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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패스트볼
작가 : 조선생
작품등록일 : 2017.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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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징계
작성일 : 17-07-14     조회 : 303     추천 : 0     분량 : 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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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개새끼야!!!!!"

 쓰러진 진감을 바라보던 태수가 성난 멧돼지처럼 마운드를 향해 돌진했다.

 "잠...잠깐!"

 태수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민식이 미처 말릴 틈도 없이 용성에게 빠르게 접근한 태수가 주먹을 날렸다.

 

 퍼억!

 "컥!"

 태수의 우악스러운 주먹질에 얼굴을 정면으로 얻어맞은 용성의 고개가 훽하고 돌아갔다.

 

 털썩

 쓰러지는 용성의 위로 올라탄 태수가 얼굴을 향해 연달아 주먹을 2번이나 더 휘두르고 나서야 양측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이른바, 벤치클리어링(Bench-clearing brawl).

 "막아! 막아!"

 가장 빨리 마운드에 도착한 민식이 뒤에서 태수의 양팔을 끌어 안았지만 그 때는 태수가 이미 용성을 향해 3번이나 주먹을 더 휘두르고 난 뒤였다.

 

 "끄어어어어어억...."

 쓰러져 있던 용성의 입이 열리더니 그 사이로 걸쭉한 핏물이 흘러내렸다.

 흘러내리는 핏물 사이로 새하얀 치아(齒牙)도 모습을 드러낸다.

 

 "놔! 씨발! 놓으라고! 이 개새끼 내가 오늘 죽인다!"

 "뭐해! 빨리 안붙어!?"

 태수의 완강한 힘을 감당할 수 없었던 민식이 큰 소리로 고함쳤다.

 "막...막아!"

 마산중학교 선수들이 3명은 더 달라붙고 나서야 간신히 태수를 떼어낼 수 있었다.

 "이 쓰레기 새끼야!!!!!!!!"

 사지를 붙잡힌 태수가 쓰러진 용성을 향해 고래고래 고함쳤다.

 "이 새끼가!"

 한 쪽에 있던 마산중학교 선수 중 하나가 붙잡혀 있는 태수를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퍼억!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태수의 고개가 훽하고 돌아간다.

 "이...이..."

 "야! 다 붙어!"

 "붙어! 빨리!"

 순식간에 서로 엉겨붙어 밀고 당기던 양 측 선수들은 양 팀의 감독과 코치, 심판까지 중간에 끼어들어 간신히 뜯어 말림으로써 제지되었다.

 

 *****************

 

 "경기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던 태수가 쓰게 웃으며 말을 잇는다.

 "졌다"

 "...!"

 태수의 말에 진감이 눈을 크게 떴다.

 "졌...졌다고? 대체 왜...?"

 씁쓸한 얼굴로 입을 다무는 태수를 보며 옆에 있던 시훈이 대신 대답한다.

 "니가 그렇게 쓰러지고 나서... 벤치 클리어링이 있었다"

 "...!"

 "태수 임마가 눈이 훽 돌아가지고, 윤용성 금마 아주 작살을 냈다아이가"

 "그런..."

 "니 부상으로 병원에 실려가고 태수는 곧바로 퇴장당하고... 배터리가 통째로 날아갔는데 뭔 수가 있겠나"

 "하지만 점수 차가 5점, 아니 나까지 6점이나 났잖아. 거기다 무사 만루 상황이었는데..."

 

 진감의 말에 시훈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학교 선수층이 마산중학교에 비해 택도 없이 얇다는거 니도 안다아이가?"

 "..."

 시훈의 물음에 진감이 입을 다물었다.

 "투수야 니 말고도 현태도 있고 태호도 있었지만 문제는..."

 "포수..."

 진감이 멍한 얼굴로 중얼거리자 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학교에는 태수를 대신할만한 포수가 없다. 백업 포수의 부재. 뭐 덕분에 사람같지도 않은 임마 이게 우리한테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지만..."

 말을 마친 시훈이 씨익 웃었다.

 "어쩌겠노. 우리팀 운이 조금 더 없었던거지. 그래도 니가 별 이상 없어서 다행이다"

 "그럼 태수는..."

 진감의 물음에 순간 시훈이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게..."

 "출장정지다. 그것도 1년"

 "...!"

 순간 병실 출입문 바로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진감이 눈을 크게 떴다.

 "코치님, 그게 무슨..."

 "애새끼 강냉이를 2개나 털어놨는데 이 정도면 싸게 먹힌거 아니겠나?"

 "태수야..."

 

 용민의 말에 고개를 돌린 진감이 떨리는 목소리로 태수를 불렀다.

 "그런 눈으로 보지마라. 내가 안 그랬어도 여기 있는 사람 중에 누군가가 그리 했을기다"

 태수가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 상황은 절대 아무렇지 않다.

