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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왕자 신부찾기
작가 : 초코크로와상
작품등록일 : 2017.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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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프리지아의 바램
작성일 : 17-06-30     조회 : 433     추천 : 0     분량 : 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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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지공주와 왕자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개뿔.

 엄지공주의 피해망상 때문에 온 신경을 엄지공주에게 쏟아야만 했던 왕자는 끝내 노이로제에 걸려버리고 말았습니다.

 꽃밭을 거닐면 벌레가 나와서 잡아갈까 무섭다, 들판에 가면 새한테 물릴까 무섭다,

 시냇가에 가면 물에 떠내려갈까 무섭다 등등.

 결국 보다 못한 여왕이 왕자에게 인간세계로 가서 신부를 맞아 오라고 명합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인간세계에 있을 수 없기에 3년 안에 신부를 맞으라고 합니다.

 또한 꽃의 나라 왕자란 것을 신부 외의 사람에게 들켜선 안되었기에 사람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게 했으나, 한 달에 한 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꽃밭에서 지내지 않으면 영영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고 일러 주었습니다.

 엄지공주에게 시달리다 못해 신부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나게 된 왕자는 지금 사람들 속에 묻혀 살면서 신부를 찾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경쾌한 현관벨소리와 어울리듯 인사말이 들렸다.

 주섬주섬 테이블을 정리하면서 조심히 물뿌리개를 들고 뒷문을 나섰다.

 뒷문을 열자 작은 외길을 중심으로 좌우에 꽃들이 마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을 환영하기라도 하듯 수줍은 얼굴을 들어 보였다.

 

 "미안, 손님이 와서 물 주는 시간이 좀 늦어 버렸네."

 

 물뿌리개를 기울여 물을 주기 시작하자 바람이 불지 않음에도 꽃들이 살아 있어 화답하기라도 하듯 하늘거렸다.

 물을 함뿍 뿌려주어 이제 물이 동이날 듯하면서도 계속해서 물이 흘려내렸다.

 꽃잎에 맺힌 물방울들도 저마다 땅속으로 빨려들어 가 듯 오랜 여행의 시작을 알렸다.

 한바탕 꽃들의 향연을 즐기고 난 남자는 물뿌리개를 내려놓고 꽃밭 건너 또 하나의 문을 열었다.

 

 끼익...

 그곳은 놀이동산도 아니요 동화속 세상도 아닌 판타지책에서나 볼법한 아기자기한 꽃들과 화분, 가구들이 늘어져있고 방 한 가운데는 아직 봉오리를 오므린 큰 튤립이 놓여있었다.

 남자는 방 한가운데 튤립 앞에 서서 튤립의 꽃잎을 검지로 톡톡 두드렸다.

 

 "이제 일어나실 시간입니다."

 "...으음...."

 

 어린아이가 칭얼거리는 듯한 작은 목소리에 남자는 다시 한 번 꽃잎을 두드렸다.

 

 "벌써 해가 중천입니다. 어서 신부님을 찾아야죠."

 "...으음.. 알았다구. 세바..일어날게."

 

 칭얼거림과 거의 동시에 아직이라 여겼던 튤립의 꽃봉오리가 만개하듯 활짝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는 작은 인형과 같은 남자아이가 기지개를 켜며 덜 뜨여진 눈을 비비고 있었다.

 그 모습을 미워하거나 투정하거나 하는 투 없이 남자는 그저 가만히 두 손을 모으고 기다렸다.

 

 "세바는 너무 인정머리가 없어. 삼 세 번이라는 말도 몰라?"

 "여기서는 그다지 좋은 예 같지는 않습니다. 알렉왕자님."

 "쳇.. 재미도 없고...왜 니가 나랑 같이 인간 세계로 왔는지 아직도 미스테리라니까."

 

 꽃술 안에서 일어나 꽃잎으로 올라온 알렉은 꽃잎 끝자락에 서고는 이내 익숙한듯 꽃잎 위에서 세바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방금까지의 어린 왕자는 온데간데 없고 키 훨친한 남성이 귀염귀염한 파자마를 입고 세바 앞에 서 있었다.

 알렉은 아직 잠이 덜 달아났는지 다시 한 번 기지개를 켰다.

 

 "오늘이 몇일이지? 어제 소인화해서 잠들었으니까 이제 1년 남짓 남은건가?"

 "정확히는 370일 하고도 12시간 22분 30여초 남았습니다. 알렉 왕자님."

 "그게 그거잖아. 그리고 내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는 그냥 알렉이라고 부르라니깐."

 "..명 받들겠습니다."

 

 오전 아침햇살이 더욱 더 힘을 발하는 무렵에 눈을 뜨곤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벌이는 두 사람을 문 밖의 꽃들이 재미있다는 듯 살랑였다.

 

 "그래서 오늘 온 손님 중에서 신부가 될 만한 사람은 있었어?"

 "..아니요.. 오늘도 좀 전에 오신 여성 한 분만 있으셨습니다만. 탁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하아.. 아니 어머님도 너무 하시지.. 그냥 우리 나라에서 다른 신부찾으면 될것을 왜 하필 인간세계에서 찾으라는건지..인간 세계에 있으면 그냥 병사를 풀어서 데리고 오면 그만이잖아. 게다가.. 마음이 투명한 사람이라니..왕자인 나를 골탕먹이려는 것이 틀림없어."

