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라이징 패스트볼
작가 : 조선생
작품등록일 : 2017.6.29
  첫회보기
 
17화. 한국시리즈
작성일 : 17-07-24     조회 : 303     추천 : 0     분량 : 4843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야구 선수들, 그 중에서도 투수들은 간혹 평소보다 유난히 공이 손가락에 잘 감기면서 본래 능력보다 훨씬 뛰어난 공이 던져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을 공이 잘 긁히는 날이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진감에게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아! 결국 역사에 남을 이 경기가 연장전으로 갑니다! 2017 타이어은행배 KBO리그 한국시리즈 7차전! 대구 라이온스 대 대전 이글스, 대전 이글스 대 대구 라이온스! 스코어는 여전히 0:0인 상태로 10회 초, 대전 이글스의 공격으로 이어집니다! 허구현 해설위원님! 이번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대구구장 중계석 좌측에 앉아 있던 해설위원 박무성이 흥분한 목소리로 옆에 앉아 있는 허구현 해설위원에게 물었다.

 "어느 누가 예상을 했겠습니까? 7번이나 우승을 한 라이온스와 만년 꼴뜽 대전 이글스가 한국 시리즈에서 붙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어요"

 "그렇다면 허위원님은 대전 이글스가 우승할 것으로 본다는 것인가요?"

 

 박무성의 물음에 허구현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것을 제가 말한다는 것은 편파 판정이기 때문에 말하기가 조금 어렵네요. 그렇지만 박진감 선수에 대해서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히 박진감 선수의 어떤 부분이 대단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그 어려운 이글스 상황에서도 자기 공을 던진 것이, 결국 이글스를 한국 시리즈에 올려 놓았어요. 박진감 선수 보세요. 패스트볼이면 패스트볼, 변화구면 변화구, 투구 컨트롤에 순간순간의 센스, 투구 메커니즘까지. 정말로 장점이 무궁무진한 선수가 바로 박진감선수에요. 저는 이렇게 평가합니다"

 "하하하. 박진감 선수에 대한 허위원 님의 평가, 잘 들었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연장전 10회 초! 대전 이글스의 공격이 시작됩니다!"

 박무성이 말을 끝마침과 동시에 심판이 큰 소리로 외친다.

 "플레이!"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미 만원(滿員)인 대구 경기장,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과 함께 최후의 승자를 가릴 한국시리즈 7차전 10회 초, 대전 이글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있던 승현이 옆에 있는 시훈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연장전 시작하네. 7년차 소년가장인 진감이가 과연 이글스를 우승시킬 수 있을까?"

 승현의 말에 시훈이 웃음을 터뜨렸다.

 "푸핫! 우승? 이글스가?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우승할 확률이 더 높겠다"

 "니가 그렇게 비웃는 이글스가 지금 이 경기만 이기면 우승인데도?"

 승현의 말에 멈칫한 시훈이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응, 안돼. 야 조승현. 너 뭔가 잊었나본데. 이글스라니까? 너 이글스 몰라? 만년 꼴지, 목표는 8등, 대전 치킨스..."

 이글스에 붙은 별명을 계속 중얼거리려는 시훈의 입을 승현이 급히 틀어 막았다.

 "조용히 해!"

 순간 인상을 찌푸린 시훈이 입 위의 손을 탁하고 쳐냈다.

 "아 왜! 내가 틀린 말 했..."

 

 말을 하다 말고 승현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 시훈이 침을 꿀꺽 삼켰다.

 수 많은 이글스 팬들이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지... 어휴, 저, 저 돈만 오질나게 많은 라이온스 자식들. 감히 우리 이글스한테... 오~뽜! 라고 불러다오! 김태건! 오~뽜! 라고 불러다오! 김태건!"

 순식간에 태세를 전환한 시훈이 이글스의 4번 타자 응원가를 목이 터져라 부르기 시작했다.

 

 주변의 시선이 누그러지는 것을 확인한 시훈이 빠르게 승현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댄다.

 "야, 얘내 뭐야? 이 사람들이 내가 평소에 알던 그 대전 부처님들이 맞는거야? 하는게 꼭 자이언츠 아재들 같잖아"

 몸을 부들부들 떨며 빠르게 말을 내뱉는 시훈을 보며 승현이 피식 웃었다.

 "말했지? 입 조심하라고"

 "아니, 보살님들이 이렇게 화낼 줄 알았냐고!"

