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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패스트볼
작가 : 조선생
작품등록일 : 2017.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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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전국중학야구선수권대회
작성일 : 17-06-30     조회 : 309     추천 : 0     분량 : 3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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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년(例年)보다 빨리 찾아온 여름, 뜨거운 햇살이 내려쬐는 6월의 중순.

 부산 개승중학교 운동장 마운드 위에서 한 소년이 발로 흙을 고르고 있었다.

 180cm는 넘어 보이는 키는 소년이 아닌 청년이라고 불러도 될 듯 하다.

 

 "마! 박진감이! 내일 결승전이니까 살~ 던지라 살~!"

 포수 마스크를 쓴 채 쭈구려 앉아 있던 정태수가 마운드 위의 박진감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인 박진감이 모자를 한 번 매만지더니 와인드업(windup) 자세를 취한다.

 오른발을 디딤발삼아 왼발을 허리 높이로 차 올린다.

 

 그리고...

 쉬이이익!

 박진감의 오른손 끝에서 힘차게 뿌려진 경식구가 바람을 가르며 정태수의 미트 한가운데 박혀 든다.

 

 뻐어어억~

 120km는 넘어보이는, 중학생 수준에서는 매우 빠른 공임에도 능수능란하게 공을 캐치한 정태수가 자못 얼얼하다는 듯 손을 흔들어 보였다.

 "마! 살~ 던지라고! 살! 손아프다 아이가!"

 

 정태수의 엄살에 피식 미소 지은 박진감이 다시 한 번 부드럽게 와인드업 했다.

 쉬이이익! 뻐어어어억~

 

 박진감의 손을 떠난 공이 이번에도 정확하게 태수의 미트 한 가운데 박혀들자 주변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두 소년 중, 한 소년이 입을 열었다.

 "더 빨라진 것 같은데?"

 개승중학교 3학년 주전 유격수 손시훈의 말을 옆에 있던 또 다른 소년이 받는다.

 "저 놈은 혼모노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작은 키, 매우 날래보이는 체구를 가진 주전 2루수 조승현의 말에 손시훈이 옆을 돌아봤다.

 "혼모노? 그건 뭐고?"

 "진짜라고"

 "내가 일본어 쓰지 말라고 했제? 오타쿠 자슥아"

 "나의 신성한 취미생활을 매도하지 말거라"

 

 뻐어어어억~

 

 그 때 묵직한 미트소리가 다시 한 번 운동장을 울려퍼졌다.

 "야구 시작한지 이제 1년된 놈이 저라모 진짜 사기 아이가? 내 진짜 자괴감 느껴질 것 같네"

 시훈의 말에 승현이 피식 웃었다.

 "밸붕(밸런스 붕괴)이긴 하네. 그래도... 진감이 덕분에 편하게 결승까지 올라왔잖아?"

 "아니지, 내 뛰어난 수비력 덕분이지.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비, 그 중에서도 수비의 꽃이라 불리는 유격수 포지션에 이 내가 있기 때문에 우리 학교가 결승전에 올라온 것 아니겠나?"

 "아 지랄, 유격수 똥 싼거 2루에서 다 치워줬더니 개소리 오지시네"

 "뭐? 똥? 이 자슥이 말이모 단 줄 아나"

 "똥 맞지. 유격수가 구멍인데 2루수인 내가 얼마나 힘들겠노. 죽긋다"

 "뭐라? 이 개자슥이..."

 시훈과 승현이 한참을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 누군가 두 사람을 향해 다가온다.

 

 바로 옆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시훈과 승현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오셨슴까! 코치님!"

 "반갑슴다! 코치님!"

 우렁차게 인사하는 두 소년을 보며 휘휘 손을 내저은 용민이 잠시 마운드 위로 시선을 돌렸다가 휘파람을 불었다.

 "휘익~ 진감이 컨디션 좋은데?"

 "코치님, 저거 진짜 사기캐릭 아닙니까? 저걸 보고 누가 야구 시작한지 이제 1년된 놈이라고 생각하겠습니까?"

 "니는 그 것보다는 키 때문에 더 배 아픈거 아니가?"

 박진감의 키가 입부 당시 야구부 내에서도 가장 작은 편에 속하는 시훈과 엇비슷했다는 사실을 떠올린 용민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아 저는 저것보다 더 자랄 거거든요. 코치님!"

 "아이고~ 어련하시겠어요?"

 "이익..."

 

 시훈의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하게 변해갈 때 옆에 있던 승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 그런데 코치님"

 "엉?"

 "궁금한게 있는데... 진감이 말입니다"

 "진감이?"

 용민의 반문에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입부 테스트 당시에... 왼손잡이 아니었습니까? 분명히 본인은 양손잡이라고 했지만... 제 기억으로는 오른손에 비해 왼손의 구속이 훨씬 빨랐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감독님도 그 때문에 감탄하셨었고..."

 "엥?"

