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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생활기
작가 : 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7.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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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혹은 미개척 행성
작성일 : 17-06-28     조회 : 58     추천 : 0     분량 :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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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유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다시 주무시겠습니까?

  마더가 물어왔다.

  "아니. 37년이나 잤는데 또 잘 수는 없잖아. 조금 쉴거야."

  -그러면 뮈제던을 시켜 소유 님이 드실 식사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응."

  마더의 빛은 이내 사그라들었다.

  동시에 천장의 전등에서 탁한 빛이 퍼져나가며 어두웠던 방을 밝히기 시작했다.

  장장 37년 간을 뒤덮었던 어둠.

  그러나 그 세월이 무력하게 어둠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작은 빛줄기에 밀려나 버렸다.

  소유는 머릿속에 가득한 이질적인 정보들을 하나둘 모아 정리해 나갔다.

  요리, 공부, 예절... 기본적인 상식들은 한데 묶어 기억해두었고, 다른 쪽으로는 각종 전투 기술들을 기억해두었다.

  그렇게 대략적인 정리를 해두자 머리가 조금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똑똑.

  -뮈제런입니다. 식사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사실 식사랄 것이 필요없는 몸이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소유의 내부는 인간의 것과 비슷했다.

  그렇기에 쓰지 않게 되면 장기들은 제 기능을 잃어버리게 되고, 작게나마 소유의 몸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다시 말해 인간과 같은 생활을 최소한으로라도 해야한다는 뜻인데, 결국 식사는 장기의 제 기능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 행하는 일일 뿐이었다.

  소유는 뮈제런의 말에 천천히 몸을 일으켜세웠다.

  꽤 오랜 시간을 누워있었음에도 몸을 움직이는 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아마 지난 37년 간 마더가 장기들을 적당히 활동시켜둔 것 같았다.

  소유는 방을 나서기 전에 방 한켠에 뚫린 작은 창가로 다가갔다.

  아직도 생생한 모습의 꽃이 창문에 맞게 제작된 작은 화단에 곱게 심어져 있었다.

  37년 전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

  애초부터 생화가 아니라 조화인 모양이다.

  소유는 시선을 옮겨 창 밖을 보았다.

  우주란 것을 증명하듯, 새카만 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조금씩조금씩 방 안에 번져갔다.

  헌데 위치가 다른 탓인지, 마더가 말했던 테론이란 행성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태양계의 화성처럼 삭막하게 보이는 적색 행성 하나가 바로 앞에 두둥실 떠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화성과 다른 점이라면, 지구와 똑같은 강한 중력이 작용하고 있는 건지 행성 주위로 이름 모를 위성 하나가 빙글빙글 돌고 있다는 점이었다. 다시 그 행성 너머로 또 다른 행성이 보였지만, 육안으로 확인하기엔 그 거리가 무척이나 떨어져 있었다.

  안력을 돋군다면 어느 정도 보이긴 하겠으나, 소유는 그러지 않았다. 태양계가 아님을 확실히 확인했기에 더 이상 창 밖을 볼 이유가 없었다.

  소유는 이내 시선을 거두고 방을 나갔다.

 

 

  스테이크를 조그마하게 썰던 소유가 포크로 하나를 찍어든 뒤 입으로 가져갔다. 그런 다음 천천히 입을 움직였다.

  필요에 의한 식생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듯 소유의 표정 그 어디에도 '맛있다.' 라는 부가적인 표현은 떠오르지 않았다.

  단지 기계적으로 손과 입만 움직일 뿐.

  소유에게 있어 식사는 그저 37년 동안 잠들어있던 장기들의 기능을 원활히 활성화 시키는 행동일 뿐이었다.

  -앞으로의 일정은 어떻게 하실겁니까? 소유 님.

  마더의 물음에 소유는 조용히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았다.

  "테론이란 행성으로 가볼까해."

  고작 몇 점 씹은 것으로 식사를 마칠 셈인지 소유는 무릎 위에 놓인 넵킨으로 입가를 닦았다.

  -테론은 지구완 다른 행성입니다. 잠깐 조사해 본 결과, 지구엔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잠재적인 위험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완전한 정보가 없는 지금, 소유 님의 생각은 그리 추천하고 싶은 생각이 아닙니다.

  마더의 반대 어린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소유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나서며 물었다.

  "정보가 수집되려면 얼마 정도의 시간이 걸려?"

  -테론은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기에 대략 일주일 정도가 소모됩니다.

  "그럼 그 때까지 기다릴게."

  -알겠습니다. 그럼 우선 테론에 대한 약간의 정보를 수집한 것을 전송하겠습니다.

  곧 소유의 머릿 속으로 테론이란 행성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구의 지반과는 다른 형태의 지반을 가진 두 개의 대륙이 각자 동서를 기준으로 태평양 같은 바다를 사이로 마주 보고 있는 게 현 테론의 전체적인 모습이었다. 해수면 위로 드러난 지반의 너비가 지구완 달리 상당한 크기를 자랑하는 터라, 상대적으로 바다는 비율이 적었다.

  행성의 지리적 경계선을 도드라지게 하는 형형색색의 산맥은 마치 먹을 잔뜩 머금은 붓을 좋을대로 휘갈겨댄 것처럼, 사람의 혈관인 양 대륙 이곳저곳에 뻗어나가 그 무거운 뿌리를 깊숙히 박아내리고 있었고, 군데군데 보이는 커다란 크레이터 같은 호수의 형태는 흡사 누군가가 검지 손가락을 이용해 쿡쿡 찍어누른 것처럼, 그런 기묘한 형상으로서 존재하고 있었다.

  대륙은 각각 서쪽은 오엔, 동쪽은 리엔이라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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