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소유 생활기
작가 : 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7.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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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혹은 미개척 행성
작성일 : 17-07-05     조회 : 71     추천 : 0     분량 : 2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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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건 그저 37년 전일 뿐인 과거의 형상.

  아키프리아 인들의 공격이 마냥 없었다고 치부할 수 없는 만큼, 이미 벌어진 일에 쓸데없는 생각을 오랫동안 가질 필요는 없었다.

  소유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마더의 대답에 약간의 반응을 보인 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뚫린 구멍은 가볍게 발폭을 조금 넓혀 뛰어 넘고, 약간 미끄러운 듯한 하얀 서리가 맺힌 부위는 사뿐히, 허나 살짝 주의 깊게 발을 내딛으며 마침내 이러한 복도를 전부 건너는데 성공한 소유는 다시금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마더의 음성에 따라, 나아가 동영상처럼 재생되는 격납고로 가는 경로에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지상으로 내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한 시간 정도가 소모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성공 확률은 여러가지의 상황 변화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균적인 성공 확률은 약 98%입니다. 물론 소유 님의 안전을 고려한 수치로 연산한 확률은 실패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그래."

  작은 돔 형식의 천장이 돋보이는 자그마한 공간 안의 침대 위에 걸터앉아, 여지없이 달콤한 향기가 피어오르는 찻잔을 들고 가만히 바깥을, 뮈제던과 뮈제런을 제외한 엄청난 수의 갖가지 로봇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이곳저곳을 복구, 그리고 뭔가를 준비 중인 거대한 격납고 내부를 살펴보던 소유는 다시 시선을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뭔가, 불편한 점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런 점은 말씀만 해 주십시오."

  흡사 인간과 닮은 외모를 지닌 두 기의 휴머노이드들이 제각기 딱딱한 음성으로 말을 뱉어내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가만히 고개를 내저은 소유는 자신과 비슷한 키의, 또 자신과 마찬가지로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머리카락을 뒤로 한데 모아 묶은 포니테일 형식의 소녀를, 그러니까 그런 휴머노이드의 루비 같은 빨간 눈동자를 조용히 바라보다, 이내 소녀 또한 자신과 다를 바 없는 하얀색 구슬이 목걸이 형식으로 목에 걸려있음을 알아챈 뒤, 소녀에게 물었다.

  "마더야?"

  소녀가 말했다.

  "예, 소유 님. 하지만 이건 임의적으로 제가 조종할 수 있도록 만든 껍데기입니다. 제가 조종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입력된 프로그램들은 소유 님의 안전만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일 것입니다."

  마치 세상의 아름다움이란 아름다움은 죄다 끌어모아 만든 듯한 소유의 목소리와는 달리, 굳이 따지자면 그저 일반적인 13~14세의 어린 여자아이 같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던 소녀, 즉 마더가, 살짝 고개만 돌려 자신의 옆, 소유나 자신과 하등 다를 게 없는 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을, 사실 소년이라기보단 청년에 더 가까운 외모를 지닌 휴머노이드를 바라보며 말을 덧붙였다.

  "저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지금의 여건이 좋지 않아 소유 님의 몸을 이루는 부품들에 비하면 약간 수준이 떨어지는 부품들로 만들었기에, 그 능력엔 한계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테론에선 이 정도로도 충분히 능력적인 스테이터스에 다다랐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뒤 마치 시연을 하듯, 부드럽게 움직이는 여러 곳의 관절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소유의 눈 앞에 펼쳐보인 소녀가 이내 가벼운 발걸음을 놀려 침대 옆에 놓인 탁자 위의 찻주전자를 들고 소유에게로 다가갔다.

  -어디까지나 뮈제런과 뮈제던을 대신할 휴머노이드입니다. 기본적인 수발은 모두 'Alpha'가 들 것입니다. 하지만 소유 님에게 알파의 능력을 벗어난 중대한 일이 발생하게 된다면, 제가 임의적으로 개입할 수도 있습니다.

  언제 원격 조종을 끝낸 건지, 마더의 음성은 다시 소유의 머릿속에서 울려퍼졌다.

  소녀가 목에 단 진주 같은 하얀색 구슬에 비춰지던 푸른빛도 어느 틈엔가 사라지고 없어져 있었다.

  소녀, 알파라 이름 붙여진 휴머노이드를 슬쩍 바라보던 소유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머릿속엔 마더가 보낸 알파와, 남성형의 'Beta'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가득히 들어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알파와 베타가 할 수 있는, 한 마디로 프로그램 되어 있는 소프트 웨어들에 대한 정보였다. 몸을 이루는 구성품들이나 외부적인 특징 같은 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단 뜻이었음이다.

  때문에 오래 전부터 익히 알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게 만드는 머릿속의 정보와는 달리, 소유는 지금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알파와 베타를 만났으며, 그들의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마더와의 연결고리라 할 수 있는 하얀색 구슬이 달려있음을 현재에 이르러서야 인지한 것이었다.

  쿵!

  그때, 바깥에서부터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소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흡사 개미 때처럼 바글바글 모여 뭔가를 옮기고 싣던 원통형의 로봇들은 모두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총 삼십여 층으로 나뉘어진 거대한 격납고에 나붙은 난간과 문들이 일순 일그러지는가 싶더니, 어느덧 밝은 어둠빛을 흩뿌리는 우주, 그 고유의 빛과, 언뜻보면 태양과 다를 게 없어 보이는 환하고도 눈부신 빛을 뿜어내는 거대한 항성의 위압적인 존재감이, 서서히 걷혀가는 먹구름처럼, 혹은 활짝 피어나는 꽃봉오리처럼 열려가는 격납고의 지그재그로 겹쳐진 이빨 사이로 조금씩 조금씩 번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앞으로 30초 후에 테론으로 가는 소형 우주선이 사출될 것입니다. 그때까지 차는 다 마시거나, 옆의 알파를 통해 처분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마더의 딱딱한 음성이 이번엔 소유의 머릿속이 아닌 소유가 올라 탄 우주선 전체에 울려퍼졌다.

  그와 동시에 가만히 찻주전자를 들고 서있던 알파가 즉시 소유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무감정의 극치를 달리는 붉은색 눈망울이 소유가 들고 있는 찻잔에 빤히 고정되어 머물렀다.

  무슨 빔이라도 쏘아낼 것 같은 그런 눈빛으로, 앞으로 소유가 내릴 찻잔의 처분에 관한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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