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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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 받은 자들의 마지막 발악
작성일 : 17-07-27     조회 : 34     추천 : 0     분량 : 1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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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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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한참이나 쓰다가 지혁은 손을 멈추었다.

 

 

 

 차창밖에서 부는 바람이 차갑다.

 

 긴 막대를 이용해 문을 닫는다- 이 말도 안되는 집게가 달린 막대는 강비서가 사온 거였다.

 

 처음엔 어이가 없었으나.. 확실히 변하다. 멀리 있는것 까지 쉽게 집을수 있었으니까....

 

 

 나는 슬쩍 미소짓고 만다 , 나 같은 놈을 그토록 정확하게 파악하는 강비서가 웃기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글을 스릴러 물로 쓰고 있었던건 아예 접었다...

 

 

 

 

 쓸수가 없었다. 현실이 스릴러가 되었는데... 또 쓸만큼 치밀하지가 않아서- 구멍이 너무 많아 메꾸다가 지치고 말았다.

 

 

 

 끓어올라 쓰고 싶어진 이야기는 또 , 슬픈 사랑이었다... 내 팔자가 이러니 나오는 글도 이럴밖에.... 난 쓴웃음을 지었다

 

 ..

 

 나는 쓰면서도 이걸 출판할수 있을지 알수 없었다... 책의 머릿글은 쓰지도 않았다...

 

 

 

 

 쓰지 못했다.

 

 

 

 늘 하민이에게 주는 글이었다. 늘 하민이에게 닿을 글이라 생각해서 내밀었던 글들이었다.

 

 내 손은 끝없이 글을 쏟아내는 , 망설일줄도 모르고 흐르는 음악처럼 날고 날아서 차갑지 않은 빛이 되어서

 

 

 

 

 그게 그녀에게 닿을수 있길 소망하였었다.

 

 

 

 

 그리고 그 빛이, 그녀를 내게 인도할수 있기를 깊게 , 소망하였다. 말도 안되는 일 인것을 그때는 몰랐다.

 

 그만큼 나의 글을 난, 그때도 자만감에 취해, 나를 그토록이나 신뢰하였다.. 그만큼이나 나 자신이라는 구제불능을

 

 신용하였다... 그러니

 

 

 나란 놈은 정말 구제불능이군..

 

 

 나는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바깥의 지저귀는 새들이 멀어지며 우는 소리가 들렸다... 저 새들조차도

 

 소리로 울음으로 나에게 닿는데..

 

 

 

 내가 한 말은 그 누구에게도 적절하게 닿는 법이 없다..

 

 

 

 

 

 

 이번은 그녀에게 주는 것이라 할수 있을까?...

 

 

 늘.... 내 글을 바치던 그녀는 이 세상 어디에도 더 이상은 없다...

 

 

 

 

 늘 어리둥절해 지는 사실이기도.. 현실같지 않은 사실이기도 하다... 내 손에 폭 잡히던 그녀는 , 말라서

 

 곧 부스러 질것 같던 그녀는 더 이상 없다. 우리의 사랑은 좋았고 따뜻했고... 그녀의 모든걸 아직은 잊지도 못했지만..

 

 

 

 .....

 

 

 더 큰그리움은.. 죄책감과는 다른, 미안함과는 다른... 그저 그리움은..

 

 

 

 내 꿈의 장면이 그리했듯...

 

 

 나는 하임이를 도저히 잊을수가 없었다...

 

 

 

 

 

 

 하임이는 행복하고 살아있고 또한 멀쩡하게 다른 이를 만나고 살아가고 있는데...

 

 바보같게도 , 나는 웃는다. 그 사실에.... 하임이는 잘 있으니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녀와의 추억을

 

 하나도 버리지 못하는 나를 , 하임이는 알까?

 

 

 

 하임이는 어째서 그때 내 손을 잡았을까? 나는 말 하면서도 한손이라 말했다. 그녀가 이렇게 하면

 

 잡지 않겠지 하는 생각도 내심은 있었을지도... 모른다 , 하지만 나는 눈으로 그녀에게

 

 

 부추겼다.. '잡아!' '잡아!' '잡아달라구!' 라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눈으로 죽어라 그녀를 꾀었다..

 

 

 

 

 

 그녀는 선뜻 내 손을 잡아주었다.... 내 눈빛의 의미를 알았을까? 나는 그녀가 곁에 있을때는

 

 많은 사실들을 잊었다..

 

 

 

 잊으려 의식도 했거니와 가끔은 진심으로 잊었다. 그녀에게는

 

 시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녀와 함께 있었던 시간은 그녀에게 눈이 가 있어

 

 그녀의 말에 눈이 가 있어 현실을 자주 , 언제나 현실에 잡혀 있던 나 자신이 현실을 자주 잊었다....

 

 

 

 잊고서 그녀만 바라보았다.. 그녀만 생각하였다.. 떠올라도 그녀가 잊게 해주는 시간에는 , 나는 숨을 쉬듯

 

 가슴이 편안해졌다... 그래서 살만했다. 그녀가 잠시라도 곁에서 사라지면 죄책감은 포커게임의 판돈마냥

 

 끝도 없이 높아져 나에게 죄책감의 칩으로 와르르 쏟아졌지만... 그 죄책감을 갚아 나가기 위해서

 

 나는 끝없이 , 내 속을 파헤치고 내 주어야 했지만...

 

 

 그래도 좋을만큼.. 그녀와의 시간을 사랑하였다..

 

 

 

 

 

 그녀가 잡아준, 그 손의 따뜻한 기억이 아직도 손에 잡힐듯 아스라하게 온기로 번져온다...

