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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guilty(죄책감)
작가 : 영리
작품등록일 : 2017.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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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09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4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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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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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영부영 주말을 지내고, 한주가 아무렇지 않게 흘렀다. 그리고 주말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가벼워야하는 발걸음이 어머니와의 전화통화 이후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무거워져만 갔다.

 

 비단 어머니의 전화뿐만 아니라 서문 현이라는 과거의 족쇄가 나를 더욱 힘들게 만했다.

 

 솔직히 말하면 서문 현으로 부터 계약파기와 같은 어떤 압력이 들어오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우리 같은 하청업체는 계약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거래처의 비위에 거슬리지 않는 것이 무엇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이었다.

 

 특히 서문 현의 레스토랑은 대기업에 계열사로 있다고는 하나 그 레스토랑 자체만으로도 두드러지는 존재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회사로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대형고객이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이 너무 지나친 것 이었을까.

 

 과거 당한 것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복수 상대가 단순한 하청업체의 말단 직원으로 자신보다 낮은 직위와 가진 것 하나 없는 상대를 밟아버릴 거라는 단순한 생각을 한 내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로 서문 현 측에서는, 어떠한 압력이나 제재가 가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너무 과민반응을 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자, 녀석을 너무 의식하고 있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 졌다.

 

 '띵동'

 

 “누구세요.”

 

 인터폰 너머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매형 저에요.”

 

 내 얼굴을 확인하고는 말을 더듬으며 당황하는 둘째 매형.

 

 “어...어어 금방 열어 줄게.”

 어수룩한 행동과 사람 좋아 보이게 생긴 얼굴을 가진 매형이 웃으며 문을 열어 주었다.

 

 “어서와, 아직은 좀 덥지.”

 

 “네, 저녁이라도 아직은 좀 덥네요.”

 

 현관 앞에서 평범하게 인사를 나누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들리는 작은 누나의 목소리.

 

 “여보, 누가 왔어?”

 

 7개월이 좀 안된 임신한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뒤뚱거리며 나오는 누나를 향해 매형은

 

 “응, 처남 왔어."

 

 둘째 누나는 나를 보더니 섭섭한 표정으로

 

 “이 자식! 이 근처 살면서 임신한 자기 누나 한번 보러 안 오냐.”

 

 화를 내는 누나를 보며, 건성으로 말을 받아 치고는 화제를 바꿨다.

 

 “미안 일이 바빴어, 어머니는?”

 

 “좀 이따가 도착하신다고 연락 왔어, 그보다 너는 앞으로는 누나 보러 자주와 알았어! 조카 태어나면 삼촌이 누군지 정도는 알아야 할 거 아니야”

 

 그런 누나의 말을 단순하게 넘기려면, 고생해야한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자리가 아직은 어색한 듯, 매형은 어색하게 웃으며 시계를 한번 보더니

 

 "장모님 오실시간 다 되가는데, 출발할까."

 

 그렇게 매형은 불편한 자리를 어영부영 넘기고는, 밖으로 나와 차의 시동을 걸었다.

 

 “엄마~! 여기, 여기”

 

 누나는 플랫폼에서 나오는 어머니를 보고는 세차게 손을 흔들며 어머니를 반겼다.

 

 “하영아, 잘 지내고 있지 어디 아픈지는 않고 하림인?”

 

 “저기 있잖아.”

 

 누나는 자기 보러 왔지, 나를 보러 왔냐며 옆에서 투덜거리면서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연실 입가에 웃음이 떠나가지 않았다.

 

 내 쪽으로 걸어오는 어머니를 보며 상투적인 말을 건넸다.

 

 “오셨어요.”

 

 “그래, 하림아 밥은 잘 먹고 다니지 어째 살이 빠진 것 같네.”

 

 하면서 나에게 다가와 얼굴을 이리저리 뜯어보곤, 뭐가 속상한지 한숨을 내시고는 둘째 누나 뒤에 서있는 매형의 인사를 받으셨다.

 

 “장모님 안녕하셨어요.”

 

 어머니는 웃으며 매형의 손을 잡으며

  “김 서방도 잘 지냈지.”

 

 자연스럽게 말을 몇 마디 주고받은 다음, 매형은 항상 하던 일처럼 어머니가 들고 온 짐을 자신이 받아들고는

 

  “장모님 올라오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저녁 먹고 들어가죠. 이 근처에 부대찌개 맛있는 집 있거든요.”

 

 나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멀찌감치 서서는 가만히 지켜보다 따라 나섰다.

 둘째누나는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밥을 먹는 동안 계속 뭐라고 중얼거렸다.

 

 매형은 곤란한 얼굴을 하면서 누나를 달랬고, 어머니는 ‘이제 곧 애 엄마 될 건데 아직도 철이 안 들었네.’ 하면서 누나에게 잔소리를 이어나갔다.

 

 나는 그들 사이에서 꿔다놓은 보리자루마냥 앉아서, 묵묵히 밥을 먹었다. 그렇게 저녁을 마치고 나는 있지도 않은 약속을 핑계로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집에 거의 다와 갈 때 쯤, 인호한테 연락이 왔다.

 

 “야, 하림 너 지금 어디냐? 여기 올래.”

 

 

 항상 주말이면 술 먹자고 연락하는 인호와 병렬이가 오늘처럼 이렇게 반가울 때가 없었다.

 기분도 꿀꿀하고 저번에 제대로 마시지 못한 술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서였을까.

 

 나는 바로 승낙하고 항상 가던 술집으로 갔다.

