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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패스트볼
작가 : 조선생
작품등록일 : 2017.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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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숭례고등학교
작성일 : 17-07-27     조회 : 294     추천 : 0     분량 : 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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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승현이... 소개팅?"

 진감이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야! 어이가 없지? 그지? 나도 어이가 없다니까? 여자한테 눈길 한 번 안주던 돌부처 같은 놈이 소개팅! 얌전한 고양이가 먼저 오두막에 올라간다더니..."

 "부뚜막이겠지"

 "아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친구로서 이거 지켜볼 수만 있냐? 어?"

 "..."

 침묵을 지키는 진감의 반응에 시훈이 역정을 낸다.

 "아, 재미없어! 박진감이 니는 이름값을 못해. 박진감이 없다고! 그 조승현이 지금 소개팅을 한다고요. 예?"

 시훈의 말에 진감이 회귀 전에 있었던 일들을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진감이 회귀하기 전에도 시훈이나 승현과는 마이너리그로 강등되기 전까지 자주 연락을 주고 받았기에 어느 정도 그 소식을 알고 있었다.

 '분명히... 10년 사귄 첫 사랑하고 결혼을 했지. 그 것도 27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시기상으로 지금 승현이 만날 여자가 미래에 승현의 와이프일 확률이 높았다.

 시훈과는 항상 티격태격하지만 평소 매우 무뚝뚝한 성격인 승현이 몇 번이나 소개팅을 하고 다닐 가능성은 낮을테니까.

 

 이 쯤되자 진감도 호기심이 동하기 시작했다.

 "어딘지는 알아?"

 "알지! 내가 누구야! 개승중의 정보통! 손시훈이 아니냐!"

 기다렸다는듯 속사포로 말을 내뱉는 시훈을 보며 진감이 피식 웃었다.

 눈 앞에 시훈이 있었다면 분명 강아지처럼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는 모양새였을 터다.

 "그럼... 한 번 가볼까? 그 무뚝뚝한 승현이가 과연 어떤 여성 분을 만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너희한테 할 말도 있으니까"

 "할 말? 얼마든지 하고! 너 그럼 가는거다? 콜한거다!?"

 "그래, 그래"

 "야! 확실하게 대답해. 니 이름... 아니 박진감 없는 니 이름 걸어서 뭐에 쓰겠냐. 니 가랑이 사이에 그거 걸고 무조건 가는거다?"

 "알았다니까"

 묘하게 들뜬 시훈의 목소리를 들으며 진감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예스! 3:3 미팅!"

 "잠깐. 뭐? 3:3미팅? 그게 무슨 소리야?"

 "실은 조승현이 혼자 소개팅하는거 배 아파서 나도 같이 끼워달라고 부탁했었거든"

 "..."

 "그런데 뭐 그 여자가 자기 쪽 친한 친구들이 2명이 있어서 다 같이 볼려면 1명 더 데리고 와서 인원을 맞춰주라고 하더라고. 한 사람만 데리고 가기 곤란하다고"

 "...그래서?"

 "그래서긴 뭘 그래서야. 때 마침 우리의 구세주 진감군이 나에게 전화를 준 거지. 크하하하하하. 싸랑한다, 진감이"

 시훈의 말에 진감이 멍한 표정으로 더듬더듬 말을 내뱉는다.

 "야, 잠...잠깐"

 "오후 3시까지 우리 자랑스러운 모교 앞에 있는 까페로 와라! 거기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아니 약속까지 벌써 잡아뒀다고?"

 "무조건 1명 구해간다고 했지. 너한테 연락 안왔으면 미국에 있는 태수라도 데려갈 작정이었다! 나 이제 준비 좀 해야 하니까 시간 늦지 말고 나와!"

 "잠깐..."

 이내 통화가 끊긴 것을 확인한 진감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시간은 오후 1시, 약속시간까지 2시간 남짓 남았으니 슬슬 나갈 준비를 해야한다.