 

 

 

 

 

 나는 살짝 내 손을 쳐다본다... 손에 억지로 , 꽉 끼워 놓았던 장갑을 벗어 던진다.. 강비서는 내 불안증에 딸려 온

 

 손 끝 물어뜯는 버릇이 남긴 흉터가 신경이 쓰여서 내 손에 장갑을 씌웠다... 그러면서

 

 휠체어를 옮기려면 장갑이 있는 편이 낫잖아요- 같은 말도 안되는 변명을 덧 씌웠다... 피 나는걸 몰랐다는 거

 

 강비서는 그 사실을 알고서 , 심장마비라도 나는 것 처럼 놀란거 같았지만.. 사실 난 좀 알고 있었다.. 그 비릿한

 

 냄새를 맡으면서도.. 그 물어 뜯는걸 멈추면.. 그 고통이 멈추면 내가 죽은것일까봐-

 

 이상한 안심을 주는 그 따끔거림을.... 믿을수 없는 사실들을 되뇌이며 물어뜯어서 만들었다...

 

 

 하민이는 죽었고 하임이는 떠났고 나는 혼자 남았고... 나는 다시 , 누군가를 사랑할수 없는 사람으로

 

 이대로, 차마 죽지도 못하고 살겠구나.

 

 

 물어 뜯고 뜯어도 끊임없이 솟아나는 피들이- 내가 살아있다는 반증이기도 했고.. 원망스러운

 

 덫처럼도 느껴졌다..

 

 

 손끝에는 , 원체 흉터가 잘 생기는 체질이라 그런지- 께름칙한 흉터들이 남았다...

 

 

 

 

 

 많은것이 달라졌지만..

 

 내 안의 그녀들과 만났던 , 나의 다른 모습들은 단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것이 하민이의 나이던, 하임이의 나이던......

 

 

 아주 원초적인 감정으로는... 아주 , 아주 밑바닥에 있는 가장 단순한 감정으로 말하자면

 

 

 

 그냥.. 단순하게는 보고싶다.. 하임이가 보고싶다.. 닿고자 하면 달려 가고자 하면 갈 곳이 어딘지

 

 

 안다는 것이 나를 화나게 슬프게.. 닿으면 안되는데 닿고싶게끔한다...

 

 

 닿고픈데 닿으면 안된다니..

 

 

 

 나는 그 생각을 하면서도 속의 말을 헤아리고 나 자신을 치욕스러워 한다-

 

 가끔은 말도 안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친다.. 너는 지금 벌을 받고 있는거야- 그런 처지에서

 

 니가 감히 그녀를 원한다고 이야기 해도 되느냐고-...

 

 

 

 

 그 남잘 떠올린다... 당신이 행복하게 해 줄수 없으면 도망이라도 치라고 말했던 그 남자는.....

 

 

 

 

 어떻게... 지금 하임이를 행복하게 해 줄까? 그녀도 그 손을 잡을까?

 

 내게 그리했듯... 그 손을 따뜻하게도 잡을까.... 그녀의 그 부드런 , 끝에 굳은살이 베겼다며 자신은 못나다 했던

 

 

 그 조그마한 손톱을 살짝 움츠리면서....... 그렇게.......수줍게 손에 부비며, 그 손을 그의 손을

 

 내 손을 잡았듯

 

 

 그리 잡아 줄까..

 

 

 

 

 

 나는 창을 다시 연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닿고 다시 장갑을 낀다.. 가죽으로 된 장갑은 꽉 끼여서

 

 손이 숨조차 못 쉴 지경이다... 나는 다시 커서로 눈을 돌린다... 마지막 대목을 내가 쓰고도 현실감따위 없다.

 

 

 

 

 하지만 그 일은 있었던 일이고 내게 일어난 일이고.....

 

 

 나를 움직인 일이었다..

 

 

 

 

 

 

 '그녀의 달달한 향기가 내 폐부에 들어오자 비로소 숨이 쉬어지는것 같았다. 숨 따위 언제나 쉬었으니까

 

 살아 있었을텐데.... 그러면서도 나는 마치.. 내내 숨을 참고 있었던 거 같았다... 숨을 참다가 쉰 것처럼

 

 그 숨이 달콤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조금만 더 , 한번 만 더 숨을 쉬고자 그녀에게 고갤 뻗으면

 

 그녀는 자비로운 여신처럼- 내 얼굴에 먼저 손을 뻗었다... 그 손에 나는 , 기적을 그대로 느꼈다.'

 

 

 

 

 

 .....

 

 

 그녀가 내게는 그냥 기적이었다.

 

 

 그녀와 만나고 나서야... 숨이 마법처럼 쉬어지는...... 내게는 기적이었다..

 

 

 

 "이러다가는...수필이 되겠는걸.."

 

 

 

 나는 아주 오랜만에 혼잣말을 하고.. 들려오는 내 목소리에, 조금 놀랐다...

 

 

 그리곤 다시 입을 다물고 글을 살펴본다..

 

 

 

 

 글을 이리 써서야- 내게 비밀이 이리 많아서야.... 죽을때 까지...절대로 수필은 쓰지 못할줄 알았는데..

 

 나는 얼굴에 드는 시린 바람이 , 그날과 무척 닮아 있어 마음까지도 아릿하게 시려왔다.

 

 

 

 

 

 

 

 

 -

 

 

 

 강비서는 늘 들리는 작가님의 향수 샵에 가서 향수의 이름을 읊고서 잠시 체크할 사항을 살피며

 

 늘 그걸 준비해주던 점장을 찾았으나 그녀는 오늘 , 마침맞게도 휴일이었다... 강비서는 약간의 난감함을 느끼면서

 

 다른 점원에게 향수가 얼마나 있는지 물었다. 눈앞의 젊은 점원은 나를 이리 저리 뜯어보았다..

