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세자빈의 수랏간
작가 : 취련
작품등록일 : 2017.6.30
  첫회보기
 
서문 - 3
작성일 : 17-07-24     조회 : 313     추천 : 3     분량 : 2419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효빈이 도리어 큰 소리로 숙의를 나무랐지만 전하와 중전은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처음으로 듣는 세자의 웃음소리, 그리고 그 웃음소리가 들리도록 하는 이는 다름 아닌 신 내시. 전하는 흐뭇하게 세자를 바라보고 있는 신 내시를 얼마간 빤히 바라보았다. 신 내시는 그걸 아는 지, 모르는 지, 까르르 숨 넘어 가도록 웃어대는 세자를 한없이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승정원의 신 내시라고 했더냐.”

 전하의 목소리가 들리자 신 내시는 정신이 돌아왔는지 몸 둘 바를 모른 채 납죽 엎드렸다.

 “괜찮다. 고개를 들라.”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지만 중전에게 세자를 전해주려던 신 내시는 다시 세자를 꼭 안았다.

 “세자가 영특하여 벌써 제 사람을 만들 모양이다.”

 “....... 전하, 주......죽을 죄를........”

 “괜찮다고 하지 않더냐. 오늘부터 세자를 보필하도록 하여라.”

 “......예에?”

 “보아하니 교육도 제대로 받은 듯 하고, 세자 또한 저 자 앞에서는 목청껏 웃지 않더냐.”

 모여 있던 상궁들과 내시들은 모두 당황하여 서로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전에 없던 일이었다. 내시의 직위를 직접 전하가 관여한 것은 여태껏 단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세자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였으니. 너는 앞으로 세자를 보필하여 그가 성장함에 있어 그 어떤 순간에도 눈을 떼지 말지어다.”

 “서, 성은이 망극 하옵니다.”

 세자가 걸음마를 배우고, 그 어린 나이에 책과 붓을 벗 삼아 가지고 놀고, 말을 배울 때, 신 내시가 모두 그 자리에 함께 했으며 세자는 신 내시를 아비 삼아, 스승 삼아, 그리고 친구 삼아 언제나 그를 믿고 따르며 성장했다.

 

 그렇게 세자의 성장을 보면서 신 내시는 늘 행복했다. 이대로라면 편안하게 내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양부께서 늘 말씀하시길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그 어떤 당파에도 휩쓸리지 않는 보직만이 살 길이라 하셨다. 내시였던 양부 역시 당파에 휘말려 참형을 당했기에 신 내시는 승정원 배정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랬던 그가 세자를 모시다니.

 

 지금의 세자는 서열로 따지면 두 번째인 수빈의 아들이었다. 중전이 병약하여 후사를 볼 수 없게 되자 궐은 온통 자신의 세력을 굳히려고 혼잡했다. 이에 전하는 수빈이 낳은 첫째 아들이 삼칠일(3주)을 넘기자마자 세자로 책봉하였다. 대신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전하는 단 번에 그들의 잡음을 끊어 내었다. 그런 세자를 모신다는 것은 목숨을 내어 놓고 어떠한 빌미로든 역적으로 몰릴 시간만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 내시는 행복했다. 세자의 성장을 보면 볼수록 그가 영특하고 어여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세자가 젖을 떼고 수라를 들기 시작하면서 신 내시의 고뇌는 깊어지기 시작하였다. 입도 짧고 입맛도 예민한 세자를 어르고 달래어 수라를 들게 하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 가장 고달픈 일과였다.

 그렇게 전쟁을 치루는 것 같은 하루하루 속에서 세자는 폭풍 성장을 하였고, 어느덧 뽀오얀 용안이 빛을 내며 허리를 구부린 채로는 그의 용안은 확인 할 수 없을 만큼 자란 세자의 나이 열세 살.

 신 내시가 궁 밖 자신의 사가에서 번을 즐기고 있던 어느 날 밤, 세자가 궁의 담을 넘어 자신의 사가로 찾아와서는 쉬고 있던 신 내시 앞에 해맑게 나타났다. 처음 넘는 궁의 담, 처음 걷는 궁 밖의 길, 그리고 처음 찾는 신 내시의 집.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세자의 몰골은 얼마나 그가 애를 쓰며 신 내시의 집을 찾아왔을지 눈에 훤히 보이도록 엉망이었다.

 “저하, 여기를 어찌....... 그 행색은 또 뭐고 말입니까?”

 “그러게나 말이야. 역시 도성 밖은 위험해.”

 “전하께오서 이 일을 아신다면 소인의 목이 달아날 거라는 우려는 단 일순간도 하지 않으셨습니까?”

 “안 들켰어. 그나저나 나 배고프다, 신 내시.”

 “오늘 소인은 번입니다. 근무 시간도 아닌데 신 내시가 뭡니까? 안 그래도 내시라고 품계가 있어도 무시하는 인간들이 많은데 말이지요.”

 “그럼, 궁 밖에서는 관우, 이름이 관우 맞지? 관우라고 부를까?”

 “부르지 마십시오. 제 나이가 몇인데. 제가 저하 업어 키우고, 저하 말 가르쳐드린 것도 소인입니다!”

 “응, 알았어 관우 형님. 관우 형님, 이 아우가 몹시도 시장하옵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궁의 음식이 아닌 민가의 음식, 국밥을 세자에게 사 주었다. 처음에는 휘적휘적, 냄새도 맡고 이것저것 뒤적이는 것이 결국 수라를 챙겨주었을 때 마냥 입맛만 다시고는 말겠지 했다. 그런 세자가 국밥에 담겼던 숟가락으로 한 숟가락 뜨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숟가락을 팽개치고 후루룩 들고 마시는 것이 난생 처음으로 그릇을 싹 비운 세자의 첫 끼니였다.

 “엇, 지금 시간이 얼마나 되었느냐.”

 “해시옵니다.”

 “준비해. 약속은 약속이니까!”

 결국 신 내시는 오늘 궁궐 담장 밑에 엎드려 세자의 디딤돌 노릇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조선에 신 내시만큼 극한의 직업이 또 있을까. 세자 밥 한 그릇 먹이기 참으로 힘든 노릇이로다!

 

민*기 17-07-27 11:09
 
신 내시랑  저하  케미 대박!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6 [1] - 3 7/27 291 3
5 [1] - 2 7/27 304 3
4 [1] - 1 7/27 297 3
3 서문 - 3 (1) 7/24 314 3
2 서문 - 2 7/24 280 3
1 서문 - 1 (1) 7/24 51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