 "이 나이에 미팅이라니..."

 회귀 전 진감의 나이가 딱 서른 살이었다.

 연애경험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껏 만난 여자들은 야구에 미쳐있는 자신을 금새 떠나갔다.

 오죽했으면 최장 연애기간이 2개월이었을까?

 머리를 긁적이던 진감이 이내 화장실을 향해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2시간 뒤, 개승중학교 근처의 한 까페에서 진감이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옆에 있는 시훈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2명의 여자들에게 입을 조잘거리고 있었다.

 승현도 평소와 달리 옅은 미소를 띈 채 앞에 앉아 있는 차분한 인상의 여자와 조용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진감이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뭐 꿔다 놓은 보릿자루도 아니고...'

 

 "우리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

 시훈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단발머리의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옆에 있던 여자가 덩달아 일어났다.

 친구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자 혼자 앉아있기 어색했던지 즐거운 표정으로 승현과 얘기를 나누고 있던 차분한 인상의 여자도 엉거주춤 따라 일어났다.

 자신의 시야에서 여자들이 완전히 사라지자 시훈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자들은 왜 항상 화장실에 갈 때 우르르 몰려다니는 걸까?"

 자신의 말에 진감이 어깨를 으쓱하자 시훈이 이번에는 승현을 바라본다.

 "이욜~ 조승현이. 분위기 좋던데?"

 "우리 은비 예쁘지?"

 승현의 말에 시훈이 멍한 표정을 짓는다.

 "우...우리 은비?"

 "은비는 넘보지 마라"

 이어지는 승현의 말에 이번에는 진감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승현이 와이프 이름은 은비가 아니라 희수였는데...'

 "우와, 멋쟁이 납셨네, 멋쟁이 납셨어. 그럼 나머지 두 명은 다 내꺼!"

 시훈이 씨익 웃으며 말을 잇는다.

 "진감이는 나 때문에 억지로 나온거잖아?"

 시훈의 넉살에 기가 찬 진감과 승현이었다.

 

 때마침 여자들이 돌아오자 시훈이 입을 다물었다.

 "미안. 우리가 조금 늦었지?"

 단발머리가 잘 어울리는 소녀의 말에 시훈이 아니라는 듯이 손사래를 쳤다.

 "늦기는~ 괜찮아, 괜찮아. 나는 배려심이 많은 남자라고?"

 "키도 작은데 배려심이라도 많아야지..."

 순간 조용히 중얼거리는 승현의 목소리를 들은 시훈이 팍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호호, 그래도 약속시간도 늦었는데 미안해서..."

 단발머리 소녀의 말에 인상을 푼 시훈이 씨익 웃었다.

 "에이, 우리 만난다고 꾸미고 온다고 늦었던 거 아니가? 얼굴에서 그냥 물광이 번쩍번쩍한게 눈을 못 뜨겠는데"

 시훈의 넉살에 앞에 앉아 있던 여자들이 꺄르륵 웃음을 터뜨렸다.

 "착각하지 마시고~ 우리 원피스 좀 보고 오느라..."

 소녀의 대답에 시훈이 눈을 반짝거리며 속사포로 말한다.

 "헐. 너희들도 그 만화 봐? 대박. 나 진짜 에이쓰 죽을 때 울었잖아. 살다살다 진짜 내가 만화보다가 울 줄은 몰랐다니까? 그 빨간개 내 눈 앞에 있었으면 아주 그냥 반 죽여놨을텐데..."

 "...뭐? 아니, 우리는 옷 말한건데..."

 소녀의 말에 순간 당황한 시훈이 멍한 표정으로 더듬더듬 말을 잇는다.

 "아아... 그렇구나. 원피스 사려구?"