 

 

 그러더니 이름대로 한통을 쑥 내민다.. 하나로 해결 될 거라고 생각하다니..

 

 

 강비서는 살짝 웃었다.

 

 

 

 "그럼 요걸로 ...20통..? 30통으로 해야하나.."

 

 

 진환의 중얼거림에 놀라다 못해 입을 쩍 벌리고 젊은 직원이 되물었다...

 

 

 

 "20, 30..? 통이요? ..... 저기요...고객님 그정도면... 적어도 .... 500 만원이 넘어요 고객님!"

 

 

 

 

 그 말에 진환은 자신도 모르게 건조하게 대꾸한다..

 

 

 

 "그러게요.. 정말 이런 돈지랄이 없죠? 저도 제가 쓸게 아니라서-"

 

 

 

 괜한 소릴 하고 만다, 끝말쯔음에 낮게 속삭이듯- 그대로 말하고는 ... 웃는 낯으로 딴청을 피우는 것 밖에..

 

  그런 것과 상관 없단듯이.. 여 직원이 중얼거린다..

 

 

 

 "그때 그 여자도 그러더니.. 인기 많은 향수인것은 맞지만..."

 

 

 

 

 "....?"

 

 

 

 

 .........누가 그랬다고?

 

 

 

 

 여자는 자신이 그 말을 한것도 모르는채 황급히 있는 물량을 확인한다.. 진환은 그 말이 믿기지 않아 되 묻는다..

 

 

 "누가... 그만큼 사 갔습니까?"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에 날카로운 힘이 실리고, 여자가 그제야 돌아본다..

 

 

 

 

 여자는 왜 그런걸 묻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대꾸한다...

 

 

 

 

 

 "한... 일년쯤 되었나요?... 어떤 여자분이 와서 20통인가 사 갔었어요.. 당시에도 비싸다고 말씀 드렸는데 상관 없다고 해서..."

 

 

 강비서의 목소리는 다급해지고 만다..

 

 

 

 

 

 "어떤..?.... 아는 사람 같아 그럽니다!"

 

 

 

 

 

 진환의 눈빛에 여자는 , 약간 겁을 먹은듯이 더듬 더듬 기억을 더듬어 한마디씩을 한다

 

 

 

 

 "... 머리가.... 단발로 막 자른거 같았어요.... 마르고..... 눈이 크고.. 얼굴이 흰 편?... 그정도?"

 

 

 

 

 하임씨구나...

 

 

 마음속에 뭐가 딱 떨어진 것 처럼 , 자신이 얼고만다.......

 

 

 

 

 

 

 하임씨다..... 그렇게 많은 향수를 사 가고.... 또......... 그 향을 그만큼이나 아낄 사람은...

 

 하임씨다........

 

 

 

 

 난, 잠시 사고가 그대로 멎은듯 마지막 그 모습을 떠올렸다..

 

 

 나를 돌아보던 눈길에 매달린 그 그리움은 , 분명 작가님을 향해 있었다.. 안타까울 정도로-

 

 

 

 

 

 나는 늘 점장이 따로 말 하지 않아도 내게 딱 포장해서 내밀었기에 놀라는 표정도 이런 대화도 필요가 없었기에 모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 여자와 말 한마디만 더 했으면 알았을 텐데...

 

 

 아니, 지금도 아니고 한참 전에 알았을지도 모르는데..

 

 

 

 이 향수임을 가르쳐 준건 자신이었다.... 그때는 다른 생각들에 사로잡혀 있어서, 그럴꺼라고 생각도 못했다..

 

 그런일이라고는..

 

 

 

 

 

 하임씨가 그걸 물은건 그냥... 이유 없이 물은거라고 생각했었다...

 

 

 

 그걸 사서... 작가님 처럼- 몸에 걸칠거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한.... 그런 일이었다...

 

 

 작가님과 언제나 같이 있는 것 처럼.. 작가님의 향수에 대한 집착은 유별나서.. 작가님과 닿지 않고

 

 집에가서 있다가만 와도 그 향이 어딘가에 남은듯 조금 풍길 정도였는데..

 

 

 그 속속들이 사랑하는 기억을 품은.. 냄새를.. 향기를... 왜 사 가신단 말인가?

 

 

 단발... 하임씨는 떠나기 전- 애처로울 정도로 마른 목이 다 드러날 만큼....

 

 짧은 단발로 머릴 자르고 떠나셨다.. 공항에서 찍힌 사진이 떠오르고..

 

 

 

 

 지금 사는 향의 달콤한 향이 코 끝에 달라붙자.. 강비서는 확신이 슬쩍 들었다.

 

 마음이 찡했다.

 

 

 하임씨가 , 내가 안 것보다- 내가 기대 했던 것 보다도.. 강하구나..

 

 

 

 

 

 하임씨는 작가님을 잊고자 하시는 게 아니다.. 오히려 더 기억하고자 하신 모양이다.....

 

 

 나는 그 말에 쓰라린 하임씨의 고통을 이해할수 있었다.............

 

 그럴꺼면 왜, 아니..... 왜 그렇게까지..

 

 

 

 떠나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그렇게 포장해...... 드릴까요?"

 

 

 

 여자는 넋이 나간채 , 여러가지 생각을 하는 강비서를 빤히 들여다 보다- 더 기다릴수 없어 물었다..

 

 

 

 

 

 ".....네..."

