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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패스트볼
작가 : 조선생
작품등록일 : 2017.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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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야구해 볼 생각 없니?
작성일 : 17-06-29     조회 : 364     추천 : 2     분량 : 5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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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송합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마산중학교 1학년 교무실 안에서 40대 중반의 남자가 연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던 박진감의 담임교사 김진우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저한테 사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진감이 아버님"

 "원래 그런 애가 아닌데... 정말 죄송합니다, 선생님"

 

 그 모습을 뒤에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진감이 오늘따라 유난히 작아보이는 아버지의 등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주먹을 세게 말아 쥐었다.

 '죄송해요... 아빠...'

 조금씩 아려오는 가슴을 꽈악 움켜 잡은 진감이 김진우의 입으로 시선을 돌렸다.

 

 "피해 학생 부모님께는 제가 잘 말씀드렸습니다. 용성이도 다행히 생각보다 상처가 깊지 않아서 치료가 금방 끝날 것 같구요"

 움찔

 용성이라는 이름에 몸을 떠는 진감을 아랑곳 하지 않고 진감의 아버지, 박종범이 다시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하지만..."

 

 이어지는 김진우의 말에 박종범이 순간 행동을 멈췄다.

 "그냥 넘어가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선생님..."

 애처로운 종범의 눈빛을 애써 외면한 진우가 말을 잇는다.

 "물론 제 개인적인 의견은... 용성이도 잘한게 없죠. 아니, 평소에 저 작은 진감이를 얼마나 괴롭혔으면 그런 극단적인 행동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

 진우가 고개를 저으며 곧바로 말한다.

 "하지만 그 이유가 진감이의 행동을 합리화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었을 테니까요"

 

 잠시 뒤에 서있는 진감을 바라보며 진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이미 진감이를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내는 방향으로 마무리 짓는 걸로 얘기가 된 상태입니다"

 

 털썩

 "선생님!"

 종범이 그 자리에 무릎을 꿇자 진우가 당황하여 마주 무릎을 꿇는다.

 "아버님, 이러지 마세요. 제 얘기 끝까지 들어보세요"

 "선생님... 다 자식 놈 제대로 못 키운 제 잘못입니다. 제발, 제발..."

 "아버님..."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감이 멍하게 중얼거렸다.

 "용성이 할아버지가... 학교 이사장님이라서 그런건가요?"

 멈칫

 진감이의 중얼거림을 들은 진우가 동작을 멈췄다.

 "제 행동이 그렇게 잘못되었나요...? 친구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쓰레기를 볼펜으로 찍은 것이 그렇게 잘못인가요?"

 

 자리에서 일어난 진우가 뚜벅, 뚜벅 진감이에게 걸어온다.

 "대체 왜 제가 가해자가 되어야 하는거죠? 그 쓰레기는..."

 

 찰싹!

 순간 중얼거리던 진감의 고개가 훽하고 돌아갔다.

 진우에게 뺨을 얻어 맞은 진감이 그를 멍하게 올려다 봤다.

 

 "진감아"

 진우가 눈 앞의 진감을 조용한 목소리로 불렀다.

 "한 평생을 살아오면서 사람은 누구나 실수도, 잘못도 할 수 있다. 사람이니까. 사람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라도 실수도, 잘못도 한다"

 

 "..."

 

 "하지만 그 실수나 잘못을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실수를 했으면, 잘못을 했으면 스스로 뉘우치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고쳐나가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아직 어린 너에게 그정도까지 바라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니 행동이 옳지 않았다는 사실은 깨달았으면 좋겠다"

 

 "..."

 

 "그리고... 학생의 그런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는 것이야말로 내 역할이겠지"

 말을 마친 진우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종범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버님, 진우를 부산에 있는 개승중학교에 진학시키고 싶습니다"

 진우의 말에 종범이 눈을 크게 떴다.

 

 부산 개승중학교라면 종범도 익히 알고 있는 곳이다.

 젊은 시절 대부분을 국내리그 2군 선수로만 뛰었던 종범이라도 중학생 시절에는 국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우완 유망주였다.

 수 십년 전, 종범이 마산중학교에 재학하고 있을 당시 종범은 대통령기 전국중학야구대회 결승전에 팀의 에이스로서 선발 등판했었다.

 

 경기 결과는 8.1이닝 1실점 9삼진, 패전투수가 되지는 않았지만 경기는 패배했다.

 

 투수전 양상으로 팽팽하게 흘러가던 경기는 종범이 8이닝을 던졌을 무렵 투구수가 110구를 훌쩍 넘어가면서 감독의 투수교체가 있었고, 이어 등판한 후속 투수의 내리 2실점으로 마산중학교는 1:3,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그 때 마산중학교의 결승전 상대가 부산 개승중학교였기 때문에 지금도 종범의 뇌리에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하지만...

