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첫회보기
 
노을 아래의 언약
작성일 : 17-07-28     조회 : 409     추천 : 0     분량 : 13693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하임의 부모님은 하임처럼 따뜻하신 분들이었다.

 

 

 

 나는 그 점에 , 사람은 정말로 자란 대로 배우는 구나 싶었다.

 

 하임처럼 사려깊고 , 내가 흔히 느끼지 못했던 다정함이 있으셨을 뿐만 아니라 두분 다 인자하셨다.

 

 

 하임은 아버지를 빼 닮아 있었다.

 

 아직 동생은 못 만났지만 , 동생은 내가 티켓과 정장을 보낸것에 대한 감사의 인사로 내게 전화를 해 왔는데

 

 목소리가 하임과 굉장히 닮아 있었다.

 

 

 그러나, 나를 벌써부터 매형이라 부르고, 누나를 잘 부탁한다며

 

 변죽좋게 구는 걸 보니까, 아무래도 하임과는 성격이 약간 다른거 같았다. 하임이 말했던 대로 성격이 반대인 모양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드디어 일이 착착 , 진행이 되고 하임이의 가족이 나를 인정한다 싶어졌으니까-

 

 스튜디오 촬영은 하고 싶지 않다는 하임의 뜻에 따라서 - 우리는 식 일정 조금 전에 제주에서 아름다운 경관을 돌며

 

 옷을 갈아 입고 사진을 몇장 더 찍기로 했다-

 

 

 

 

 이 상황에서 더욱 다행인건 - 양가 부모님 다 - 우리의 의견을 많이 존중해 주셨단 점이다-

 

 그녀는 깔깔 대면서 내게 말해주었다. "엄마가 니 주제에 어디서 그런 능력좋은 미남을 만나냐고 당신한테

 

 

 

 잘해주래요 "

 

 

 

 

 

 "...."

 

 

 

 

 

 

 나는 그 말에 놀랐다. 그분들이 잘 모르시는 건 , 하임이 나의 이상이었으며- 나를 구했다는 점이었다.

 

 하임이 돌아오지 않았자면 나는 결코 ,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눈멀고 , 다리를 못쓰고-

 

 말을 듣는지 안 듣는지도 모를만큼 -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을 지도 모른다-

 

 

 

 

 

 우리 부모님은 그 사실을 알고 계셨지만 ,

 

 

 

 하임의 부모님은 잘 모르고 계셨다. 나는 턱시도를 그녀의 드레스에

 

 맞춰 그냥 골랐지만 , 그녀는 드레스를 입겠다면서 별로 찌지도 않은 살을 빼야겠다며 아침 조깅을 다시 빼먹지 않았다.

 

 

 

 창에서 내다보면 내가 사랑하는 그녀가 뛰어가는 모습이 보이고 - 그녀가 나를 발견할때는 손을 흔들었는데...

 

 

 그럴때 마다 나는 내 다리가 답답했다. 밉기도 했다. 내 다리가 .... 떄론 고마울때도 있었지만,

 

 여전히 달리지는 못하니까..

 

 

 

 

 식은 서로 언약서를 만들어 읽기로 한 참이라 - 주례를 듣느라 오래 서 있을 것도 없을테니 ...

 

 그 사이에 서 있는 것 쯤은 가능하겠지만

 

 

 

 그녀와 달려줄만큼 다리가 멀쩡하진 않았다- ... 그녀는 내 그런 기분을 안다는듯 - 나를 위로해 주었지만 , 나를 괴롭게 하는건

 

 다른게 아니었다-

 

 

 그녀와 '함께' 해 줄수 없다는게 나를 괴롭게 했을 뿐이다..

 

 

 

 

 

 

 

 강비서가 찾아와서 , 제주도 **에 묵을건데.. 다른 게스트 방까지 다 예약해야 하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다.

 

 

 

 

 내 하객은 몹시도 조촐했다.

 

 

 

 부모님, 변호사님, 제이미와 게스트, 그리고 지민이와 게스트 -그게 다였다. 다른 친구들은

 

 애초에 부를 생각을 말았다. 지민이는 내 그간의 사정을 알고 있었음에도 결혼 청첩장이 날라왔을때 너무 기뻐 방방 뛰었다고 했다.

 

 

 

 

 

 

 "결국에 너를 움직이는건 사랑이라니까-"

 

 

 

 

 걸려온 전화에서 느껴지던 지민이의 흐뭇함에 , 나도 웃고 말았다.

 

 

 

 지민이는 외국인 남자친구가 생겨서 그 사람을 데리고 오겠노라고 했다.

 

 

 

 

 그녀는 그녀의 부모님과 , 동생, 유진씨 - 그리고 유세진에게도 청첩장을 보냈지만 , 그 사람은 아무래도 못올것 같다고 연락이 와서

 

 

 

 출판사의 부장과 , 다른 여자 친구 세명을 불렀다. 그 세명이 난 기억에 없었지만- 그녀의 말투로 보아 그냥 적당히 친한 정도인거

 

 

 

 같아 더 묻지 않았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친히 날아와 주겠다고 하는 여자 친구 둘도 , 참석하기로 했다.

 

 

 

 

 

 "신행은 바로 떠나실거면... 미리 예약을.."

 

 

 

 

 "...그건 하임이 한테 물어봐야 할걸-"

 

 

 

 

 

 내 대답에 나를 보며 강비서가 의미심장하게 싱글거렸다... 내가 "왜"?하며 되 묻자 그가 실쭉이 웃으며 덧붙였다.