 

 

 

 

 

 얼빠진 얼굴로 대답을 하며 나는 놀랄만큼 놀라 있었다....

 

 하임양은 무엇을 위해 이탈리아로 간 걸까... 작가님과의 기억을 덜기로 해 놓고서

 

 

 

 한 순간도 잊지 않기로 결심이라도 한게 아니라면...

 

 

 

 왜 작가님의 향기가 분명한 향기를 입고.... 그 먼길을 홀연히 떠난것일까... 대체 왜?

 

 

 대체.......... 무슨 이유로....

 

 

 

 

 

 강비서는 황망한 기분에, 그저 쥐여준 향수를 들고- 약간은 어리둥절해 하는 낯빛으로 가게를 나섰다..

 

 

 

 

 

 -

 

 

 

 

 

 희영은 지견을 회사에서야 겨우 마주했다.

 

 

 만나자고 전화와 문잘 남겼지만... 한통 보낼때 마다, 그걸 읽지도 않고 쳐박아 둔걸 알 때마다.. 심장이 쪼여

 

 견딜수가 없었는데.... 지견은 멀쩡했다.. 낯이.... 확 긁어버리고 싶을만큼 처음엔 화가 났다..

 

 한마디 정돈 해 줄수 있었잖아... 당신 , 내게 그정도는 해줘도 되잖아..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건조해 보이는 그의 표정은 자신과 달리 다 포기해 버린듯 딱 놓아버린듯 멍했다.

 

 

 

 희영은 지견을 타는 듯한 눈빛으로 올려다 보았다. 지견은 그런 희영의 눈빛에서 냉정하고 차가운 눈으로만

 

 응답했다. 길고 긴 회의를 돌고 돌아...모두가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빠져나가고.... 한참을 눈으로 매달려

 

 

 

 

 

 

  겨우 둘만 있게 된 자리에서 만나게 된 둘, 지견이 물은 말은 딱 한마디였다.

 

 

 

 

 

 

 "뭐"

 

 

 

 

 한숨처럼 지겹단 듯이 내 뱉은 한마디..

 

 

 

 

 

 "....."

 

 

 

 

 뭐라니... 내가 듣고팠던 말은 그런게 아니었다.... 물론 그가 원하는 것은 모두 들어주고 싶었고

 

 또 모두 들어줄 생각이었다. 나는 그 정도로 그를 원했다. 원한다는 감정도 이쯔음 되면 거짓이지..

 

 원하는 걸 넘어- 사랑하였다.

 

 

 그래 이 끈적이는, 내 살에 달라붙어.. 뜯어내도 뜯기지 않을 이 감정은.. 사랑이었다.....

 

 

 사랑.....

 

 

 

 

 

 

 "나 이제 끈 떨어진 연인거 뻔히 알면서- "

 

 지견의 한숨섞인 목소리에 나는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것도 결국엔 원하는 것이 있어 청한 자리라

 

 

 믿는걸까?

 

 

 

 나를 그렇게 , 또 욕보이는 걸까.... 내 눈빛이 내 얼굴이.. 그런게 아니라는걸.. 드러내지도 못하는 걸까..

 

 그 남자는 촘촘히 가면을 쓰고 있어도 날 알았는데.. 내 감정이 나쁜 것이든 뭐든, 본질은 사랑임을 알았는데..

 

 

 이 남자는 , 내 눈앞의 내가 사랑하는 이 독한 남자는..

 

 

 

 가면따위 내 손으로 던져버리고 맨 얼굴로 마주해도, 내 얼굴에 묻은 것이.. 내 얼굴에 가득 붙은 것이

 

 사랑임을..

 

 

 전혀 모르는걸까....

 

 

 

 

 

 

 

 ".. 당신은 끈 떨어진 연 아니야..."

 

 나는 그를, 자신이 혹독하게 평가하는 스스로를 힘빠진 목소리로 항변하였다... 그를 위해

 

 그가 그런것에 고마워 하지도 동감하지도 못한다는걸 뻔히 알면서...

 

 

 나는 그를 , 그가 욕하는 자신을, 항변하였다....

 

 

 지견은 넋놓고 잠시 말을 못 잇는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말을 귀찮다는 듯이 있는다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거야? 그날 그렇게 된거 다 알면서... "

 

 

 그는 낮은 한숨을 쉬고 , 귀찮은 파리를 쫓듯이 한마디를 더 덧붙인다...

 

 

 

 "그래- 넌 댓가를 바랬지.. 그런데 없군 댓가가.. 해 줄수 있는게- 내 옆자린 아마도 아닐거 같다-

 

 

 친구중에 나랑 비슷한 놈들 많아.. 그 중엔 너같은 애 좋아하는 애도 있어- 그 애를 소개 시켜 줄까? 우리집 만큼은 아니어도

 

 분명히 재벌은 재벌이니까.... 적당한 선에서 만족만 하면.."

 

 

 

 

 

 지견의 별 감정따위 없는 말이 가슴을 찔렀다..., 그의 표정은 하나도 나를 신경쓰고 있지 않았다.

 

 나를 보는 눈이, 무생물, 그냥 물체를 보는 눈에 가까웠다...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나보다...

 

 

 

 

 나는 말하지 말아야지.. 했던 말이 나올것만 같아

 

 입술을 악물었다.

 

 

 

 지견은 나를 몇번 쳐다보지도 않았다..흘긋거리는 시선이 나를 사포처럼 거칠게 긁어놓는다..

 

 

 

 

 

 "그 정도로 만족해- 너 고아잖아? 집안 빽도 없고.... 늙은이 후처 자리는 싫을거 아냐- 그래도.."

