기 싫어서.

 

 사랑의 다른 이름은 아픔이라고 했던가.

 

 화영은 그 말을 믿었다. 그렇기에 오랜 친구를, 소중한 사람을 상처내고 싶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위치에서

 지켜볼 수 있다면.

 인간 차기천을 느끼는 것으로도...나는.

 

 

 

 

 

 

 “새로운 신입사원 배달 왔습니다!”

 

 사무실의 막내이자 마스코트 민혁의 목소리가 총무팀 실내에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시끄러 이 녀석아! 막내 왔다고 좋아하지 마라. 너는 내 눈에 평생 막내니까.”

 “아니 이 과장님! 무슨 악담을 하십니까! 평생 막내라니! 그것도 신입 앞에서!”

 

 이원무 과장과 정민혁 사원의 대화를 들으며 화영은 한숨을 쉬었다.

 

 저 둘은 정말 찰떡 궁합이야. 만날 때마다 서로 으르렁대면서도 또 서로를 지극히 닮아 있다. 저런 게 애증일까?

 

 그러다 사랑으로 이어지면... 으아!

 

 화영은 이 과장과 정민혁의 불쾌하고도 발칙한 로맨스를 상상한 자신을 원망하며 고개를 털레털레 털어냈다.

 

 고릴라와 원숭이 커플이라니! 으아!! 지워야 해! 머릿속에서!!

 

 “뭐하십니까? 선배.”

 

 언제 다가온 건지 민혁이 고개를 내밀어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아니 아무것도 아냐. 뭐야 갑자기?”

 “신입 사원 인사 드리려구요. 화영 선배 밑으로 배속될 거에요.”

 

 화영의 시선이 자신의 앞에 선 신입사원에게 향한다. 어… 산뜻하다. 아니. 싱그럽다? 얘 회사원 맞아? 20대 초반이란 이런거였어?!

 

 화영은 순간 당황할 정도로 놀랐다. 이 아이 너무 깔끔하다. 자신과 비교하기 조차 싫을 정도로. 하지만 너무 귀엽다!

 

 “안녕하세요. 총무팀 신입사원 김이랑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짧은 단발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발랄한 분위기가 은은한 향수와 어우러져 그런 느낌이 난 걸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신입의 눈빛이 마치 갓 태어난 강아지처럼 느껴져 화영은 엉겁결에 신입사원의 머리를 쓰다듬어 버렸다.

 

 “귀...귀여워!”

 “에?”

 “그쵸? 귀엽죠오. 에헤헤. 귀엽습니다아. 올해 신입사원 중 최고일거에요.”

 

 민혁이 헤 벌어진 입으로 미소 비슷한 것을 짓고 있다.

 

 아. 이녀석 왜 이리 징그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 으으!

 

 딱!

 

 “아! 왜 때려요! 이거 사내 폭력입니다?”

 

 왜 맞는지 모르는 걸까? 화영은 민혁의 머릿속이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됐어. 인수인계는 내가 할테니 너는 볼일 봐. 얼른 훠이!”

 

 툴툴 거리며 사라지는 민혁을 뒤로 하고 화영은 이랑을 자리에 앉혔다.

 

 사무능력을 간단히 체크해보니 꽤 능력이 있어 보였다. 대체 왜 총무팀으로 온 걸까 싶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항상 사람이 부족한 부서였으니까. 화영은 부사수가 된 이랑에게 비어 있는 자리를 알려주고 어떠한 업무를 하게 되는지 데리고 다니며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연수 1등? 네가 신입사원 연수 1등이었어?”

 “네. 헤헷. 부끄럽네요.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대리님.”

 

 운이 좋아서 될 일이 아닐텐데. 능력 있고 겸손하기 까지!

 

 화영은 눈 앞의 강아지가 꽤 듬직해보여 기분이 좋아졌다.

 

 회사생활 4년만에 제대로 된 후배를 얻었다. 이런게 제갈량을 얻은 유비의 마음일까.

 

 “그런데 왜 총무팀을 선택한거야? 우리부서가 나쁘다는 건 아니고... 솔직히 좀 힘든 부서잖아. 진급도 그렇고.”

 “아... 그건요... 교육관님이 여기에 계시다고 들어서...”

 

 이랑이 말을 채 끝맺지 못하고 얼굴을 붉혔다.

 

 교육관? 아...연수 교육 담당 말하는 거구나.

 아이고... 누군지 몰라도 앞날이 창창한 아이에게 콩깍지를 씌워놨구나!

 

 순간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화영은 볼을 화끈하게 데우고 있는 이랑에게 충고를 하려다 멈칫했다.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큰 충격이 왔다.

 

 

 기천...!

 

 올해의 신입 교육담당은 차기천 대리였다.

 

 화영은 수줍어하는 이랑을 다시 바라본다.

 

 그곳에는 더 이상 듬직하고 귀여운 강아지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암내를 풍기는 여우 한 마리가 그녀를 향해 빙긋이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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