 

 

 

 "이제 공처가 다 되셨다 싶어서요-"

 

 

 

 

 그 말에, 소리를 빽 지르게 될줄 알았는데 , 그 공처가란 말이 왜 하나도 기분 상하지 않고 오히려 수고를 치하하는 것 처럼 들리었다...

 

 

 

 난 그냥 고갤 끄덕였다. 그러자 강비서가 더 놀랐다.

 

 

 

 

 "그럼 하임씨랑 논의 할 께요- 옷은 안 줄이셔도 될까요? 한번 , 가봉 보긴 보셔야 할거 같아요- 허리도 어깨도 , 예전보다 잘 드신다고 해도

 

 평균보단 마르셨으니-... 여기로 오게 할 게요-"

 

 

 

 

 강비서는 내가 헷갈리지 않도록 , 포스트잇에 시간과 , 해야 할 일 들을 적어 창 틀에 시간순으로 일렬로 붙여 놓곤

 

 천천히 , 문을 닫고서 살짝 미소를 남겨두고서 사라졌다.

 

 

 

 

 

 나는 한참만에 집에 찾아온 정적에 눈을 잠시 감았다.

 

 

 

 

 하임은 드레스를 가봉해서 맞추러 간 상태였고

 

 나는 집에 혼자 남아 있었다. 글을 쓰긴 쓰는데 예전만틈 집중하긴 어려웠다.

 

 

 나에게야 그녀와 함께 할수 있다는 자체가 중요하지만 ,

 

 

 여자에게 결혼은 일생 일대 , 딱 한번뿐인 가장 소중한 이벤트라고 하니까, 그녀가 원하는건 다 들어주고픈 참이어서

 

 나는 얌전히 그녀가 하자는 데로 따를 생각이었다.

 

 

 

 

 그때 벨이 울려서 , 지팡이를 짚고 걸어나갔더니 , ... 의외의 얼굴이 있었다.

 

 

 아버지셨다...

 

 

 

 

 내가 문을 열자 , 이 집에 오시는 것 자체가, 내가 눈을 뜨고 있을때는 처음인 아버지가

 

 

 

 나를 보고 , 내가 짚고 있는 철제로 된 , 팔에 끼우는 지팡이까지를 훅 훑으시더니 씩 웃으셨다.

 

 웃음끝에는 어쩔수 없이, 안타까운 애수가 달려 있었다.

 

 

 

 

 "그래도 전보다는 훨 나아 보이는구나-"

 

 

 

 

 내가 아버지의 외투를 받으며 천천히 되 물었다.

 

 

 

 

 

 

 "뭐 마실거 드릴까요?"

 

 

 

 

 그 말에 놀란듯 , 의자에 앉으시다 말고 날 쳐다보신다-

 

 

 

 

 "그...그래, 내가 살다보니 니가 대접하는 커피를 다 마셔보겠구나-"

 

 

 

 

 

 나는 살짝히 웃고 커피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원두로 내려 드렸다. 잔을 앞에 두자 , 아버지는 살짝 홀짝이시더니

 

 내게 물으셨다.

 

 

 

 

 

 "그래 , 결혼 준비는 잘 되고 있느냐?"

 

 

 

 

 

 

 그 이후 , 상견례 자리를 준비했는데 이상하게도 두분 부모님 다 , 네분이서 만나면 충분하다고 하셨다...

 

 나는 내심은 불안했지만, 완강하게들 말씀하셔서 어쩔수 없이 그리 자리를 마련했는데.

 

 

 

 그 이후에 하임이 부모님도 우리 부모님이 썩 마음에 드신 듯 했고 - 우리 어머니는 저렇게 아이가 따뜻하게 큰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존경의 뜻 까지 내 비치셨다.

 

 

 아버지도 흡족해 하셨다... 그래도 그렇지 , 우리 아버지가 욕심을 버려도

 

 참으로 많이도 버리신건 사실이었다. 늘 , 나를 기업에 도움되는 - 허울뿐인 결혼 자리에 저놈을 대체 언제 쓸만하게 만들어

 

 언제 밀어넣나 하시던 분이었는데..

 

 

 

 

 이제는 하임이를 진심으로 예뻐하시니까...

 

 

 

 

 

 "네, 뺄건 빼고 - 간단하게 준비하고 있는데.... 그래도 시간이 걸리긴 걸리네요"

 

 

 

 

 

 "간단한 일이 아니지,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기도 하니까-"

 

 

 

 아버지는 다시 잔을 들어 홀짝이셨다.

 

 

 

 

 

 "네 커피는 처음 마셔보는데, 상당하구나... 어찌됬는 내 입에 꼭 맞아-"

 

 

 아버지의 칭찬은 이렇게 뚝뚝한거 같애도 보통 이런식이다- 나는 살짝히 웃었다.

 

 

 아버지는 나를 바라보시더니, 천천히 말을 이으셨다..

 

 

 

 

 "인간 같지도 않을만큼 말랐을때 보다는 살이 좀 쪘구나.. 그래도 여전히 바짝 말랐다만은... 전보다는

 

 나아보이니 정말로 다행이다.."

