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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패스트볼
작가 : 조선생
작품등록일 : 2017.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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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투수놀음
작성일 : 17-07-04     조회 : 318     추천 : 1     분량 : 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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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야 팬스를 향해 멀리, 멀리 뻗어나가던 공이 파울 폴대를 살짝 벗어난다.

 "파울!"

 심판의 외침에 태수가 쩝하고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꼬추는 좀 쪼그라 들었을라나'

 피식 웃은 태수가 다시 타격자세를 취한다.

 

 ******************

 

 '미친 괴물 새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용성이 속으로 욕지꺼리를 내뱉었다.

 방금 용성이 던진 공은 실투가 아니었다.

 몸 쪽 꽉찬 공.

 제구가 잘 되었을 뿐만 아니라 공도 잘 긁혔다.

 이번 경기에서 지금까지 던진 공 중 베스트 볼.

 그 공을 눈 앞의 괴물이 힘껏 잡아당겨 홈런성 타구를 만든 것이다.

 용성이 무슨 공을 던져야 하나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괴물이 타격 자세를 취한다.

 "플레이!"

 '시발...'

 심판의 외침에 속으로 욕지꺼리를 내뱉은 용성이 짧게 심호흡했다.

 "스읍~후우~"

 

 '한 구 빼자'

 용성의 싸인에 마산중학교 포수 김민식이 고개를 끄덕인다.

 부드럽게 와인드업한 용성이 바깥쪽 낮게 살짝 빠지는 직구를 던진다.

 휘익~ 뻐어어억!

 "볼!"

 '빌어먹을 새끼... 선구안도 좋군'

 팍하고 인상을 찌푸린 용성이 속으로 욕지꺼리를 내뱉으며 애꿎은 마운드를 툭툭 찼다.

 '오냐, 이번에도 그냥 보내나 보자'

 민식의 싸인에 고개를 저은 용성이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에 살짝 걸치는 직구를 요구한다.

 고개를 끄덕이는 민식을 보며 다시 와인드업한 용성이 힘차게 땅을 박찬다.

 

 휘익~ 뻐어어억~

 "볼!"

 이번에는 생각과 달리 제구가 잘 되지 않아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빠져나간다.

 '개자식이... 이정도는 그냥 잡아줄 것이지'

 

 순간 욱하고 올라오는 분노를 가까스로 눌러 참은 용성이 민식을 바라본다.

 '...!'

 민식의 싸인을 확인한 용성이 눈을 크게 뜨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나한테...지금 뭐라고...'

 "타임!"

 거칠게 외친 용성이 빠른 걸음으로 홈 플레이트를 향해 걸어간다.

 

 덥썩.

 용성이 다짜고짜 민식의 멱살을 틀어쥐자 순간 태수와 심판이 눈을 크게 뜬다.

 "뭐하자는거냐 개자식아"

 "...뭐가?"

 "고의사구?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냐, 버러지 새끼야?"

 "..."

 민식이 침묵을 지키자 심판이 급히 용성을 제지한다.

 "자네 지금 뭐하는 건가!? 당장 안 놔!?"

 심판의 외침과 동시에 마산중학교 더그아웃 쪽에서 코치가 뛰쳐나온다.

 "윤용성이! 이 꼴통새끼가! 안 놔!?"

 코치의 말에 퉷하고 침을 뱉은 용성이 거칠게 멱살을 놓았다.

 "이 꼴통새끼가..."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가는 것을 확인한 민식이 급히 입을 열었다.

 "전 괜찮습니다 코치님, 그리고... 죄송합니다"

 말을 마친 민식이 심판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잠시 투수랑 둘이서 얘기좀 할 수 있을까요?"

 "뭐..."

 민식의 말에 심판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용성아, 잠깐만..."

 민식이 용성을 향해 한 쪽으로 손짓하자 미간을 찌푸린 용성이 마지못해 구석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무슨 개수작이냐?"

 걸음을 멈춘 용성이 입을 열었다.

 "뭐가?"

 "뭐라니, 그걸 지금 말이라고..."

 "고의사구가 어때서? 고의사구도 엄연히 야구의 전략 중 하나이고, 저 대단한 메이저리그에서도 고의사구가 나오지 않는 날은 거의 없을 정도야"

 "..."

 "스트라이크는 없고 볼만 3개인 상황, 더군다나 타석에는 프로리그에서도 군침을 흘리는 상대팀 4번타자. 그 상황에서 무조건 정면승부를 해야 옳다는건가?"

 "..."

 "애초에 니가 실력이 되지 않으니까 이렇게 위기에 몰린 거잖아?"

 "이 새끼가..."

 민식의 말에 발끈한 용성이 주먹을 치켜들었다.

 "치고 싶으면 쳐. 니가 분이 풀릴 때 까지"

 "오냐. 쳐 맞고 울지나 마라"

 "대신!"

 "..."

 턱하고 용성의 팔목을 잡은 민식이 말을 잇는다.

 "치고 나서는 내 싸인에 따라 줬으면 좋겠어. 니가 포수를 얼마나 무시하는지는 잘 알고 있지만... 나한테 포수는 작전사령관. 사령관의 말을 따르지 않는 병사는 필요 없어"

 "이...이..."

 민식이 용성에게 얼굴을 들이민다.

 "자, 쳐. 치고 나서는 내 말을 따라. 만약 계속 니 마음대로 하겠다면... 감독님에게 투수 교체를 요청하겠어"

 "...!"

