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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날 수 있기를
작가 : 부일럼
작품등록일 : 201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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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라진다면. <순>
작성일 : 17-07-03     조회 : 35     추천 : 0     분량 : 2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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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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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에서 내린 지선은 다시 걸었다. 승강장에서 집까지 거리가 또 멀어서 20분은 더 걸어야 했다.

 

 “근데 아저씨는 언제까지 따라오실 거예요?"

 

 “하... 내가 아까 말했지? 각자 천사와 악마마다 담당하는 인간이 있다고, 난 네가 태어났을 때부터 너와 함께 했어. 너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이 아이는 기억력에 조금 문제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시험 성적이 좋은 게 많이 의외야...

 

 “근데 악마와 천사가 담당하는 인간이 있다고 했잖아요? 그럼 악마는 어디 있어요? 나만 안 보이는 건가?”

 

 “악마는 없어...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네가 태어났을 때 나와 같이 왔어야 할 악마는 오지 않았고 그래서 난 혼자 쭉 너를 지켜 봐왔어.”

 

  처음에 이 아이를 보러 왔을 때 나와 같이 왔어야 할 악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도 악마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줄곧 혼자였다. 그녀가 처음에 스스로 뛰어내리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 난 자책감에 빠져 있었다.

 

  이 아이가 이렇게까지 온 게 모두 내 잘못인 것만 같았다. 만약에 나와 대립하는 악마가 있었다면?

 

 “외로웠겠다.”

 

  난 정말 외로웠던 걸까? 지선의 말 한마디를 듣고. 절대로 나오지 않는 눈물을 쏟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곤 그전에 느끼지 못했던 따뜻한 무언가가 나를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내가 대화 상대 해드릴게요”

 

  잠깐 알 수 없는 감정에 빠지고 난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를 꼭 안아주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만지지 못하고 보이지 않았을 때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 나를 휘감았다. 난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툭툭 쓰다듬고는 그녀를 나에게서 때어냈다.

 

 “감기 들겠다. 얼른 가자”

 “네!”

 

  나는 지선을 앞서 보내고 그 뒤에서 그녀를 따라 걸었다. 가로등 불빛이 그녀를 비출 때마다 따뜻한 온기가 나를 휘어 감는 것이 느껴졌고 그 따뜻한 온기가 사라져 갈 때쯤 우리는 그녀의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선이 왔니?”

 “응! 학교 다녀왔습니다!”

 

  하루 종일 일에 시달려 지친 그녀의 엄마는 방안에 누워 있다가 집으로 들어오는 지선의 소리를 듣고 문틈 사이로 빼꼼 보고는 다시 누워 잠을 청하려 했다.

 

  지선은 신발이 바뀐 걸 엄마가 눈치 채지 못하게 나갔을 때와는 바뀐 소희의 신발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와 거울을 본 지선은 흙투성이인 자신의 모습을 보니 다시 울적해 졌는지 한숨을 푹 쉬고는 갈아입을 옷을 들고 욕실로 향했다.

 

 “아야... 하...”

 

  그녀는 입고 있던 옷이 몸 여기저기에 있는 상처를 훑고 지나가 아팠는지 신음소리를 내며 옷을 벗었다.

 

  보일러를 틀어두지 않아 나오지 않는 따뜻한 물 대신 차가운 물로 휘릭 씻고 나오니 한결 기분이 좋아졌는지 무슨 노래인지 알 수 없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더러운 교복을 행여나 엄마가 볼까 흙먼지를 물로 대충 씻어서 세탁기에 넣었다. 그리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어? 아!”

 

  그녀는 많이 당황했는지 나와 잠시 맞췄던 눈을 피하고 여기저기 굴렸다.

 

 “어? 왜? 뭐야 배고파?”

 “아니! 깜빡하고 있었어요. 아저씨 존재를”

 

  왠지 기분이 나쁘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하루 만에 익숙해지기란 쉽지 않다.

 

 “아저씨 막 훔쳐보고 그런 건 아니죠?”

 “아냐! 오늘은 안 봤어!”

 “오늘은? 그럼 평소에는 막 봤다는 건가요?”

 

  나는 내 모습을 몰라서 이 아이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생각하고 있지 않았지만, 아저씨라 부르는 거 보니 나는 이 세계에서 이 아이와는 다른 성별이었다.

 

  오늘 하루 너무 다른 방향으로만 흘러가다보니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 아이가 믿어줄까? 천사는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모르고 정해진 성별이 따로 없다는 걸 말이다.

 

 “아니 그게 아니라.. 사실 천사는 ...”

 “변태! 이제 그만 따라와요! 내 방에 들어올 생각은 절대! 하지 말아요!”

 

  그녀는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말하고는 방에 들어가 버렸다. “하...” 오늘은 한숨이 왜 이리도 자주 나오게 되는지. 방으로 들어가 사과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포기했다.

 

  하늘에서 교육받은 바로는 청소년기가 인간에게 생각을 흘러들어가게 하는 게 인간의 생 중 가장 힘든 시기라고 들었다.

 

  그녀는 지금 딱 그 시기였다. 나를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생각 컨트롤이 힘든데 나를 알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내 말을 들어줄 리가 없었다.

 

 “에휴... 사자가 오면 뭐라고 말해야 되나.”

 

  결국 이 일은 해결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다른 걱정을 하기로 했다.

 

  앞으로 닥칠 일... 바로 하늘과 지하의 사자가 찾아올 것이 분명했다. 이대로 가면 변명이고 뭐고 이 아이와는 바로 이별이었다.

 

  땅의 세계에서는 직업을 잃게 되면 다른 직업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면 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애초에 담당하는 인간과 시작과 끝을 같이하는 우리는 담당할 수 있는 인간이 한 명으로 제한되었을 뿐더러 담당하던 인간이 생을 다할 때까지 죽을 수도 없다.

 

  나 이전에 이런 일은 없었지만 중죄를 지었던 천사들은 다 같은 벌을 받았다. 자신이 담당하던 인간은 천사 없이 악마만의 생각을 듣게 되고 타락한다.

 

  그리고 그 천사는 그 인간이 타락하여 한 없이 추락하는 모습을 인간의 생이 다할 때까지 보며 자신의 죄에 대한 대가를 지켜보다가 소멸한다.

 

  심지어 이 아이에게는 악마가 없다. 경쟁심, 감정 그 아무것도 표현하지 못하고 추락할 것이 분명 했다. 무엇보다 이 밝은 아이가 더 이상 웃지 않게 된다.

 

 “그건 어떻게 하든 피해야해”

 

  내가 사라지게 되면... 그녀는 아마도 다시는 미소를 짓지 않을 것 같았다. 평생 기쁨도... 사랑도 모르고 살아가게 될 그녀를 생각하면 끔찍했다.

 

 "아저씨!"

 

  그때 나를 부르는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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