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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생활기
작가 : 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7.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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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혹은 미개척 행성
작성일 : 17-07-01     조회 : 59     추천 : 0     분량 : 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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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는 실프의 눈엔 뮈제런이 꼭 이야기 속에서나 나올 법한 진정한 기사의 표본처럼 보여지고 있었고, 그런 기사를 소유하고 있는 네오 휴먼이란 신비의 종족에 약간의 경외감이 생겨나고 있었다.

  '소유라고 했지? 이 알 수 없는 나라의 여자들은 모두 저렇게 아름다운 걸까?'

  거기에 미의 종족이라는 엘프를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지닌 소녀.

  볼 때마다 눈을 떼기가 힘들었다.

  "너도 한잔 마실래?"

  목소리는 또 어떠한가?

  천상의 목소리가 귓가를 감돌자 실프의 표정이 금세 몽롱해졌다.

  "응…."

  실프의 작은 고개가 끄덕여지자 소유가 뮈제런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뮈제런의 몸통이 잠깐 들썩이는가 싶더니 곧 몸통 중간의 네모난 공간에서 작은 찻잔이 나타났다.

  유자차를 조심스럽게 그곳에 담은 뮈제런이 새장 문을 열고 실프의 앞에 내려놓았다.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던 아까의 모습은 대체 어디로 간 건지, 실프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가만히 그것을 받아들었다.

  "…앗!"

  그러다 평소 즐겨먹는 달콤한 꿀을 닮은 향기에 정신이 퍼뜩 든 실프는 아직 열려있는 새장 문으로 재빨리 몸을 날렸다.

  탕!

  "꺅!"

  하지만 시도는 무산으로 돌아갔다.

  분명히 문이 열려있건만 입구엔 무슨 투명한 막이 감싸져 있는지, 다시 새장 안으로 튕겨져버린 것이다.

  "아우우! 대체 뭐야?"

  머리를 크게 부딪혔기에, 그 알싸한 고통에 작게 눈물 지은 실프가 머리를 문지르며 조심스럽게 입구에 다가갔다.

  그리곤 자그마한 손으로 입구를 두드렸다.

  탕탕.

  "마법은 분명 아닌데… 으으~"

  -탈출할 생각은 하지 마라. 때가 되면 다시 돌려보내줄 테니까.

  "…으으, 알았어. 조용히 있을게."

  그제서야 실프도 제 처지를 어느 정도는 직감 했는지, 우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유자차는 아직 뜨거운 김을 피워내고 있었다.

  그 달콤하고 새콤한 향기에 금세 고통도 전부 잊은 실프가 이내 환한 표정으로 유자차를 홀짝였다.

  -…아무튼 정령이란 보시다시피 또다른 종족이라 할 수 있지만, 인간들의 대부분은 이들을 그저 또다른 종족이라기보단 신과 비슷한 신비로운 존재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인간들에게 자주 눈에 띄지 않으니, 그러한 인식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물론이지! 인간은 너무 파괴적이란 말이야. 우리하고는 성향이 거의 맞질 않아. 어쩌다 인간에게 소환되어도 뭔가를 공격하거나 아니면 뒤처리용으로만 쓰이니 소환 신호가 와도 인간에게 잘 안가는 거지, 뭐."

  실프가 마더의 말에 동조하며 말했다.

  한 모금 유자차를 마신 실프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에 반해 엘프나 드워프들은 달라. 모두 우리를 친구로 생각하고 있어. 같이 놀아주는 것은 물론이고, 우릴 하인이나 하녀 쯤으로 생각하지도 않거든. 동반자나 가족이랄까? 무지무지 잘해준단 말이야."

  가만히 듣고 있던 소유는 '가족'이란 단어가 무척 낮설게만 느껴졌다.

  '부모라 불리는 한 쌍의 남자와 여자가 모여 자식을 탄생시키고, 마을과도 같은 범위 안에서 자식과 가장 밀접하고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

  이미 '가족' 이란 단어에 대해 머릿속은 최상의 답변을 내놓았지만 실프의 말은 여전히 낮설기만 했다. 아니, 어려웠다.

  애초에 종족부터 다른 존재들이 가족 운운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됐다.

  '단지 친하다는 게 가족을 의미?'

  하지만 친하다는 건, 단지 서로 간의 감정을 나누고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잘 맞는다는 것. 즉 '나'와 '너'가 가진 각각의 독립적인 행동에 공통점이 많기에 만들어지는 가상의 울타리.

  결국 본질은 남남이라 할 수 있기에, 가족이라 부르기엔 옳지 않았다.

  '그렇다면 실프가 말하는 '가족'은?'

  서로 간의 종족이 다르며 부모가 다르고, 사는 장소가 다르며, 또 외모가 다르다.

  그런데 실프는 가족이란 단어를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었다.

  마치 '이들은 내 가족이다!'라고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던 것처럼.

  '…생각?'

  그렇다면 생각이란 것은 단어의 의미를 바꿀 수 있음인가?

  스스로에게 물은 소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의 생각은 무궁무진하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몰라 마더 같은 인공지능 슈퍼 컴퓨터도 예상이 빗나가는 때가 종종 있을 만큼, 변덕의 심하기가 마치 바람과도 같았다.

  그렇기에 간혹 본래의 의미를 곡해하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버릇이 있었다.

  '틀을 벗어난다.'와 같은 버릇인 것이다.

  하물며 인간과 닮았다는 유사인종, 다시 말해 이종족들도 그런 비슷한 버릇이 없으리란 법은 없었다.

  눈 앞의 실프가 그러하듯, 이종족 고등 생명체의 머리는 인간 못지 않게 무척이나 복잡할 테니까.

  '그렇다면….'

  이종족들의 '가족'이란 단어도 결국 인간의 '가족' 과 비슷한 의미이지 않을까? '가족' 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재구성해 사용하는 인간들처럼, 이종족들도 인간과 다르지 않게 그 의미를 재구성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므로, 어쩌면 인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지도 몰랐다.

  '하지만….'

  여기까지 생각이 도달한 소유는 점점 머리만 어지러워짐을 느꼈다.

  인간의 입장에서 이해할려 해봐도 머릿속은 온통 암흑 천지. 도저히 생각이 이어지질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그와 유사한 종족이라는 이종족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애초부터 불가능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생각이란 행위가 단어의 의미를 바꿀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이라면, 그 나름대로의 이해는 대강적이나마 갔다.

  '결국 자기 생각 나름이라는 건가….'

  물론 그러한 생각 자체를 하는 이의 자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생각하는 당사자에겐 외부인이 자신의 가족이 된다.

  비록 실프의 정확한 생각은 알지 못하지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1차 수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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