 

 

 

 그 말에 눈물이, 맹렬히 담을 넘었고 나는 눈물이 흐르는 걸 막을수가 없었다.

 

 어떻게 나를 그렇게 대하지?

 

 

 내가 , 가지지 못한게 얼마나, 더 많아서? 부모님 없어도 난 씩씩하게 클려고 애 썼어..

 

 소중한 동생을 잃으며 나는 많은 것을 , 나에게도 중요한 것들을 포기했어..

 

 

 

 이까지 올라온건- 당신을 도운건... 내 욕심이기도 했지만...... 그렇지만... 어떻게

 

 내 그 피같은 노력을

 

 손톱이 다 뽑히도록 죽어라 매달려 온 노력을 어떻게 그렇게 .... 이야기 할수가 있을까.... 눈 앞의 이 남자는

 

 

 내 노력들을 내 희생들을 내 눈물의 밤들을...

 

 

 

 어떻게 저렇게 이야기 할수가 있을까....

 

 

 

 

 

 "당신은 ... 나를 ... 그렇게 밖에 생각하지 않아?"

 

 

 

 지견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 무슨 소릴 하고 싶은건데?"

 

 

 

 냉정한 눈빛이 거칠때의 그보다 더 무섭고 더 아프다 , 그는 늘 조금은 거칠었다. 내 팔을 잡아 끄는 힘이 강해

 

 때론 멍도 퍼렇게 들곤 했다.. 애정이라곤 없는 그 상처를 보면서 나는 , 그 답다 싶어- 긴팔로 그걸 가리면서도..

 

 

 그게, 창피하거나 밉단 생각조차 한적없다... 천성이 이렇진 않았는데..

 

 

 

 나는 누군가에게 휘둘리지 않았는데..

 

 

 

 내 목소리는 끅끅대며..... 처절한 고백을 불기 시작했다.....

 

 

 

 

 

 "내가 시시한 기집애여서.... 미안한데.......... "

 

 

 

 

 "......"

 

 

 

 나는 입을 때려서 라도 내 말을 막고 싶었다... 제발 막을수 있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하였는데.....

 

 입을 타고 나온 말은 내가 가장 피하고 싶은 말이었다. 내가 가장 두려워서 울고픈 말이었다.

 

 

 절대 하지 말아야지.. 이 말이 내 사랑을 죽일텐데... 입은 말을 듣질 않았다..

 

 

 머리도 멎고 다 멎고- 멈출줄 모르는건.. 마음이 흐르는 입 뿐이었다..

 

 

 

 

 

 "나는 당신을 좋아한단 말이야...... 당신이 당신이라서.....

 

 당신이라서.... 당신... 옆자리가 필요한 거란 말이야.... 당신을"

 

 

 

 

 더듬 더듬 쏟아져 나온 말들은 비참했다... 고루하고 내 귀에도 남루하게 들리었다..

 

 마치, 늙은이의 넋두리처럼... 더듬더듬... 나는 치욕스러워 눈물이 끝도 모르고 쏟아졌다..

 

 

 

 

 

 그 말에 지견이, 너무나 놀랍게도... 웃기지도 않는단 듯이- 웃었다. 깔깔에 가까운 웃음소리

 

 

 

 "사랑한다고?"

 

 

 

 "..........."

 

 

 

 

 내 눈은 세상에 난 뒤 가장 크게 떠졌을 것이다. 눈의 모든 부위에 시린 유리 바람이 불어 눈까지도 찢어지는거 같다....

 

 

 말을 시작한 후부터 지금 까지 전기 충격을 끝없이 받는 것 처럼

 

 

 테이저 건이라도 맞은 것 처럼.....

 

 

 나는 몸이 떨렸다.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손 끝부터 심장까지 .... 심장이 찢겨지면 이런 아픔일까? 이런 느낌일까? ......

 

 

 

 

 

 

 그 남자도... 이리 느꼈을까.... 그래서 그렇게 짐승처럼 울었을까.....

 

 

 

 내가 앗아간 사랑이.. 그에게도 이랬을까?

 

 

 지견은 거만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내 눈물을 보고도 그는 단 1초의 동요도 하지 않았다.

 

 전엔 동요는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에겐 내 마음을 쥐어짜고 못살게 구는 핏방울로 맺힌 이 눈물들이..

 

 

 그냥 소금물에 불과하구나, 나는 멈출수 없는 눈물에 흐려진 그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사랑따위로 뭔갈 가질수 있다고 착각했어?... 그래 난 니가 좋아- 싫진 않아- 넌 영리하고

 

 늘씬하고- 데리고 놀기 좋았지.... 하지만...이제는 너와 다른걸 하고 싶진 않아... 너를 영원히 볼 거라고 생각하는 거 자체가..

 

 

 나에겐 이미 부담이었다고-"

 

 

 

 

 

 나는 그 말에, 비틀비틀.... 뒷걸음 질 치다 , 높은 구두 탓에 넘어졌다... 마치 그 남자처럼

 

 내가 찢어발긴 그 남자처럼...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바닥에 철푸덕 하고 , 그 사람처럼....

 

 

 

 그 절규의 모습처럼..

 

 

 

 

 

 " 이제는 데리고 놀고 싶지도 않다.. 너는 뒷 탈이 너무 많아... 영악하고 욕심이 많지...

