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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생활기
작가 : 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7.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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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론에 정착하다.
작성일 : 17-07-29     조회 : 57     추천 : 0     분량 :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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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윽고 우주선이 그 웅장하고도 신비로운 형상을 온전히 드러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투명 천을 좀 더 젖히고, 그 안에 놓인 다과 세트를 집어든 알파가 이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가볍게 손을 내젓자, 거짓말처럼 나타난 4인용 원형 탁자와 4개의 철제 의자가 마치 데이터가 전송되는 것같이 삽시간에 빈 공간을 알맞게 채워 놓았을 때, 그제서야 투명화에서 벗어난 우주선이 완벽하게 그 자태를 뽐내었던 것이다.

  그 광경에, 정확히는 탁자와 의자들이 갑작스레 나타난 상황을 꽤 흥미롭게 바라보던 소유가 물었다.

  "이제 개발이 된 거야?"

  그러자 잠잠하게 시들어 있던 마더의 푸른빛이 미약하게 흘러나왔다.

  -예. 이미 천신의 공간 도약 기술의 개발은 끝마친 상태입니다. 이건 그 응용 버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의적으로 '물질 전송'이라 이름을 붙였으며, 알파와 베타는 물론, 소유 님도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 뭔가 조건 같은 건?"

  -어디까지나 천신이 베이스가 되기 때문에, 천신이 가진 허용 범위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지금 소유 님이 계신 테론에선 '플래시 셔틀Flash Shuttle'이 천신의 대용품입니다. 그것을 기준으로 약 10km 반경 내에 있는, 소유 님의 신체적인 질량과 똑같거나 적은 물체들을 자유롭게 옮기실 수 있습니다. 어떠한 물체라 해도 금속이 포함되어 있으면 전부 가능하지만, 그것을 이루는 성분들 중 '유기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면 불가능합니다. 즉, 살아 있는 생명체는 임의로 옮기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마더의 말투는 여전히 딱딱했지만, 그렇게 풀어진 이야기들은 소유가 느끼기엔 전혀 딱딱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뜨거운 스프를 잔뜩 적신 빵처럼 부드럽고 새롭게만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마더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알파가 꺼내 준 의자에 가볍게 걸터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풀숲을 가만히 응시하던 소유가 곧 다시 마더에게 물었다.

  "그 말은, 나는 잘 모르겠지만, 저 아이들은 전송이 될 수도 있다는 소리네?"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전송되는 위치에 무언가 방해물이 있다면, 자칫 전송 장치에 오류가 날 수도 있기에, 되도록이면 물건만 옮기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아무리 소유 님의 몸을 이룬 장기들이 인간들과 똑같다곤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그것을 이루는 형태와 기능이 같을 뿐, 결국 액체형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만약 소유 님이 원하신다면 스스로도 전송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다시피 오류의 위험성이 있기에, 물체의 전송만 이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지금부터 10km 반경 내에 있는 그 어떤 장소에도 이동이 가능하다는 소리였다. 비록 약간의 위험이 따를 수도 있지만, 소유는 그 점에 대해선 딱히 특별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애당초 자기 자신을 자주 전송할 일은 없을 것이란 판단을 다름 아닌 소유의 머리가, 마더의 경고보다 먼저 소유에게 알려 주었던 탓이었다.

  다과 세트를 탁자 위에 내려 놓은 알파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어느샌가 뎁혀진 찻주전자를 들고 조르륵 소유 앞에 놓여진 찻잔 안에 그 내용물을 따라 내는 사이, "꽤 편리한 것을 만들었구나."라는 말로 마더에게 약간의 치하 아닌 치하를 한 소유가, 대뜸 허공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곤 잠시 눈을 감고 무언가에 집중하는가 싶더니, 곧 그러한 소유의 하얀 손바닥 위로 찻잔과 함께 놓여 있던 티스푼이 흡사 강렬한 태양빛에 걷혀 가는 구름의 그림자처럼, 스르륵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찻주전자가 뎁혀질 때와 마찬가지로, 어느샌가 자신의 머릿속에 '물질 전송'에 관한 정보를 보낸 마더에게 시범을 보이듯, 전송을 시도하고, 단번에 성공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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