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hopeness
작가 : 아웃
작품등록일 : 201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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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그녀의 강아지
작성일 : 17-07-05     조회 : 44     추천 : 0     분량 : 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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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오랜만이다. 킨 네가 사냥을 나갈 동안 네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넌 모를걸?”

 “최대한 빨리 돌아오려 했지만, 중간에 애를 좀 먹인 영혼이 있어서요. 그 영혼을 처리하는데 시간을 많이 지체했어요.”

 “세상에. 너를 애를 먹일 정도의 영혼이라고? 그 영혼 굉장히 기가 강한가 보네?”

 친근하게 건네는 대화 한마디, 한마디마다 애정이 깃들어있었다. 그만큼 서로가 아끼고 있다는 말이겠지. 덕분에 두 사람 사이에 내가 낄 자리는 없었지만, 이럴 땐 조용히 빠져주는 게 예의다. 얼른 설거지나 해놔야겠다.

 “네. 그래도 생포하는 대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보여드릴까요?”

 “그래? 한번 볼까?”

 안젤라의 말에 킨이 식탁 아래 내려둔 가방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한참 가방 안을 분주히 뒤적거리더니 금빛으로 빛나는 물체를 담아둔 병을 꺼냈다.

 “읏차. 여기 있어요.”

 식탁에 올라온 병 안에 든 물체는 밝은 빛을 뿜었는데, 만약 주변이 어두웠다면 사위를 밝힐 것 같은 세기였다.

 킨은 가방에서 꺼낸 병을 안젤라의 앞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안젤라는 킨이 가져온 병 안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진심어린 짧은 감탄사를 뱉었다.

 “오. 황금빛 영혼이네.”

 “네. 게다가 최상급까진 그에 준하는 정도의 영혼이에요.”

 영혼에도 등급이 있다고? 드래곤 사냥하고 영혼 흡수하는 게임에서 나오는 그 소울젬 같은 건가? 그렇다면, 내 영혼에도 등급이?

 “영혼에도, 등급이 있는 건가요?”

 처음 듣는 소리에 안젤라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그녀는 직업병이라도 돋은 것인지 병 안을 관찰하기 바빴다. 아무래도 당장은 그녀에게 대답을 구하긴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살며시 고개를 돌려 킨을 바라봤다. 킨은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내가 안젤라에게 했던 질문에 대신 답해줬다.

 “네. 기본적으로 최하급부터 최상급이 있습니다. 그 등급을 매기는 기준은 영혼의 질에 따라 변동되는데, 영혼이 살아생전 가졌던 능력이나 인성, 품행 같은 것들이 영혼의 질을 좌지우지 하죠. 그리고 그 품질은 이렇게 띄고 있는 색의 농도에 따라 1차적인 판별이 가능합니다.”

 흠…. 분명 안젤라가 가지고 있던 영혼들은 가지각색이긴 했지. 색깔도 여러 가지였고, 크기도 제각각이고.

 “그러면…, 등급이 높을수록 좋은 영혼이야?”

 “아뇨. 그렇다고 등급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아무리 높은 등급을 가졌더라도 인성이나 품행이 올곧지 못한 사람의 영혼이라면 악령이 되기 쉽거든요. 그런 영혼은 네크로맨서에게도 위험하죠.”

 “악령?”

 “영혼은 순수한 영체면서 본의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에 아니죠. 그래서 영혼이 깃드는 그릇, 즉 육체가 선한 행동을 할수록 영혼도 맑아지고 온순해지지만, 반대로 악한 행동을 할수록 영혼도 더럽혀지고 타락해 악랄해지죠. 그런 악령은 특별한 연구를 위해 사용되는 걸 제외하면 대개 신전으로 보내져서 정화의식을 하거나 봉인하게 돼있어요.”

 “음? 신전?”

 네? 신전이요?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사제나 홀리 같은 빛 계열과 관련된 곳이라고 말씀드리면 이해가 쉬울까요?”

 …잘못 들은 건 아닌 모양이네.

 “그렇다는 건, 네크로맨서랑 사제가 교류를 한다는 거잖아? 그게 가능해?”

 내 판타지 상식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생명을 창조하는 신을 모시는 프리스트, 그런 신의 법도에서 벗어나 죽은 자의 영혼과 시체를 다루는 네크로맨서. 그 어느 책에서도 이 둘은 절대 공존하진 않았다. 물론 내 판타지 상식이 소설 속의 이야기라는 것도 있지만, 사실상 일반적인 상식선에서도 굳이 사제만이 아니더라도 영혼이나 시체같이 오컬트적인 부분을 다루는 칙칙한 네크로맨서가 곱게 보이진 않을 것이다.

 “물론 가능합니다. 예전에는 적대관계였지만, 지금은 네크로맨서와 신전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신전이 네크로맨서를 반기는 추세입니다.”

 “흠, 싫어했다가 좋아하는 놈들 꿍꿍이가 그렇게 좋진 않을 텐데….”

 “저도 그 의견엔 동의하지만, 당장 추세는 화의적인 분위기이기 때문에 일단은 신전의 태도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이라는 거지…. 아무튼 그건 넘어가고, 만약 악령이 잡히면, 그 악령을 어떻게 해? 네크로맨서한테도 위험하다면서?”