 

 피곤하다구-

 

 

  그런걸 신경쓰면서 너랑 어떻게 놀아- 아니야? 내 말이 맞잖아? 그런데

 

 사랑? 언감생심.... 너는 니 주제를 너무 잊는다... 대체 너한테 그런게 있긴 하냐? 어차피 나도 안해- 사랑- 결혼할 여자도 놀 여자도

 

 그 어떤 여자도 사랑하지 않을꺼야- 그게 내게 손해를 줄 거니까 , 내 판단을 흐리게 하고 내 생각을 짧게 만들테니까!"

 

 

 

 

 "....."

 

 

 

 

 어떻게 사랑이 그럴수 있어?

 

 

 나는 그리 되 묻고 싶었다.. 사랑따위 , 따뜻한 감정 따위의 이치를 모르고 살아온 내가- 그런 내가,

 

 그런 - 처음 배운거처럼 아둔한 내가 바란 사랑도... 손해를 준다거나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나쁜것이라고는

 

 오로지 해만 끼치는 존재라곤 생각치 않았는데.....

 

 

 

 그렇게 까지 잔인한 것은 아니라고.. 그렇게 까지 나쁜건 아니라고.. 그렇게까지... 해로운건 아니라고..

 

 

 마음을 , 나도 모르게 조금씩 당겨 , 안았는데..

 

 

 

 

 

 "... 그래도 다행이네... 너 혼자만 알고 넘어가는거야.... 이제 그 일은 다시 언급하면 그땐 니가 위험해 질거야..

 

 뒷정리 깔끔하게 해...... "

 

 

 

 

 다행이다, 그 말은..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했으니까.. 다른짓을 못할거라는 그런 말인가?..

 

 당신을 해치치는 못할 꺼니까... 이제는 .. 그게 다행이라고?... 복수 할 생각은 안할테니까...

 

 그래서 그게.. 다행이라고?

 

 

 

 

 

 지견은 성가시다는 듯한 태도로 내 눈물을 내려다 보았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내 발치에 툭 던졌다.

 

 

 

 

 "회의실 문 닫고 갈 테니.. 얼굴 정리하고 나와.... 니가 뭘 원하든 돈으론 다 해줄수 있어... 지금은 아니니까..

 

 관둬"

 

 

 

 약속한 것도 주지 못한다는 마지막 이야기였다....

 

 

 그의 옆자리에는.. 나는 없다.. 그의 뒤에도 앞에도 옆에도....

 

 

 

 나는 설수조차없다. 설 자리도 주지 않겠다는 ... 이야기.... 그런 이야기였다.

 

 

 

 

 

 

 

 지견은 미련 없는 태도로 휙 나가버렸다... 나는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텅빈 큰 회의실에 울리는 내 목소리는

 

 

 

 끔찍했다... 나는 그때 , 내가 곤경과 슬픔을 선물한 그 남자가 되어 있었다..

 

 

 이런게 자승 자박인가? 한만큼 돌아온다고?

 

 

 

 인생이 이런거라고? 내가 원해 그를 해쳤다.. 아니 그가 원해 그를 망가뜨렸는데..

 

 나도, 망가진다고? 나도 무너진다고?

 

 

 

 

 

 

 넘어질때 삐어버린 듯 한 발목이 아려왔다.... 토해내듯 우는데... 남은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돈을 위해 살았다.

 

 돈을 위해 그 남자를 없앴다 생각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사랑이었는데... 이미 사랑이었는데....

 

 

 

 

 

 나라는 존재가 끔찍하다면 얼마나 끔찍해서- 하나라는 어미한테 버림받고 세상에서 내쳐진것도 모자라...

 

 내가 거두기에도 벅차던 내 동생을 잃었다.. 내게 사랑한단 말을 진심으로 하던 단 한사람까지도 다 가져가놓고선

 

 

 나를 이렇게까지 비참하게 하여, 대체 신에게 무엇이 남는다고 나를 이렇게까지 사지로 내 몬단 말인가.. 이렇게까지..

 

 

 

 

 왜.. 이렇게까지.. 왜-...

 

 

 

 

 텅빈 사무실에서는 고통도 시간도 더디게 천천히 흘렀다... 울고 울어도 나갈수 없었다..

 

 

 

 차마 그 손수건을 쓸수도 없었다... 그 손수건에서 나는 향기는 , 잊고 싶어도 잊을수 없는 - 처음 어미를 본 새끼 오리의

 

 사랑처럼.. 처음 눈뜬 사랑에 대한 목마름으로 가득찬.. 자신이 사랑하고 미워하고 증오하지만 , 아껴 놓기도 쉽지 않은

 

 지견의 향기였다..

 

 

 

 

 

 

 -

 

 

 

 

 

 "....누가 왔었다고요?"

 

 

 

 입이 바짝 마르는 말.. 흘러가는 말 사이에 나온 말을 자신은 되 물었다.

 

 

 

 

 

 

 "....... 어떤 남자였어- 깔끔하게 정장 입었던데.. 그 영상 잠깐 보는데 돈을 40만원을 줬어- 받고 나도 놀랐다니까?"

 

 

 

 

 

 어머니의 신장 이식은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 사이에 맞는 신장을 찾기가 힘들어 ,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렸다..

 

 한참만에 찾은 기증자였다..... 투석을 거의 매일해야 하는 어머니는 이미 입원중이었고

 

 여자가 약속한 만큼 돈을 풍족하게 주어 , 자신은 어머니를 돌보면서 하지 못하고 놓았던...

 

 공부도 틈틈히 하였다... 동생들은 다니고 싶단 학원을 다 끊어 주고, 새 옷과 따뜻한 음식을 먹였다..

 

 

 

 좋은 집으로 이사도 했다. 좋은 집이라고 해 보았자 방 두개 딸린 투룸이 다였지만 반지하를 넘어 지하에 살던 동생들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집 같아!" 하며 좋아했다.. 볕이 드는 걸 좋아했다...

