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하지만 현 지구의 전투형 비행선에 비하면 애완견 수준의 생물들 입니다. 막대한 에너지만 제외한다면 지구의 도마뱀이 몸집을 크게 불린 것 뿐이지요. 그렇기에 소유 님이 크게 신경 쓰실 생명체들이 아닙니다. 정보는 일주일 후면 모두 수집될 것입니다. 그 때까지는 천신 내에 머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마더의 말이 끝나자, 소유는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창가를 바라보았다.
담담하게 흘러나오는 어둡고 맑은 빛 속에 수십, 수천 개의 별들이 미력하게나마 자신들의 존재를 알려오고 있었다.
어쩌면 지구의, 정확힌 태양의 빛도 그 사이에 한 줌 빛을 더하며 섞여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지구는 이미 소유의 관심 밖의 행성이었다.
게다가 실제로 빛을 확인한다고 해도 그 거리는 헤아릴 수 없는 광년을 뛰어넘는 엄청난 거리일 터. 지금 상태로는 돌아갈 수 없는 거리였고, 그다지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지구보단 테론이란 행성에 꽤 흥미가 동한 탓이었다.
소유는 이내 창 밖을 보는 것에 흥미를 잃었는지 다시 시선을 돌리고 찻잔을 들었다.
소유의 일상은 반복적이었다.
잠에서 깨면 식사를 하고, 식사를 끝내면 곧바로 방으로 돌아와 마더가 보내주는 정보를 머릿 속에 저장하고 정리한 뒤, 일정 시간 후에 다시 식사를 하고, 그 후 조용한 티타임을 즐겼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생활 패턴에 이틀도 채 안돼 무척이나 지루해하겠지만, 소유는 별 감정없이 그것들을 행했다.
그 덕분에 이론으론 웬만한 가사는 척척 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으나, 소유가 직접 청소하고 요리하는 행동을 마더가 그냥 지켜볼 리 없었다.
당연히 그것들은 뮈제던과 뮈제런 형제의 담당이었고 소유는 그저 마더가 테론의 정보를 모두 수집해 올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만 했다.
일주일의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통계에 따르면 리엔 대륙 인간들의 생활수준은 오엔 대륙에 비해 약 21.45% 풍족하며, 문명 발달 정도는 리엔 대륙이 4.91% 더 높습니다. 위험도는 오엔 대륙이 리엔 대륙보다 20.76% 더 높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리엔 대륙으로 가시는 것을 소유 님에게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소유의 방에 어느새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테론 행성의 전체적인 모습이 보여지며 각종 그래프와 복잡한 도형이 나타났다.
굳이 보고의 형태로 할 필요없이 소유의 머릿 속으로 전송하면 쉽게 처리는 되겠지만 차근차근 정리한 자료들을 보여주는게 혼자 정보를 정리하는 것보다 훨씬 시간적인 이득을 볼 수 있었기에, 소유는 조용히 찻잔을 들어올리며 스크린을 빤히 응시했다.
-다음은 대륙의 나라들에 대한 자료입니다.
바다를 사이로 정확히 두 개로 나뉘어진 대륙들의 표면 위로 한 줄기 검은 선이 반듯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대륙을 양단할 기세로 거침없이 뻗어나가던 검은 선은 어느 순간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오엔 대륙은 5개, 리엔 대륙은 그보다 많은 12개로 나뉘어 영토를 그려냈다. 그리곤 그렇게 나뉘어진 각 지역 위로 딱딱하기 그지없는 마더의 음성만큼이나 아무런 효과도 존재하지 않는 검은색 글자들이 덩그러니 튀어나왔다. 그 아래론 짧게나마 각국의 설명문이 덧붙여져 있었다.
칼파츠, 그리넨, 슈할, 제홀드, 게린.
오엔 대륙을 5등분으로 나눈 오엔의 강국들이다.
예하난, 유펜, 게브로, 가바츠, 코홀, 세트마넬, 게트마넬, 카슈라, 슈르벤, 데바테할, 케코던, 마하멜.
리엔 대륙을 각자 차지한 리엔 대륙의 강국들로, 그 중 세트마넬과 게트마넬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형제국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
물론 사이가 좋은 건 이들 뿐만이 아니었다.
-나라가 많은 것 치곤 각 대륙의 나라들은 거의 친분 관계가 상당합니다. 그 중에서도 이종족의 왕국인 슈할과 유펜, 게브로는 대륙간에 떨어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통신을 주고 받을 정도로 친분이 돈독하며, 이는 단순히 그들 뿐만이 아니라 다수의 인간의 왕국과도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