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막차를 놓쳤다.
아르바이트 중이던 호프집 사장님이 주말이니 조금만 더 봐달라고 했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고, 정신차려보니 어느새 나는 가게의 마감일까지 돕고 있었다.
고로 현재 시각은 새벽 두시.
차도 얼마 다니지 않는 한남대교 위를 재지 못한 걸음으로 걷고 있는 중이다.
택시비로 받은 만 원짜리 지폐는 주머니에 곱게 모셔둔 채 말이다.
나 도유정.
스무살만 되면 인생이 아~주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수순대로 대학에 들어갈 줄 알았고, 잘생긴 남자와 연애를 시작하고, 멋진 오피스텔에서 자취를 하며 면허를 따고 차를 몰 줄… 알았단 말이다.
하지만 나는 열아홉 해를 살아온 내가 그동안 얼마나 순진하고 허무맹랑한 꿈을 꿨는지를 스무살이 되고 나서야 알았다.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난 지원했던 세군대의 대학에 모두 떨어졌고, 남자는 꿈도 못 꿀 처지에 반지하의 원룸을 겨우 구했으며 면허는 필기에서 떨어져 정작 운전대는 잡아보지도 못했다.
결국 서울에 홀로 자취하며 재수학원을 다니게 되었고, 덕분에 이리저리 나가는 생활비를 충당하느라 알바몬을 자처해야만 했다.
“하….”
작게 한숨을 내쉬자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종일 접시를 들고 뛰어다니느라 땀에 흠뻑 젖어 있었는데 선선한 3월의 밤공기는 그나마 내게 작은 위로가 되었다.
그렇게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힘없이 걸어 다리의 반절쯤 지났을 때였다.
쾅!!!!!
어디선가 갑자기 폭발하는 듯한 굉음이 들렸고, 깜짝 놀란 나는 자리에 멈춰 서서 몸을 움찔거렸다.
후드에 파묻혀있던 고개를 들자 까만 밤하늘을 배경으로 붉은 불꽃이 꽃잎처럼 번지는 게 보였다.
“미친 거 아니야? 이 새벽에….”
방향을 보니 강 건너의 내가 사는 동네 쪽이었다.
나는 사실 폭죽놀이를 즐기고 있는 누군가가 미친 듯이 부러웠지만 괜스레 짜증이나 볼멘 투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예쁘긴 하네.”
우두커니 서서 불꽃을 감상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별안간 둥근 형체가 빠르게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아니 저건…!”
생에 처음 보는 그것이었다. 책에서만 보던.
“별똥별이다!”
나는 급히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꼭 감은 채 소원을 중얼거렸다.
‘하늘에 있는 신이시여. 하느님, 부처님, 알라딘! 아… 알라딘은 아니지. 아무튼 제발… 지금 제 말을 듣고 계시다면 누구든 제 소원 좀 들어주세요.’
‘제가 이것저것 빌고 싶은 소원이 엄청 많은 데요….’
‘오늘은 그 중에 딱 하나 빌게요.’
‘저도….’
‘…생기게 해주세요.’
주술사라도 된 것처럼 속사포로 소원을 중얼거리다 슬며시 한쪽 눈을 떠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금세 잠잠해진 밤하늘이 보였다.
새까만 도화지. 그 바탕에 몇 개의 별들만이 제 존재를 반짝이며 빛을 뿜고 있었다.
그렇게 새벽은 점점 까맣게 물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