 

 

 

 세상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쏟아지는 햇빛인데.. 마치 그 빛을 처음 본 아이들 처럼.. 그 빛밑에 누워 따뜻하다고 웃는 동생들을 보자

 

 나는 마음까지 아프고 시렸다...

 

 

 

 

 

 어머니는 그 모든것들을 보시면서... 더 묻지 않았다.

 

 

 

 

 내게 어떻게 돈을 벌었느냐고도 더는 묻지 않으셨다... 그건 고통에 가득 찬 배곯음에서 나온 침묵이었을 것이다.

 

 

 묵인이었다.. 어쩔수 없으니 묻지도 않겠단, 그런 묵인이었다..

 

 

 

 

 그런 일들을 하고, 나는 끊임없이 잠을 설쳤다. 그 여자는 실제로 내가 주사를 꽃고 약을 넣었을때 경련을 일으키거나

 

 눈을 뜨거나 하지 않았는데. 그저 죽었을 뿐이었는데......

 

 나는 꿈에서 끊임없이 잠을 설쳤다.. 내게 달린 입이 내 입 포함 4 입을 넘었으니..

 

 나는 해야 했다. 해야만 했다.. 그래서 했다.. 하지만 불안감과 미안함과 죗값은 지워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았다..

 

 

 

  그 남자...

 

 그 여자의 연인이었다던 그 남자의 비참한 눈이... 아무것도 없고 가득 담긴 고통이... 너무나 괴롭게 마음에 남았다..

 

 그 남자의 울부짗는 울음과 세상의 끝에 뚝 떨어진 듯한 울음소리가.. 귓가에 박제라도 된듯 떠나질 않았다...

 

 

 

 

 

 남자에 대해 모든사람이 수근댔지만 들리지도 않는거 같았다.. 남자는 울고 울고 , 사람이 그렇게 울수 있다고 믿지도 못할만큼

 

 울었다.... 피투성이 옷, 찢어진 얼굴에 상관도 않는것 같았다. 고통을 느끼지도 않는것 같이 하고선.. 가슴에 뻥 뚫린 구멍때문에

 

 그는 죽어라 울었다.. 내가 죽인 그 여자의 손을 세상 다시 없을 것 같이 품고 얼굴에 문질렀다..

 

 

 절망이었다.. 그는 그 자체가, 그냥 절망이었다...

 

 

 

 내게 돈을 준 뱀같은 그 여자는 내게 말했다... 삶까지 돈으로 누릴수 있는 특권일순 없지 않겠느냐고...

 

 그렇다면 우리 어머니의 목숨은?..... 그것도 누군가의 죽음값 으로 가져온 목숨이잖아? 나는 묻고 싶었다..

 

 

 하지만 묻지 못했다.. 우리 어머니를 살리고 싶으면, 목숨을 지키고 싶으면 나는 물어선 안 됬으니까..

 

 

 

 

 그 여자는 너무나 오래 식물인간으로 있었으니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거라고... 깨어날 수 없을 거라 했다..

 

 

 

 

 그런데 , 그 여자의 어머니보다 더 믿고 있었던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 연인이 있다고.. 내가 들었던가?

 

 

 

 

 남자의 넘어지는 모습은... ,복도에서 그 방까지 향하며.. 이리 저리 넘어지고 부서지던 모습은..

 

 

 멀쩡한 사람도 저리 넘어지면 무릎이 개박살 나겠구나 싶은 그 걸음 걸음에는.....

 

 피가 줄줄 새어나가는 듯한 고통뿐이었다..

 

 

 

 그러면서도 눈은 그 병실만 향하고 있었다... 그런 맹목적인 사랑을

 

 

 거둬간 사람은 나였다..... 나는 뱀같은 여잘 보며 말해주고 싶었다... 당신이 원한건 뭔지 몰라도... 나는 가족을 위해서

 

 

 그리 했지만... 우리는 달라지지 않는 살인자... 사람을 죽인 살인자.... 사람으로써 사람을 죽인..... 짐승보다 못한

 

 

 무서운 살인자임을 눈으로 호소했다.....

 

 

 

 그러고서도 그 끔찍한 곳에서 ... 나는 , 머물러야 했다. 거기서 몇달을 떠나지 못했다.. 내가 맡은 사람이 죽고 나서야..

 

 

 노환으로 죽고 나서야 나는 그곳을 떴다...

 

 

 

 그 사이 사이에도 인사라는 명목으로 가끔 , 주스를 사들과 왔다.. 사실 돈을 준 여자는

 

 내가 이러는 것을 알면 , 나를 결코 가만히 두지 않았을 테지만 나는 불안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그리라도 확인을 해야 맘이 놓였다..

 

 

 

 짙은 죄책감과 들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나는 결코 그곳을 완전히 떠날수 없었다..

 

 

 

 

 

 

 꿈만 꾸면 잠만 들면 , 내가 죽인 그 여자는 내가 주사약을 넣자, 벌떡 일어나서 팔에서 링거를 뽑는다..

 

 그리고 서늘한 눈으로- 뜬건 본적도 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귀신같은 목소리로 나를 추궁한다..

 

 

 

 "너야,"

 

 

 

 

 그냥 너라고... 나는 두려워서 비명을 질러야 깬다.. 어린 동생들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았겠지만 나는 진정시켜야 했다..

 

 

 여전히 있는 전의 요양인 간병인들과도 살갑게 돕고- 친분을 계속 이어나갔다.... 가끔은 괜히 찾아가 일도 도왔다...