 

 “야 너 오늘 일했냐?”

 

 웃으면서 놀리는 말투로 말을 건네는 인호를 보다보니 옛날에 보던 만화에 나오는 핑크색 다람쥐가 떠올랐다.

 

 “아니다.”

 

 녀석에 말에 귀찮다는 듯 가볍게 대꾸를 하고는, 병열이가 주문하라며 나에게 말을 건넸다.

 

 내가 왜 주말에 양복을 입고 있는지 궁금했는지 녀석들은 둘이서 나에게 동시에

 

 “근데 왜 양복 입고 있냐?”

 

 녀석들의 물음에 말하기 싫어 돌려서 말하려고 했지만, 끈질기게 물어볼게 뻔한 녀석들에게 짧게 이야기 했다.

 

  “어머니 만나고 왔다. 나 오늘 취할 때 까지 마실 거니까, 술값은 날 불러낸 너희들이 계산하는 걸로.”

 

 하기 싫은 말을 하게 한 녀석들에게 깽값 받아내듯, 약간에 억지를 부리자 녀석들은 나를 보면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흔쾌히 승낙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나는 병열이를 노려보았다.

 

 “그래, 하림아 즐거운 지난주 화끈한 토요일에, 너는 마시지도 못하고 설사병 나서 갔다며.”

 

 얼굴에 웃음을 한가득 머금고는 나에게 설사병을 운운하는 인호 녀석을 보며 병렬이 놈한테 설명하라는 눈빛을 보내자, 병렬이 이놈은 너무나 뻔뻔하게 나를 보며.

 

 “아니 너 얼굴 창백해져 있어서.”

 

  너무 태연하게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에 혀를 내두르며, 솔직히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냥 포기하고 한숨을 내뱉고는

 

  “그래, 내가 너희한테 뭘 바라냐, 술이나 마시자.”

 그렇게 한잔, 두잔, 점점 가속이 붙으면서, 저번에 한을 풀기라도 하듯이 술을 위로 들이부었다.

 

 점점 취기가 돌기 시작하면서 기분이 업 되자, 중간 중간 웃기지도 않은 인호의 말장난을 받아주고, 뻔뻔스럽게 인호에게 거짓말을 하며 속이는 병열이의 거짓말에 장단을 맞추며, 오늘 만난 어머니와 서문 현 그자식도 모두 잊어버리고 술 마시고 노는데 집중 했다.

 

 호프집에서 어느 정도 술을 마시고, 이차는 역시 노래방으로 삼차로 우리 집으로 가자는 녀석들 말에 노래방에서 나와, 노래를 부르며 다들 만취해서 집 찾아갈 정도의 정신만 남아 다들 헬렐레한 상태로 길을 비틀 비틀 거리며 길을 걸었다.

 

 “아무리 울어 봐도, 어쩔 수 없네. 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걸~”

 

 “미친놈 취퀸(치킨) 야, 뼝렬(병열) 저 새끼 또 청승 떤다.”

 

 술에 취해서 발음도 제대로 못하는 인호가 나의 18번을 모욕하자 뒤에서 따라오던 병열이는 항상 있던 일이라는 듯

 

 “야 저 녀석 저러는 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나둬”

 

 인호는 꼬이는 혀를 가만 두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했다.

 

 “야 무슨 청스이야(청승이야) 청스은(청승은)”

 

 그런 인호에 말에 발끈한 나 또한 술로 절여진 혀와 횡격막을 주체하지 못하고 딸꾹질을 하며 반박했다.

 

 “나는 노래를 뮤우직(music)을 할 뿐이야. 그러니 나의 소오울(soul)을 뱡해(방해) 하지마!”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의 주저앉아 격해진 감정으로 흐느끼며 노래를 계속 이어나갔다.

 

 “가지마라~ 가지......라, 가지...... 마 라, 가지~마라라~”

 

 “취~퀸(치킨) 너 게속(계속) 거기 쯔그려(쭈그려)이떠 우리 간다. 청스 마진(청승 마진) 취~퀸 넛게~ 유~하~림~ 가자(치킨너겟 유하림), 뼝렬 저 새기 내버려 두고 우리뀌리 쥡가장(병열 저 새끼 내버려 두고 우리끼리 집가자.)”

 

 “그래, 알아서 오게지 가자! 환타지 세계로~”

 (그래, 알아서 오겠지 가자! 환타지 세계로)

 

 그렇게 매정한 두 녀석은 허파에 바람 든 것처럼 웃으며, 나를 버리고 진짜로 자기들 갈 길을 갔다.

 

 아스팔트 바닥의 따뜻한 열기가 올라오자 나의 취기 또한 같이 올라왔다.

 

 주위가 빙빙 돌면서, 혼자일어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일어나고 주저앉기를 반복했다.

 

 몇 번을 앉았다 일어나다를 반복했을까.

 

 더 이상은 힘이 들어가지 않아 취기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앉아서 계속 해서 노래를 불렀다.

 

 “나를 위해~한 번 더 노래 해줄래. 아아~아아~아~ 쓰라린 가슴안고 오늘밤도 이렇게 울다 잠이 든다.”

 

 노래를 부르다보니 고개는 힘이 없이 계속 바닥으로 떨어지고, 밀려오는 피로와 잠을 밀어내며 눈을 비비고 있던 그때.

 

 “유하림?”

 

 어디서 들어 본 것 같기도 하고, 전혀 들어 보지도 못한 목소리가 내 귓가를 파고들었다.

 나는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들며, 내 이름을 부른 상대방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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