 

 

 

 

 나는 내 옷차림을 내려다 보았다, 하얀 티셔츠 위에 걸친 스트라이프 면 셔츠, 그리고 청바지... 예전엔 바지 자체를 끈을 묶는 형식이

 

 아니면 안 될 정도로 말랐었는데... 이제는 그래도 시제품을 사서 입을수 있는 정도라 다행이라고 생각할 따름이다.

 

 

 하임이 옆에서 아침, 점심, 저녁- 아무리 많이 안 먹는다고 해도 , 한입씩이라도 꼭 먹게끔 하니까-

 

 

 전보다는 많이 나아져 보인다, 거울속의 스스로도 그리 보인다-

 

 

 "식사를 잘 안 걸러요- 그러니 살이 다시 붙더군요..."

 

 

 아버지는 그 말에 , 택도 없다는 듯이 대답하셨다.

 

 

 

 "아직은 멀었어- 10킬로쯤은 더 쪄도 되겠구나-"

 

 

 

 

 나는 그냥 살짝 웃었다. 그러자 아버지가 약간 어두운 안색으로 이야길 꺼내셨다.

 

 

 "형은 자주 보고 있느냐?"

 

 

 

 나는 그냥 , 정직하게 대답했다..

 

 

 

 

 

 "예... 틈 날때마다 가는데.. 거의 일주일에 한번 , 많이 바쁠때에는 10일에 한번 정도 그리 갑니다-

 

 필요한거 있다고 하면 , 걸리지 않는 품목으로는 조달도 하구요- "

 

 

 

 아버지는 , 천천히 - 문제 된다고 생각하시는 듯한 어투로 말을 꺼내셨다.

 

 

 

 "그 안에서 어떤 아이를 가르치고 있다던데..."

 

 

 

 

 

 나는 강비서가 이 이야길 했을리는 없으니... 아무래도 변호사 통해 이야기가 들어간거 같아서

 

 분위기를 살짝 살피고 , 살짝 다시 웃으며 대답했다.

 

 

 

 

 "예, 들었어요- 제가 그렇게 하라고 그랬습니다....

 

 

 

  보니까 , 어리고-... 들어간 이유도 그냥 좀도둑질인데

 

 기댈곳이 없어 거기로 흘러갔나봐요... 형이 예뻐해 하는거 같아 , 가르치고 싶다 해서-

 

 

 문제집이랑, 뭐 간식하라고 여러 가지 좀 더 보충했습니다..

 

 

 

 형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쓰는 거 자체가 처음이라"

 

 

 

 

 

 

 

 내가 약간 눈치를 살피자 아버지는 잠시 후에 눈을 누그러뜨리셨다..

 

 

 

 

 

 "그렇게 긴장할것 없어- 나도 그렇게 하라고 할 생각이었으니까.... 잘 된 일이다- ... 그 아이가 나와서도

 

 강비서가 가르치겠다고 했다며?"

 

 

 

 내가 천천히 , 다시금 대답했다.

 

 

 

 

 ".... 지금 제가 만든 재단에 당장에 갈곳 없는 ptsd환자들을 치료하는 시설이 있어요- 다들 방 형식으로

 

 쪼개 놓은 , 형태이니 얼마간은 거기에 살게 할 생각입니다... 물론 , 분노 조절장애 같은 위험한 환자들하고는

 

 당연히 , 같이 안 둘 꺼고요- ,.. 검정고시 패스하고 나면 , 수능 치게 하고- 그렇게 도울 생각입니다-

 

 

 강비서가 , 비서로 가르쳐 볼까 하던데..

 

 그것까진 아직 다 생각해두지 않았어요 , 나와서 이야길 제대로 해 봐야 , 어떤 아이인지 파악이 될 것 같아요

 

 

 

 형 말로는 , 똘똘하고 , 순진하고 -.. 그런 모양이더군요-... 형이 ... 그 아이를 특별하게 생각하는건...."

 

 

 

 

 

 

 내가 말을 멈추자 아버지가 뒷말을 재촉하셨다..

 

 

 "...그런 이유가 뭐냐?"

 

 

 

 

 

 나는 좀 망설였다. 아버지가 뭐라고 생각하실지 모르니까-

 

 하지만 , 몹시 궁금해 하시고 , 계속해서- 뒷말을 재촉하시는 듯 해 , 결국은 말했다.

 

 

 

 

 

 " 그 여자와 눈이 좀 닮았노라고 하더군요.."

 

 

 

 

 

 "그 여자라면...."

 

 

 

 

 

 "김희영이요..."

 

 

 

 

 

 

 아버지는 그 말에 잠시 말을 잊으셨다.. 내가 내려드린 커피의 훈김만이- 아버지의 턱 근처로 살짝히 퍼졌다..

 

 

 

 

 

 "..... 그 여자가 정말 대단한 여자는 ... 대단한 여자구나.."

 

 

 아버지는 , 지쳤다는 듯이 한마디를 덧붙이셨다.....

 

 

 

 

 

 그 말에 , 나는 왠지 김희영을 변호 해야만 할것 같았다... 하민이가 내게 가르친 가장 큰 감정 중 하나는..

 

 자비였다...

 

 

 

 괴롭지 않아도 될걸 굳이 괴롭지 않을수 있는. 아주 선량한 마음... 그것이었다...

 

 

 나는 천천히 대답하였다..

 

 

 

 

 

 

 "저도 , 결국엔 용서할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형과 그 여자를 , 용서할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다른게 아니라..

 

 

 

 그 여자의 눈이었어요...