 "응, 근데 미안한데 우리 화장실 한 번만 더 갔다 올게"

 말을 마친 소녀가 옆에 앉아 있는 친구를 데리고 화장실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승현의 앞에 앉아 있던 은비도 어쩔줄 몰라하다가 이내 꾸벅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친구들을 뒤따라 갔다.

 

 "...오타쿠 새끼"

 승현의 중얼거림에 시훈이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 뜯었다.

 "젠장... 그래도 다시 돌아는 오겠지?"

 시훈의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듯 때맞춰 승현이 휴대폰이 울린다.

 우우웅

 짧은 진동음과 함께 수신된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 승현이 휴대폰을 앞으로 내밀며 말한다.

 "만화나 보면서 질질 짜는 남자애랑은 놀기 싫다는데?"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승현의 말에 절규하는 시훈을 잠시 바라보던 진감이 말한다.

 "...승현이 너는 기분 좋아보인다?"

 "응?"

 진감의 말대로 승현의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은비가 다시 날 한 번 잡자네. 둘이서"

 "뭣!?"

 벌떡 고개를 치켜 든 시훈이 승현의 멱살을 틀어쥐고 흔들었다.

 "니 혼자 행복한 꼬라지는 못보겠다. 못 가! 죽어도 못 보내!"

 "켁, 켁. 놓고... 놓고 얘기해"

 

 익숙한 모습으로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보며 옅게 미소짓던 진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승현아, 시훈아"

 "못 가! 차라리 이자리에서 죽어라! 죽어!"

 "아 좀 놓고 얘기하라고!"

 자신의 부름에도 여전히 실랑이하는 모습을 보며 진감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나 숭례고로 진학할거야"

 "뭐?"

 "뭐?"

 순간 시훈과 승현의 고개가 훽하고 돌아간다.

 "숭례고에 갈거라고"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승현이 진지한 얼굴로 되묻는다.

 "왜 굳이 서울에 있는 숭례고까지... 진감이 너라면 충분히 용무고등학교에도 진학 가능할건데..."

 "그러니까. 니가 뭐 할라고 숭례고까지 오노? 내나 승현이야 미리 얘기된게 있어서 가는거지만... 진감이 니는 그런 것도 아니잖아?"

 승현의 말에 시훈이 맞장구치며 되물었다.

 "역시... 힘들까?"

 시훈이 급히 손사래 쳤다.

 "아니 진감이 니가 숭례고에 올 실력이 안된다는게 아니고... 니가 온다하면 숭례고 감독님이야 엎드려 절까지 하시겠지. 내 얘기는... 아무것도 걸리는 것도 없는데 굳이 왜 숭례고에 진학하려고 하냐고?"

 "나도 시훈이 생각과 같아. 집 바로 앞에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 야구부를 두고 왜 숭례고에 진학하려고 하는건지 이해가 가지 않네. 특히 투수라면 메이저리거 출신인 정준호 감독님에게 직접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을텐데..."

 승현이 진지한 얼굴로 말 끝을 흐렸다.

 

 "이유라면..."

 잠시 머리를 긁적이던 진감이 씨익 웃었다.

 "너희랑 계속 함께 야구하고 싶으니까?"

 이어지는 진감의 말에 승현과 시훈이 동시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장난 하지말고..."

 "장난 같아?"

 진감이 진지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럼 진짜..."

 진감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처음부터 너무 쎈 팀에 가면 재미없잖아?"

 "..."

 "그리고... 솔직히 대한민국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내야콤비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아니겠어?"

 말을 마친 진감이 씨익 웃으며 주먹을 앞으로 내밀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명품내야콤비"

 진감의 말에 이내 승현과 시훈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진감이가 뭘 좀 아네"

 시훈이 코 끝을 훔치며 주먹으로 진감이 내민 주먹을 툭하고 쳤다.

 "나야말로 잘 부탁해, 에이스"

 승현이 주먹을 내밀며 말을 이었다.

 

 훗날, 야구명문으로 불리는 숭례고등학교를 이끌 주역들의 첫 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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