 "저는 진감이에게 야구를 시킬 생각이 없습니다, 선생님"

 또박, 또박 말을 내뱉은 종범이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진우를 바라봤다.

 

 그 모습에 다시 짧게 한숨을 내쉰 진우가 입을 열었다.

 "저는 진감이에게 야구를 시키자는게 아닙니다, 아버님"

 "예? 그럼 개승중학교는 왜..."

 사실 부산 개승중학교가 '야구' 하나로 전국에서 알아주는 명문 중학교로 발돋움하게 되었지만 그와 반대로 '공부' 로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꼴통 중학교로 유명했다.

 반면, 마산중학교는 공부로도 전국에서 알아주는 명문 중학교.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종범이 의문스럽다는 표정으로 진우를 빤히 바라봤다.

 "제 은사님이 그 곳에 있습니다"

 "...예?"

 멍하니 반문하는 종범을 잠시 바라보던 진우가 말을 잇는다.

 "그 분이라면... 진감이가 올곧게 클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겁니다"

 "하지만..."

 무언가 더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우물거리는 종범을 힐긋 바라본 진우가 다시 입을 연다.

 "그리고... 진감이가 전학을 가는 날... 아마 저도 다른 학교로 전출을 가게 될 것 같습니다"

 "...!"

 "...!"

 진우의 말에 순간 종범과 진감이 눈을 크게 떴다.

 "그게 무슨... 대체 선생님이 왜...?"

 

 진감이의 반문에 진우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니 담임이니까"

 

 ********************

 

 한 달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까앙~

 "우익수!!!!!"

 경쾌한 알루미늄 배트음과 함께 '개승중학교' 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소년이 큰 소리로 외쳤다.

 

 터억!

 높게 떠오른 야구공이 글러브 사이로 쏙하고 들어가자 소년이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운다.

 "나이스 캐치!"

 그대로 이닝이 종료되는 듯 두 소년이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며 하이파이브를 한다.

 

 그 모습을 화단에 앉아 멀리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진감이 툭, 툭 엉덩이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아이는...'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소년들을 바라보며 작게 미소짓던 노인이 진감을 발견하고 그 쪽으로 다가갔다.

 

 "...?"

 눈 앞에 자신을 가로막는 인물을 발견한 진감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하얗게 샌 백발에 60은 훌쩍 넘은 나이, 키 165cm의 자신보다도 작은 체격의 노인은 진감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허허허"

 

 진감의 눈 앞에서 인자하게 웃고 있는 그는 올해 63세의 나이로 '작은 거인' 이라는 별명을 가진, 한 때 KBO리그 최약체 중 하나로 평가받던 인천 와이번스를 4차례나 우승시킨 명장중의 명장 박성곤 감독이다.

 물론, 지금은 개인 사정상 프로리그 감독 자리에서 은퇴를 하고 후학양성을 위해 고향 집 근처에 있는 개승중학교에서 감독을 맡고 있었다.

 그리고... 진감의 전 담임 선생님이었던 진우의 은사이기도 하다.

 

 "뭘 그렇게 빤히 바라보고 있느냐?"

 "아 그냥... 아니, 아니에요"

 무언가 말하려던 진감이 꾹 입을 다물었다.

 "야구가 하고 싶니?"

 "예?"

 순간 진감이 눈을 크게 뜬다.

 "설마요..."

 이윽고 작게 중얼거리는 진감을 빤히 바라보던 성곤이 한 손에 들고 있던 경식구를 진감의 손에 쥐어 준다.

 "...?"

 "잠시 따라와 보겠니?"

 "아..."

 말을 마치고 걸음을 옮기는 성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진감이 손에 쥔 경식구를 만지작거리다가 마지못해 걸음을 옮겼다.

 

 "태수야"

 "예, 감독님!"

 성곤의 부름에 180cm는 훌쩍 넘어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소년이 헐레벌떡 뛰어온다.

 "공 한 번 받아줄 수 있겠니?"

 헬멧을 눌러쓰며 타석에 들어서는 성곤의 모습에 태수가 눈을 크게 뜬다.

 "감... 감독님이 치시는 겁니까?"

 태수의 말에 성곤이 가볍게 배트를 휘두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가 들어서 날아오는 공을 피하기가 쉽지가 않으니... 잘 좀 부탁하네, 우리 주전포수"

 성곤의 말에 태수가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걱정마십쇼, 감독님! 그런데 투수는...?"

 

 태수의 물음에 성곤이 멍청하게 서 있는 진감을 바라보며 말한다.

 "거기 서 있지 말고 어서 이리 오너라"

 "예? 예..."

 쭈뼛쭈뼛 다가오는 진감을 잠시 바라보던 성곤이 다시 묻는다.