 

 

 사랑을 몰랐다가 , 사랑을 알게 된 , 조금은 고통스럽고-.. 얼마간은 슬프고 , 간절함이 잔뜩 묻은

 

 그 사랑에 빠진 눈 때문이었어요- ... 되짚어서 , 화가 나는 순간에도- 그 눈이 떠오르면.... 화가 멈출수밖에 없었죠....

 

 

 

 왜 그렇게 형을 사랑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 여자도 그러더군요... 하지만 시작되고 나니, 마지막에 그렇게

 

 빌었죠 자신을 증오하고 , 뭘 해도 좋으니.. 형은 용서해 주라고요.."

 

 

 

 

 "..."

 

 

 

 

 

 아버지는 세월이 깃든 얼굴을 고집스레 꽉 다무시고는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고갤 저어보이셨다..

 

 

 

 

 "저는 용서했어요 , 형이 형이라서가 아니라- .. 아버지도 아시잖아요- 형도 이제서야 느꼈을거에요

 

 나도 그 여잘, 이용만 한다고 하고서 사랑했구나 ....

 

 

 하고요-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뉘우칠수는 없었을 거에요

 

 

 

 우리 사이가... 어땠는데요- 늘 싸우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주먹을 날리거나 하지 않고선 서로를 그냥 지나치질 못했어요..

 

 

 

 그런데, 형은 이제 내게 부탁도 하고- 웃어도 보여요... 그런게 사랑의 기적이 아니면 .. 뭐겠어요-..

 

 그러니, 그 여자가 난 이제 고마워요, 물론 눈이나 ... 그런건 그 여자도 예상 못한 일이었을 테니, 이젠 원망도 안 해요

 

 

 다 나았잖아요-.."

 

 

 

 

 

 아버지는 힘겹게 고갤 끄덕이신다.

 

 

 

 그 여자를 만났던 날을 난 증오했었다.. 그러나 하임과 이야길 나누고- 돌이켜 보면서

 

 그런 기회가 없었다면은.... 지금과는 아주 많이... 얼마간은 달랐을 거라고 그리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분위기를 바꾸어 , 다른 질문을 드렸다.

 

 

 

 

 

 

 " 결혼식은 제주도에서 할 거라는 말씀은 들으셨죠?"

 

 

 

 

 

 "그래, 노을질때 할 거라고?

 

 

 

 녀석, 니가 그렇게 로맨틱한 녀석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냐..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넌 순전히 처남이랑 너네 엄마같단 말야... 외탁을 했어- 나한테는 그런 면이

 

 

 전혀 없는데..."

 

 

 

 

 그 말씀에 , 나는 아버지가 해마다 , 어머니 생일마다 , 좋아하는 꽃을 나이만큼 주문하시는 걸 , 뻔히 아는데..

 

 그런 말씀을 하셔서 , 조금 웃음이 났다.. 아버지도 공처가 기질이 다분하신데...

 

 

 나는 천천히 다시 말을 꺼냈다..

 

 

 

 

 

 "...노을질때는 이호테우 해변이 예쁘다고 해서, 허가 받고 거기에 의자 몇개 , 그리고 아치 하나 두고 위에

 

 천만 살짝 둘러서-

 

 

 거기서 서로 , 쓴 편지 읽어주고 .. 그냥 그럴려구요.. 저녁은 호텔 가서 먹구요.."

 

 

 

 

 

 내가 씩 웃자 , 아버지는 나의 이런 얼굴을 처음 보신단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셨다....

 

 

 

 

 

 

 

 "이해해 주셔서... 또 하임이를 예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버지, "

 

 

 

 

 내 말에 아버지는 놀라신 듯이 나를 다시 바라보시다가 툭, 아버지가 신경 쓰실 때 늘 그러시듯이

 

 진중함이 담긴 한마디를 던지실 뿐이었다.

 

 

 

 

 ".... 너를 , 그리고 니 형을... 단란하기만을 바랬던 , 우리 가족을 다 돌려준 사람인 셈이니... 예뻐해주는게

 

 당연한 것이 아니겠느냐?

 

 

 그리고 , 애가 얼마나 다정스럽고 , 다른 일에도 어김없이 마음을 쏟는지...

 

 그런 소중한 이를 , 너같이 퉁명스럽다 여겨 , 저거 장가나 보내겠나.. 하던 놈으로 붙잡았으니..

 

 

 다행 아니냐? 니가 굳이 공치사 하지 않아도- 나도, 네 어미도, 하임이를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이제는 , 니가 잘해야 될 때야, 결혼은 약속이기도 하니까... 제 여자 울리는게 가장 못난 놈인거 명심하고-

 

 나는 , 결국 못난 놈으로 남아서- 네 어미한테 다 갚지도 못할 빛을 졌지만, 너는 그러지 말라고 해 주는 말이다-"

 

 

 

 

 

 아버지는 그제야 자리에서 슬쩍히 일어나신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고갤 그냥 끄덕였고 아버지께 말씀 드렸다

 

 

 

 

 "하임이 곧 돌아올텐데, 보고 가시는게?..."

 

 

 

 

 그러자 아버지는 그럴 것 없다는 듯 고갤 저으셨다.