 사제들이 네크로맨서를 반긴다니. 꽤나 신박한 소리였다. 내 판타지 상식선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라 더욱 새롭게 느껴졌다. 다만 조금 뒷맛이 좋지 않은 맛이랄까, 손가락질 하던 놈이 갑자기 악수하자고 손을 내밀면서 웃는 낯을 내밀면 반갑기보단 의심부터 들기 마련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네크로맨서와 신전이 협력관계를 가질 수 있던 겁니다. 영문은 알 수 없지만 신전내부에서 여러 가지 일로 바빠 악령이 돼버린 영혼들의 관리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보니 악령포획까진 손을 쓸 수가 없는 시국에 최근엔 내부에서 교파들의 내부분쟁이 더 심해서져 더더욱 그렇죠. 그래서 네크로맨서들이 영혼을 채집하는 동안 포획하게 된 악령은 무상으로 신전에 이송시키거나 일정량의 현물을 지급받고 이송시키는 식으로 악령을 처리하죠.”

 “말 그대로 사업상의 관계라는 거네.”

 “간단히 정리하면 그렇겠군요.”

 비즈니스 관계라. 딱히 돈독한 관계라고는 할 수 없겠네. 만날 일이야 없겠지만, 웬만해선 만나지 말자.

 “흠…. 신선하네. 이런 건 처음이야. 좀 더 자세히 연구해볼 필요가 있겠는데?”

 대화를 뚫고 지금까지 침묵을 고수하던 안젤라가 입을 열었다. 단순히 혼잣말이었지만.

 “꽤 희귀한 타입인가봐요?”

 “뭐랄까…. 그냥 봐서는 잘 모르겠고. 세밀하게 연구하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

 “그게 뭡니까…. 잔뜩 기대만 부풀리고. 김빠지게.”

 “뭐래! 됐고, 난 이제 다시 연구하러 가볼 테니까 레이크 넌 뒷정리 잘 해놔. 킨, 나중에 보자.”

 “네. 열심히 하세요 주인님.”

 “쳇, 말 안 해도 할 건데 지적질일….”

 “뭐라고?”

 “아이코, 오늘은 설거지거리가 많네~. 얼른 치워야지~.”

 “하여간 저 싸가지는 누가 안 가져가나 몰라. 제대로 치워나!”

 “손가락질 하면서 목소리 안 높여도 잘 합니다~. 평소에 얼마나 성실히 일하는데.”

 “따박따박 말대꾸는. 얼른 해!”

 …갔지? 아씨, 귀 아파. 귀에 딱지 앉겠네. 하여간에 귀는 밝아가지고.

 휴, 드레이크로 부르든 레이크로 부르든 하나로만 불러주면 좋겠건만. 가끔씩 헷갈린단 말이지. 차라리 이자룡일 때가 편했는데. 전부 야, 너로 통일됐으니까.

 “그렇게 좋은가?”

 마치 장난감 선물 받은 어린애가 자기 방에 하루종일 콕 박혀있는 것처럼 안젤라가 지하실에 박혀있을 걸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또 빨래거리 늘 거 아니야….

 “주인님이야 어리셨을 때부터 호기심이 많으셨죠. 어리셨던 나이에도 눈에 밟히시는 것들은 전부 연구해보실 정도였으니까요.”

 “게다가 자존심도 굉장히 세지.”

 그놈의 콧대 높은 자존심은 첫 만남에서 이미 숙지한 바이다. 잊으래야 잊을 수 있나…. 다짜고짜 하대하면서 버르장머리 없다고 마법부터 난사했으니.

 “그것도 주인님만의 개성인 걸요.”

 “그래, 그래. 결론은 주인 편이라는 거지. 됐다 됐어, 난 설거지할 테니까 넌 올라가서 좀 쉬어.”

 “도와드릴까요?”

 자리에서 일어나자 킨이 따라 일어났다. 도와줄 생각인 듯했지만, 방금 전까지 일하다가 온 사람에게 일을 시킬 만큼 난 무뢰한이 아니다.

 “아냐. 넌 네 방에 가서 쉬고 있어. 우리가 시체긴 해도 체력이란 게 있잖아? 체력관리는 제때 해줘야 한다고.”

 시체라 해도 나나 킨의 몸에 피로가 쌓이는 건 변함없다. 시체이기 이전에 우선 언데드니까. 게다가 나나 킨의 몸은 하급 네크로맨서가 만드는 허접하고 이성이 없는 엉성한 유사품들과 달리 이성도 있고 없었으면 했을 피로감이라는 거랑 아픔도 느낄 수 있고. 말 그대로 최상품 중에 최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뭐, 가끔씩 고된 하루를 끝마치고 침대에 누우면 몰려오는 피로감에 이딴 설정은 없었으면, 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그런고로 킨은 충분한 휴식시간을 갖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그리고, 설거지랑 밀린 빨래만 끝나면 ‘늘 하던 걸’ 할 거니까 조금이라도 쉬고 있어.”

 이게 킨이 쉬어야하는 가장 큰 관건이었다. 안젤라가 다시금 영혼 연구에 여념이 없는 지금이 가장 킨의 위한 ‘특별한 교육’을 하기 가장 적절한 타이밍.

 “아, 그렇군요. 드레이크님이 하시는 교육은 체력을 많이 소모하니까요. 아직 안젤라님은 모르시는 거죠?”

 “그래, 체력 참 많이 소모하지. 그리고 안젤라한테는 아무 말도 걱정 마. 그러니까 방에 가서 쉬고 있어. 설거지는 금방 끝나니까.”

 “네. 그럼 먼저 올라가 있겠습니다.”

 수긍한 킨이 이번에도 공수경례로 허리 숙여 공손히 인사하더니 큰방을 나갔다. 그녀도 올라갔으니 이제 내 일만 끝내고 올라가면 안젤라가 알아선 절대로 안 되는 ‘특별한’ 일과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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