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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생활기
작가 : 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7.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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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론에 정착하다.
작성일 : 17-07-26     조회 : 63     추천 : 0     분량 : 1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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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향 먼저 파악을 해도 늦진 않을 거야. 그렇지?"

  -인간의 성향은 파악을 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이번에도 역시 베타 대신 마더가 반문을 해왔으나, 소유는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

  "응. 이해하기 어렵다고 무작정 피할 수는 없잖아."

  -소유 님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알겠습니다.

  마더의 푸른빛이 사그라듬과 동시에, 베타가 손아귀에 꺼내 놓았던 작은 철봉을 다시 품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곤 아까와 마찬가지로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서서, 가만히 소유의 행동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사뿐사뿐 걸어 절벽의 끝에서부터 본격적인 숲이 펼쳐지는 장소, 즉 예하난과 슈르벤의 공동 영토라 할 수 있는 바람의 계곡과는 달리, 오로지 예하난의 영토라 인정 받은 탓에 거진 국경선 비스무리한 구조가 되어 버린 무성한 숲에 천천히 발을 들인 소유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여기로 오는 인간들은 다 어때 보여?"

  그러자 소유의 뒤를 따라 동시에 발을 옮기던 알파와 베타 가운데 이번엔 알파가 대답했다.

  "성별은 둘 모두 남성입니다. 그 중 한 명은 신을 모시는 신관으로 보이며, 다른 한 명은 그저 평범한 인간 소년으로 보입니다. 성향은 특별히 파악된 게 없습니다. 테론의 생명체들에 관한 개개인의 정보는 몇몇 특수한 인물 이외엔 아무것도 수집하지 않았기에, 이 이상의 정보도 알아낸 게 없습니다."

  "그래? 그러면 거리는? 여기하곤 얼마나 떨어져 있어?"

  울창하게 자라난 나무와 불규칙적으로 솟아난 풀, 그리고 이끼 낀 바위들을 전부 투명하게 투과시키는 신기한 천을 조심스레 집어 들고, 그것을 젖혀 그 안에 놓인 작은 새장 하나를 꺼내든 소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실프를 잠시 바라보다 이내 새장의 입구를 열어 주며 재차 알파에게 물었다.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조심조심 새장의 입구로 다가오는 실프를 타오를 것 같은 선홍빛 눈동자로 지켜보던 알파가 즉시 입을 열고 말했다.

  "약 1km입니다. 예상 소모 시간은 40분 정도이지만, 산을 올라야 하는 탓에 이보단 좀 더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꽤 오래 걸리는구나."

  느긋한 소유의 대답이 이어지고, 마법도 아닌 무언가에 의해 가로막혔던 새장의 입구가 마침내 완벽히 열려 있다는 사실을 무려 열 번이 넘도록, 조그마한 손으로 만지작대다 비로소 알아챈 것인지, 실프는 삽시간에 초록빛 날개를 펼치고 재빨리 새장 안에서 빠져나왔다.

  그러자 실프의 귀환을 반겨주듯, 어디선가 불어온 부드러운 바람의 손길이 한차례 숲과 풀, 그리고 소유와 알파, 베타의 피부와 머리카락 사이를 어루만지며 유려하게 스쳐 지나갔다.

  투명화가 되어 있던 우주선이 급작스레 소유의 옆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도 바로 지금이었다.

  마치 텅 빈 물컵 안에 짙은 물감을 채워 넣는 것처럼, 아래에서부터 차오르는 우주선 특유의 은빛 색채는 이윽고 실프가 어딘가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가 사라지자마자, 좀 더 선명하게 세상의, 테론의 모든 새로운 빛들을 스펀지처럼 흡수해 가기 시작했고, 나아가 우주선이 들어갈 만한 나무와 나무 사이, 다시 말해 투명 천막이 덧씌워져 있는 장소 바로 위에 두둥실 뜬 채 세세하게 제 형태를 그려내고 채색해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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