 

 

 

 

 "극성인 시아버지 얻었다고 생각할라- 오늘은 그냥 너 보러 왔던 거야, 됐어-

 

 메리지 블루라고- 신부는 괜히 결혼할때 되면 우울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안 우울하게

 

 

 

 니가 잘 챙겨줘- 니가 더 부족한 점이 많다는거- ... 명심하고-"

 

 

 

 

 

 아버지의 그런 말은 의외중의 의외이신 말씀이었다..

 

 

 언제고 나를 기업에 유리한 결혼에 밀어 넣으시려고

 

 하신다 믿고 있었으나.. 하임을 알고 아버지도 변하신 것이다....

 

 

 

 어머니는 최근에서야 ,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드디어 평화를 조금 찾으신걸 아버지도 보시고 나니,

 

 

 뭐가 행복인지 우선순위를 정리하신것 같다-

 

 

 

 

 기업은 여전히 마케팅과 개발에 공격적이지만, 아버지의 가정에서의 모습은 바뀌어도 너무나 바뀌셨으니까...

 

 

 

 나는 빙긋 웃으며 , 아버지를 배웅했고 , 아버지는 여전히 나에게 "나올것 없다-" 말씀을 남기시고는

 

 곧 문을 닫고 사라지셨다.

 

 

 

 

  나는 다리를 까닥여 보았다... 그러고 보니... ptsd가 .. 아주 많이 줄었다..

 

 

 

 

 김박사님을 안 뵌지도 한참이고..

 

 

 

 

 다리가 내내 아파서 , 잊었었다고 하기엔... ptsd는 특유의 그 이상한 느낌이 있다..

 

 전조처럼 시작되는 예리한 통증 같은게... 신호로- 고통이 이어지는데..

 

 

 

 

 

 그런 증상을.. 한동안은 잊고 지냈던거 같다...

 

 

 

 

 

 

 그때 번호키를 누르고 들어서는 하임이 보인다-

 

 

 

 

 "에? 왜 서 있어요? 다리 안 아파요?"

 

 

 

 하임은 발랄하게 묻는다- 가느다란 발목에 매인 구두의 끈을 풀면서-

 

 

 "내려오시는 아버님 뵜어요- 차한잔 더 하고 가시라고- 저녁 드시고 가시지 않으시겠냐고 여쭈었는데

 

 급하게 돌아가시던걸요..?"

 

 

 

 

 

 하임은 오히려 , 약간은 서운한 기색이다.... 아버지 말씀이 맞다- 나같은 놈이 어떻게 이런 아내를 얻었는지...

 

 

 

 

 

 

 "아버지가 , 너 신경쓰이게 하기 싫으시다고 차 한잔하고 얼른 나가시던 참이었거든-"

 

 

 

 내가 다가가서 살짝 껴안자- 그녀는 이제 그런 것이 익숙해서인지 안고서 한참을 조잘조잘 말한다-

 

 

 "아버지한테 또 무뚝뚝하게 군거 아니죠?"

 

 

 

 

 "아니야, 대화 좀 했어- 오늘은 그냥 나 보러 오셨데- ... 살 쪘다고 보기 좋다고 하시더라-"

 

 

 

 그녀가 투덜거리면서 대답한다..

 

 

 "그러게요.. 당신이 더 쪄야 내가 좀 말라보이는데... 가봉 봤는데 골라 둔 드레스들이 다 라인이 붙고-

 

 풍성하게 퍼지는게 이번 유행이 아니래요.. 그래서 나 더 뺴야 되게 생겼어요...

 

 당신 옆에 서면 나만 부해 보일거 아니에요-"

 

 

 

 

 

 ".... 당신도 말랐어- 이제 그만 해- 무슨.. 원래 살도 별로 없으면서-"

 

 

 

 나는 단정하게 대답했지만 , 하임은 전혀 내 말이 와 닿진 않은 눈치다- ..

 

 

 

 

 "결혼은 일생 일대의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순간인거 아니에요?"

 

 

 

 그녀가 안겨서 이야기하다 고갤 들어서 나를 바라본다-

 

 

 

 

 "강비서님 왔다 가셨죠?.. 다른거 뭐 물으신거 있어요?"

 

 

 "신혼여행 언제 갈거냐고, 바로 갈거냐고-.. 어디 어디 돌 거냐고 묻더라-

 

 

 

 이탈리아에서 짐 싸서 보내고-... 다른 곳 어디 갔다 오실거냐고- .. 스케줄 조정하고-

 

 이제 문화산업 하려면 미팅도 많이 잡혀 있는데... 그거 어쩌냐고- 뭐 이런 저런 이야기- "

 

 

 

 

 나는 대충 대답했다.. 그녀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남은 분들이야 제주도 관광 하시게끔 하고-.. 저희는 바로 갈까요? 유럽에 좋은데도 많고! 당신 여행하기 안

 

 번거로우면.."

 

 

 나는 천천히 , 생각하면서 대답했다...

 

 

 

 

 

 "혹시 모르니까 휠체어는 가져 갈 거지만- 일단 지도상으로 먼저 갈 나라부터 정하고-

 

 

 이탈리아랑 오스트리아가 인접이니까-... 책 읽으니까 재밌는 문화가 많더라고- 이탈리아 가서 짐 싸고- 한 3일쯤 묵고있다가

 

 오스트리아에서 한 3일, 독일에서 3일 그리고 프랑스에서 ... 3 일 그리고 집에 오면 되는 건가?.... "

 

 

 하임은 잠시 이야길 듣다가 , 12일? 그러더니 내게 물었다

 

 

 

 "그렇게나 시간 뺄수 있어요?"