 "...분명 깊은 뜻이 있어서 그런 명을 내리신 것일 겁니다."

 "... 세바.. 넌 대체 누구편인거냐?"

 "저야... 항상 알렉님 편이지요."

 "어휴... 됐다 됐어. 내가 말을 말아야지. 나 아침"

 "새벽 꿀은 이미 말라버려서 맛이 없을 것이고 지금은 꽃차와 간단한 쿠키만 준비 가능합니다."

 "...아... 진짜.. 세바.. 내 밥 준비도 안하고... 나 나가서 사먹을래.. 편의점 가게 돈 줘."

 

 세바가 호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꺼낸 돈을 낚아채듯 쥔 알렉은 금액을 확인하면서 다시 한 번 경악했다.

 

 "이게 뭐야? 왜 2천원 밖에 안줘?"

 "죄송합니다. 저희가 꽃집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워낙에 매출이 부진한데다 인간 세계에 올 때 가지고 왔던 보석들을 모두 다 소비 해버려 더 이상 남은 돈이 없습니다."

 "뭐? 세바가 다 써버린거 아냐? 어쩐지. 그렇게 흥청망청 신발을 사들일 때 알아봤어야 했어.쯧쯧쯧."

 

 알렉은 팔짱을 껴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세바에게 눈치를 줬다.

 이럼 알렉의 행동에 세바는 크게 한 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하아... 알렉님. 알렉님께서 인간 세계로 오셔서 제일 먼저 하신 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응? 몰라 뭔데?"

 ".....아닙니다."

 "응? 왜 말을 하다 말어? 얼른 말 안 해?"

 

 선듯 말하기를 주저하는 세바에게 알렉은 말을 재촉했다.

 

 "알렉님께서 인간 세계에 내려오시자 마자 길가에 있는 음식들이 맛있으시다면서 한가게 건너 하나꼴로 음식을 다 섭렵하셨습니다. 어디 그것뿐입니까? 길가에 노숙자들이 너무 가엽고 불쌍하다면서 한 명 한 명 손을 붙잡고 엄지손톱만한 보석들을 손에 쥐어주셨죠.

 TV에 나오는 소년소녀 가장들이 불쌍하다면서 익명의 기부도 하셨고..."

 "그.. 그거야 인간 세계의 백성들이 불쌍하니까..."

 "네, 비록 인간 이지만 백성들을 애민정신으로 돌보아 주신 것 까지는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응? 또 뭐가 있는거야?"

 

 잠시 한 숨을 돌리는 듯한 세바의 말에 알렉은 이제 다인가 라고 말하기도 전에 세바의 말이 이어졌다.

 

 "또 꽃집을 차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렉님의 그런 선행을 보고 어디서 알고 오신 것인지 검은 옷을 입은 분들이 저희 가게에 오셔서 불쌍한 백성들을 위해 기부 좀 해달라고 오셔서 제가 어딘가 수상하다고 그렇게 말렸습니다만, 도움을 청하는 백성들을 못본척 할 수 없다면서 또 한아름 안겨주시고,또"

 "뭐야, 아직 안끝났어?"

 "제일 중요한 게 남았습니다. 아무리 알렉님이 여리고 연약한 여자에게 약하시다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금 한 돈씩을 주실 수 있으십니까? 이러고도 제가 돈을 더 썼다 하실 수 있는겁니까?"

 "으....."

 

 세바의 어마어마한 설명에 알렉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세바는 차마 말을 다 하진 못 했지만 그 이후에 동네 아주머니들한테 치이고 검은 양복 입은 사람들, 자선단체들한테 쫓기듯이 도망쳐 나와 지금의 작은 꽃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럼 어떻게 신부를 찾으라는 거야? "

 ".. 알렉님. 인간 세계에 이런 명언이 있다고 합니다."

 "명언? 그게 뭔데?"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혹은, No pain, No gain."

 "뭐야, 세바. 지금 내가 일도 하지 않고 놀고 먹는다는 소릴하는거야?"

 ".. 뭐..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그렇게 되겠습니다."

 "난 왕자라구. 백성들을 다스리는 게 일이지 여기서 꽃을 팔고 하는 것은 내가 하는 일이 아니란 말이야."

 "..그건 원래 세계에서만 통하는 말이겠지요. 이곳은 인간 세계이니 인간의 룰에 따르는 것이 맞다고 판단 됩니다."

 

 알렉은 세바의 말에 한쪽으로 노려보기만 하던 눈매가 점점 바닥을 향하는 것을 느꼈다.

 세바는 그런 알렉을 보고 작은 어드바이스를 해주기로 마음 먹었다.

 

 "알렉님께서는 그래도 허우대는 멀쩡 하시니 모델을 하셔도 될 것이고, 그게 아니면 언변술이 좋으시니 대변을 하는 일이 어울릴 듯 합니다. 잘 생각해보십시오. 저희들은 아직 인간 세계에 1여년을 더 머물러 있어야합니다. 그 동안 신부님 찾기도 있습니다만 그 전에 저희들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세바의 어드바이스와 일침에 알렉은 다시금 침울해 하면서도 항변하지 못한 채,주섬주섬 옷을 갈아 입고는 집을 나섰다.

 

 '두고 봐. 세바가 턱이 빠질만한 돈을 벌어 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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