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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패스트볼
작가 : 조선생
작품등록일 : 2017.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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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KBO 신인드래프트
작성일 : 17-07-24     조회 : 320     추천 : 0     분량 : 4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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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6월 말, 뜨거운 햇빛이 내려쬐는 도로가를 두 남자가 걷고 있다.

 "오늘이지?"

 키가 170cm는 넘을까?

 왼쪽에서 걸음을 옮기던 단신 남자(短身)의 물음에 우측에 있던 무뚝뚝한 인상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팀은 정했냐?"

 "팀을 우리가 정하는거냐? 팀에서 우리를 정하는거지"

 "아하~"

 단신의 남자가 묘한 감탄사를 터뜨리자 무뚝뚝한 인상의 남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시훈이 니는 키도 작은데 얼빵하기까지 하면 답도 없다"

 남자의 말에 단신의 사내, 시훈이 발끈한다.

 "내가 키 얘기하지 말라했제!?"

 "팩폭?"

 "이...이..."

 

 몸을 부들부들 떨던 시훈이 곧바로 남자를 쏘아붙였다.

 "조승현 니는! 솔직히 까놓고 얘기해서 우리 팀에서 내 빼면 니가 제일 작다아이가!? 지도 175cm도 안되믄서 어디..."

 "그래서 내가 항상 니한테 고맙게 생각한다"

 "..."

 무뚝뚝한 인상의 남자, 승현의 말에 시훈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내가 팀에서는 2번째로 작지만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평균이상이다?"

 "니 똥 굵다 십새야!"

 시훈의 말에 승현이 피식하고 웃었다.

 "그리고... 이제 그 사투리 좀 고치지? 자꾸 쓰니까 애들이 촌놈이라고 놀리잖아. 프로가서도 놀림거리 될래?"

 "시누이 납셨네 시누이 납셨어. 고마 탁탁 쌔리 지기삤으모 좋긋네"

 

 개승중학교를 졸업한 직후 시훈과 승현은 사이좋게 서울에 있는 지역 3대 야구명문 고등학교, 숭례고에 진학했다.

 각자 숭례고의 유격수와 2루수 보직을 맡고 있는 둘은 뛰어난 수비력과 높은 타율을 바탕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지역 유망주로 성장했다.

 그런 시훈과 승현을 국내 프로구단에서도 눈독 들이고 있어 큰 이변이 없는 한 둘 모두 상위 라운드에 지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왠만하면 이제 표준어를 써보도록 해"

 "하이고~ 누가 보면 지는 표준어 앵가이 잘 쓰는 줄 알긋네"

 "...?"

 시훈의 말에 승현이 짐짓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왜?"

 "니 재작년에 편의점, 기억 안나나?"

 "..."

 "삼각김밥 하나 사먹으면서 아르바이트하는 누나한테 뭐라고 했노?"

 "..."

 "이것 좀 데파주세요? 풉! 데파돌란다. 그 때 그 누나 말이 더 가관이었제?"

 "..."

 "저희 편의점에 대파는 안 파는데요. 크크크크크크. 케케케케케케케케"

 짐짓 여자 목소리를 흉내낸 시훈이 배꼽이 빠져라 웃기 시작했다.

 "하! 어이가 없어서. 그래서 니는 그 때 뭐라고 했노!?"

 흥분한 승현이 사투리로 말을 잇기 시작했다.

 "내? 내 뭐?"

 "아, 누나. 그게 아니고요. 뎁...뎁혀주세요. 이지랄 했다아이가!?"

 "그거는..."

 "데워주세요를 몰라가지고 뎁혀주세요 이 지랄해놓고 뭐? 대파가 어째? 대파로 빠마따구를 후려 갈기뿔라, 난쟁이 똥자루같은게"

 

 빠직

 "난... 난쟁이 똥자루우?"

 "그래! 아니지, 이러면 난쟁이 똥자루한테 욕하는 거네. 실수"

 "이...이... 오냐, 똥자루한테 한 번 죽어봐라"

 목적지에 도착하고도 커다란 건물 입구에서 한참을 투닥이던 두 사람의 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지기 시작했다.

 

 "느그는 여전히 사이가 좋네"

 "...?"

 순간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시훈과 승현이 동시에 고개를 돌린다.

 두 사람의 반응에 씨익 웃은 거구의 사내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헬로우~"

 사내의 얼굴을 확인한 시훈과 승현이 눈을 찢어질 듯 크게 뜨더니 동시에 외친다.

 "태수야!"

 

 *********************

 

 건물 내부 한 구석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시훈이 태수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거야?"

 "뭐가?"

 "그... 언제 한국에 온거냐고"

 "엊그제 왔다.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연락할 정신이 없었네. 쏘리"

 태수의 말에 이번에는 옆에 있던 승현이 물었다.

 "한참 바쁠 때 아냐? 너 분명히 메이저리그에..."

 태수가 미국으로 떠난 뒤 전혀 연락이 없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말을 잇던 승현이 말끝을 흐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태수가 씨익 웃었다.

 "미국의 신인드래프트는 한국보다 2주 정도 빨리 진행됬다"

 "그럼..."

 "나 계약했다"

 "...!"

 

 이어지는 태수의 말에 시훈과 승현이 눈을 크게 떴다.

 "계약이라면 설마..."