 

 

 

 

 

 "여행한번 원 없이 못갔거든 그 동안- 집필에다... 다리도 이 모양이었고.. 어딜 갈 틈이 있었어야지...

 

 

 

 

 하임은 듣더니 기쁜듯한 얼굴이다.. 나는 좋은 분위기 흐리기 싫었지만 , 어쩔수 없이 이야길 하긴 해야 했다..

 

 

 

 

 

 "휠체어로 여행 다 하진 않을꺼지만 , 다리가 피곤할때는 좀 그러게 될 텐데.. 그러면 당신도 피곤할때가 있을꺼야-

 

 많이 돌아다니는 여행은 못 될지도 몰라, 괜찮겠어?"

 

 

 

 

 

 내 말에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저도 그래요, 저는 늘 , 여행할때 그저 목적없이 돌아다니고 싶진 않아요-

 

 

  의미있는 곳에서 의미있는 사람과, 좀 찬찬히 시간을 보내고 싶은거지-"

 

 

 

 

 

 

 "어쩜 말도 이렇게 이쁘게 할까-"

 

 

 

 

 

 내가 그녀의 이마께에 입을 맞추자 그녀가 행복한 듯이 웃었다.

 

 웃는 목소리에 내 마음까지 녹아내리는 듯 따뜻해 - 이제는 정말 일어나는 일임을

 

 확신할수 있었다.

 

 

 

 

 

 

 -

 

 

 

 

 결혼식 당일 , 제주도 곳곳에서 그와 사진을 간단하게 찍었다..

 

 

 

  스튜디오 촬영을 하지 않는 대신 여기서 몇장- 옷을 갈아 입어 가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그는 사진을 찍는게 어색한 듯 했지만- 확인하니 , 충분히 아름답게 사진이 나와 , 나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은 잘 찍지 않으면서 , 여기서 찍어라 저기서 찍어라 , 내 사진만 죽어라 찍게 만들었다...

 

 내가 무안해질 정도로- ...

 

 

 

 

 그는 말했다 "여행하면서 더 많이 찍자- 그때는 내가 찍어줄수도 있으니까-..." 그는 내 아름다운 모습을 자기 눈에만 담아 아깝다고-

 

 다른 사람이 듣던 말던- 내 손에서 제 손을 한순간도 떼어 내지를 않았다.

 

 

 사진 찍는 사람의 얼굴이 달아오를 만큼... 턱시도를 입은 그는 완벽하리만큼 멋있었다...

 

 

 

 그런 그는 5분에 한번씩 , 제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나를 마주보고 있으니- 행복해서

 

 미칠것 같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 얼굴에 나도 얼굴이 달아올랐다..

 

 

 

 

 

 결혼식 준비가 다 마쳐지고 나서야 ,

 

 

 우리는 결혼하기로 한 해변으로 향했다..

 

 

 

 

 

 

 유진이와 , 사라, 카르멘까지 와서 신부 대기실이랄 것도 없이 , 야외에서 하는 결혼식이라 한켠에

 

 천막처럼 해 둔 그곳에 줄줄이 들어와 , 축하 인사들을 해 주었다.. 사진을 찍고 , 사라는 능숙한 영어로 칭찬을 해 주었고

 

 

 카르멘은 여전히 수줍은 인사를 하면서 내 손을 한참이나 따스하게 , 잡아주었다.. 유진이는 그 사이에 연락이 안된 괘씸한 나를

 

 

 

 

 청첩장 한 장으로 , 자비롭게도- 용서해 주었다. 그리고 내 사진과 결혼식 배경을 잔뜩- 찍었다.

 

 

 

 

 

 "진짜 , 다음에 또 연락 끊기면 그때는 진짜 절교야! 이번엔 , 훌륭한 결과물이 있어서 용서하는거지만! 다음엔 국물도 없어!"

 

 유진이의 쾌활한 한 마디에 난 다시 환하게 웃었다.. 그때 강비서 님이 하얀 천막의 커튼을 살짝 젖히셨다-

 

 

 

 

 "하임씨- 여기 부케요- 원래 만들었던 부케가 좀 상해서요- 일단은 , 작가님 부토니에가 작약이어서..."

 

 

 

 

 그리고 내미는 부케는 작약이 가득하다, 중간 중간 섞인 꽃은 하얀 라넌큘러스가 부드러운 분홍빛을 돋보이게 한다-

 

 내가 내미는 것을 바로 받아들자 .. 나는 감사하다고 말씀 드릴 참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눈은..... 유진이만 향하고 있다-......

 

 

 나는 속으로 히죽 , 웃었다.... 유진이도 싫진 않은 눈치다, 지금 남자친구랑 헤어졌던가?..... 나는 일단 소개했다

 

 

 

 "아, 이쪽은 남편 될 사람 비서인 강진환 씨- 여긴 제 친구 유진이에요- .. 자리 좀 안내해 주실래요 진환씨? "

 

 

 

 "그럴께요- 이쪽으로-..."

 

 

 

 

 

 유진이가 날 돌아보면서 눈을 찡긋 한다.. 강비서님도 어쩌면, 이제 좋은 사람 찾게 되겠구나 싶은 맘에 난 웃음이 난다-

 

 남편이라는 말이 이렇게 쉬이 나오는 나에게 놀라고-... 이게 정말 일어나는 일이구나 싶어서

 

 

 

 그제야 가슴이 쿵쿵거린다..

