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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날 수 있기를
작가 : 부일럼
작품등록일 : 201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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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혀 버린 손목. <순>
작성일 : 17-07-02     조회 : 326     추천 : 0     분량 : 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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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조주이신 아버지는 세상을 창조하셨고, 땅의 관리자로 아버지의 형상을 딴 남자와 여자를 만드셨다. 그리고 만들어진 그들을 보시며 아버지는 무척 기뻐하시었다.

 

 그리고 기나긴 휴식에 들어가시기 전 땅의 관리자인 인간을 옳은 길로 인도하기 위해 천사와 악마를 새로이 창조 하셨다.

 

  순백의 천사들에게는 땅의 주인들을 도덕심과 용서, 윤리, 동경과 같은 선으로 서로 도우며 살도록 유혹 하라 명하였고, 악마들에게는 경쟁과 감정, 질투, 잔혹함을 통해 인간이 어떤 존재보다 강하게 살아가도록 유혹 하라 명하였다.

 

  천사와 악마들은 아버지의 명을 받은 후, 천사는 하늘 그리고 악마는 지옥으로 흩어져 각 구역을 담당하기로 하였는데, 이는 생을 다한 인간들의 영혼을 아버지의 곁으로 돌아가기 전. 땅에서의 기억과 일들을 모두 정리할 시간을 가지는 동안 하늘에서는 축복과 축제를 지옥에서는 형벌을 통해 속죄를 하도록 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모든 일을 마치신 아버지는 오랜 시간 휴식에 들어가시게 되었고, 땅의 주인과 그들을 인도하는 우리들은 아버지의 명대로 각자의 역할을 지키며 오늘날까지 살아오고 있었다.

 

  “아저씨 거기서 잠깐!”

 

  지선은 나의 말을 가로막고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안경 안 쪽 탁한 눈을 부라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잠깐 지선의 모습을 말하자면 얼굴은 작지만 둥글둥글하고 넓적했고, 나쁜 시력 탓에 엄청나게 두꺼운 렌즈를 낀 큰 안경을 끼고 있었다.

 

  체형과 얼굴이 둥글둥글하고 피부가 하얀 것이 마치 마시멜로 두 개를 합쳐 놓은 것 같이 보였다. 아니면 눈사람인가? 그 모습은 내가 아닌 다른 누가 봐도 매력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종교를 가져야 하나요? 아니면 도라도 알아야 하나요? 천사라니 아저씨도 참... 듣자듣자 하니 누굴 바보로 아시나!”

 

  내 얘기를 듣던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짧은 단발머리를 휙 날리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저기... 지선아? 믿기지 않겠지만, 아까 했던 얘기는 반드시 기억해야할 내용이야. 이거 땅에서는 멀리 알려진 얘기 아니었어? 어떻게 넌 모를 수 가 있지?”

 

 “아니 뭐 친구가 읽던 성경 앞부분 조금 읽었을 때 비슷한 내용을 본 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천사는 좀...”

 

  내가 왜 이 아이에게 내 존재가 이런 존재다! 라고 설명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 그전에 이 아이는 왜 내가 보이는 거지? 그동안 천사가 자신이 담당하는 땅의 주인과 소통을 하고 만질 수 있다는 소리를 듣지도 못했었을 뿐 아니라 이 여자애는 나를 보고 당황해 하기는커녕 버럭버럭 큰 소리로 당당하게 따지고 들었다

 

 “근데 날개가 있는 거 보니 사람이 아닌 것 같긴 하네... 우와! 이거 진짜예요?”

 

 “왜이래! 만지지마!”

 

  지선은 이런 내 마음을 전혀 신경도 안 쓰고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잠깐? 날개라고?” 그러고 보니 지선이 만지려고 했던 게 내 몸이 아닌 내 뒤에 어떤 '것'이었다.

 

 “참내... 날개라니! 지금 나 놀려? 천사의 등에 날개가 달려 있다는 소문은 너희 들이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야”

 

  우리 천사들은 이곳으로 내려오기 전 하늘에서 미리 교육을 받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이들에게 어떤 존재로 인식 되고 있는지 쯤은 알 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교육 중에는 우리가 땅에 내려왔을 때 하지 말아야할 것, 담당할 인간의 주변 환경, 문화, 역사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우리는 인간의 생각에 조금씩 충고를 해줄 뿐 인간이 생을 다할 때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라는 규칙에 대해서 배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이 망가졌다.

 

 “아뇨 거기 있는데? 날개? 몰랐던 거예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좋아 그럼 어떻게 생겼지? 색은 어떻고 또 얼마나 크지?”

 

 “음... 일단 무지 커요 지금은 접혀있지만 확 피면 아저씨 키만큼? 색은 무지 까만 대?”

 

 “까매? 내 날개가 검은색이란 말이야?”

 

 “네! 그것도 엄청... 아니 검은색보다 더 어두운... 마치 아무색도 없는 것 같아요. 무슨 천사 날개가 까매? 아저씨 설마... 악마 아니에요?”

 

  천사의 날개가 원래 까맸던가? 내가 아는 바로는 땅의 세계에선 지선의 말처럼 천사의 날개는 새하얗고 악마의 날개가 칠흑처럼 까맸다.

 

 “에이... 아냐! 헛소리 그만하고, 그런데 넌 내가 진짜 확실히 보여?”

 

 “그럼요! 아까 내 손목까지 꽉 잡았으면서.”