 

 따아아아아악!

 순간 경기장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나무배트 타격음에 승현과 시훈이 동시에 타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이글스 팬들의 기대로 가득찬 탄성과 함께 중앙 팬스를 향해 쭉쭉 뻗던 공이 그대로 전광판을 강타한다.

 

 터엉!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순간 터져나오는 함성소리에 귀를 틀어막은 시훈이 설마 하는 눈빛으로 승현을 바라본다.

 "이거 설마 진짜 우승하는 각...?"

 "오뽜~ 라고 불러다오~ 김태건! 오뽜~ 라고 불러다오~ 김태건!"

 승현이 무어라고 중얼거렸지만 관중들이 부르는 응원가 소리에 금새 파묻혔다.

 

 이글스 팬들의 환호 속에 그라운드를 천천히 한 바퀴 돈 김태건이 홈 플레이트에 도착하자 번쩍 손을 들어올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김태건의 세레머니에 함성을 지른 이글스 팬들이 기대에 가득찬 눈빛으로 백투백 홈런을 연호했지만 후속타자들이 삼진, 2루 땅볼, 내야 플라이를 치고 물러남으로써 경기는 그대로 10회 말, 대구 라이온스의 공격으로 넘어갔다.

 

 "진감이 지금까지 몇 구 던졌지?"

 양 팀의 공수가 전환되는 짧은 시간, 승현이 시훈에게 물었다.

 "110구였나? 그 정도 던진 걸로 기억하는데?"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9이닝 무실점 완봉 페이스라... 괴물은 괴물이네"

 "문제는 감독이 연장전을 그대로 진감이로 밀고 나가느냐, 그러지 않느냐 겠지"

 시훈의 중얼거림을 들은 승현이 마운드를 바라본다.

 "진감아..."

 

 ********************

 

 "던지고 싶습니다"

 이제는 완전히 성인이 된 진감이 굳은 눈빛으로 말하자 이글스의 감독, 한성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안돼"

 "감독님!"

 "안됀다면 안돼! 안 그래도 지난 7년간 수 많은 혹사 논란을 피할 수 없었던 너다! 아니,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이 지금 이 경기만 봐도 112구야! 여기서 더 던지겠다는거냐!?"

 "예! 꼭 던지고 싶습니다!"

 "야! 박진감!"

 강렬한 성진의 눈빛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은 진감이 입을 열었다.

 "감독님, 이글스의 선수로서 이 경기가 제 마지막 경기라는 것.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진감의 말에 순간 성진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건..."

 "던지게 해주십시오"

 타오르는 듯한 진감의 두 눈을 보며 성진이 한숨을 내쉰다.

 "하아..."

 

 ********************

 

 "아~ 과연 이 시점에서 이글스는 투수를 교체할까요? 아! 말씀드리는 순간 누군가 마운드 위로 걸어 올라갑니다!"

 박무성의 외침과 동시에 190cm에 이르는 큰 키를 가진 사내가 마운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마운드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던 허구현 해설위원이 순간 눈을 빛낸다.

 "아!!!! 대쓰요!!!!! 여기서 다시 박진가미!!!!! 시리즈 마지막을 완봉승으로 끝마치기 위해 다시 마운드에 올라옵니다!!"

 "허 위원님의 말씀대로 10회 말,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이닝에 또 다시 박진감 선수가 나오네요! 투구수가 이미 112구에 달하는 상황! 과연 이글스 팬들의 오랜 한을 풀어줄 수 있을지, 그 경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마운드에 올라선 진감이 짧게 심호흡한다.

 "후우..."

 '앞으로 3명'

 타석에 들어서는 라이온스의 타자를 발견한 진감이 눈을 빛냈다.

 '우선 1구!'

 

 "흐읍!"

 부드럽게 와인드업하던 진감이 순간 이를 악물며 공을 흩뿌린다.

 스트라이크 존 정중앙을 향해 날아오는 공을 발견한 라이온스의 6번타자가 순간 눈을 빛내며 배트를 휘둘렀다.

 

 그 때...

 "...!"

 일직선으로 날아오던 공이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 이르러 급격히 솟구쳐 오르기 시작한다.

 "크윽!"

 

 부우우우웅~

 "스투~~~~라이크!"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심판의 외침이 경기장에 울려퍼진다.

 "10회에 라이징 패스트볼이라니..."