 

 

 

 

 

 노을질 때가 되어서야 , 식이 시작되었다. 노을을 향해- 아름답게 , 얇은 아치 기둥이 세워져 있고 , 거기엔

 

 하얀 천이 잔뜩 감겨 휘날리고 있다-.....

 

 

 

 

 

 

  내가 약간은 눈이 충혈되신, 아버지의 손을 잡고

 

 출발선에 서자..... 그 끝에는 그가 있다....

 

 

 

 

 

 믿기지 않을 만큼 , 아름답게 웃는 얼굴- ... 단 한번도 , 꿈꾼적도 없을만큼 ... 기적같은 장면이다...

 

 

 나를 바라보는 ... 그의 얼굴엔 행복감이 가득하다- ... 그 모습을 지켜보는 다른 하객들은 , 신랑 입 찢어지겠다 하며 , 웃고...

 

 그 하객중엔 낯익은 얼굴인 지민씨도 보인다, 남자친구가 외국인인지- 그 외국인은 제이미라 뭐라 뭐라 이야길 나누고

 

 웃고 있고 , 제이미 옆에도 그 예의 남자가 앉아서 둘의 이야길 흥미롭다는 는 듣고 있다-

 

 

 

 

 

 그제야, 행진곡을 연주하는 현악기 음악소리와 함께 , 바닷 소리가 아릿하게 들려온다...

 

 

 

 

 천천히 , 한걸음 , 한걸음씩.... 걸어간다- 아버지가 그에게 손을 넘겨주신다... 그가 조용한 소리로 아버지께

 

 약속하듯 말한다.

 

 

 

 

 "목숨을 걸고, 행복하게 해 주겠습니다-"

 

 

 

 

 

 그 말에 아버지는 미소 지으시며 부드럽게 자리로 돌아가 앉으시고-..... 우리는 주례를 생략하고 ,

 

 서로에게 쓴 편지를 읽는 것으로 식을 대신하기로 했기에- ... 우리는 잠시 마주보았다...

 

 후에야 ,

 

 

 그는 주머니에서 , 종이 한장을 꺼냈다...

 

 

 

 

 그리고 읽기 시작했다.

 

 

 

 

 

 

 

 "... 나는 , 눈이 몹시도 좁아 , 시야가 좁디 좁은 - 바보같이 인생을 살았습니다-

 

 

 

 고집이 심해 , 한번 그렇다 생각한것은 - 그게 아니었음을 알아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 당신을 만나고.... 나는 당신 하나로 많은 것이 달라질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내내 글을 써서, 책을 냈었으면서도... 당신을 맞이하는 이 순간을 뭐라고 말해야,

 

 이 벅찬 기분을 다 설명할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 그냥 ... 최대한 솔직하게 말 하기로 했습니다-

 

 

 약속하겠습니다.

 

 

 당신을 외롭게 만들지 않겠습니다- 언제나, 우리가 혹시나 싸운다 해도 언제나

 

 내가 먼저 사과를 하겠습니다-

 

 

 우리에게 다가온 시간을 , 쓸데없는 일로 낭비하거나

 

 당신을 상처 입히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하겠습니다.

 

 

 

  언제나, 내가 가져다 줄수 있는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당신의 손에 피어나게 하겠다고 ... 약속 하겠습니다-......

 

 

 

 

 기적같은 , 당신은 , 내가 모든걸 잃었다고 모든걸 포기했다고 믿었을때 , 내게 다가와

 

 내게 두번째 생을 주었습니다-

 

 

 

 그러니, 그 두번째 생이... 당신을 위한 생임을-

 

 당신이 당신의 손으로 내게 준 , 생임을

 

 다른 이는 잊는다고 해도, 저는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은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 놀라운 여자였습니다-

 

 

 

 적어도 , 내 인생에서 한번도 본 여자는 아니었죠... 용감했고 , 엉뚱했고- 자꾸만 저를 웃게 만들었습니다-"

 

 

 

 

 

 그 말에 , 나도, 하객들도 약간 웃었다... 그는 부드럽게 다시 말을 이었다.

 

 

 

 

 "언제나 ,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이 생에선, 제가 또 달리 변한다고 해도-

 

 제 사랑의 주인은 .. 영원히 당신 하나 뿐입니다-

 

 사랑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주머니 속에서 , 우리가 따로 맞추기로 한 반지를 내 손에 끼워주었다...

 

 

 아름다운 제주의 노을빛이 아릿하게 비치는 그가

 

 행복해서 참을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나는 , 약간 눈물어린 눈으로 강비서님이 살짝히 건내주는 내 편지를 받아 들었다..

 

 

 

 

 

 

 " 당신을 만나서... 나는 사랑을 처음 안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사랑이라는게... 약간은 과장된 감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저는 모두가 그리 사랑하다가

 

 인생의 끝으로 접어 든다 .. 그렇게 생각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내게, 당신은 , 내게 정말 , 다른 존재였습니다.

 

 

 

 

 언제나 아름답고, 언제나 내가 가장 기뻐할 방법으로만 , 사랑을 전했죠...

 

 당신은 , 내가 본 어떤 사람보다도 강인하고, 인내심이 뛰어나고- 또 사려깊고

 

 

 

 바른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을 사랑하게 되서, 그리고 그런 사람이 나를 사랑하고 있어서..