 "워낙 괴물같은 놈들이 많아서 대학에 진학해서 조금 더 경험을 쌓을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지역 구단에서 이쁘게 봐줬는지 지명해주더라고, 그것도 조금 상위 라운드에"

 "대박!!!!!"

 태수의 말에 흥분한 시훈이 큰 소리로 외쳤다.

 순간 주변에서 집중되는 시선을 느낀 시훈이 얼굴을 붉히며 말을 잇는다.

 "그럼 이제 진짜 메이저리거?"

 "야! 누가 신인을 바로 메이저리거로 써주노! 임마 이거 아직 세상물정 모르네. 마이너부터 차근차근 경험을 쌓게 하겠지"

 "아하~"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시훈을 보며 옆에 있던 승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그 한숨은 뭐고?"

 "니 얼빵함에 그저 경의를 표한다"

 "오늘따라 이 새끼가 시비가 좀 심하네? 오늘 한다이 할래?"

 

 또 다시 티격태격하기 시작하는 두 사람을 잠시 바라보던 태수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누구 찾아?"

 한 손으로 시훈의 머리를 짓누르며 승현이 묻는다.

 "금마는 어디갔노?"

 "금마?"

 "왜 있다이가, 이름에서부터 박진감이 넘치는 놈"

 "아!"

 익숙한 이름에 승현이 감탄사를 터뜨리자 씩씩 거리던 시훈도 동작을 멈췄다.

 

 "그러고보니 우리 박스타님이 안보이네"

 "박스타?"

 시훈의 중얼거림에 태수가 반문했다.

 "아니, 자네! 청룡기가 낳은 슈퍼스타 박스타님을 모른단 말인가!?"

 시훈이 자못 호들갑을 떨어대기 시작했다.

 "박진감이가 그렇게 대단한 놈이 되었다고?"

 태수의 물음에 옆에 있던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전체 1라운드 지명권을 가진 구단이 미치지 않은 이상... 120퍼센트 확률로 진감이를 지명할거야"

 "적으로 만난 그 썩을 놈이 얼마나 대단한 놈이었는지 새삼 깨달았다아이가. 이왕이면 이번에는 같은 팀 되고 싶다"

 "오..."

 승현의 말을 시훈이 받자 태수가 묘한 감탄사를 터뜨렸다.

 

 빠르게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승현이 순간 딱하고 움직임을 멈추더니 한 쪽 방향을 가리킨다.

 "저기 오네!"

 승현의 말에 시훈과 태수의 고개가 건물 출입문 방향으로 동시에 돌아간다.

 

 그 순간...

 "꺄아아아아아아악! 진감이 오빠아아아아아아!"

 귀청을 울리는 여자의 높은 고함소리에 한 쪽 귀를 틀어막은 태수가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세연이 저 가씨나는 아직도 저 지랄하고 있나?"

 태수가 시선을 돌린 곳에 용민의 딸 세연을 포함한 일단의 여고생 무리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니 근데 저 새끼는 뭐 저리 인기가 많아. 내보다 꼬추도 작을 것 같은데..."

 "잘생겼잖아"

 시훈의 말에 태수가 입을 다물었다.

 "기승전얼굴요"

 "아무래도 우리가 직접 가야할 것 같..."

 승현이 중얼거리던 그 때, 스피커를 타고 사회자의 목소리가 건물 내부에 울려퍼진다.

 

 "아, 아. 지금부터 2011 KBO리그 1차 신인드래프트를 시작하겠습니다"

 떠들썩하던 건물내부가 순간 조용해지자 사회자가 말을 잇는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기 때문에 바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전체 1라운드 지명권을 가지고 있는 대전 이글스 관계자 분, 앞으로 나와주세요"

 사회자의 말에 무대 바로 앞에 앉아 있던 뚱뚱한 체구의 사내가 마이크를 건내받았다.

 

 "아, 아. 그럼 바로 지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순간 건물 내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대전 이글스 관계자의 입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저희 대전 이글스는..."

 

 꿀꺽

 몇몇 사람들이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용무고등학교 투수 박진감. 지명하겠습니다"

 관계자의 말에 일부 사람들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나머지 사람들은 아쉬운듯 탄식을 내뱉었다.

 건물 뒤 쪽에 앉아 있던 진감이 자리에서 일어나 모자를 벗고 꾸벅 고개를 숙인다.

 

 "점마저거 키도 더 큰 것 같노"

 태수의 말대로 이제 진감의 키는 190cm에 육박해있었다.

 "저거 근데 저리 말라가지고 힘은 쓰겠나?"

 태수의 말에 승현과 시훈이 동시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박진감이 힘을 쓰겠냐고?"

 "저 괴물이 힘을 쓰겠냐고?"

 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열자 태수가 멍한 표정을 짓는다.

 "니네 뭐냐?"

 "나중에 직접 봐라. 니 눈으로 직접 보면 그런 말을 못하겠지"

 시훈이 말을 끝마치자마자 다음 라운드 지명권을 가진 구단의 선수지명이 계속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시훈과 승현 모두 각각 광주 타이거스와 인천 와이번스에 1차 지명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이것으로 KBO 1차 신인드래프트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을 끝으로 건물 내부를 가득 채우는 박수소리와 함께 2011 KBO 1차 신인드래프트가 끝이 났다.

 

 그리고...

 태수가 3년만에 만나는 진감의 공을 보게 되는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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