 승현이 말을 마치자 시훈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승현을 바라봤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저 괴물이 왼손잡이라고? 단 한 번도 왼손으로 공을 던지는 것은 못 봤는데?"

 "니는 그 날 집에 제사 있다고 일찍 갔잖아"

 "그럼... 원래 진짜 왼손잡이라고? 리얼? 오른손으로 120km를 던지는 괴물이 원래는 왼손잡이라는 거야?"

 

 시훈의 물음에 승현이 말 없이 용민을 바라봤다.

 잠시 머리를 긁적인 용민이 이내 입을 열었다.

 "승현이 말대로 진감이는 양손잡이가 맞다. 악력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왼손이 더 강하지"

 "미친..."

 시훈의 중얼거림을 한 귀로 흘린 승현이 말한다.

 "코치님, 갑자기 저도 궁금해졌습니다. 왜 진감이는 왼손을 사용하지 않는거죠? 특히나 다른 포지션도 아닌 투수는 좌완이 상당히 귀한 대접을..."

 "너희들 운동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진감이를 제대로 본 적이 있냐?"

 용민이 승현의 말을 중간에서 끊고 되물었다.

 "예?"

 "같이 밥이라도 한 번 먹어본 적 있냐고"

 "그야 뭐..."

 

 운동부는 철저히 단체생활이기 때문에 물론 시훈과 승현은 진감이와 밥을 먹어 봤다.

 "그 때 진감이가 어느 손으로 밥을 먹든?"

 용민의 물음에 두 소년이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잘 모르겠는데요"

 "이리 관찰력이 부족해서야..."

 짧게 한숨을 내쉰 용민이 말을 잇는다.

 "물론 진감이가 악력이나 완력 자체는 왼손이 더 뛰어나지만 살아오면서 평소 생활은 오른손을 주로 써왔다. 그런 상황에서 왼손의 힘이 더 좋으니까 좌완으로 야구를 시작하겠다?"

 "...그게 왜요?"

 시훈이 멍청하게 반문하자 용민이 딱밤을 때렸다.

 콩!

 "아얏! 아 코치님, 왜 때리세요!"

 

 시훈이 머리를 문지르며 말하자 용민이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콕, 콕 두드리며 대답한다.

 "이 놈아. 생각을 하란 말이야. 생각을. 야구는 수싸움이다. 신체능력만 좋은 놈은 결코 대성(大成)할 수 없어. 항상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고"

 "힝..."

 시훈이 울상을 짓자 옆에 있던 승현이 대답한다.

 "부상 위험 때문인가요?"

 

 승현의 말에 용민이 역시라는듯 씨익 미소 지었다.

 "그래, 우리 몸은 기계와 같다. 안쓰면 녹이 슬고, 삐걱 대고, 고장도 나지. 몸도 마찬가지야. 평소 사용하지 않는 신체 부위를 갑자기 강도 높은 훈련을 하겠답시고 함부로 놀렸다가는... 망가지고 만다"

 "그래서 진감이가 항상 왼손에 악력기를 쥐고 다니고, 단체 훈련이 끝나고 나서도 남아서 1)섀도 피칭(shadow pitching)을 했던 거군요"

 이내 깨달았다는 듯 승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상대 라인업 발표되었습니다!"

 그 때 학교 건물에서 한 소년이 뛰쳐나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소년의 말에 일순 세 사람이 동시에 눈을 반짝인다.

 "집합!!!!!!!!!!!!"

 용민이 운동장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큰 소리로 외쳤다.

 "집합!!!!!!!!!!!!!!!!!"

 뒤 이어 시훈과 승현이, 그리고 목소리를 들은 소년들이 함께 큰 소리로 외쳤다.

 

 ********************

 

 주변을 한 번 둘러본 용민이 곁에 있는 성곤에게 소곤거린다.

 "다 모였습니다, 감독님"

 용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성곤이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드디어 내일이 결승전이다"

 성곤의 말에 몇몇 소년들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동안 너희들이 흘린 땀방울이...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다"

 "..."

 "지금까지의 노력, 너희들이 흘린 땀방울을 잊지 말거라.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예!!!!!!!!!!!!"

 우렁차게 대답하는 소년들을 바라보며 미소지은 성곤이 말을 잇는다.

 "내일 선발은... 어제 얘기한대로 진감이로 간다. 포수는 태수, 1루에 호준이, 2루 승현이, 3루 석민이, 유격수 시훈이, 좌익수 희재, 중견수 용구, 우익수 종훈이"

 "옙!"

 호명받은 소년들이 차례대로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그리고..."

 성곤이 작게 중얼거리며 손에 쥐고 있던 종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결승전 상대인 마산중학교는 예상대로 준결승 때와 같다. 딱 하나 달라진 것은..."

 말을 마친 성곤이 종이 위의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투수"

 

 성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종이 위로 시선을 던진 박진감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딱하고 멈췄다.

 심하게 요동치는 눈동자, 더욱 거세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소리.

 

 꽈아아악

 진감이 손톱이 파고 들 정도로 주먹을 말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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