 

 

 저는 정말- 아낌없이 행복합니다....

 

 

 

 

 손은 내가 내밀었다고 해도, 제 손을 잡아준건 당신이기에..

 

 당신도 제겐 기적같은 사람입니다... 하나뿐인 , 사랑입니다-

 

 

 

 

 가끔은 살다보면 힘든 날도 있겠지만, 그럴때 마다-

 

 이 사람이 내 곁에 있어서 .. 참 다행이다 -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어 줄게요

 

 저도 , 정말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는 내 편지의 내용이 그에 비해 빈약하다고 생각되어 , 좀 부끄러웠다.

 

 내 마음의 이 깊디 깊어, 말로 하기 벅차... 다 말로 적을수도 없던 , 내 사랑을 알아주기를 바랐다...

 

 

 

  내 손은 가늘게 떨리었다.. 그가 손을 내밀었고..

 

 

 그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내 손에 핀 작은 작약과 꼭 같은 작약이 피었다...

 

 

 

 그는 내 손을 따뜻하게 , 양손으로 잡았고- 아주 살짝 내 입에 입을 맞추었다- 그게 신호였던 것 처럼

 

 

 

 

 다시 현악기를 들고 있던 사람들이 부드럽게 음악을 연주하였다-

 

 

 

 

 하객들은 박수를 쳤다- 부드럽게 노을이

 

 우리를 마지막 빛으로 비추었다- 그가 입술을 떼고 내 눈을 보면서 말했다..

 

 

 

 

 

 

 

 "생각했던 그대로야"

 

 

 그의 말에 난 웃으며 답했다.

 

 

 "꿈꿨던 그대로에요-"

 

 

 

 

 

 

 

 

 그와 난 손을 잡고 , 길지 않은 - 하얗게 카펫이 깔린 백사장 위의 길을 , 그의 손을 잡고 조심히 걸었다-

 

 음악이 울리고 , 나와 그는, 자꾸만 웃고 말았다... 시집가면서는 좀 울어야 되는건데.... 왜

 

 눈물보다 , 웃음이 가까운지는 알수 없었다.

 

 

 

 

 미리 준비한듯- 다른 사람들이 꽃잎을 뿌려주었다-

 

 

 

  꽃잎을 뿌려주는 낯익은 얼굴들...

 

 

 

 제이미...유진이.... 또 강비서님과

 

 지민씨.... 또 카르멘 , 사라... 내가 사랑하고 고맙다 여기는 모든 이들이 몹시도 환하게 우리의 시작을 축하해 주었다...

 

 

 

 

 

 

 이 사람들이 없었다면 , 우리가 이까지 올수 없었을 것이다... 이 사람들은 그 고된 길 내내...

 

 한 사람 한사람이 이정표처럼 ,

 

 

 

 우릴 도와주었다....

 

 

 나와 그가 , 닿기까지.... 우리의 손이 맞잡을 거리에 닿기까지..

 

 우리는 이 사람들이 없었다면...

 

 

 

 서로를 향해 아주 많은 길을 헤메었으리라-...

 

 

 

 

 

 

 우리는 그 길을 걸으며 , 사진이 찍히는 줄도 모르고 서로를 보면서 행복의 끝에 있는 듯한 얼굴로 웃었다.

 

 꽃이 흩날리는 , 서로를 보며 미소짓는 그 순간 찍힌 그 사진.....

 

 

 

 

 

 

 나중에 그 사진은 , 우리의 거실에 걸렸다-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235 마지막 이야기 (1) 7/28 460 0
234 그 후 , 5년 7/28 409 0
233 기대보다 언제나 한뼘 더 7/28 441 0
232 love me like you do 7/28 433 0
231 노을 아래의 언약 7/28 410 0
230 특별한 인사 7/28 420 0
229 시작되는 준비 7/28 431 0
228 앞으로는 달콤한 것만 남았다 7/28 422 0
227 손에, 정말로 피어난 꽃반지 7/28 390 0
226 평생을 따뜻하게 하는 , 한마디 7/28 438 0
225 선의로 사람을 돕는다면, 우리가 많이 달라진… 7/28 375 0
224 변한 시간, 변한 사람- 그리고 달라지는 일들 7/28 401 0
223 그날, 운명이 나를 불렀다. 7/28 402 0
222 비가 오는 당일 7/28 430 0
221 인정과 탄원, 탄원과 사과 7/28 431 0
220 한 사람의 마지막 장 7/28 396 0
219 생에 , 처음의 대화 7/28 393 0
218 찾아온 사람, 마지막 편지 7/28 410 0
217 영화가 일상이 되고, 일상이 내려 앉는 순간 7/28 428 0
216 풀리는 오해와 달라지는 공기 7/28 409 0
215 누군가의 선의 , 그리고 이야기 한 사실 7/28 407 0
214 다시 피기를 소망하다 7/28 385 0
213 드디어- 안식 7/28 418 0
212 남은 사람들 , 쫓는 진실 7/28 445 0
211 다가오는 모든 것 7/28 415 0
210 당신 나 사랑해? 7/28 413 0
209 제 자리를 찾는 감정들 7/28 422 0
208 이제는 떠나지 않을 거에요 7/28 372 0
207 꿈에서... 내내.. 이렇게 안아주고 싶었어... 7/27 391 0
206 잃었다. 찾아온 이 7/27 376 0
 
 1  2  3  4  5  6  7  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