 "지금 상황이라면 감독님과 코치님도 충분히 내 요구를 이해하실테지"

 민식을 죽일듯이 노려보던 용성이 훽하고 고개를 돌렸다.

 "씹새끼..."

 낮게 욕지꺼리를 내뱉은 용성이 마운드로 돌아간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민식이 이내 홈 플레이트로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심판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인 민식이 포수 마스크를 뒤집어 쓰고 쪼그려 앉는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심판이 경기를 재개한다.

 "플레이!"

 심판의 외침과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민식이 옆으로 한 발자국 물러서더니 양 팔을 하늘을 향해 뻗는다.

 

 ******************

 

 '고의사구...?'

 눈을 동그랗게 뜬 태수가 마운드를 바라본다.

 '저 망나니 새끼는 고의사구는 절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속으로 중얼거린 태수가 가볍게 타격 자세를 취한다.

 

 그 순간...

 "...!"

 포수가 분명히 고의사구 자세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력투구 하듯 힘차게 와인드업 하는 용성을 발견한 태수가 눈을 크게 떴다.

 "이 미친..."

 

 파악! 쉬이이이익!

 용성이 땅을 박참과 동시에 손을 떠난 공이 홈 플레이트를 향해 힘차게 날아온다.

 

 뻐어어어어어억!

 이전과 비교도 되지 않는 커다란 미트소리와 함께 용성이 던진 공이 놀란 표정으로 제자리에 굳어 있는 민식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포 볼!"

 심판의 외침과 동시에 배트를 바닥으로 가볍게 던진 태수가 1루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씨발..."

 걸음을 옮기던 도중 귓가로 들리는 욕지꺼리에 태수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새끼, 거 성질머리 하고는..."

 조용히 중얼거린 태수가 이윽고 1루에 자리를 잡았고 다음 타자로 나온 5번 타자, 중견수 이용구가 삼구삼진 당하며 1회 초 개승중학교의 공격이 종료되었다.

 

 ******************

 

 "마! 박진감이!"

 태수가 더그아웃에서 천천히 걸어나오는 진감을 큰 소리로 불렀다.

 진감이 자신을 쳐다보자 씨익 미소지은 태수가 말을 잇는다.

 "꼬추 살아있제?"

 태수의 말에 피식 웃음을 흘린 진감이 배 아래를 가볍게 툭툭 두드린다.

 "보시다시피"

 그런 진감의 반응에 태수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오... 박진감이... 쪼까 능글맞아 졌는데?"

 "원래 내 성격이야"

 

 말을 마친 진감이 마운드를 향해 걸음을 옮기자 태수가 그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본다.

 "쫄아 있는 거 보다는 훨 낫네"

 이내 피식 웃은 태수가 포수 마스크를 뒤집어쓰고 제자리에 쭈구려 앉았다.

 "플레이!"

 심판의 외침과 동시에 1회 말, 마산중학교의 공격이 시작된다.

 

 

 '단기전에서 야구는... 확실한 에이스의 유무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타석에 들어서는 마산중학교의 1번 타자 정민수를 바라보며 진감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압도적인 에이스의 격차를 보여준다'

 힐끔 마산중학교 더그아웃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용성을 바라본 진감이 주먹을 꽈악 말아 쥐었다.

 

 "플레이!"

 다시 한 번 귓가를 때리는 심판의 목소리에 진감이 모자를 한 번 고쳐쓰고는 짧게 심호흡한다.

 "후우~"

 심호흡과 동시에 부드럽게 이어지는 진감의 와인드업.

 

 오른손에 쥔 공을 등 뒤로 감춘 채 자세를 낮춘 진감이 순간 몸을 쭉 펴며 양팔을 하늘 높이 뻗어 올린다.

 그 상태에서 허리보다 약간 높은 위치에 왼쪽 다리를 차올린 진감이 힘껏 바닥을 박찬다.

 그리고...

 뻐어어어어어어억!

 

 순간 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미트소리에 일순 관중석이 침묵에 잠겼다.

 

 ******************

 

 관중석에서 박진감의 첫 투구를 지켜보고 있던 한국베이스볼 기자 배승재가 순간 눈을 크게 뜨며 전광판을 향해 급히 시선을 돌렸다.

 "122km!?"

 구속만 놓고 보면 키 190cm에 몸무게가 100kg에 육박하는 윤용성이 던지는 공에 뒤지지 않는다.

 묵직한 미트소리로 봤을 때 구위도 딱히 떨어지는 것 같지 않다.

 "대체 저 체구로 어떻게..."

 마운드 위의 저 투수가 윤용성에 비해 키가 10cm 가량 작고, 몸무게도 30kg는 차이난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지금 던진 저 공은 말이 되지 않는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배승재가 급히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웃고 있다!'

 자신의 옆에서 웃고 있는 정준호 감독을 발견한 배승재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처음부터 저 녀석을 보기 위해 온 거구나!'

 눈을 빛낸 배승재가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때마침 마운드 위의 소년은 상대 타자를 4구만에 삼진 아웃시키고 있었다.

 '구속, 구위, 제구력. 모두 훌륭하다. 중학 수준에서는 탑 클래스. 무엇보다...'

 힐끔 옆을 바라본 배승재가 중얼거린다.

 "닮았군..."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배승재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진감은 1이닝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종료시켰다.

빌리이브 17-07-06 04:12
 
박진감 있는 경기 장면 정말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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