 

 

 그리고 나서 나는 가끔 cctv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과도, 친분을 살짝 쌓았다. 물론 그 여자는 회로를 막았으니 새어나갈 일 따위 없노라고

 

 내게 이야기 해 주었었다.. 그러나 여기는 호스피스 병동이었다.. 말하자면 죽을 확률이 높은 사람들이 마지막 노후를

 

 아름답게 맞이하게 도와주는 곳에 가까웠다...

 

 

 

 병원이라기 보다는 그런 개념이다 보니까.. cctv 따위 단순한 도난 같은게 아니면

 

 돌려 볼일이 없었다.. 그럴꺼면 허술해서 금방 금방 지워지는 것이면 좋을텐데.. 병원에는 생각보다는 첨단 컴퓨터가 달려서

 

 지워지지는 않는 , 영구 기록이 남는 걸 쓰고 있었다... 몇번만에 파악을 하고 , 낯모르는 사람한테 전에 여기서 일했다면서 살갑게 굴었다..

 

 

 그 남자는 호의는 호의로 받는 단순한 이였고.. 나는 거짓말을 해 가며 그를 주시하였다..

 

 

 

 

 뱀같은 여자는 지워졌으니 볼일 없지- 했지만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내 목에 매달린 죗값이 밤이면 밤마다 나를 괴롭혔다

 

 내가 넣은 그 소름끼치는 독극물은 내게도 스며든듯 내 목을 조였다...

 

 

 

 그 잔인한 기억은 어떤일을 해도 사라질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여자와 달리 알려지면 그야말로 끝이었다..

 

 

 살인의 죄는 내 손에 묻었으니까.. 피는 내 손에 묻었으니까..

 

 

 

 

 

 오랫만에 찾아간 그 남자의 이야기는 놀랍다 못해 무서운 이야기였다. 어떤 남자가 그날의 cctv를 보고자 했다는 것 만으로도

 

 나는 등줄기에서 땀이 줄줄 흘렀다.. 나는 황급하게 비켜보라고 말했다. 복사라도 한 거면 흔적이 남았을것이다,

 

 

 만약 그런거라면.. 흔적이라도... 확신이라도...

 

 

 이 남자는 컴퓨터로는 게임밖에 할줄 모르는 그야말로 단순한 남자였다.. 확인해야 했다..

 

 

 

 

 남자는 내가 나도 모르게 살짝 밀치자 더 거칠게 되쳐 밀쳤다.

 

 

 

 

 

 "비키긴! 이 사람이 진짜 왜 이래!"

 

 

 

 "잠시만요! 잠시만 확인하면.."

 

 

 

 

 "안돼! 진짜 웃기는 사람아니야!"

 

 

 

 

 

 자신도 받아먹고 야금야금 쓴 돈이 있으니 이 이야기가 새 나가면 , 무능한 그의 이 직장도 끝장인 것이다.... 그러니 나를 귀찮아 하며

 

 내 쫓으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그야말로 , 너무 처절해 보이면 도리어 의심할 듯 하여 나는 살금 살금 달랬다..

 

 

 

 

 "... 확인 하나만! 진짜 하나만 할게요-"

 

 

 

 

 

 남자는 내 말을 무시하고 나를 상황실 밖으로 밀어냈다.- 나는 너무 놀라서 땀이 너무 많이 났다..

 

 나는 나와서 복도에 의자에 주저 앉아서 머리를 빡빡 긁으며..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애를 쓰고 쓰고 또 썼다..

 

 

 

 

 

 

 누구일까? 그 남자? 아니면 그 여자의 가족?... 나는 긴급할때 아니면 전화 하지 말라고 했던 그 여자의 번호를 찾기위해

 

 그 여자가 내게 준 메모지를 찾느라 주저 앉아 지갑 속을 뒤졌다... 지갑속에 있는 마지막으로 찍었던 가족사진이

 

 눈에 밟혔다..

 

 

 동생들의 천진해 보이는 눈빛이 날 사정없이 질타하는 것 처럼 느껴져 숨이 막혔다..

 

 

 

 

 가슴이 찌릿거려 마음이 병들었구나 싶어 숨이 벅찼다... 그 번호로 전활 할때는 돌이킬수 없을 거라던

 

 그 말..

 

 

 

 

 나는 내 핸드폰을 손에 움켜 쥐고서도 , 앞으로 , 허겁지겁 내려가서 공중전화를 찾았다... 요즘 세상에 이런 전화는 이런 외진곳의 병원에 달린게 고작.. 나는

 

 전화를 걸었다.. 한참이나 울리고 나서야 여자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서늘하고 무서운, 얼음같은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나는 한참을 입만 달싹거리다.. 조심스레 겨우 한마디를 냈다..

 

 

 

 

 

 "접니다.. 문제가 생겼어요...."

 

 

 

 여자는 잠시 침묵하였다. 그러더니 내게 말했다.

 

 

 

 

 

 

 "늘 만나던 곳으로 와요- 사람 안붙게 보고, 그러고 와요- "

 

 

 

 

 

 

 전화는 그것으로 끊겼다. 나는 화장실로 가서 땀을 닦고 세수를 해서 정신을 차리려고 애 썼다...

 

 

 

 

 이미 벌어진 일이야, 가족 생각만 해야 해- 난 내 맘을 다잡았다.

 

 이미 한 일이라 생각하였다.. 그 여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는 거 같았다... 나는 수돗물이라도 온 입 가득

 

 머금었다 뱉었다.. 입안에 남은 비릿한 맛이 ,

 

 

 불운의 전조곡처럼 느껴져 벌써부터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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