 

  천사는 원래 자신이 맡은 인간의 삶에 개입할 수 없다. 단지 생각만 흘려보낼 뿐, 잠시 당황해서 내가 누군지 밝히는 것에 급급했지만, 난 인간의 삶을 바른길로 이끌어갈 의무가 있는 천사이기에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아니 그건! 네가 위험한 생각을 해서 급하게 손을 잡았는데.. 그게 잡혀버렸네?”

 

 “거봐... 먼저 말 걸고 보인 건 그쪽이면서.”

 

  내가 먼저 잡으려고 시도한 건 맞다. 그렇지만 잡힐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지선이 떨어지려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 둘이 만나기 4시간 전 ---

 

 

  학교가 끝난 지선은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무슨 바쁜 일이이라도 있는 듯 빠른 걸음이었지만 뛰지는 않았다. 그녀는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걸었다. 짧은 다리는 바삐 움직였고 안경 속 작은 눈은 주위를 살피느라 바빴다.

 

 “돼지야~!”

 

  급히 걸어가던 지선의 발이 멈췄다. 지선을 돼지라고 부른 네 명의 무리가 멀뚱히 서있는 지선에게 다가왔다. 무리에 중심에는 소희가 있었다.

 

  소희는 긴 생머리를 가졌고, 짧은 치마에 늘씬한 몸매를 가져 주변 남녀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할 정도로 그녀는 아름다웠다.

 

 “지선아~? 언니가 학교 끝나고 기다리라고 했니? 안했니? 자! 여기 붙어야지?”

 

  소희의 무리를 본 지선은 뒷걸음질 쳤지만, 이내 그녀에게 말을 건 소희에게 팔짱을 끼며 달라붙었다.

 

  다정하게 웃으면서 팔짱을 낀 지선은 여고생들 무리에게 둘러싸여 어딘가로 따라가게 되었다.

 

  지선을 포함한 무리가 신호를 건너 분식집 옆 골목을 들어갔을 쯤 소희가 지선의 팔을 툭 치며 팔짱을 풀었다.

 

 “적당히 해라... 언제까지 끼고 있을래?”

 

 “야~! 소희야~!”

 

 

  골목 끝 쪽에 여섯 명쯤 되어 보이는 고등학생 무리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중 가운데 덩치가 제일 큰 남자가 영호였다.

 

  소희와 영호는 사귀지는 않지만 항상 붙어 다녔다. 영호는 소희를 좋아했고, 덕분에 소희는 아무도 건들지 못하게 되었다. 소희에게는 그런 영호가 그저 자신이 키우는 개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였다.

 

 “영호야~!”

 

 “어? 근데 얘는 왜 데리고 왔어?”

 

 “얘 오늘 생일이다? 그럼 뭐다? 돈이 많다~”

 

  소희는 지선의 가방을 빼앗은 뒤 가방 속 내용물을 탈탈 털며 말했다.

 

 “오우~ 용돈~? 어디 보자... 어? 저거 신발 네가 가지고 싶다고 말했던 거 아냐?”

 

  영호는 지선의 신발과 소희의 얼굴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이거 엄마가 처음으로 사준 생일 선물이란 말이야 이건 안 돼!”

 

  지선은 발을 뒤로 빼며 신고 있던 신발을 감추려고 애썼다. 집 안 사정이 좋지 않던 지선의 집에선 생일 선물은 꿈도 꾸지 못했으며, 생일날 고기 먹기도 힘들었다. 그런 지선에게 처음 받은 생일 선물인 신발은 절대 뺏길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이었다.

 

 “야! 돼지? 너 뭐 하냐? 잘난 거 하나 없는 애 학교에서 괴롭힘 안 당하게 보호해 주고 있으면 알아서 기어야지? 어디서 소리를 질러? 야 밟아서 뺏어”

 

  소희에 말이 끝남과 동시에 지선은 뒤로 넘어졌고 소희와 영호의 무리는 지선에게 욕설을 날리며 지선의 몸을 발로 가격 했다.

 

 “얼굴은 때리지 마라 부모님 속상하시겠다.”

 

 “아! 신발 좀 벗겨봐!”

 

  그렇게 한참을 때리던 두 무리는 지선의 신발을 손에 넣고 나서야 폭력을 멈추었고, 소희는 자신이 신던 신발을 툭 던지곤 두 무리와 함께 사라졌다.

 

  지선은 멍이든 몸을 옷으로 감추며 주저앉아 있었다. 손은 퉁퉁 부었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두 시간을 울었을까? 지선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걸어갔다.

 

 

 

 --- 둘이 만나기 10분 전 ---

 

 

 

  지선은 더블 타워라는 곳에 도착했고, 바깥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한 층, 한 층 올라갔다. 한 층 오를 때마다 바람은 매섭게 울었고 달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계단이 끝나는 곳 까지 오른 지선은 말없이 달만 바라봤다.

 

 “이제 그만 할래. 더 이상 나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일만하는 엄마도 못 보겠고, 이렇게 까지 맞아가면서 억울하게 살아야할 이유도 모르겠어.”

 

  그 말을 하고 지선은 몸을 난간에 기대어 몸을 밖으로 내밀었다. 떨리는 손과 발은 가만히 있질 않았고 눈물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지선의 입은 미소를 띠었다. 양쪽 입 고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곧 지선의 눈이 감겼고 두발이 떨어졌다.

 

 "안 돼!"

 

  그렇게 나는 지선의 손목을 잡게 되었고, 나와 지선의 엉뚱한 만남은 그렇게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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