 중학교 3학년 막바지, 이제 고등학교 야구부에 진학하게 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1년간의 출장정지는 야구를 그만두라는 말과 같다.

 그 정도로 고등학교 3년은 야구 새싹들에게 중요한 시기였으니까.

 물론 그런 사실을 진감이 모를리가 없었다.

 

 "너..."

 "박진감이"

 무언가 입을 열려던 진감이 태수의 부름에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나는 미국으로 갈거다"

 "...!"

 "...!"

 순간 진감 뿐 만 아니라 병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니 그게 무슨 소리고"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용민이 황당한 얼굴로 태수에게 물었다.

 "코치님. 저는 1년이나 야구 그만둘 수 없습니다"

 "알지. 그래도 갑자기 미국은 너무 황당하다아이가. 경기 안뛰어도 내가 옆에서 충분히 도와줄..."

 "저 졸업하고 나면 코치님은 우리 1,2학년들 돌봐줘야지요"

 "..."

 

 태수의 말에 용민이 입을 다물었다.

 "우리들이 결국 이루지 못한 꿈을... 코치님이 후배들이랑 같이 이뤄줘야 우리 한이 좀 풀릴 거 아입니까?"

 "그래도..."

 "그만! 이미 결정된 일입니다. 마침 LA에 삼촌이 살고 있거든요. 그 근방에 야구 명문 고등학교에 진학할 겁니다"

 "..."

 침묵하는 용민을 잠시 응시하던 태수가 고개를 돌려 진감을 쳐다봤다.

 "박진감이"

 "...응, 태수야"

 "내 기다린다"

 "어?"

 "기다린다고. 미국에서"

 "..."

 "올거잖아? 메이저리그"

 순간 진감이 눈을 크게 뜨자 태수가 씨익 웃으며 말을 잇는다.

 "정상에서 만나자"

 "정상에서 만나자. 으... 개 오글거림"

 태수의 말에 옆에 있던 시훈이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태수의 목소리를 흉내냈다.

 "마 쥐방울! 니는 꼭 이런 감동적인 순간에 그래 초를 치야 속이 시원하긋나!?"

 "아 오글거리는걸 어쩌라고! 말투 진짜 극혐임"

 "이 쥐방울 새끼가 진짜..."

 "그라면 내도 끼아주던가!"

 "뭐?"

 "왜 진감이만 만나자카는데! 내도 갈기다! 메이저리그!"

 큰 소리로 소리치는 시훈을 보며 옆에 있던 승현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나도..."

 "...?"

 

 태수가 고개를 돌리자 승현이 얼굴을 붉히며 말을 잇는다.

 "메이저리그..."

 "내도 갈기다!"

 "내도! 내도!"

 순간 병실에 있던 소년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그래 씨바! 다 보자! 느그 다 미국 넘어온나이! 개승중학교 59기 야구부 전원 LA입성! LA다졌으를 LA다이겼으로 만들어보자!"

 "가자!!!!"

 "가자! 메이저리그!!!"

 

 순식간에 왁자지껄 해지던 병실 분위기 속에서 침묵을 지키던 용민이 조금씩 소란이 잦아들자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저... 얘들아"

 "...?"

 "...내는 안끼아 줄기가?"

 "아 코치님도 당연히 가야죠! 다 같이 갑시다!"

 "감독님도 모시고 가지예!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그 팀 감독 한 번 시켜 드립시다!"

 아이들의 말에 흐뭇한 미소를 지은 용민이 옆을 돌아본다.

 "그렇다는데요, 감독님?"

 "..."

 조용히 침묵을 지키던 성곤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진감이"

 "...예"

 "분하지?"

 성곤의 물음에 순간 병실이 조용해졌다.

 "괜히 너 때문에 팀이 진 것 같아서 분해 죽을 것 같지?"

 "..."

 "아닌가?"

 다시 물어오는 성곤을 보며 진감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

 "예, 분합니다. 분해 죽을 것 같습니다"

 "지금 그 감정, 잊지마라"

 "..."

 성곤의 말에 진감이 말없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야구, 계속 할 거지?"

 "...예!"

 

 힘차게 대답하는 진감을 보며 옅게 미소 지은 성곤이 병실에 있는 소년들을 돌아본다.

 "얘들아"

 "예! 감독님!"

 "지난 3년 동안... 정말 고마웠다. 너희들은 내 자랑이다"

 말을 마친 성곤이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그런 성곤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힌 아이들이 일제히 큰 소리로 대답한다.

 "감사했습니다! 감독님!"

 하나, 둘 고개를 마주 숙이는 아이들을 보며 진감도 살포시 고개를 숙였다.

 "감사했습니다, 감독님..."

 

 성곤의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이런저런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던 아이들은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갔고, 진감은 약 3개월을 입원한 채 병원생활을 이어갔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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