 허탈한 표정으로 중얼거린 라이온스의 6번타자는 그대로 두 번의 배트를 허공으로 더 휘둘러 삼구삼진으로 물러났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박진감! 박진감! 박진감!"

 10이닝 완봉승이라는 대기록을 남겨두고 이글스 팬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이어 타석에 들어서는 라이온스의 7번타자.

 '앞으로... 2명!'

 이 쯤 되자 돌부처같던 진감도 조금씩 가슴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침착하자... 하던대로만...'

 이를 악문 진감이 미트를 향해 공을 뿌렸다.

 "흐읍!"

 

 따아아아아아악!

 상대 타자가 초구부터 배트를 휘두름과 동시에 경쾌한 타격음이 귓가를 때리자 진감이 순간 눈을 크게 떴다.

 "...!"

 

 터억!

 1루-2루 간을 꿰뚫을 것 같던 공이 이글스 2루수의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로 그대로 글러브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글스 팬들의 함성소리와 함께 이제는 침울한 표정의 라이온스의 팬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자아아아아아아아아!"

 큰 기합소리를 내지른 진감이 타석에 들어서는 마지막 타자를 바라보며 전의를 불태운다.

 그리고 이어지는 와인드업.

 "후웁!"

 공을 흩뿌리던 진감이 순간 눈을 크게 뜬다.

 '...실투!'

 

 따아아아아아아아악!

 경쾌한 타격음과 동시에 배트 한 가운데 정확히 맞은 공이 좌측 팬스를 향해 쭉쭉 뻗어나간다.

 "어어어어!"

 관중들의 묘한 탄성소리와 함께 끝 없이 뻗어나가던 공이 그대로 좌측 팬스를 강타했다.

 이글스 팬들과 라이온스 팬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아아아아아..."

 그 사이 라이온스의 8번 타자는 2루에 안착했다.

 "타임!"

 상황이 이렇게 되자 라이온스 쪽 더그아웃에서 타임을 요청하더니 곧바로 타자를 교체한다.

 

 ********************

 

 "여기서 교체라니... 역시 그 사람이 나오겠지? 부상이라도 한 타석 정도는..."

 시훈의 말에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마도..."

 잠시 후 더그아웃에서 걸어 나오는 남자를 발견한 시훈과 승현이 탄성을 내질렀다.

 "역시..."

 

 14시즌 통산 타율 3할 2리, 홈런 605개, 2050안타.

 영원한 라이온스맨이라 불리는 이승우가 타석에 들어선다.

 

 잠시 배트를 휘휘 휘두르던 이승우가 가라앉은 눈빛으로 마운드를 바라본다.

 이승우가 타격자세를 취하는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진감이 작고 빠른 동작으로 공을 뿌린다.

 '퀵모션...!'

 순간 눈을 빛낸 이승우가 엄청난 스피드로 배트를 휘둘렀다.

 

 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경기장을 가득 울리는 타격음, 타구를 쫓는 관중들의 시선,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아쉬운 탄성소리.

 

 경기는 끝났다.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25 25화. 변화구 7/27 272 0
24 24화. 승부 7/27 300 0
23 23화. 테스트 7/27 288 0
22 22화. 만남 7/27 316 0
21 21화. 숭례고등학교 7/27 294 0
20 20화. 우완투수 7/27 286 0
19 19화. 회귀 7/27 324 0
18 18화. 몰락, 패전투수 7/24 293 0
17 17화. 한국시리즈 7/24 304 0
16 16화. 첫 걸음 7/24 310 0
15 15화. KBO 신인드래프트 7/24 321 0
14 14화. 징계 7/14 304 0
13 13화. Good Bye 중학야구 7/11 305 0
12 12화. 경기종료 7/9 302 0
11 11화. 열정(熱情) 7/8 324 0
10 10화. 위기 7/7 318 1
9 9화. 우리의 에이스 7/7 314 1
8 8화. 투수놀음 (1) 7/4 320 1
7 7화. 에이스의 의미 7/3 298 1
6 6화. Game Start 7/2 294 0
5 5화. 라이벌의 의미 7/1 324 0
4 4화. 전국중학야구선수권대회 6/30 310 0
3 3화. 중등부 최고의 유망주 6/30 305 1
2 2화. 야구해 볼 생각 없니? (2) 6/29 365 2
1 1화. 나아갈 진, 살필 감, 내 이름은 박진감 6/29 52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