 "공을 던져본 적은 있니?"

 "아... 어렸을 때 아버지랑 캐치볼을 조금..."

 "오른손 잡이냐? 왼손 잡이냐?"

 "저... 양손잡이입니다. 그런데... 힘 쓰는건 왼손이 더 자신 있습니다"

 진감의 말에 성곤이 머리를 긁적였다.

 "양손잡이라... 별로 좋지 않은데..."

 혼자 조용히 중얼거리던 성곤이 다시 입을 열었다.

 "밥 먹을 때나 글 쓸 때, 그럴 때는 어느 손을 사용하냐?"

 "그럴 때는 오른 손을 사용합니다"

 

 진감의 말에 성곤이 어느새 우르르 모여든 소년들 중 한 사람을 지목한다.

 "호식아"

 "예 감독님!"

 호리호리한 체격의 소년이 무리 사이에서 뛰쳐나왔다.

 "가서 오른손 잡이용 글러브 하나 가져오거라. 혹시 모르니까... 왼손 잡이용 글러브도 같이..."

 "알겠습니다"

 

 잠시 후 호식이라 불린 소년이 글러브 2개를 가져오자 성곤이 한 글러브를 진감의 눈 앞에 던져준다.

 툭

 "있는 힘껏 던져 보거라"

 "하지만 저는..."

 "그냥 던져보거라"

 흔들리지 않는 성곤의 눈빛을 바라보며 진감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스읍~ 후우~"

 짧게 심호흡한 진감이 눈 앞의 투구판을 밟으며 손에 쥔 경식구를 만지작 거린다.

 '딱 1년만인데...'

 속으로 중얼거린 진감이 자연스럽게 투구 모션을 취한다.

 

 '오호... 자세 좋고'

 진감의 자세에 속으로 감탄한 성곤이 몸을 긴장시키며 자세를 잡는다.

 

 왼발을 앞으로 내딛으며 진감이 있는 힘껏 공을 뿌린다.

 

 퍼억~

 미트 정중앙으로 박혀드는 경식구를 바라보며 성곤이 속으로 중얼거린다.

 '구속은 대략 100km정도...? 야구부가 아닌 일반 학생치고는 상당히 훌륭하지만...'

 "한 구 더!"

 

 큰 소리로 외치는 성곤을 보며 진감이 다시 투구모션을 취한다.

 쉬익~ 까앙!

 오른 손으로 힘차게 뿌린 공이 성곤이 휘두른 배트에 맞고 멀리, 멀리 뻗어 나간다.

 

 "감독님~ 나이스샷!"

 "휘익~휘익~"

 그대로 팬스를 넘어가는 경식구를 바라보며 모여 든 학생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

 

 잠시 진감을 바라보던 성곤이 입을 열었다.

 "힘 쓰는건 왼손이 자신 있다고 했지?"

 "예? 예..."

 "한 번 던져봐라"

 성곤의 말에 잠시 주저하던 진감이 마지못해 글러브를 바꿔 착용했다.

 

 짧게 심호흡, 오른 손으로 취하는 모션에 비해 비교적 부자연스러운 투구 모션.

 '...발이 너무 높다'

 심지어 내딛기 위해 차올리는 오른 발의 위치가 너무 높다.

 지금 진감의 모습을 멀리서 본다면 바닥에 박힌 막대기라고 생각할 정도로 수직인 자세.

 그리고, 마침내 진감의 왼 손에서 공이 뿌려진다.

 

 쉬익

 뻐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성곤의 코 앞을 스쳐 지나간 공이 미트에 강하게 꽂힌다.

 털썩

 제자리에 엉덩방아를 찧는 성곤을 보며 포수 마스크를 집어던진 태수가 진감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틀어 쥐었다.

 "마! 공을 그렇게 위험하게 던지는 경우가 어딨노!? 감독님 머리에 맞을 뻔 했다아이가!"

 "아니 난..."

 으르렁거리는 태수를 바라보며 진감이 어쩔 줄 몰라 하며 성곤에게 도움을 바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만, 그만하거라"

 성곤의 외침에 태수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에 쥔 멱살을 놓아준다.

 "쿨럭, 쿨럭"

 거칠게 기침을 하는 진감에게 천천히 다가간 성곤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학생... 아니, 이름이 진감이었지?"

 성곤의 물음에 잠시 목을 가다듬은 진감이 대답한다.

 "예...예..."

 

 잠시 머뭇거리던 성곤이 이내 결심한 듯 입을 연다.

 "혹시... 야구해 볼 생각 없니?"

빌리이브 17-06-30 06:01
 
SF 스포츠물 인가봐요? 대박!
기대됩니다.
행복하세요~.
  ┖
조선생 17-06-30 08:13
 
고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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